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1: 얼마전 제대했는데요, 옛날 군바리죠. 가요톱텐에 엄정화 나오면 눈 돌아가고, 여성 듀오 비비 나오면 완전 미쳐버렸죠. 요즘은 어떠냐구 요? 내무실에서 저녁 7시5분은 성역의 시간이죠. 말년 병장에서부터 계급장 실밥도 안뗀 신병까지 일렬 횡대로 앉아 (남자셋 여자셋)을 봐야 하거 든요. 솔직이 사회에 있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만 군대에서는 왜 그리 기다려지던지. 애들 까부는 것도 재미있고 특히 제니랑 선정이 나올때 되면 침묵의 시선고정이 이뤄지죠. 아무래도 군바리 수준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아직도 보냐구요? 제대하곤 재방송도 보기 힘들죠. 뭐..
여자1: 의정이, 멋져요. 코미디언 뺨치게 웃기잖아요. 그동안 주름잡던 내숭덩어리들 아니면 어줍잖은 페미니스트들, 정말 지겨웠거든요.약간 비굴한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여지껏 이렇게 주체적이면서 적극적으 로 좋아하는 남자에게 의사표시하는 여성상은 별로 없지 않았나요? 물론 승헌이 정도 되면야 의정이 저리가라 달려들겠지만. 극 중반부터 의정이 가 워낙 활개를 치는 바람에 희진이나 제니는 팍 수그러든 느낌이에요. 물론 남성시청자들에겐 의미가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여자2: 신동엽이 빠진다구요? 뺀질뺀질 여자애들 윽박만 질러대는 게 꼴 보기 싫긴 했는데, 그래도 워낙 카리스마가 있어놔서 빠지면 횅 할 거 같네요. 그건 그렇고, 홍경인은 도대체 온 구박을 다 받아가며 왜 아직까지눌러앉아 있는 거죠? 괜찮은 젊은 배우 나왔다 싶더니, 이미지에 안 맞게VJ로 MC로 너무 팔린단 생각이 들어요. (남자셋 여자셋) 연기가 개중 낫 죠. 제일 현실감두 있고. 하지만 초반에 진지한 성격의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너무 장난기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하긴 아직 은 한창때니까.
최근에 소위 떴다고 볼 수 있는게 송승헌이죠. 처음엔 대본을 교과서 읽 듯 하더니, 요즘은 일취월장하고 있잖아요? 헌데, 여성의 상품화에 반항 하는 기특한 의도인지는 몰라도, 몸매가 좀 된다고 시도때도없이 벗기는 거 같지 않나요? 이정재 주니어로 만족할 그릇은 아닌 것 같은데..
남자2: 우리 학교 때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 (내일은 사랑)을 봐가면서 대학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같은 걸 키웠거든요. 대학와서 한달 만에 모든 환상은 깨져버렸지만.. 이 드라마 보고 있으면 순진한 환상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뺀질뺀질한 대학생들이 모여 "오늘은 뭘하고놀까"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여요. 물론 실제 그렇게 사는 애들도 부지기수죠. 그래도 3,4학년 되면 자기 앞가림이나 고민은 있거든요. 그리고, 이 집 대학생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나요? 무슨 때마다 궁하면 찾아다니 는 아르바이트는 하루를 넘기기 힘들고, 학교 가면 교수님 가지고 노는 게 전부, 도서관 강의실보다는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죠 아마? 집에 가면 밥먹구 빈둥대구, 할머니 큰바위얼굴 가지고 깔깔거리고. 아마 소재빈곤 탓이겠죠?
남자3 :어차피 가벼운 웃음을 위해 만든 시트콤인데, 대체 뭘 바라나요? 산만하고 유치하긴 해도 이만큼이나마 아기자기하게 웃겼던 시트콤 있나 요? 문화영화 주인공같던 옛날 청춘 드라마들하곤 세대를 넘어섰어요. 캠퍼스에서 살아있는 언어를 걸러내지 않고 보여주잖아요. (프렌즈) 표절 운운하지만, 그나마 이 정도 시트콤이 생겨났단 것만으로도 반가운 거 아닌가요?
여자3 :요즘 못 봐서 그래요. 걸핏하면 여자애들 외모나 신체적 특성가지고 농담하더니 이젠 아주 노골적이더라구요. 최근엔 동성애문제까지 내비치는 데 완전 70년대 혐오증시각이더라구요. 버젓이 애인있는 애들이 한 눈파는 건 병가지상사고. 같이 보다보면 동생들이 물어봐요. "언니, 대학가면 남자들 다 저래?" 더 황당한 건 얼마전까지 남성우월주의가 다분한 이 드라마 작가들이 모두 여자였다면서요?
절반의 성공
(남자셋 여자셋) 대한 탁상공론은, 결국 간만에 찾아낸 재미있는 프로라 는 옹호론과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가벼운 발상의 이벤트라는 반론의 시소를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최근들어 시청률 안전지대에 안착함으로서 일단락을 맺는다.
