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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28일(현지시간)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
여장남자 공연 장면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들어 보이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림픽 최초로 야외에서 펼쳐진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문화행사 장면이 빈축을 사고 있다. 드래그퀸(Drag Queen)으로 불리는 여장남자가 그림 속 예수님과 제자들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 정신을 모독하고 기독교인들에게 큰 수치를 안겼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공식 사과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서 3명의 드래그퀸을 포함한 18명의 출연자가 ‘최후의 만찬’ 속 예수님의 제자들로 등장해 문화 공연을 펼쳤다. 긴 식탁 앞에 푸른 옷을 입은 여성 주위로 드래그퀸 공연자들이 모여 서 있는 모습으로 그림을 패러디했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가 체포되기 전날 밤, 제자들과 마지막으로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예수님이 제자들 가운데 배신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자 제자들이 놀라는 순간의 모습을 담았다.
이번 무대가 프랑스식 풍자와 해학, 다양성을 표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종교적 감수성을 지나치게 무시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은 29일 올림픽 개회식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개회식 문화행사는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 정신을 모독했다”며 “올림픽엔 이념과 종교, 인종 갈등이 개입할 수 없는데 이번 개회식 행사는 종교와 이념을 공격하면서 분쟁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문화행사 예술감독이 해당 장면을 통해 포용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해명에 대해선 되레 배려와 관용의 정신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한교총은 “패러디로 도배된 이번 개회식을 포용적 세상을 위한 예술 행위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인류가 축적해온 문화와 종교는 패러디가 아닌 건강한 비판과 개혁을 통해 발전된다”며 “올림픽 조직위는 이번 사태를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문화선교연구원장을 역임한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전 총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직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를 통해 프랑스의 문화 계몽주의를 과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도 “종교적 감수성을 무시한 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왜 기독교만 패러디됐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을 지낸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도 “괴기스럽게 반기독교적 의도를 드러냈다”면서 “이게 유럽의 수준이고 파리의 수준이란 말인가”라고 탄식했다. 소 목사는 SNS를 통해 “성화 봉송에서도 남성 주자들이 서로 포옹하는 장면을 노출시켜 동성애 미화 의도를 표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앤 데상 조직위 대변인은 “공동체의 관용 정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특정 종교를 모욕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며 “불쾌감을 느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개회식 원본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김동규 이현성 기자 kkyu@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22238223&code=23111111&sid1=ch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