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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541)... 미쉐린 ‘맛집’ 가이드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
‘붉은 닭(red fowl)의 해’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새해 첫 <靑松 건강칼럼> 집필 분야를 인간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식(食)을 골랐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여러 가지 기쁨 가운데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을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금강산(金剛山)도 식후경(食後景)’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음식을 배불리 먹은 후에 천하 명산 금강산도 구경한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興)이 난다.
<The Michelin Guide Seoul>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篇)이 지난해 11월 7일 발간되었다. 약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안의 화제이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음식점(食堂) 평가 및 소개서인 <미쉐린 가이드>은 프랑스 타이어(tire)회사인 미쉐린이 1900년부터 발간해왔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은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의 선택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되어 있으며, 매년 개정판을 발행한다.
<미쉐린 가이드>는 수많은 레스토랑 가이드 중 하나이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에게 미쉐린(Michelin)은 맥도날드(McDonald's)처럼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된다. 즉 1900년부터 100년 넘게 유지해온 <미쉐린> 역사를 신뢰하는 것이다.
<미쉐린>은 식당의 음식을 별(星, star)로 평가하며, 최고 등급인 별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그 맛을 보러 특별한 여행을 할 만한(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 레스토랑’이다. 별 2개는 ‘요리가 훌륭하여,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그리고 별 1개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을 뜻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는 서울의 식당 147개가 수록되어 있으며, 별을 받은 식당 24곳(3스타 2곳, 2스타 3곳, 1스타 19곳)은 다음과 같다. 3스타 식당: 가온/모던 한식, 라연/모던 한식, 2스타 식당: 곳간/모던 한식, 권숙수/모던 한식, 피에르가니에르/프랑스식 등이다.
그리고 1스타 식당 19곳은 다이닝 인 스페이스/프랑스식, 라미띠에/프랑스식, 리스토란테 에오/이탈리아식, 밍글스/모던 한식, 발우공양/사찰음식, 보름쇠/소고기구이, 보트르 메종/프랑스식, 비채나/모던 한식, 스와니예/모던 한식, 알라 프리마/이탈리아식, 유 유안/중식, 이십사절기/모던 한식, 정식당/모던 한식, 제로 콤플렉스/프랑스식, 진진/중식, 코지마/일식, 큰기와집/한식, 품/모던 한식, 하모/한식ㆍ진주 토속음식 등이다.
미쉘린 별점을 받은 식당 24곳 중 한식당이 14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식’ 계열이 10곳으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최고의 명예인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한식당 ‘가온’과 ‘라연’이다. 음식 값은 저녁 코스요리 1인당 ‘가온’은 18만-25만원이며, ‘라연’은 15만-23만원이다. 서구(西歐)의 경우 별 셋 레스토랑은 일인당 음식값만 약 400달러다.
지난 2013년에 개업한 신라호텔 ‘라연’은 국내 호텔 식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 외식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아시아 베스트 50 레스토랑’에 2년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가온’은 생활자기업체 광주요(窯)가 2003년부터 운영해온 한식당으로 한식 세계화(韓食世界化) 바람을 일으킨 곳으로 꼽힌다.
별 3개 또는 2개 식당은 대개 “비싸고 맛있다”는 평가이지만, 별 1개 식당 중에는 ‘최고 수준의 가성비’와 ‘숨은 맛집’이라는 평판이 자자한 식당들도 있다. 예를 들면, 중식(中食) 레스토랑 ‘진진’은 “넷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10만원이 채 넘지 않는 식당”으로 통한다. 요리의 맛과 재료의 질을 고려하면 놀라운 가성비(價性比, cost-effectiveness)다. 비결은 ‘평생 회원제’로 회비 3만원을 내면 식사비를 20% 할인해준다.
경상남도 진주(晋州) 향토음식점 ‘하모’는 국내 유명 레스토랑 가이드에도 소개되지 않은 ‘숨은 맛집’이다. 가늘게 썬 쇠고기를 얹은 육회비빔밥(1만 2천원), 당면이 들어가지 않고 각종 나물로 만드는 조선잡채 등이 대표 메뉴다. 코스 메뉴는 2만7천원부터이지만, 헛제삿밥은 1만원, 된장칼국수는 8천원이다.
‘발우공양’은 사찰음식(Temple Food) 전문점으로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수암 스님)이 운영하고 있다. 메뉴는 청국장ㆍ된장찌개 1만원, 능이버섯만두탕 1만5천원 등의 단품 메뉴와 3만원(점심)-9만5천원짜리 코스 메뉴가 있다. 또한 ‘발우공양’의 브랜드 이미지(BI)가 현대적이면서 전통불교의 정신과 이미지를 잘 담고 있어 그래픽 디자인, 창의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미국의 Good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발우공양(鉢盂供養)이란 불교 사찰에서 행하는 전통적인 식사의례이며, 발우는 승려의 밥그릇을 말한다. 제일 큰 그릇은 밥그릇, 두 번째는 국그릇, 세 번째는 청수(淸水)그릇이며, 가장 작은 그릇은 찬그릇 등 모두 4개로 구성되어 있다. 밥과 국, 반찬은 각각 먹을 만큼만 담아, 남거나 모자라지 않게 한다. 공양이 끝나면 밥그릇과 국그릇, 찬그릇을 깨끗이 닦는다.
