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회원들의 효마클 혹은 '달림' 그 자체에 대한 열정이 다소 식어가는 건 아닐런지? 왜? 어제 두 개의 대회를 치루고서도 아직 후기 하나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러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남이 쓴 후기를 읽는 것으로만, 쓰리슬쩍 넘어가려고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평소부터 향일암(여수), 보리암(남해) 그리고 이름없는 암자 등을 한번 둘러보고 잪었다. 그리하여 25일에 개최되는 3개 대회(경주남산산길대회, 울산산악대회 그리고 남해...) 중 남해대회를 선택하는 데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23~4일에 서울 출장이 잡혀져 있다. 그렇다면 집에 들르지말고 바로 가삐자! 그런데, 달릴 때의 나의 분신인 '광우병과 조류독감은 우리가 던진 부메랑'은 어쩌지? 검정색의 스판바지, 쫄티에 사파리의 상의 그리고 검정색의 야구모자! 어디 그 뿐인가! 색상도 고운 감색의 군화라는 복장에다가 깃발을 들고 회의장에 입성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실제로 깃발을 뺀 채의 모습만으로도 몇 몇의 교수들은 박장대소를 했더랬다) 마! 도저히 안 되겠다. 잘못하다간 '맛이 간 사람'으로 오해케 하는 번거러움을 드리게 되지 않은가!
보통 때와는 달리, 대회를 앞두고 있는 처지인지라, 출장 첫날 저녁에는 술을 삼갈려고 했더랬다. "그-토-록 다짐을 했건만..." 정말 말대로 뜻대로 의도한대로 안되더라! 몇 시에 숙소에 들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침 7:30에 겨우겨우 일어나 해장국 한 그릇으로 허기를 메운 다음, KTX로 휘리릭! 와! 정말 빠르다! 지면을 보는 순간, 마~ 속이 울렁거린다.(한양 갈 때, 정 심심하거든 '누가 땅을 오래 쳐다보는 지?'에 관한 시합을 한번 함직하다. ㅈㅈ교수님 참고 바람) 서부터미널에서 삐리릭~
남해읍에 도착하니, 5:30. 이젠 걱정이 슬슬 친구하잔다. 이전에는 학과의 아해들이 안내해 주는 대로 몸만 움직이면 되었더랬는데, 청력이 부실한 속에서도 이젠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다. 터미널 앞에는, 오마고 약속도 없는 승객을 하릴없이 기다리는 택시들이 마냥 하품만 해대고 있는 형국이다. "보리암까지 얼맙니까?"(이제는 이런 식으로 여행을 하지 않을려고 작심했더랬다. 이동은 철저히 대중버스, 잠은 찜질방. 그런데? 심심해 하는 기사들에게 약간의 긴장을 선물하려는 순수한 인도주의적 동기에서였음) 2만원이란다. 땅바닥에서 장기를 두는 기사들에게 뺨을 맞을 각오를 하고 있는데(아시죠! '훈수'), '생머리'를 한 여성이 지도를 들고서 니꾸사꾸를 울러맨 채, 보리암 버스시간을 묻는다. 그래도 난 전혀 관심이 없었더랬다. 맹세코... 왜냐? 생머리의 여자는 기껏해야 30대 초반밖에 더 되겠나? 인생의 신, 단, 쓴맛 등을 모르는 비린내나는 알라지!
6시쯤 보리암 셔틀버스가 왔다. 그런데 승객은 그 여성과 나, 둘뿐이다. 가까이서 보니, 에누리를 해도 40쯤은 돼 보인다. 슬슬 표정 관리를 해야할낀 갑다. 이전에도 몇 번 온 적이 있단다. 청력이 부실한다고 한 다음, 어떡해야? 하루 밤 묶어 갈 수 있는지? 라고 물으니, 자기가 알아봐 주겠단다. 선한(혹은 찐한) 눈빛에 절제미가 풍긴다. 아무튼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한뒤 명함을 교환하니, '00여행사, 대표이사 홍00'이란다. 그리고 (속으로는 "뭐라!") 글시, 처녀란다. 몇 살쯤 되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 최ㅈㅎ 선생에게는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라몬, 조ㅇㅎ선생은? 이 양반은 노계는 아주 질색이라던데...
