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잊혀 진 가족사진
2017년 2월 6일 월요일인 바로 오늘의 시작이다.
새벽 3시쯤에 잠을 깼다.
좀 더 잘까싶어서 한 번 뒤척여봤다.
잠들 기미가 없었다.
시간 좀 때울까 싶어서 TV를 켰다.
피터지게 싸우는 ufc격투기 재방송 말고는 볼만한 프로가 없다.
빈둥거릴 일 밖에 없었다.
후딱 일어났고, 간단하게 세수를 했다.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으로 나왔다.
맨 먼저 한 일은 컴퓨터를 켜는 일이었다.
지난 밤새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어 있었다.
손아래 큰동서가 보내준 것으로, 달랑 사진 한 장이었다.
나와 아내, 경기 일산에 사는 막내 처제와 막내 동서, 그리고 강서 방화동에 사는 손아래 큰동서 해서 다섯 한 가족이, 바로 어제 오후 시간에 제육볶음을 참 잘 한다는 방화동 큰동서네 집 부근 음식점에서 어울렸었다.
점심으로는 좀 늦은 시간이고 저녁으로는 좀 이른 시간으로, 제육볶음뿐만이 아니라 섞어찌개라고 해서 동태에 고니 해서 여러 가지 섞어 얼큰하게 끓여내는 찌개에 라면까지 추가주문해서 실컷 먹었다.
시간이 넉넉하다 보니, 주고받는 대화도 넉넉했다.
다들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했다.
그러던 중에 아내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관일 때의 이야기 한 토막을 꺼냈다.
딸만 셋인 처가 쪽 가족들과 어울려 무주 리조트로 2박 3일 일정의 휴가를 떠났던 이야기였다.
아내의 회상에 의하면, 휴가를 가는 도중에 가족들이 만나는 장소인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놓쳤다는 이유로 내가 아내를 닦달해서 부부싸움을 크게 했었다고 했고, 휴가 첫날에 당시 서석재 국회의원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소위 ‘4,000억원 비자금’설에 대한 수사로 긴급 소집되는 바람에 다들 휴가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그 이튿날로 돌아와야 했었다고 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내가 한 장 갖고 있는데...”
아내의 말끝에 큰동서가 한 말이 그랬다.
어떤 사진인지 궁금해서, 그 사진을 좀 찾아서 보내달라고 했더니, 밤새 그 사진을 찾아서 그렇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준 것이었다.
맨 왼쪽이 나고, 그 오른쪽으로 아내고, 그 오른쪽이 장모님이고, 그 오른쪽이 막내 동서고, 그 오른쪽이 그 아내인 막내 처제고, 그 오른쪽으로 두 손을 번쩍 든 아이가 큰동서 맏아들이고, 그 오른쪽이 우리 막내고, 맨 오른쪽이 아내의 바로 밑 동생인 처제고, 그 처제의 왼쪽은 그 딸아이고, 그 왼쪽은 막내 처제의 외아들이다.
그때 안 보이는 가족이 장인어른과 큰동서와 우리 맏이 그렇게 셋이다.
누군가 사진을 찍어줬을 것인데, 그가 누군지는 내 모른다.
내게 있어서는 잊혀 진 가족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다 보니, 이 새벽부터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두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그 가족사진 속에는 있으면서, 현실에는 없는 모습이 둘이 있어서다.
장모님이 그 중 하나고, 처제가 그 중 하나다.
가까이 없는 모습들도 있다.
우리 막내가 그 중 하나고, 사진 속의 가장 어린아이인 막내 처제 외아들이 그 중 하나다.
둘 다, 그 자신의 삶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일본으로 가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둘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는 두 눈이 축축하게 젖어들고 만다.
이렇게 잊혀 져 가야하고, 또 헤어져 살아야 하는 우리네 인생사, 생각다 보니 참 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