㉕ 미니멀 라이프
나이 들수록 단순하고 소박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은 점점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육체적‧정신적 힘의 한계로 필요 이상의 활동을 할 경우 효과적인 성과를 얻기가 힘들다. 그것은 과욕이다. 에너지 낭비이다.
오히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활동범위와 역할을 통해 최대의 효율성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요구된다.
‘검이불누 화이불치(檢而不陋 華而不侈)’란 말이 있다. '삼국사기' 백제 온조왕조에 나온다. 온조왕이 새로운 궁궐을 지었는데,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온조왕이 백제를 창업하면서 새로운 궁궐을 지으면서 보여준 미학이다.
그렇다면 나이 들어가는 삶의 미학은 어떠해야 할까? 나이 들면서 짓는 삶의 궁궐도 자기만의 아방궁을 짓되, 단순하면서도 화사하게, 그러면서도 누추하거나 촌스럽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향하는 삶도 낮은 자세로 소박한 삶을 살 필요가 있다. 1940년대 전후 20년 동안 미국의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이 실천한 ‘조화로운 삶’을 본받아, 불필요한 욕심을 삼가며 절제된 삶을 통해 나이 들어가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불필요한 형식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불필요한 물건, 불필요한 만남, 불필요한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미니멀 라이프이다.
예를 들어 꼭 가야만 하는 예식장과 장례식만 가기, 형식적인 모임 줄이기, 의례적인 병문안 자제하기, 불필요한 식사 약속 거절하기, 불필요한 물건 치우기 등이다. 그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자기 자신을 돌볼 필요성이 있다.
식사도 소박한 밥상이 최고이다. 예로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은 지나친 과식과 입맛만을 자극하는 무분별한 음식을 탐닉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암과 성인병을 키우는 사료가 될 뿐이다. 균형잡힌 소박한 밥상, 그것이 나이 들면서 지향해야 할 식사습관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삶을 다이어트할 필요가 있다. 절제의 미덕을 즐겨야 한다. 육체적으로는 음식을 절제하여 몸을 가볍게 하고, 물질적으로는 젊었을 때 움켜지려고만 하였던 두 손을 활짝 벌려 나눔을 통해 베푸는 삶을 지향한다. 정신적으로는 이런저런 생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줄여나가는 단순하고 소박한 삶, 그것이 나이 들면서 추구해야 할 소박한 삶이다.
1936년에 태어난 신경림 시인은 그의 나이 67세에 펴낸 시집 '뿔'에서,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중략)...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이라고 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심정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이란 시이다. 그는 석양 노을 진 산길을 걸어가 듯, 모든 것을 묻으면서 노년의 삶을 가볍게 살아가고 싶은 심정을 읊고 있다.
그것은 비움의 삶이자 절제의 미학이다. 모든 이치가 그러하 듯이 비움은 채움으로 이어진다.
나이 들면서 물질적 욕망에서 벗어나 줄이고 나누며 소박한 삶을 살면 물질적으로 가난할지 모르지만, 정신적인 충만함에 이르게 되니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자명하다. 물질적 풍요로움에서 벗어나, 미니멀리즘을 통해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정신적 충만함을 즐겨야 한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