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달러구트 꿈 백화점-1.2권
저: 이미예의 장편소설
출: 팩토리 나인
독정:2022년 2월 13일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발상이 신선했고 묘사력에도 신선한 생각의 깊이가 느껴져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고 그 문장들을 정리해보았다.
◉ 입구의 고장난 센서 등은 또 한번 밝게 켜져 달라구트 씨의 읽다 둔 다이어리 위를 절묘하게 비쳤다.
1999년 8월 20일
지금 막 꿈을 꾸고 깨어난 참이다. 이 생생한 기억을 달아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 꿈에서 나는 거대한 범고래였다. 해안에서 출발하여 점점 더 먼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모자란 호흡의 끝에 코로 들이 닥칠 고통스럽게 짜디 짠 바닷물이나, 파도에 휩쓸렸을 때 구조될 수 있을지 따위의 걱정은 꿈 꾸는 동안 머릿속에 없었다. 그 압도적이 몰입감이 이 꿈에서 놀라운 부분이었다. 킥 스럼버의 꿈에는 발 디딜 곳 없는 위탤호운 자유가 아니라, 모두가 갈망하는 안전한 자유가 있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비로소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등지느러미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근육을 느껴본다. 꼬리를 강하에 내리찍었다가 다시 들어올리며 순식간에 속도를 높인다. 이제 해수면은 세상의 천장이 되고, 하얀 뱃가죽 아래 하늘보다 깊은 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보여도 볼 필요가 없다. 모든 거시 온 감각으로 먼저 느껴진다.
◉“하늘을 나는 꿈은 3층에서 잘 팔리고 있어요.‘
페니는 자기도 모르게 눈치 없이 말을 보태고 말았다. 기세 등등해진 우두머리 요정은, 절벽에서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꿈이 쌓여있는 진열대 위로 사뿐히 날아올랐다.
“이 꿈도 제작비 낭비야. 나라면 절벽에서 그냥 떨어지게 됐을 거야. 꿈에서 떨어지면 키가 큰다는 말을 믿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운이 좋으면 기대감이 꿈값으로 들어올지도!”
비고의 잘 다듬어진 콧수염이 얇은 윗입술과 함께 파르르 떨렸다. 페니는 괜히 불똥이 튀지 않도록 빈상자를 들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성질이 난 비고는 구두 뒷굽 소리를 평소보다 험하게 내면서 2층으로 가는 계단 쪽으로 돌아섰다. 그때 레이몬드 요정이 한번 더 민정거리며 말했다.
“즛쯧. 제작자가 되지 못한 화풀이야. 대학에서 재적 당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호손먼처럼 이게 갓 데뷔한 신진 제작자를 보면 배 아픈 거지.
” 개구리의 시야로 본다면 온통 회색을 보이겠군요. 아쉽지만 사람이 개구리가 되는 체험을 하는 꿈을 만들 때는 소용이 없겠어요.“
“왜요?”
“꿈에서 개구리의 시야로 본다면 ‘내가 지금 개구리가 됐구나.’하는 생각보다 ‘어 왜 이렇게 보이지?’하는 생각 때문에 집중이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사람이 체험하고 싶은 개구리의 특성은 뒷다리로 힘껏 뛰어오르거나 육지나 물속을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는 정도일 거에요.”
“듣고 보니 그러네요. 제 경우는 사람인 제가 동물적인 감각을 구현해서 동물적인 감각 그 자체에 집중하는데, 슬림버님은 실제 동물이 가진 감각을 모두 구현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흔히 그 동물의 초월적 감각으로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하는 쪽으로 만드셔야 하겠군요. 비슷한 꿈을 만들고 있다고 착가하고 있었는데 한수 배웠네요.”
패니는 일 이야기로 여념이 없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반대편으로 갔다.
◉ 페니는 꿈값 창고에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일간지를 읽고 있었다. 벌써 포춘쿠키에 대한 기사아 실려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비수기 산타클로스, 그의 포춘쿠키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흔히 산타클로스라고 알려진 니콜라스라는 이 제작자는, 치근 빨간 트럭을 타고 다니며 사람에게 피자를 나누어 주고 있다. 소문으로 그 과자에는 “죄책감‘이 함유되어 있는데 교묘한 문구로 사람들을 현혹해 죄책감에 시달리게 한다고 한다. 그 의도가 어찌 되었던 산타클로스는 영화 속 정의의 사도가 아니다. 누가 그에게 그런 권한을 줬단 말인가?
페니는 어제 먹지 않고 넣어두었던 포춘쿠키가 문든 생각났다. 앞치마 주머니에 들어있던 포춘쿠키는 눅눅해져서 더 이상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페니난 포춘쿠키를 쪼개서 그 안에 들어있는 작은 종이를 꺼내보았다.
“마음 편히 발 뻗고 푹 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페니는 <꿈보다 해몽>기사와 니콜라스의 주장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 “그동안 꿈을 사갔던 사람들을 분석해 놓은 것이 있어요. 제 취미이에요.”
“아주 믿음직스럽군.”
