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 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다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 영미 * * * * * * * * * * * * * 얼마전에 드디어 마침내 제가 마흔살이 되었습니다. 삿갓시인이 말한 망할놈의 나이.^^ 아홉살에서 열살은 정말 아무런 생각없이 먹었고 열아홉살땐 스무살이 되고 싶었고 스물아홉엔 서른을 기다렸습니다. 앗! 그런데 서른아홉엔 왠지 긴장.. 마흔이 결코 반갑지 않더군요. 더러는 이 하프코스도 못뛰고 넘어져 실려간 내 친구도 떠오르고... 40..마흔..아하..不惑이라..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자기얼굴에 책임을 지는 나이라고? 이른새벽에 화장실에서 거울 들여다보니 왠 낯선 아저씨? 못보던 주름하나 어라! 이건 또 뭐야? 흰머리카락 한개..두개.. 이젠 청바지가 주책일까? 이젠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다녀야 하나? 푸하하하..... 서른의 나날들 한바탕 잔치처럼 그렇게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충분히 아팠으며 불꽃을 피울만큼 치열했던 날들 이제 그 잔치를 거두어야할 시간... 화려하진 않았으나 괜찮은 잔치였습니다. 내 나이 마흔.. 신명나는 잔치가 끝났으니 뭘하지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오진 않았을까? 악셀레이터에서 잠시 발을떼고 차를 세우고 쉼호흡을 해야 할까요? 또 새로운 무대를 꾸며야 한다구요? 저만치 앞서 마흔을 넘긴 선배님!! 마흔살은 어찌 살아야 할까요? ............... 아직도 뭘 모르는 제가 마흔이 되었다고 어른흉내를 내려는거 기가 막히게 우습지요? 서른 잔치는 끝나고 마흔이 되었습니다. 가볍게 떨립니다. 축하 아님 위로를..^^ * * * * * * * * * * * 더러 살아감이 허허로우실땐 고향마을의 눈내린 겨울숲속 나무들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리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아침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