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인>의 주제곡 'The Call of the Far-away Hills"
* 셰인의 마지막 장면
[ '셰인' '자이언트'의 명장, 조지 스티븐스 ]
갖가지 장르를 넘나든 고전기 할리우드의 뛰어난 장인. 그의 영화들은 전성기 할리우드가 낳은 보석 같은 장르영화의 한 전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세편의 영화 즉 <젊은이의 양지>,<셰인>, <자이언트>는 ‘미국인의 꿈에 대한 삼부작’이라 불렸습니다.
이 삼부작은 낭만적이면서 거의 신화적인 어법을 통해 미국인의 좌절된 꿈, 이상, 추억을 극화한 것이죠. 뮤지컬, 코미디, 서부극, 멜로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기억할 만한 가작들을 만들었던 스티븐스 감독은 할리우드 장르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그 한가운데서 일했던 걸출한 장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힙니다.
* <젊은이의 양지>에서 몽고메리 클리프드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는 몇몇 여배우를 최고의 스타로 키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캐서린 헵번, 진저 로저스, 이렌 던, 조앤 폰테인, 진 아서,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이 그의 영화에 데뷔해서 대스타가 된 배우들입니다.
부모가 모두 배우였던 스티븐스는 일찌감치 할리우드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17살 때 촬영기사로 영화 일을 시작해 코미디 몇편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그는 1935년 <앨리스 아담스 >의 성공으로 주목을 받으며 코미디 외에도 폭넓은 재능이 있음을 알립니다.
후속작들인 <애니 오클리>(1935),<스윙 타임>(1936),<강가딘>(1939)은 연속해서 큰 상업적 성공을 스티븐스에게 안겨줍니다. 윌리엄 와일러에 버금갈 정도로 완벽주의를 고집하던 스티븐스는 이 시기부터 프로듀서의 역할을 겸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간 감시>(1940),<페니 세레나데>(1941),<그해의 여인>,<마을 이야기>(1942) 등은 뛰어난 시나리오와 잘 다듬어진 연기, 그리고 섬세한 연출이 빚어낸 수작들이었습니다.
* <위대한 생애>에서 예수 역의 맥시 판 시도우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스티븐스는 이전보다 훨씬 무거운 톤과 진지한 태도로 소위 ‘미국인의 꿈에 대한 삼부작’을 내놓습니다. 욕망을 위해 사악한 길을 질주하다 파멸해가는 젊은이의 초상 <젊은이의 양지>(1951), 고전적 우아함과 낭만으로 가득 찬 서부극 <셰인 >(1953), 미국적 성공신화의 뒤안길을 한 청년의 성공담을 통해 드러내는 <자이언트 >(1959)가 그것이죠.
50년대 삼부작을 연출하고 이어서 <안네의 일기>,<위대한 생애> 등의 걸작을 남긴 그는 1975년 3월 8일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 <마을의 유일한 게임>(1970)의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아들 조지 스티븐스 2세는 아버지의 삶을 다큐멘터리 <조지 스티븐스: 한 영화감독의 여정>(1984)에 담아 고인에게 바쳤습니다.
* <안네의 일기>
[ 대표작 소개 ]
< 셰인 >
명장의 명연출, 명우들의 명연기, 특히 주인공 알란 랏드는 일생일대의 명연, 꼬마배우의 명아역, 잭 팔란스의 명악역, 빅터 영의 불후의 명곡 명 명 명자로만 이어져야 할 명작, <셰인>은 어린이를 주제로 한 서부극으로 다시는 나타날 수 없는 一大傑作입니다.
