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인간
임병식
생활지원사로 일하는 김 여사를 보면 웃음이 난다. 자주 만나 반가운 탓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목소리가 유난히 커서 ‘또 큰 목소리를 듣겠구나.’ 싶으면 어김없이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예사로 큰 것이 아니다.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건네는 인사도 또렷이 들릴 정도다.
하루는 집에 찾아왔기에 오래전부터 마음에 걸리던 말을 꺼냈다.
“김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커요. 귀청이 얼얼할 정도예요.”
김 여사가 흠칫 놀랐다.
“그래요? 저는 잘 못 느끼겠는데요.”
생활지원사 일을 6년 넘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담당하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고 귀가 어두워 큰소리로 말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궁금해졌다.
“다른 생활지원사들도 다 목소리가 큰가요?”
“네.”
한결같다는 대답이었다.
이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얼마나 목소리가 클까. 아마 시장통처럼 왁자지껄하지 않을까 싶어 절로 웃음이 났다.
그때 예전에 알고 지내던 인장포 주인이 떠올랐다. 그는 하루 종일 외눈 돋보기를 한쪽 눈에 끼고 도장을 팠다. 도장은 글자를 거꾸로 새겨야 바로 찍힌다. 그런데도 그는 워낙 숙련되어 연필로 표시조차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칼을 댔다.
하루는 내가 물었다.
“맨날 거꾸로 도장을 파면 모든 것이 거꾸로 보이지 않나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럴 때가 있어요. 간판이 거꾸로 보일 때도 있다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직업병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생활지원사 김 여사의 큰 목소리도 어쩌면 같은 이치일 것이다. 오랫동안 몸에 밴 환경은 사람의 말투를 바꾸고,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마저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환경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을 닮아간다.
오늘의 환경은 내일의 인간을 만든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환경은 또 우리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생각할수록 궁금해진다.
(2026)
첫댓글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환경을 만들고,
또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여운을 남기고.
김여사를 통해 주변의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장인의 일화를 엮어, '인간은 환경을 닮아간다'는
삶의 본질을 담백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낸 秀作입니다.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하면서 사람은 어쩔 수없이 환경에 의해
적응해가며 살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해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가운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생사가 갈등과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이름자를 거꾸로 새기는 인장기술자에게 세상 간판조차 거꾸로 보이듯
글을 읽으며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르신들을 향한 사랑과 배려가 몸에 배어 목소리가 커지신 생활지원사 분들의 이야기가 참 정겹고 따뜻하네요. 뒤이어 소개해주신 인장포 주인과의 일화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거꾸로 세상을 보게 된다는 말이 위트 있으면서도, 삶이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직관적으로 와닿는 멋진 수필입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이희순회장님, 금새 다녀가셨군요.
김은진선생님 댓글은 늘 정답습니다.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생각해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