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서 20세기는 대단한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한국인들이 조상 대대로 이어오던 생활방식을 거의 버리고 서양식으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집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한국인들은 예부터 한반도에 거주해 오면서 한번도 한국식 집을 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옥에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대부분 아파트와 같은 서양식 집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격변 속에서도 한국인들이 고집하는 오래된 관습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오늘 보게 될 온돌, 혹은 구들은 대표적인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과거의 좋은 관습 가운데 현대 문화를 사는 데에 거추장스러운 것이 있으면 가차 없이 버렸습니다. 한복을 버린 게 그런 예에 속합니다. 그러나 온돌은 어느 누구도 버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인들은 아무리 초현대적인 아파트를 지어도 온돌에서 살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 아무리 서양식 주거 형태를 좋아해도 신발을 신은 채로 생활하는 한국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
아산 외암리마을의 한옥 굴뚝. 한옥은 굴뚝을 지상에 만드는데 그 모습이 정겹다.
온돌, 구운 돌로 바닥을 데운다
전통문화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는 한국인들이 온돌은 왜 버리지 않았을까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온돌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온돌은 순수 우리말로 ‘구들’이라고 합니다. 구들은 ‘구운 돌’의 약자입니다. 그러니까 온돌은 구운 돌로 바닥을 데우는 온방법을 말합니다. 바닥을 데우는 게 왜 좋은 온방법일까요? 사람은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를 차갑게 하는 게 건강에 좋습니다. 온돌은 바로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온방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집에서 신발 벗고 사는 것을 극히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은 신발을 벗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을 부지불식간에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발은 하루 종일 신발 안에서 옥죄여 있어서 집에 오면 풀어주는 게 좋습니다. 한국인들이 집에서 신발을 벗을 수 있는 것은 바닥이 따뜻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아울러 온돌이 대단히 경제적인 온방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서양의 벽난로는 전 열량 가운데 약 5분의 1만 방 안으로 전달된다고 하니 아주 비경제적입니다. 이에 비해 온돌은 열량을 구들에 저축해 오랫동안 열을 뿜어내게 할 수 있습니다. 구들만 잘 깔면 열이 며칠을 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이라고 하는 겁니다. 게다가 벽난로는 연기가 방안으로 들어와 방안의 공기를 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돌은 그럴 염려가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온돌은 방을 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밥 같은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는 등 요리와 온방을 동시에 하니 일석이조입니다. | |
우리나라 고유의 과학적인 난방법
그럼 온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기에 이렇게 훌륭한 온방법이라고 하는 걸까요? 원래 온돌은 방 전체를 데우는 온방법이 아니라 부분만 데우는 ‘쪽구들식 온방법’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구들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보이지요. 그러다 고려 중기가 되어서야 방 전체를 데우는 방식이 나옵니다. 이 온방법이 한반도 전역에 퍼지게 된 것은 조선 초기, 그러니까 15세기 이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온돌은 이와 같이 오랜 세월을 거쳐 발달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나름대로 과학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됩니다.
온돌의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뜨거운 연기가 지나는 (구들)고래입니다. 구들은 이 고래 위에 놓는 것이지요. 불과 뜨거운 연기는 아궁이에서 ‘부넹기’라는 구멍을 통해 고래 쪽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부넹기는 부넘기 혹은 불목이라고도 하는데, 불이 넘어가는 고개 혹은 목이라는 뜻입니다. 보통 이 구멍은 작기 때문에 열기가 바깥으로 새지 않고 고래로 잘 빨려 들어가게 해줍니다. 열기가 그 다음에 도달하는 곳은 ‘구들개자리’입니다. 이곳에서 열기는 속도가 늦추어지고 고래로 균등하게 공급됩니다. 이 고래에서 구들이 데워지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열이 고래 전체에 골고루 가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고래와 구들장을 제대로 놓아야 하는데 온돌을 만들 때에는 이 기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아랫목에는 두꺼운 돌을 놓고 윗목에는 그보다 얇은 돌을 놓습니다. 윗목은 아무래도 열이 덜 가기 때문에 빨리 달구려면 돌이 얇아야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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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돌은 그냥 구들만 까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같이 꽤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다.
- 2 초기철기시대 완벽한 온돌시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율문리에서 발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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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과학적 장치
고래에서 뜨거운 열기가 굴뚝으로 빨리 빠져 나가면 열의 손실이 심하겠죠? 그래서 고래가 끝나는 부분에 ‘고래개자리’를 만듭니다. 여러 개의 고래를 통과한 뜨거운 공기가 여기서 다시 모아집니다.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숨을 고른 다음 열기는 이곳에 남게 하고 연기만 굴뚝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고래개자리입니다. 마지막까지 열기를 잡아 방을 더 데울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온돌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고래개자리를 떠난 연기는 굴뚝으로 갑니다. 연기는 이 굴뚝으로 나가기 전에 그 밑에 있는 ‘굴뚝개자리’를 만납니다. 이것은 찬 공기나 빗물이 굴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이 온돌에는 개자리만 3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들개자리, 고래개자리, 굴뚝개자리가 그것이지요. 이것들은 모두 온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인 생각 끝에 만들어낸 장치입니다. | |
구들은 한민족이 수천 년을 두고 발전시켜온 방법이라 그 양식이 매우 다양하다.