개척자와 목장경영자의 대결 가운데 돌연 나타나 힘없는 개척자를 도와주고 홀연히 떠나가 버리는 방랑자 셰인,
故알란 랏드의 명연기도 그립거니와 그 일가의 소년 '조이'로 분장한 귀여운 브란돈 드 와일드도 젊어서 자동차 사고로 일찌기 죽고 마는데 영웅처럼 사모하고 그 영웅적인 강한 힘에 끝없이 애정을 느끼면서 '조이'는 멀어져가는 셰인을 한없이 쳐다보는 마지막 장면은 "The Call of the Far-away Hills"의 감미롭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언제까지나 영원토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에서 만든 전통서부영화는 굉장히 많지만, 이 <셰인>만큼 남녀노소 모든 팬들에게 큰 감명을 준 영화도 실상 드물지요. 그리하여 서부영화의 가장 우수한 4대 명작으로 흔히들 <역마차>,<황야의 결투>,<하이 눈>과 함께 <셰인>을 꼽고 있습니다.
실상 이 네 작품은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와이오밍 주를 배경으로 한폭의 詩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정이 넘쳐흐르는 서부영화는 이 <셰인>을 젖혀두고는 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스토리만으로는 서부극의 교과서적인 내용이지만, 이 서부극의 탁월함은 주인공 셰인을 소년의 눈에서 잡고 있는 점입니다. 게다가 그것을 감독 조지 스티븐스는 매우 끈질긴 리얼리즘 터취와 홈드라마적인 상쾌한 생활묘사로 빼어난 영화로 만들고 있습니다.
와이오밍주 잭슨호올 부근의 로케를 솜씨있게 집어넣어, 풍물시적인 아름다움도 넘쳐 있으며, 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셰인의 속사는 실제로 가장 빨리 쏠 수 있는 알란 랏드의 특기를 그대로 살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한번 사람을 죽이게 된 사나이는 다시는 뒤로 돌아설 수 없는 거란다" 라고 말하고 셰인은 소년이 이별을 슬퍼하며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 하며 언덕 저쪽으로 총총이 사라져갑니다. 말발굽소리를 곁들인 낭만적인 주제곡은 빅터 영의 솜씨이지요.
< 자이언트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Gigantes에서 유래된 이 <자이언트,Giant>라는 이 영화 제목의 의미는 미국의 현대화 초기, 엄청난 부를 과시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목장을 통하여 또는 석유를 통하여 그 부를 가져다준 광활한 땅 텍사스와 또 그 (대지의) 거대함을 바로 상징합니다.
1925년에 <So Big>이라는 작품으로 풀리처 상을 수상 한 바 있는 여류 소설가 에드나 헤르버(1887-1968)는 자수성가를 하여 엄청난 부를 축척하고 1949년에 샘록 호텔(휴스턴)과 공항을 오픈하여 타임지의 표지인물까지도 된 바 있는 텍사스의 전설적인 실존인물, 글렌 매카시의 일생을 소설화하여 1952년에 <Giant>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 하였습니다.
바로 그 때부터 영화화를 준비해 온 잭 워너(워너 브라더스 사장)와 조지 스티븐스(감독)가 4년이 지난 1956년도에 화제 속에 발표를 한 이 대작영화 <자이언트>에서는 글렌 매카시가 제2의 주인공(제트 링크,제임스 딘 분)으로 등장을 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는 제1주인공으로 대목장주 빅 베네딕트(록 허드슨 분)가 등장합니다.
1923년부터 촬영감독을 거쳐 1930년에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그리고 1938년부터는 제작자로도 활동을 한 다재다능한 감독 조지 스티븐스는 <젊은이의 양지,1951)>에 이어 이 영화를 포함하여 그의 3대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셰인,1953)>을 만듭니다.
그는 워너 브라더스사와 함께 공동으로 4년간 이 영화 <자이언트>를 제작, 감독하였는데, 그동안 단돈 1달러의 생활비도 손에 쥐지 못하는 고생을 하면서도 뛰어난 기획력 덕분으로 생애의 최고의 명작을 탄생 시키게 되지요.
베테랑 대배우 없이 20대의 젊은 세 명의 주연배우들(23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24세의 제임스 딘, 29세의 록 허드슨)인 신인배우들 중심으로 캐스팅을 하였다는 자체가 당시로서는 크나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20대에서 부터 50대까지 노역분장을 하면서, 스티븐스의 깐깐한 연기지도를 믿고 잘 따라 주며 뛰어난 연기를 펼친 이들의 눈부신 노력으로 스티븐스의 도박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또한 잭 워너의 반대(두 시간짜리로 주장)를 무릅쓰고 3시간이 넘게 대작으로 한 편집(원래 10시간분량의 필름을 무려 일년 간이나 스티븐스가 직접 편집을 함) 역시 1939년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 최고의 대하 서사시라는 찬사와 함께 1957년도, 제29회 미국 아카데미의 감독상도 받게 만듭니다.
