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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티즌 리뷰 원문보기 글쓴이: 권순재
[맛있는 영화] 청원, 삶의 진실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인도 영화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약간의 편견 같은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 [내 이름은 칸]이라던가, [세 얼간이] 같이 정말로 괜찮은 영화를 여러 편 보아서 어느 정도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편견은 지울 수가 없다. 특유의 감성적인 느낌이라거나, 춤과 노래 등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블랙]을 보았을 때는 그러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블랙]의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의 신작 [청원]을 보고서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인도 영화는 재미있고 충분히 가치가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블랙]이라는 영화가 너무나도 별로였다. 억지로 눈물을 짜려고 하는 느낌이 불편했다고 하면 지나치게 냉정한 사람일까? 하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의 가치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감독의 또 다른 영화 [청원]은 [블랙]에 비해서 훨씬 더 괜찮은 영화였다.
사람에게 삶을 이어갈 권리가 있다면,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생명이라는 것이 주어진다면 반대로 그 삶을 닫을 권리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 간단한 것에 대해서 옳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쉽게 옳다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것이 혹시나 잘못된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간단한 물음으로 시작이 되는 이야기는 간단하다. 죽고 싶다는 것. 한 순간으로 몸에 갇혀 버린 자유로운 마술사의 간절한 청원이 바로 자신을 죽게 해달라는 것이다. 사지가 마비되고 나서도 책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또한 라디오 방송까지 하며 말 그대로 삶을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그는 시간이 갈수록 분명한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은 평생을 가도 이 갑갑한 무언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위대한 도전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을 마무리하는 것도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것 말이다.
청원 (2011)
9
- 감독
- 산제이 릴라 반살리
- 출연
- 리틱 로샨, 아이쉬와라야 라이, 쉐나즈 파텔, 아디티야 로이 카푸르, 수헬 세스
- 정보
- 드라마 | 인도 | 126 분 | 2011-11-02
글쓴이 평점
사실 영화 자체만 이야기를 하자면 솔직히 지루한 영화이다. 정말 더할나위 없이 지루한 영화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도 지루하기 때문에 [청원]의 ‘청원’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려다 마는 것이 오히려 영화가 분명히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 사람이 죽기 위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자살로서 그의 죽음을 완결하기 보다는 국가에 자신의 안락사에 대해 청원하면서 또 하나의 마법을 부리고자 한다. 그렇기에 [청원]은 아주 상투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바로 영웅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는 죽음이라는 보물을 차지하기 위한 기사이고, 국가는 안락사라는 보물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어둠의 성이기 때문이다. 어둠의 성에는 판사라는 이름의 용이라거나, 검사라는 이름의 가고일 등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한 영웅이 국가와 부딪혀서 실패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다른 영웅 영화에서 봐오던 것과 정말로 닮아있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청원]이 어떠한 내용인지 모르고 봤기에 더욱 감동받을 수 있었다. 만일 [청원]이 누군가가 죽기 위해서 청원을 내는 내용의 영화였다고 한다면 감히 보고자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름답다. 배우들의 연기도 아름답고, 영상도 아름다우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 역시 아름답다. 다소 지루하기는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그 지루함을 견딜 가치가 있다. 또한 그렇게 지루하기에 관객들은 사건에 대해서 더욱 많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상업 영화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려고 해서 불만이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는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머리 아픈 결말은 절대 아니니 말이다. 다만 결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가 괜찮은 영화인 것과 다르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간의 관계도는 살짝 허술한 편이다. 두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들에게 적절한 비중을 주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주제가 가지고 있는 무게가 있는 만큼 그것은 쉽지 않았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거미줄처럼 촘촘한 관계도일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렇지 않았던 것이 더욱 나았다고 생각이 된다. 다소 허술한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이 닥친 환경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그들로 인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그에게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오히려 그들을 철저히 소품으로 활용하면서 영화를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물론,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일 테지만 말이다.
