2017년 9월 9일 토 ~9월 10일 일
콩대도 바로 세우고
늦게 갈아놓은 배추 열무 당파 무 등
김장용 채소며
씨를 뿌려 둔 곳에 물을 주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이 번 주말도 시골집을 찾았습니다.
봉화로 바로 가는 버스는 첫차가 아침 7시40분으로
출발시간이 늦은 편이라
날씨가 좋은 계절은 고속도로가 많이 막히게 되어
고향으로 들어가는 환승시간에 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시간 더 빨리 출발하는
영주행 버스표를 예매해두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만 전철시각에 늦는 바람에
에매를 취소했고
다음 시각 영주행버스표는 현장구매할 생각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달렸습니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라 시간을 보니
당초 예정했던 버스에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도착하게 될것 같았습니다.
하차직전 택시안에서
부랴부랴 예매를 하고 후다닥 볼 일보고
승차장으로 달려 갔지요.
전망좋은 앞자리 3번에 웬 젊은이가 앉아 있습니다.
내 자린데 ㅡ
노인네들이야 아직도 좌석번호 무시하고
아무데나 비어 있으면 앉는 걸 많이 봐 왔는데
젊은이가 참나ㅡㅡㅡ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자
일어서기는 커녕 주머니에서 자기표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보나마나지 무슨ㅡㅡ
아ㅡㅡ거기에도 3번이 떡하니 찍혀 있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순간 아차! 싶어서 제 승차권의 시각을 보니
30분후의 버스인 것이었습니다.
기사 아저씨 왈,
'아무데나 앉아서 가세요.'
영주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봉화로 가는 정거장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도
있고
시외버스 배차간격도 큰데다가 들쭉날쭉하니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돌아가도 쉽잖은
봉화발 9시35분 고향행 버스는 맞추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도 10시30분 버스는 시간여유가
넉넉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원래 참외는 껍질에 털이 많은데
시중에 나오는 상품들은 잘 씻어 내온 것들인지
종자가 달라서인진 몰라도 보드라운 감촉의
털참외가
크고 노랗게 익은 것도 있고
아직 파랗게 어린 것들도 송승 달려 있습니다.
호박도 제각각의 크기로
푸르게 푸르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포도는 가지치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지라
볼품은 없어도
통통한 건 단 맛이 좋고
말라비틀어진 건 건포도처럼 새콤달콤합니다.
참외잎사귀 사이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었는데
튼실한 오이 한 개가 곧고 굵게 자랐습니다.
모종을 심은 두 줄기는 말라 죽었는데
작년에 무른 오이를 땅에 묻어 둔 곳에서
싹이 돋더니 그 중 하나가 살아 남은 것 같네요.
김장용 채소들도 몇몇은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약을 치지 않으니 어린데도 벌레먹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좋은 수확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당에 핏덩이 갓난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눈도 뜨지 못하는 것이 겨우 숨을 쉬면서
왜 거기에 있는지.
몇발자국 지나서는 아기집같아보이는
덩어리에 탯줄이 달린 채 또다른 갓난이도
죽은 듯이 있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단 뜨거운 시멘트바닥은 피해야겠다 싶어서
샘물로 씻겨주니 둘다 숨을 쉬는군요.
보통은 새끼를 건드리면 어미의 날카로운 울음이 들리기 마련인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렇게 갓난 고양이새끼들이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건 잠시 잊기로하고
감나무밑 서리태콩밭에 샘물을 끌어올려
물을 주는데 작고 가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세번째 갓난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늘 샘물을 발동기로 빨아 올려 텃밭에 물을 줘봤더니 힘이 약해서 고민이었는데
이번에는 돈걱정은 뒤로하고 물 좀 시원하게
줘보리라
압력이 센 수도꼭지에 고무호스를 연결하고
분사꼭지도 끼워넣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선
메주콩밭에도 물을 주는데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발고랑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거기에도
탯줄이 달린 갓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네번째 것입니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나?
뒹굴며 우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일단 앞서 세마리는 고양이가 자주 다니는
따뜻한 길목으로 옮겨서
몸이 마를 수 있게 해두고
끝에 발견한 한마리는 따로이 다른곳에 옮겨 몸이 마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집안일하는 틈틈이 들여다 봤습니다.
다음날
늘 그렇듯이 버스시간에 쫓기며
추자(호두)도 조금 털고 농기구들도 갈무리하고
수확한 것은 냉장고에 넣고 분주했습니다.
집을 나서기전에 고양이들을 살펴보니
밭고랑으로 가있었습니다.
거의 의식이 없는 한마리를,
눈도 안뜬 제 몸도 못 가누는 새끼 둘이서
옮겼을 리는 만무고 어쩌면 어미 고양이가
고랑으로 밀어 넣었을 것도 같습니다.
한마리는 밤새 몸이 굳은 것 같습니다.
둘은 아직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말에 다시 올 때엔 세마리 모두
아니면 죽었을 것 같은 한마리빼고
두마리라도 꼭 살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생존을 빌어주고
대문을 나서는데
그저께 올 때엔 보이잖던 갓난 고양이
한마리가 아기집에 탯줄단 채로 죽어 있었습니다.
뭣때문에 어미고양이는 눈도 못 뜬 불쌍한
새끼들을 방치했을까?
장터까지 걸어가면서도
버스를 타고 봉화로 나가면서도
미안한 생각과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어디 천적이라도 나타났던 걸까?
이틀동안 그 많던 고양이들이 콧배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콩밭 고랑에 누워있던 두마리와
마당에 쓰러져 있던 두 마리.
아ㅡㅡ그러고보니 대문앞 한마리는
마지막으로 발견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기억이 왜 이렇게 분명치를 않나?
눈도 못 뜨고 운신도 못하던 어린 것들이 스스로 움직인건지 어미고양이가 물어다 옮긴 건지
모르겠습니다.
보금자리로 옮기지 않은 건 가망없다고 포기한건가?
부디 다 소생했으면 좋겠습니다.
6시45분 비스를 예매한 줄 알았는데
7시 15분이었습니다.
새로 지은 영주버스종합정류장이 외곽에 있어서
시내로 가서 다시 봉화가는 버스타고 또 고향 들어가는 것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좀 불편해졌습니다.
호박잎쌈에 풋고추 된장절임청양고추 소고기 콩나물된장국
볶음김치 총각김치 서리태와 말린호박 넣어서 지은 밥.
행복합니다.
다른 논에 비해서 우리 논의 벼들이 더 누렇게 익어 갑니다.
아버지께서 수탁농인분께 까탈스럽게 대하지 않으시며
늘 고마워 하십니다.
저희 형제들에게도 그 분한테 깍듯하게 대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모내기를 할 때에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했더니
우리 논 농사가 잘되면 본인도 이익이라고 염려말라고 하시더군요.
고마운 분입니다.
첫댓글 아기 고양이 애기가... 애잖하네요. ㅠ.ㅠ
곧 황금들녘이 되겠네요. 부자십니다.
눈도 못 뜬 갓난 것들이 사라졌는데 잘 된 건지 어떤지 모르겠네요.
한편의 여행에세이 인듯
지난주 안동갔는데 봉화가 그리웠어요~
물맑은 곳 명호면을 걷는
보부상길 계획해봅시다.
추워지기전에.
@바람처럼 앗싸^^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