“월별로 정리해둔 것도 있어요. 가을에는 어떤 포장지 색깔이 판매량이 많은지 정리해둔 것도 있는데 보시겠어요?”
2층 직원들의 정리벽은 페니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저런 걸 언제 다 검토해. 저런 걸 다 정라하고 꿈 목록을 빼내려면 시간이 엄청 걸릴걸?”
“반나절이면 충분해. 오랜만에 실력발휘를 좀 해야겠군.”
스피도가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2층 직원들의 방대한 데이터에 손가락을 풀며 군침을 흘렸다.
“다들 잠깐만.”
웨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갑자기 한손을 들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혹시 내가 파티 장식을 맡아도 될까?”
“당연하죠.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오, 이럴 수가. 정말 흥분 돼. 가게 앞이며 골목골목을 내 맘대로 꾸며도 된다니… 잊지 못할 파티를 만들 거야. 온 도시를 푹신푹신할 걸로 가득 채우고 말 거야.”
“예산은 걱정하지 마세요.”
달러구트가 두툼한 봉투를 통째로 내밀었다. 웨더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봉투를 쥐고 어쩔줄 몰라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파티에 필요한 침구류는 다 준비.”
◉달라구트는 낮은 소리로 그 글귀를 읽었다.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의 두 번째 제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글귀가 왜 세탁소로 가는 통로에 새겨져 있죠? 혹시 이 곳이 두 번째 제자와 그 추종자들이 숨어버렸다는 그 이야기 속의 동굴인가요?”
“역시 이해가 빠르군. 페니, 여긴 아플라스의 동굴이야. 아틀라스는 두 번째 제자의 후손이란다. 아틀라스 조상에게 신이 허락한 능력은 ‘많은 것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능력’인데 이 동굴이 그 능력의 증거야. 잊기 아까운 기억들이 모이지. 우리가 추억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
달라구트가 이번에는 벽면의 주변을 손으로 가리켰다 큐빅처럼 작은 알갱이부터 엄지손톱보다훨씬 크고 반짝이는 원석들이 동굴 안에 드문드문 박혀 있었다. 동굴은 은은하고
◉“페니, 신기한 걸 보여줄게.”
아쌈은 금방 세탁기에서 꺼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면가운을 들더니, 추억 결정이 박혀있는 동굴 벽과 가장 가까운 빨랫줄에 널었다. 그러자 추억들이 내뿜는 빛이 빨랫감에 빨려 들어가듯이 스며들더니, 거짓말같이 순식간에 빨랫감이 보송보송하게 말랐다. 페니는 넋을 잃고 마법 같은 광경을 지켜보았다.
“추억에 말리면 한 번도 젖은 적 없는 것처럼 바싹하게 말릴 수 있어. 두 번 째 제자의 후손들은 젖은 빨랫감이 추억의 빛으로 말리면 아주 보송보송하게 말릴 수 있다는 것을 엣날부터 알고 있었대 그래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지. 녹털루카들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 하루에도 몇 백벌씩 나오는 수면 가운을 세탁해서 말리느라 힘이 들었거든. 그 후로 여기 세탁소는 우리에게 소중한 일터가 됐어.”
아쌈은 뿌듯한 얼굴로 페니에게 설명했다.
“그랬구나. 이재야 조금씩 이해가 돼. 하지만 달라구트님, 우리느 초대장을 드릴 손님을 찾아야한다는 걸 잊으신 건 아니죠? 손님들이 겨기 계신 건 맞나요?
페니가 뚝 부러지게 원래의 목적을 잃지 않고 물었다.
“페니, 손님들은 분명 여기 있단다. 아틀라스, 내 말이 맞지?”
그는 한번의 기회를 떠나보낼 때마다, 그리던 한 번의 기회를 뒤로 미루고 도 미루길 반복해야 했다.
‘지금의 경험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된다. 젊을 때 겪는 좌절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성공의 초석이다.‘ 같은 말들을 휴대폰 배경으로 설정해놓는 것도 옛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반듯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말 같아서 싹 지워버린지 오래였다. 남자는 바르게 의욕을 잃어갔다. 혼자 마음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게 가장 손쉽게 마음을 돌보는 방법이었다. 그는 고장이 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컴퓨터의 잔 고장처럼 껐다 켜면 싹 나았으면 좋겠어.‘
그는 자신을 껏다 켜는 것처럼 잠들고 일어나길 반복했다. 잠드는 건 쉽고 일어나는 건 의지가 필요했다. 무기력은 그의 힘만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 지금의 행복에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만나기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아야 한다.-
이미예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2권에서
◉“오늘 평생 기억할만한 좋은 추억이 생긴 것 같다. 앞으로 좋은 꿈을 꿀 때 배경은 항상 지금 앉아 있는 이 공간일 거에요.”
그때 선반 고리에 달아놓은 드림 케치가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더니 장식이 서로 부딧치며 잘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건 아직 긴장이 덜 풀린 두 사람의 웃음소리와 제법 잘 어울리는 효과음이었다. <달라구트 꿈 백화점> 2권 마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