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초간단 요리입니다. 조리법이랄 것도 없이 그냥 두부를 맹물에 풍덩 넣고 삶기만 하면 '조리끝, 요리완성!'입니다. 포탈 사이트 다음에서 검색한 '백숙(白熟)'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 daum
두부를 양념하지 않고 맑은 물에 푹 삶아 익히니 '두부백숙'이랄 수밖에요. 이 음식에 대한 갑판장의 추억은 유년기로 거슬러 갑니다. 공무원이셨던 선친께서 어머니와 함께 자영업을 하신게 그 때부터인데 부모님께서는 늘 통금직전의 막차를 타고 귀가를 하셨습니다. 늦은 밤까지 일을 하셨으니 아무래도 야참이 당기셨을 것이고,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야밤에 휘리릭 뚝딱 야참상을 자주 차리셨습니다. 그 때 맛봤던 야참 중에 두부백숙이나 김치말이밥 따위의 초간단요리가 있습니다.
두부백숙/갑판장표
자, 그럼 만들어 보겠습니다. 두부백숙이니 당연히 두부가 필요합니다. 두부 한 모를 한 입 크기로 깍뚝썰기를 했습니다. 도마 따위는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포장용기째 또는 손바닥에 올려놓고 썰면 됩니다. 그리곤 작은 냄비(코펠)에 투하, 맹물을 두부가 잠길 정도로 붓고 푹 삶으면 두부백숙 완성!
간장소스를 끼얹은 두부백숙
두부백숙은 식재료와 조리법이 매우 간단하지만 걸맞는 소스를 곁들이면 맛은 결코 모자르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왜간장에 쫑쫑 썰은 대파와 참기름, 참깨, 고춧가루 등으로 맛을 낸 양념간장을 주로 곁들이셨습니다. 두부도 한 입 크기가 아닌 반 모 또는 1/4 모 크기로 큼직하게 삶아 국물(두부를 삶은 물)과 함께 국대접에 정성껏 담아내셨습니다. 그러면 선친께서는 두부에 양념간장을 조금씩 끼얹어 숟가락으로 뚝뚝 잘라 드셨습니다. 이렇게 먹다 보면 자연스레 맹국물에 양념간장의 맛이 깃듭니다. 그 국물에 밥 한 술 말아 먹어도 맛납니다.
갑판장표 야참 한 상
완성된 두부백숙을 대접에 옮겨 담는 것은 설겆이 거리만 양산할 뿐이니 코펠째 차리고, 양념간장을 만드는 것 조차 귀찮은 귀차니스트인 갑판장은 집간장을 뿌려 먹거나 시판용 유자폰즈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구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 시판중인 '시소(차조기)폰즈소스'를 강추합니다. 시소잎은 일식집에서 접시의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엽채로 깻잎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맛과 향이 다른 향신채입니다. 아예 시소잎을 잘게 썰어 두부백숙에 곁들이면 더 좋구요.
유자폰즈소스와 산초장아찌로 맛을 보텐 두부백숙
시소폰즈소스를 못 구한 갑판장은 비장의 향신재인 딸기엄마표 산초장아찌를 두부와 곁들여 먹는 것을 즐깁니다. 중국의 사천요리중에 맵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매력적인 마파두부가 있습니다. 마파두부의 알싸한 맛을 책임지는 향신료가 초피인데 두부와의 궁합이 최곱니다. 당장 집에 초피가 없으니 그 대용으로 산초장아찌가 한 몫 단단히 합니다. 산초장아찌는 향과 맛도 보테지만 지루할 수 있는 두부백숙의 헐렁한 식감에 '빠직, 아사삭'함을 보테 씨즐감 넘치는 귀울림과 함께 턱관절의 단순운동을 재미있는 맛으로 승화시킵니다. (딸기아빠, 보고있나? 더 달라고 조르는 거임.)
'꿩 대신 닭'이 아니라 산초장아찌 대신 김치쪼가리
갑판장네야 시소나 초피는 없어도 산초장아찌가 있지만 흔한 식재료가 아니니 없는 집이 태반일겁니다. 그럼 냉장고 안에서 뒹굴고 있는 김치쪼가리라도 꺼내서 두부백숙에 곁들이면 그 또한 맛의 혁명입니다. 돼지고기와 함께 볶은 김치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새로 만들려면 귀찮으니 그냥 굴러 다니던 김치쪼가리를 꺼내는 것이 갑판장표 초간단 두부백숙의 취지에 부합합니다.
산초장아찌+열무김치쪼가리+두부백숙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냉장고 구석쟁이 반찬인들 어떠하리
처박힌 반찬도 끄집어 두부백숙 맛내리라
갑판장의 소울푸드
한 입 크기의 두부백숙을 앞접시에 덜어 유자폰즈소스를 뿌려 먹다보면 앞접시에 소스물이 고이기 마련입니다.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두부백숙이 담긴 그릇에 붓습니다. 소스물과 맹탕국물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맛난 국물로 변신합니다. 그 국물에 밥 한 덩이 말아 먹습니다. 선친께서 그리 하셨던 것 처럼...
<늘 甲이고픈, 그래서 갑판장人>
첫댓글 매일 먹으면 물....
이따 저녁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려..
수영 마치고 탈의실임
잘 보고 있음...ㅎㅎ
더 줭
정신없었던 5월이 서서히 마무리 되는 주간이네요,,, 불금을 기약해봅니다 ^^;;
쉬엄쉬엄 사소
바쁠게 뮈 있나
그래봐야 한 세상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