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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에 개봉되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국산 만화영화인 ‘로보트 태권 V’가 30년 만에 디지털 복원판으로 다시 재개봉 된 적이 있다. 전국 170여 개 개봉관에서 일제히 개봉된 이 영화는 단지 어린이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 로보트 태권 V의 향수를 가진 30~40대 중년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 감동을 전하기 위해 영화관을 같이 찾았다고 한다. 첫 개봉 당시 소녀, 소년에 불과했던 이들이 이제는 엄마와 아빠가 되어 그 추억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한 것이다. 그런데 로보트 태권 V의 이름에 왜 알파벳 ‘V’를 붙였을까? V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윈스톤 처칠(Winston Churchill) 수상이 자주 하던 제스처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이것이 전쟁에서의 승리(Victory)를 상징한다고 했다. 원래 영국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V 사인(V sign)이, 가운데 손가락(middle finger)을 상대에게 치켜드는 것만큼이나 모욕적인 제스처였다고 한다. 하지만 처칠 수상은 가끔 시가를 가운데 손가락과 집게 손가락에 끼운 채 V자를 만들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은 V 사인이 곧 승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V 사인에 대해 좀더 살펴보면, 영국과 프랑스 간에 벌어진 백년전쟁(Hundred Years War, 1337 -1453)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전설에 따르면, 당시 프랑스 병사들은 영국 궁수(활 쏘는 병사)를 포로로 붙잡으면 어김없이 오른손 중지와 집게 손가락을 잘라버려 더 이상 궁수의 역할을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영국병사들은 프랑스 적군을 만나면 중지와 집게 손가락을 머리에 붙여 보이며 ‘나는 건재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프랑스군이 V 사인을 모욕적 행위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V 사인은 또한 평화(peace)를 상징한다.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前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양 손을 치켜들며 V 사인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베트남전이 발발하면서 반전 운동가들은 대통령이 더 이상 베트남전에 참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의 V 사인을 ‘승리’가 아닌 ‘평화’로 해석한 것이다. 일반적인 V 사인이 손바닥을 상대에게 행하는 것과 달리 평화의 V는 손바닥을 자신 쪽으로 하고 ‘Peace’ 또는 ‘Peace out’이라고 말한다. 랩 가수들이 청중들을 향해 하는 V 사인도 바로 이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로보트 태권 V의 V는 승리 또는 평화 중 하나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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