우리나라 불교는 대승불교(大乘佛敎)의 맥을 이어온 만큼 그 어느 나라보다 사찰음식이 발달했다. 사찰음식이므로 고기는 물론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를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채소인 흥거 대신 양파를 금지하고 있다. 오신채는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이 특징이므로 정신을 자극하여 수행(修行)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미쉐린 빕 구르망>이란 미쉐린의 마스코트(캐럭터) 비벤덤이 입맛을 다시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친근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을 말한다. 각 지역/도시별 가격대는 유럽지역은 35유로, 미국지역은 40달러, 일본은 5천엔 이하로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선정한다. 서울에서는 3만5천원 이하의 가격대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이 선정되었다. 빕 구르망(Bib Gourmand)은 1957년 처음 등장하여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해마다 전 세계의 평가원들이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가장 뛰어난 레스토랑을 선정하여 미쉐린 스타(Star)를 부여한다. 미쉐린 스타는 훌륭한 요리를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위한 것이다. 이에 요리사(chef)에게는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는 것은 아주 특별한 순간이 된다.
<미쉐린 가이드>의 역사는 1889년 프랑스 중부의 끌레르몽 페랑에서 앙드레와 에두아르 미쉐린 형제가 ‘미쉐린 타이어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다. 1900년 프랑스에는 자동차가 약 3천대에 불과했고 열악한 도로 여건으로 운전을 하는 것이 모험으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이에 미쉐린 형제는 운전자에게 타이어를 교체하는 방법, 주유소 위치, 여행 중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숙박시설 등의 정보를 담은 책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 책자가 미쉐린 가이드의 탄생이었다.
미쉐린 가이드의 목표인 최고의 식당과 호텔을 발견하기 위해 전문 평가원(inspector)들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탐색했다. 이들은 최고의 레스토랑과 호텔을 가려내기 위해 미쉐린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매년 3만km가 넘는 여행을 하며,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250끼가 넘는 식사를 하며 160여 곳의 호텔에서 숙박을 한다.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익명(匿名)으로 평가를 진행하며, 식사를 하는 동안 절대 메모를 하지 않는다.
평가원들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항상 일반 손님처럼 식사를 하고 식사비를 직접 계산한다. 레스토랑은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風味)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요리사(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미쉐린에 등재된 레스토랑과 호텔은 평가원 그룹 전체가 장시간의 논의를 통해 함께 내리는 결정이다.
미쉐린 스타(Michelin Star)는 미쉐린 가이드의 가장 유명한 상징이며, 1926년에 훌륭한 레스토랑에 별점을 부여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며 1936년부터 별점 한 개의 평가에서 별점 세 개로 세분화(별3개는 ‘맛보러 일부러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 별 2개는 ‘멀리 있어도 찾아갈 만한 식당’, 별 1개는 ‘음식이 훌륭한 식당’)되어 오늘날 미식(美食)문화의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미쉐린 가이드는 1911년부터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 전역에서 발간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유럽대륙에서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에 상륙하여 첫 번째 신대륙(新大陸) 가이드로 ‘미쉐린 뉴욕 가이드’가 출간되었다. 2007년에는 첫 번째 아시아 가이드로 ‘미쉐린 도쿄 가이드’가 출간되었으며, 208년에 홍콩과 마카오 가이드가 출간되었다. 첫 번째 남미(南美) 가이드로 2015년 브라질 리오 & 상파울루 가이드가 출간되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싱가포르, 상하이, 서울 가이드가 출간되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미쉐린 가이드> 정규 에디션 발간 국가를 기준으로 28번째가 된다. 즉 프랑스, 모나코, 안도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미국(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워싱턴), 일본(도쿄, 교토, 오사카), 브라질(리오, 상파울루), 싱가포르, 중국(홍콩, 마카오, 상하이), 그리고 28번째로 한국이다.
현재 28개국의 약 4만 개 식당 및 호텔을 평가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식당 및 호텔 평가서로 자리를 잡아 1900년부터 현재까지 3천만부가 넘는 미쉐린 가이드 책자가 판매되었다. <미쉘린 가이드 서울> 디지털 편집인(editor) 예리카 박(Yerica Park)씨는 모로코에서 태어나 서울, 스리랑카, 뉴질랜드, 이탈리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KBS 국제방송, TBS FM 등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했으며, 음식여행과 홈파티가 취미이다.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 발간된 일본의 <미쉐린 가이드 도쿄 편>의 경우 프랑스보다 2배 이상 많은 미쉐린 별들이 쏟아져 미식가(美食家)들은 의심쩍어했다. 그러나 오사카 편과 교토 편이 추가되고 매년 갱신되는 심사를 통해 일본은 최고의 미식국(美食國)으로 신뢰받고 있다. 또한 일본산 농식품 수출이 증가하고, 해외 관광객도 늘어나는 효과를 보였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1320조원, IT산업 시장은 2750조원이지만 식품산업 시장은 4800조원이다. 이 중 외식(外食) 산업이 2300조원이며, 2030년에는 다섯 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식문화(食文化)가 미쉐린 등급 수준으로 올라갔으므로 ‘고급 한식’을 통한 ‘한식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지침서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발간은 일반 외국 관광객을 비롯하여 미식(美食) 목적 관광객의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식자재 유통시장의 성장과 농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며, 한국인 셰프들의 해외 진출도 기대할 수 있다. 훌륭한 요리란 신선한 식(食)자재 본연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한류 붐 속에서 우리 전통음식을 재조명하여 세계인이 좋아하는 한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541). 20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