23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두 번째로 출산을 하고 삼 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 촬영에 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레슬리 역)는 1950년대의 미국 남서부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의지가 강한 여주인공 역을 소화해내면서 이 영화이후 최고의 할리우드 여배우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아울러 노역까지 무난한 연기를 소화해 낸 미남배우 록 허드슨(빅 역)도 이 영화를 계기로 이후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자기가 맡은 역의 99%의 촬영을 마치고 전체 촬영마감 2주전(1955년 9월 30일)에 비운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재임스 딘(제트 역)의 사망소식은 이 영화제작 당시의 최고의 화제가 되었고, 그래서 공교롭게도 이 작품을 촬영도 끝내기 전(개봉 약 일 년 전)부터 더욱 더 선전해 주는 효과를 낳았죠.
조지 스티븐스 감독은 무슨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포르세 승용차를 사놓고 고속으로 경주를 즐기던 딘을 불러 앉혀놓고는 촬영 기간 중에는 절대로 그 차를 운전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놓았다는데, 노역 회상 씬 한 장면의 촬영만을 남겨놓고 잠깐 방심을 한 사이에 자식과도 같은 딘이 죽었다고, 한동안 무척이나 슬픔과 자책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빅과 레슬리가 노역(노역)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은 그래서 제트가 나오질 않는 것으로 일부 개작을 하였고, 또 촬영후의 녹음작업도 제트가 술에 취해 호텔볼 룸에서 쓰러지기 직전에 하는 대사 같은 부분들은 모두 대역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텍사스의 광대한 풍광이 촬영되었던 마르파라는 소도시(당시 인구 약 5,000명)에 가면 먼지밖에 없던 황량한 벌판에 고딕양식으로 세워졌던 빅의 대저택 세트의 기둥들이 지금도 변색이 된 채, 보전되고 있다고 하고, 아직도 생존해있는 이 영화의 엑스트라를 하였던 주민들은 이 명작에 잠깐이나마 출연하였던 것을 온가족의 일평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영화 제작 때, 23세의 나이로 아버지(조지 스티븐스 감독)와 함께 공동 참여를 한 아들 조지 스티븐스 주니어는 이 영화의 主題가 원작소설과는 좀 달리 대조(Contrast)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회상합니다.
빅과 제트, 빅과 레슬리, 동부와 서부, 그리고 나아가 백인과 유색인종, 그리고 자연환경, 인물, 인종, 문화 등의 대조를 또 다른 주제로 약 30여 년간의 변해가는 시대상(3대가 출연)을 통해 조명하고 있는 것이죠.
전용기차가 자가용 비행기로 바뀐 사이, 신세대가 구세대가 되고, 큰 것이 최고이던 세상이 작은 것을 선호하는 풍조로 바뀌고, 또 빅이 원치 않는 데에도 불구하고 무시하던 하인이 자기보다 더 낳은 위치에 서는 세상의 변화자체도 이 작품의 제2의 주제가 되었지만, 그러나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자주 볼 수 있는 인종차별(문화)도 이 영화에서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1958년에 발표 되어 인종차별(개선)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흑과 백>보다도 오히려 더 일찍 본격적으로 인종차별문제를 다룬 이 작품에서, 주인공 빅이 처음에는 당시 남서부에서 흔히 그래오던 것처럼 멕시칸 인부들을 차별하고 부인 레슬리에게는 그들과 이야기조차도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멕시칸 며느리와 또 혼혈 손자를 얻게 된 다음, 인종차별 주의자와 치고받고 싸우며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미국의 미래상을 미리 보여주었다고 해서 더욱 더 큰 화제를 낳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