구들을 잘 깐 다음에는 그 위에 연기가 위로 새지 않게 황토 진흙을 바릅니다. 황토는 인체에 아주 좋은 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에는 배탈이 나면 황토를 물에 타서 먹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황토는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도 막아줍니다. 이렇게 진흙을 두 번 정도 바른 뒤 잘 고른 다음에 불을 지펴서 말립니다. 그리고 이 위에 사람이 생활할 수 있게 종이나 장판을 까는 것이지요. 사실 고래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원리는 다 같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온돌에는 이러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온돌은 일단 구들이 데워지면 열기가 오래 가지만 구들을 데우는 데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런가 하면 구들을 잘못 깔면 아랫목만 뜨겁고 윗목은 차가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웃풍’이 세져 춥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무의 과소비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력 에너지가 발달한 요즘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
일본 등이 변형한 온돌 난방을 역수입하고 있는 현실
실제로 구들을 놓는 모습이다. 온돌의 성패는 이 구들 놓는 기술에 달려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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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이 좋다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온돌 난방법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아파트에서 항용하는 바닥 난방법은 정확히 말하면 온돌 난방법은 아닙니다. 이것은 단순한 바닥 난방으로 구들을 놓고 열을 저장해서 오랫동안 열기를 뿜어내는 온돌과는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온돌 난방법에 대해 말로만 좋다고 했지 그다지 발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우리가 온돌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 일본이나 서구에서는 온돌의 효용성을 눈치 채고 온돌에 기반을 둔 새로운 난방법을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이런 새 기술을 역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 온돌 혹은 구들의 종주국답게 우리의 온방법인 온돌을 현대에 맞게 발전시키는 일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
- [이사람] 온돌과 고타쓰로 덥힌 ‘한-일 소통교실’ | 한겨레 2009-09-28
- 지난 25일 오후 일본 도쿄의 세타가야구 도쿄학예대학부속고교 1학년 교실. 한국인 역사 교사의 사상 첫 일본학교 수업이 시작하려는 순간, 학생이나 교사나 낯선 탓인지 잠시 서먹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서울 양재고의 박중현(49·사진) 교사가...
- 국제온돌학회 “온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 연합뉴스 2009-08-14
- 사단법인 국제온돌학회 김준봉 회장은 "온돌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4일 충북 진천군 백곡면 석현리 학회 실습장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고대 민족문화의 원류인 온돌난방 문화는 동북아 지역에서...
- [분수대] 온돌 | 중앙일보 2009-07-20
- 온돌의 알파벳 이름 'ondol'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올라 있다. 'kimchi(김치)'에 'kimuchi(기무치)'로 맞서는 일본에서도 온돌은 'ondol'이다. 간혹 'ondoru'라고 표기해도 한국식 바닥난방임을 밝히고 있다. 일본 건설업체 유아사홈이 개설한 사이트...
- 글 최준식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
-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문화와 인간의식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대표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등이 있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840&category_type=series
첫댓글 좋은자료네요
온돌은 다 좋은데 모든 산을 황패하게 만듭니다...나무를 잘라 불을 집혀야 하기때문에 자연을 파괴 합니다. 새마을 운동 일어나기전 모든 산이 민둥 산이었습니다.. 나무 말고 볏집도 있지만 화력이 약하고 새벽에는 방고레가 빨리 식어요?
산림녹화운동이 있기전 산림이 황폐화된 주요원인은 온돌이라기보다는 한국전쟁과 일제시대 전쟁을 위한 송진 채취와 수탈이 주원인이었다고 봅니다.
흠....그럼...서양의 벽난로는.....
석탄이 나오기전 나무로 난방하던 시대에 가장적은 나무로 가장좋은 효과가 온돌입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나무를 쓰지 않는데도 도시가 들어서면서 산이 없어지고 나무가 없어지는 현실이 말입니다...온돌 떄문이 아닌 서양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민둥산이 많아 진것입니다..지금도 시골에 보면 민둥산이 많죠...온돌을 쓰지 않고 잇는데도 말입니다..
온돌을 사용하면 나무를 잘라야 하고 자연을 망가지게 합니다... 북한은 왜 민둥산이 많을까요...생각해 보세요 석탄은 다 좋은데 까스가 위험하죠..
꼭 온돌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손쉽게 어들수있는게 연료르는 나무입니다. 지금도 동남아시아 여려나라에서는 화전민이나 인간의 무분별한 벌채로 수백 년된 나무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다가스라는 나라는 화전민의 불과 숯을 만들기 위해 전국토 10%밖에 안남았다고 합니다.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는 온돌은 이제는 한물갓습니다. 그래서 님의 글대로 가스 기름 전기 다양한 방법으로 대채에너지로 사용하는겁니다 남한 사람 5천만이 온돌에 나무를 사용하면 민둥산될겁니다. 작은 나무나 풀만무성하고..북한 보세요 민둥산 많잖아요 먹을께없어서 나무뿌리 까지 깨먹는다고하죠.
아파트도 온돌의 원리랑 비슷하지 않나요,,서양식 아파트도 우리처럼 바닥이 따스한가요?
꼭 나무를 안써도 되잖아요,,그원리만 이용하면 되는것이지,...
좀 답답하신거 같습니다..온돌이 꼭 아궁이에 불만떄야 온돌인가요? 방바닥에 구들이 있기에 온돌이죠..요즘 현대에 적용하면 연비도 적게 들고 더 효율적이죠..지금도 온돌을 많이 쓰고있는데..북벌님만 모르시나봐요??
온돌이 한물 간계 아니라 한물 같도고 생각하는 편견입니다.. 온돌이 서양식 난방보다 못한건 먼가요? 서양인들도 온돌을 눈여겨 보고 쓰고 있는데..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온돌을 천시 하지 다른나라 사람들은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찬사를 보냅니다..중국보세요..방이라는 개념이 있씁니까? 나무 침대에서 자지..우리는 정말 따듯한 곳에서 살아온 것입니다..지금의 아파트도 온돌의 영향을 안받았다곤 말 못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