주인공을 맡은 ‘
리틱 로샨’(이튼 역)의 역할은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정말로 완벽한 삶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다시 희망에 가득 찼다고 단호한 결심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가운데서는 관객들이 공감을 할 만한 사랑의 감정까지도 묘사해야 하니 어려울 수밖에. 또한 자신의 몸 소에 갇힌 죽음을 연기하기까지. ‘브랜들리 쿠퍼’를 연상시키는 잘 생긴 외모의 ‘리틱 로샨’은 오직 얼굴 표정과 목소리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이튼’은 움직이지 못하는 마술사다. 우리는 평소에 몸짓이 얼마나 커다란 언어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지만 다소 그것을 과소평가하는 구석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행동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지 깨닫는다면 ‘리틱 로샨’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알게 된다. 목소리를 통해서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그리고 표정으로 관객의 감정까지 이끌어내는 그의 연기는 훌륭하다. 다만, 그의 역할 자체가 이동에 장애가 있는 만큼 영화는 살짝 연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히려 이 부분은 더욱 매력적이다. 관객이 더욱 깊이 영화에 몰입하고, ‘이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좋은 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에서 단조로움을 통해서 고뇌를 봐야한다. 그렇기에 ‘이튼’은 정말 잘 만들어야 했고, 실제로도 정말 잘 만들어진 캐릭터다. 손끝에서 기적을 만들던 이가,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런 기적도 행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이토록 절실하게 표현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영화가 진행이 되다보면 그에게 닥친 불행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마음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우리는 지루한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주인공이 죽기를 바라곤 했었다. 물론 이 영화도 보다보면 주인공이 죽기를 바란다. 하지만 죽기를 바라는 이유가 다르다. 자신의 육신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한 불쌍한 사람을 구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이쉬와라야 라이’(소피아) 역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자주 만나는 누군가에게 쉽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연애를 하기도 한다. 하물며 아주 오랜 시간을 그녀에게 의지를 하는 한 사람을 만난다면 당연히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물론 처음에는 그것이 단순히 동정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다독이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것이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언가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소피아’는 그 조심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준다. 또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념까지 버릴 수 있다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까지도 보여준다. 인도라는 다소 폐쇄적인 국가의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당당한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영화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감정 묘사가 잘 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은근히 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다소 투박하면서도 순진한 모습이 있어서 관객들이 이해하기에 어렵지가 않다. 만일 내가 그녀의 상황이라면 그녀처럼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한 남자가 죽기 위해서 청원을 내는 것에 결국 지지를 해주게 되다니,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나는 절대로 누군가를 놓지 못할 것이다. 더더군다나 그 사람이 그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안다면, 그리고 내가 그 사람 곁에 있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많은 노력을 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투박함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면서 영화가 한 발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모든 이의 안락사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육체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것 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 조연들은 그리 훌륭하게 사용이 되지 않는다. ‘이튼’에게서 마술을 배우고자 하는 제자라던가, 그의 오랜 친구인 ‘데비아니’ 등은 꽤나 잘 묘사가 될 뻔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극을 더욱 잘 살리고 있으니 장점이다. 1분이라는 시간도 작은 상자 속에서 버티지 못하는 검사 등의 에피소드는 관객에게 안락사의 문제가 단순히 윤리라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나 역시도 안락사에 찬성만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결국 누군가의 목숨을 가져가는 행위니까. 하지만 ‘이튼’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그가 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세 얼간이]에서 두 번의 자살 장면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현실의 한계와 삶의 찬미였고, [블랙]에서 치매까지 걸린 스승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삶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한 것이었다. 죽음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감독은 그것을 아주 잘 풀어내고 있다. 또한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참 좋은 영화다. 배경은 항상 어둡게 조정이 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불꽃처럼 뜨겁고 빛이 난다. 한 남자가 죽기 위한 이야기는 결국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결말에 가서는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에는 딱 이 정도가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누군가가 죽기 위한 영화를 보면서 그가 죽을 수 있게 응원을 하게 되고, 또한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아주 독특한 영화다. 적당히 무거우면서도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지루한 듯 하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참 괜찮은 영화. 단순한 오락 영화가 그 동안 지쳤다면 이런 영화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08년 2009년 2010년 상/하반기 2011년 상반기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Lovely Place Fivestar http://blog.daum.net/pungdo/
첫댓글 일주일전 ebs 금요극장에서 이영화를 보았다. 좋은 영화를 보게되다니 행복했다. 인도영화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이후 두번째이다. 안락사를 찬성하던 반대하던 그런걸 떠나서 이영화는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고 진정한 용서가 있는 종합선물 같은 영화다. 인도 벵갈로르에서 인턴쉽하던 큰아이가 하루 정도 나들이로
"고아"라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곳을 다녀왔는데 그곳이 배경이라 더 반가웠다. 기회가 되면 쉼터님들도 보았으면 해서 퍼 왔습니다.
청원이 그런 내용이군요한번 보고싶네요, 따님이 있는곳이 배경이라니 더 각했겠어요^^' 하는 생각을 했어요 뜬금없이
자식과 관계된거라면 마구마구 정이 가잖아요
영화줄거리를 보면서 내가 만약 그렇게 주인공처럼 몸에 갇힌 느낌으로 살아야한다면 어떨까 상상하니 '청원'하는게 이해도 가네요
하지만 마음속에선 '주인공이 영세를 받으면 어떨까..
그러면 나라에서 청원을 들어주는 대신 하느님의 응답이 있으실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