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 밥 한 알만 흘려도 ‘천벌을 받는다며’ 귀가 따갑게 혼났습니다. 이제 와서 보면 쌀 한 톨에 담긴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할머니가 그러셨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콩 세 알을 심는 조상의 마음, 까치밥을 남기는 조상의 지혜를 우리는 잊어가고 있는데, 그 심성을 다시 배우려고 여러분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팔당 유기농 단지 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대표는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를 찾아온 2010년 창조보전축제 참가자들에게 조상의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축제의 참가자들은 손두부 만들기, 지푸라기 꼬기, 절구 방아 체험, 양파 천연 염색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 선조가 화석연료 없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체험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양평 정하상 바오로 수도원에 모인 참가자들은 어른 아이 없이 맷돌과 지푸라기, 삶은 양파와 절구통을 살피며 자신이 체험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역시 먹는 것이 남는 것일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손두부 만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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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조상의 지혜가 가득 담긴 손수건을 만든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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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우르르 맷돌 주위로 몰려가 고래실마을의 ‘달래이모’에게 맷돌 돌리는 법을 듣는다. 저녁때 맛있게 먹을 손두부를 상상하며 맷돌의 손잡이를 잡았지만, 무거운 맷돌을 열심히 돌려도 갈려나오는 콩의 양은 그리 많지가 않다. 달래이모는 “먹는 건 쉬워도 만들기는 쉽지 않지? 그래도 이렇게 만들어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아주 맛있지!”라며 힘을 돋운다.
다른 쪽에서는 고래실마을의 ‘번개삼춘’이 지푸라기 꼬는 법을 가르쳐준다. 접착제도 없이 지푸라기를 엮어나가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 백경빈(율리아, 12세) 어린이는 “따로 떨어진 지푸라기가 하나로 꼬이는 게 신기해서 가장 재밌다”며 지푸라기를 꼬느라 정신이 없다.
번개삼춘은 이름처럼 이곳저곳 안 다니는 곳이 없이 돌아다니며 참가자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고 열심히 하라고 독려도 한다. “오늘 이 절구에 있는 쌀을 다 못 찧으면 저녁밥 없습니다!”라는 번개삼춘의 말에 힘들어하던 아이들의 절구질이 다시 힘을 얻는다.
평소에 고된 노동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절구질이나 맷돌 돌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표정은 너무나 밝다. 강석호(미카엘, 16세) 어린이는 “맷돌을 열심히 돌리니까 헬스는 저리 가라예요, 제 근육 좀 보세요.”라며 연방 자랑이다. 자기가 직접 간 콩으로 만들어질 손두부가 정말 고소할 테니 꼭 맛보고 가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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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손두부를 만들 거예요!" 힘은 들지만 고소한 손두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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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지푸라기를 돌리는 아이의 손길이 바쁘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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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두부 만들기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양파 천연 염색 프로그램에는 초반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맷돌 돌리기에 지치기도 하고, 자신만의 고운 손수건을 가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천연 염색에 점차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양파의 빨간 겉껍질을 푹 삶아 우려낸 물에 깨끗하게 물에 빨아온 수건을 담가 색을 먹인다. 그리고 물에 다시 씻고 매염제로 쓰인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염색을 하고, 물에 씻기를 반복해야 했다.
염색을 마친 손수건을 다리는데 전기 없이 어떻게 다릴까? 천연 염색 방법을 가르쳐주던 왕은숙(율리안나) 씨가 보너스로 전기다리미 없이 손수건의 주름을 없애는 법을 가르쳐 준다. 손수건의 네 귀퉁이를 잘 맞춰 두 번 접고 손바닥으로 손수건을 몇 번 내리친다. 그리고 다시 잘 펴서 빨랫줄에 널거나 화장실 타일에 붙여놔도 좋다고 한다. 이제 곧 염색이 다 끝나고 자신만의 손수건이 탄생할 거란 생각에 여기저기서 손수건과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집에서 만약 양파 천연 염색을 하고 싶다면? 왕은숙 씨가 알려준 또 하나의 비법은 중국집을 찾으라는 것이다. 양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당인 중국집에 가면 양파 껍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염색을 마치면 주황빛 고운 손수건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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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양파 껍질을 담은 양동이에 둘러앉아 손수건을 염색한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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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을 만져보고 감촉을 느껴보는 게 아이들 심성에 좋을 것 같다”는 이 베로니카(60세) 씨는 “선조의 지혜를 오감을 통해 직접 배우면서 너무 손쉽게 살아가려는 우리들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형선(41세) 씨도 “아이들에게 자주 이런 경험을 시켜줘서 아이들이 씩씩하다”며 자랑을 한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의 양기석 신부는 “4대강사업같은 대규모 개발이 왜 생기겠느냐?”며 “인간이 물질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010년 창조보전축제는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았던 선조의 생활방식을 체험하면서 우리의 생활방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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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훈 대표는 "여러분의 발 밑 땅속에 많은 지렁이들이 거름을 만들어낸다. 농민들은 그 지렁이와 함께 농사를 일군다. 지렁이가 없으면 농사도 짓기 힘들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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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석연료 없이 살아보기' 체험에 앞서 두물머리에서 미사를 드리고 강변을 순례했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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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의 도움이 없어도 인간은 살 수 없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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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꼬아진 지푸라기 줄로 줄넘기!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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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안에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달나라 토끼가 더 잘 찧겠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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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손바닥은 다리미' 곱게 펴진 손수건을 기대하며 열심히 손뼉을 두드린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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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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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베로니카 씨가 꼬아논 새끼줄로 아이들을 묶어버렸다. 아이들은 더 좋아한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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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조심조심 뜨거운 물에다 갈아놓은 콩을 붓는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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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물머리의 십자가는 어느새 가을을 맞고 있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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