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소리] ㅡ kjm / 2020.10.1
몸에서 나는 소리, 몸의 소리가 있다.
드르렁~ 코고는 소리, 에취~ 재채기 소리, 아흠~ 하품하는 소리, 쩝쩝~ 밥먹는 소리, 끄억~ 트림 소리, 훌쩍~ 콧물 소리, 뿌웅~ 방구 소리, 사박~ 발걸음 소리, 덜그덕~ 설걷이 소리, 뿌드득~ 이 가는 소리, 휴우~ 숨소리, 꼬르륵~ 배고픈 소리, 꼬로록~ 숨 넘어가는 소리, 피식~ 비웃음 소리, 깔깔깔~ 큰 옷음 소리, 그르릉~ 가래끓는 소리, 흐으응~ 비음 소리, 훌쩍~ 울음 소리, 퉷~ 침뱉는 소리, 기타등등...
유난히 몸의 소리가 많은 사람이 있고, 몸의 소리가 극히 적은 사람도 있는데, 몸의 긴장감의 다소 차이, 젊음과 늙음의 차이, 예의의 유무의 차이가 있음이라.
몸의 소리가 시끄러운 사람은 대인 관계에서 불쾌함을 유발시켜 기피 대상이 되기 쉽고, 몸의 소리가 극단적으로 조용해 기척을 거의 못 느끼는 사람은 상대를 소름돋게 만들기도 한다.
몸의 소리의 정도에 따라서 미추가 갈라지고 때론 사람의 평가 기준이 되기까지도 한다.
자녀의 예비 신랑이나 예비 신부 될 사람이 처음 집에 찾아 왔는데, 그 사람에게서 몸의 소리가 잡스럽게 많다는 것을 느낀다면 선뜻 결혼 승낙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그 사람에게서 맡아지는 지독한 악취의 암내가 맡아지는 느낌과도 같을 것이다.
몸의 역한 냄새를 지우기 위해 향수를 쓸 수는 있겠지만, 몸의 소리를 줄이기 위해선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몸의 긴장감을 높이는 수밖에.
때론 병적인 경우로 틱장애와도 같이,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도 있는데, 실례(예의를 상실함)와 무례(예의가 없음)으로 간주되기 쉽다. 가령 예비 신부가 시아버지 될 어른 앞에서 뽀옹~ 하고 방귀를 뀌었다면 얼굴 붉힌 예비신부나 벙찐 예비 시아버지나 모두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고 만다.
또, 며느리가 식탁을 차리는데, 어떤 이는 소리 없이 조용히 그릇들을 놓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아주 요란스럽고 시끄러운 소음을 내는 이도 있다. 손이 내는 소리, 즉 몸의 소리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영화 '기생충'에선 부자와 빈자의 차이를 구별하는 키워드로서 '몸의 냄새'를 삼았지만, 일상의 현실 세계에서는 '몸의 소리'로서 몸가짐의 차이를 구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좀 더 귀족스럽고, 좀 더 예의바른 사람들이 몸의 소리가 적거나 작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구별은 '위선'과 '가식'의 문제와는 별개다. 진실과 위선의 차이를 밝히는 요인은 몸의 소리가 아닌 다른 것들 또한 될 수 있다. 마음의 소리, 양심의 소리와 같은...
무심코 내는 몸의 소리로 인하여 '예의없는 것들'이란 비난을 듣기가 억울하다면,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기울일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첫인상부터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몸의 소리에 주의하며, 몸의 냄새에 신경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겠다.
불편한 사람, 불쾌한 사람, 불결한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편안한 사람, 유쾌한 사람, 청결한 사람을 더 보기를 원한다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몸으로 대화함에 있어서도 몸의 소리를 가급적 줄이는 것이 더 큰 희열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마음껏 질러대는 몸의 소리는 반복될수록 효용체감의 법칙에 지배당하기 마련이다. 또한 예상되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상습적으로 욕하는 것은 몸의 소리가 지니는 가장 최악의 경우가 된다. 남에게 욕을 내뱉고 싶을 때는, 먼저 자신에게 욕을 해보고 나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뱉아내면 된다.
몸의 소리는, 자기도 모르는 정직함을 표현해내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직접적인 수단들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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