벼랑 위의 아슬아슬한 암자! 10여 분에 걸친 수속 끝에 찾아든 숙소. 낮게 자리잡은 창을 열고서 가부좌 자세로 앉으니, 와~ 절경이다! 다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월 초의 일출 광경이 압권일 것 같다. 서둘러 공양을 마친 뒤, 저녁 예불에 참석했다. 6:30부터 8:30까지. 오랜만에 108배를 했다. 내일 대회만 아님, 1080배를 할만도 한데... 씻고 방에 돌아와 누워 책을 꺼내 읽고 있으니, 예불드리러 온 약 10명쯤의 남성들, 모두 다 이불로 얼굴을 가린 채 눕지 않는가? 9시도 안되었는데... 그래서 안내문을 보니, 새벽 예불이 3:30이란다. 할 수 없이 불을 껐다. 방은 노골노골 끓어서 좋은데, 잠이 통 안온다. 그간 폰시계를 본 것만도 대여섯번.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1:20쯤. 그러다 눈을 뜨니, 3:40. 부랴부랴 대웅전으로 가니, 와! 새벽인데도 초만원이다! 밖에서 합장만 한 채, 5:30까지 서있었다.
5:50. 아침 공양 때, 홍 사장을 다시 만났다. 어제는 1:00까지 기도했으며("무슨- 사연- 있겠지..." 최희준) 7:00 셔틀버스를 이용한단다. 6:20에 암자를 출발하여 셔틀 정류소까지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100% 순도의 맑은 공기, 온갖 수목들이 내뿜는 해맑은 기운들,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김. "그저 관광삼아 그 먼 서울에서 예까지 일부러 오신 건 아니리라 짐작됩니다. 아무튼 하루밤의 여정의 댁의 헝클어진 일상을 다시 추스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고 터미널에서 정중하게 인사한 다음, 매점에서 산 음료수와 간식꺼리를 전해주니, "무뚝뚝함 땜에 경상도 남성들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안 좋았더랬는데,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라고 홍조 띤 얼굴로 인사를 한다.
시간이 지체된 것같아, 할 수없이 택시를 이용했다. 대회장 부근에서 PNUH라는 버스곁을 지나가게 되었다. 되기 반가웠다.(어데! 우리가 남이가?) 앞 줄에 탄 분의 면면은 낯설었지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니, 그 쪽에서도 활짝 웃는다. 곁을 지나가는데, 커튼이 화들짝 열리면서 짠!~ 이정주 교수님! 대회장엘 가서 두리번 거리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열심히 파란색만 찾았는데도... 할 수 없는 갑다고 씁쓸해 있으니, 정학석 선생이 반갑게 달려온다. 실은 내가 훤씬 더 반가웠을끼다.
하프 출발시간인데도 기초질서의식이 부족한 10km와 5km달림이들이 한무리 끼여 짜증을 유발한다. 할 수 없이 효과적으로 치고 나가기 위해 맨나중으로 옮겼다. 경관이 참으로 훌륭하고 공기도 무척이나 맑았다. 제1반환점 가까이 갈 무렵 1위 주자가 온다. 부산대 운동장에서 같이 연습하다가 알게 된 김광호다.(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를 다 알고 있는 나다!) 이 양반은 결국 1:10으로 우승한다. 놀라운 기록이다. 저번 한국일보서도 1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U-턴이 두 곳이기에 반가운 얼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저 앞을 보니, 엽기적인 패션으로 명성이 자자한 모일달 지기님이 달려가고 있다. 대기 급한갑다. 스폰지 공급대를 지나친다. 냉큼 하나 들고서 열기에 찬 육신을 적셔준다. 오잉! 그런데 고마운 얼굴이 전혀 아니올씨다. 왜 그럴까? 그냥 뛰쳐나왔다.
어느듯 15km. 이전에는 이쯤에서 "다시는 안 뛰어야지" 했더랬는데, 어느듯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또 하프든 풀이든 막바지에 가서는 거의 걷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더랬는데, 지난 경주 벚꽃부터는 그런 조짐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 아마도 지구력이 조금은 나아졌는갑다. 한 1km쯤 남았을까? 하는 지점에서, 확실한 섭투라고 믿고 있었는데, 2:00 페메가 휘리릭~ 지나간다. 이상하다. 내 시계로는 아직 50분도 채 안되었는데... 이 때는, 어떻게나 실망이 되는지? 그래도 내 페이스에 맞추어 뛰다가 대회장 입구의 내리막길에 다다르니, 아 글씨! 이 양반도 자기가 너무 오버페이스한 줄을 알고서 그기서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엉터리같은 양반!