SBS시트콤에 자극받았던 방영초기에는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방 학을 기점으로 반짝인기를 누린데다가 올 여름방학을 고비로 시청률 10걸에 조금 모자라는 23%대의 안정된 시청층을 확보하며 순항중이다. 특히 주말 재방송은 자율학습에 빼앗긴 청소년들을 끌어모아 점유율 40%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진정한 여자셋이라고 주장한다는 김용림, 이경실, 안문숙 노땅 트리오의 감초연기가 돋보였는지 밥상머리 에 앉은 부모세대에까지 어필하고 있다는 자체분석까지 나온다. 이쯤되면아무리 월드컵 축구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MBC라도 축구중계가 7시대에 겹쳐졌을 땐 심각한 갈등에 빠지지 않을까? 성큼 올라선 시청률 뒤에는 단연 스타 탄생이 한몫을 했다. 깜찍한 아톰머리 이의정과 미완의 기대주송승헌 커플의 폭발적 인기가 그것. 이러한 외적 성과보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른바 "떼작가 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십여명 의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는 팔딱뛰는 아이디어와 대사들이 바 로 드라마의 일등공신이다.
없다, 없다, 없다. 무엇이?
매일 저녁 청춘한량들의 요란한 해프닝잔치에는 없는 것도 참 많다. 우선자기 또래의 생활 그 자체가 가진 발랄한 감성에 인이 박힌 젊은 연기자 들이기에 촬영현장에는 NG라는 게 거의 없다. 따라서 일주일 분을 한꺼번에 찍어대는 매주 목요일, 남자방, 여자방, 거실, 카페, 학교 등이 다닥 다닥 붙은 세트장은 물건 찍어내듯 콘베이어벨트처럼 움직인다.
둘째, 청춘시트콤의 장르를 천명했건만, 청춘은 있되 시추에이션은 거의 없다. 물론 심각한 학생운동 문제씩이나 주입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코미디 앞에 청춘이라는 수식을 달았다면 신변잡사에만 맴돌지 않고, 최소한 청춘들이 가진 미래에 대한 고민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가슴앓는 젊은 방황의 흔적도 찾을 수가 없다. 어느날 백마탄왕자,운명의 여인이 나타나도 베르테르식 사랑의 열병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이에 대해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명장 송창의 PD는 구태의연한 방황은 안 다루니만 못하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가끔 무거운 주제를 건드리면, 뜬금없이 안 어울리는 짓 한다고 오히려 말이 많다는 것. 그리고 심심하면 오고가는 말만한 처녀들의 숙성한 가슴에 얽힌 짓궂은 농담에, 컴퓨터 통신에서는 총궐기가 일어나도 여지껏 방송위원회로부터 어떠한 경고나 시정명령도 없었다.
지금까지 거론된 것들은 결코 재미의 결격사유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무엇보다 할머니집 사람들을 감싸안는 정신적 울타리가 부족하다는 점은 시트콤으로선 치명적인 결함일 수도 있다. 무슨 궤변이냐고? 겉보기에는 너무도 정스러운 가족공동체 아닌가? 인자한 신세대 할머니, 비교적 예의바르고 착한 아이들, 막내 이모 같은 교수님과 카페 누나. 그럼에도 희 진과 동엽의 연인관계 이외에는 머리를 맞댄 식탁에서조차 가족을 연결해주는 어떤 단서도 실종되어 있다. 특히 그날의 트러블메이커에게 지워지 는 공동의 복수는 섬뜩한 일면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묘사가 은연중에 요즘 신세대의 톡톡 튀는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리라 유추해 봄직도 하다. 가을 개편과 맞물려 신동엽의 퇴진으로 잠시 위기를 맞았던(남자셋 여자셋)은 커다란 공백을 복학생 임창정으로 메우고 승헌이와 의 정이의 지루한 줄다리기도 이제 결판을 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인기를몰아몰아 내년 봄마저 넘기기엔 지금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소재빈곤의 벼랑이 너무나 아슬아슬하다.
깃털의 유효기간
이래저래 구접스런 가지들을 쳐낸 깃털같은 재미들은 매일밤 이 땅의 청 춘들을 간지럽히며 단말마의 폭소로 똘똘 뭉친 몸체를 끌고 나간다. 하긴, 하루종일 공부에, 일에 시달리다 저녁상 앞에 앉으면 속편하게 웃고만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인 것은 현대의 진리이다. 바보상자에 관한 한 모두 천재가 되어버린 드라마왕국의 젊은 시민들은 이제 드라마의 효용을 파악하는 경지에 다다른 거다. 우린 TV세상 속에서나마 시청률이란 녹을 줘가며 주인으로 왕으로 행세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리고보니 편리한 TV세상 에서 재미있는 프로 싸잡아 매도하길 즐기던 뒤틀린 평자들만 고생문이 트였다."재미"라는 면죄부가 너무 막강해졌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