기쁜 맘으로 1:55에 골인하니, 서미영 선생님이 아주 반겨주신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출장과 음주, 수면 부족, 장거리 이동 그리고 따가운 햇살 등으로 썩 좋은 여건이 아니었지만, 뛸 때마다 개인 신기록이 거푸 나오니, 머리에 쥐만 나는 업을 이제는 그만 바꾸어 볼까나?(^!^) 이런 즐거운 맘이었는데, 경기가 끝난 후, 모일달 지기님 만나자마자, 왈 "혼자서 몰래 연습 억수로 했지예?"라고 딴지를 거신다. 그 현장에서는 동반주해 드리지 않았음을 섭섭해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류승관 선생님의 차를 타고 오면서 왜 그랬을까?를 곰곰히 따져보니 그 멘트 중 '혼자서 몰래'가 키워드였던 것이다. 사실 지난 겨울 방학부터 모일달에 한번도 나가지 못했더랬다. 그러니 지기로서는 철석같은 믿음에 대한 반동으로 딴지를 건 것같다. 마음이 안정을 되찾는 대로 일달 활성화에 일조해 드려야지!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덕천동에서 회식을 했더랬다. '두부마을'엘 가서 맛있는 육고기로 소주를 참으로 맛나게 먹었다. 마라톤교실과 관련한 의논도 하면서 또한 유쾌 상쾌 통쾌하게 즐겼다. 집엘 와 초저녁 7시쯤에 잠들었는데 다음날 11:30까지 울트라로 잤더랬다.
교수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역시 말 솜씨 만큼 글 솜씨도 구수하고 정감이 넘칩니다. 저도 요즘 달리기를 거의 못하다가 오랫만에 1시간 넘게 뛰고 보니 잊었던 그 기쁨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달리기, 참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가까운 시일에 같이 한 번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달 꼭나오세요.
첫댓글 교수님의 무쇠같은 체력, 진짜로 혼자서 몰래 단련하신거 맞습니다. 그렇죠? 부상없이 즐달하신거 축하합니다.
울산 현대산악마라톤은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참가하고싶다는 의견이 대다수 였습니다. 고래고기를 맛보지 못하고 온것이 약간 아쉬웠을 뿐입니다.
유쾌,상쾌,통쾌하게 달림을 즐기신 교수님께 힘!!
김동국교수님과 달리면서 자유로운 모든 이들에게 힘~!
멋진 마라톤 여행과 좋은 인연(?)축하드립니다.
교수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역시 말 솜씨 만큼 글 솜씨도 구수하고 정감이 넘칩니다. 저도 요즘 달리기를 거의 못하다가 오랫만에 1시간 넘게 뛰고 보니 잊었던 그 기쁨이 살아나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달리기, 참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가까운 시일에 같이 한 번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달 꼭나오세요.
달리면서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제 뇌리에 연상이 됩니다. 즐거운 마라톤 여행 축하드립니다.
결승점에 힘차게 들어오시는 모습 지금도 선합니다. 거듭 일취월장축하드립니다. 동마때도 여(엄)복이 이번에도 염복이 있는것 같습니다만 실상 돈되지는 않는상 싶습니다.
축하합니다. 잘 달리십디다. 참말로. 그라고 엽패 지기님 '혼자서 몰래 연습 억수로 했지예' 는 '일달못참석'과는 아무 연관없는...얘기 들었거들랑요. 정말로 모두들 와그리 잘 달리시는지 !!! 썹 투 님들 모두 한번 더 축하 드립니다이~
교수님 우짤라꼬 그라십니꺼?? 몸도 생각해야지예 매 대회마다 신기록 작성하시믄 나중에 큰일 내겠심더~~~무쇠팔 무쇠다리 교수님 힘!!!!!
여행기에 대회장면까지..그립습니다..그리고 언제 그 보리암도 가보고 싶고 함께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저 밑에서 부터 피어 오르네요..비오고 난 도시의 아침 상쾌하지만 그 보리암만 하겠습니까??? 좋은기록과 좋은 여행 참 좋습니다.
홀로 떠날 수 있다는게 참말로 부럽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건강한 뒷모습 볼 수 있으니 좋습니다.
교수님! 혹시 기무즐달팀에서 졸업식 행사는 언제 하십니까? 꽃다발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교수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달리시고 항상 웃는모습, 행복해 하시는 모습 존경합니다. & 사랑합니다.
갑장교수님? 좋은인연 만드셔서 발전있기 바랍니다,즐거운 마라톤 여행에 신기록과 행운까정...축하합니다???ㅎㅎㅎ.
김교수님! 후기 재미있게 보았슴니다. 언제까지나 부상없이 건달 즐달하시기 바람니다. 김 교수님! 힘!
교수님, 너무도 가벼얍게 홀가분하신 모습으로 피니쉬 라인에 진입하셔서 깜짝 놀랐답니다. 시간을 보고는 한번 더 놀랐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저, '아줌마' 입니다. not a teacher. 늘 감사드립니다.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달리기 실력도 대단하시지만. 즐겁게 읽었읍니다 즐달하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