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오동으로 이사오며
두번째 공간이었던 곳에서 결혼도 하고,
동네 아이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단골손님도 꾸준히 생겼습니다.
이웃의 정 나누고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재계약 해야할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저녁, 이곳에서 5년동안 한의원을 하시다 확장이전 하신 원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당신 살림집에서 2~3년간 책방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셨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살림집 주택에서 사랑방서재란 서점과 북스테이를 해오시고 계셨지요.
저희가 이사를 온다면, 사랑방서재는 북스테이에 오신 손님께 책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하셨습니다.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잦은 이사로 피로감이 있었고,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를 결심하게 한 이유가 두가지로 정리되었습니다.
먼저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가였기에, 아이들이 늘 마음에 쓰였습니다.
조금은 골목 안으로, 지나가다 오시는 손님은 드물겠지만 이곳이라면 안심할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두번째로는 다양한 모임을 하며 공간의 제약이 있었습니다.
조금 너른 공간에서 책모임 식구들과 만나면 좋겠다 싶습니다.
책방 이사를 동네 아이, 어른, 손님들과 잘 의논하고 함께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사... 두 책방지기가 하기엔 벅차지만, 함께라면 즐겁게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
책방에 손님들과 동네 아이어른의 손때가 뭍는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오후에 태경 민서 예슬이가 번갈아 왔습니다.
아이 한명 한명에게 이사 소식과 이사 함께 준비하고 해보자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기꺼이 큰 도화지에 색연필을 들고 홍보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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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이가 만든 홍보지>
"우리 이사 언제였지요? 엄마한테 그날 기억하라고 말해놓을려구요."
다음날도 "우리 언제 이사 하죠? 빨리 이삿날이였으면 좋겠다."
이삿날만 되기를 기다리던 아이들. 기꺼이 자기 몫으로 생각해준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홍보지를 책방안과 밖에 붙였고, 손님들은 홍보지를 보시고, 밴드에 홍보해 주셨습니다.
함께 도움주실 분들께 문자 드렸습니다.
이사 전전날과 전날에 틈틈히 이계형 선생님께서 중고책을 노끈으로 묶으러 오셨습니다.
중고책 일부를 차에 가득 싣고 옮겨주셨습니다.
"혼자 쌀거 생각하니깐 안올수가 없었어요."
"오늘 조금 해놓아야 내일 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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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형 선생님의 품>
이사 전날, 예주지효지원이가 책방에 놀러왔습니다.
예주는 이사가는 책방에 붙일 안내글을,
지효는 이사 홍보지를,
지원이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사갈 책방에 함께 가서 붙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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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가 만든 환영글>
드디어 24일 이삿날이 밝았습니다.
10시가 되자, 이계형 선생님, 예주지효지원 세자매, 지은, 박유란 선생님, 태경, 예슬, 민서, 김상수 선생님, 변성희 선생님, 이수은 선생님, 성화, 박미정 선생님, 현주가 책방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과 저는 이사가는 책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어른들이 책을 차로 옮겨주시면, 책을 책장에 정리하는 일은 아이들이 맡아 했습니다.
현주와 성화는 어린이 책장에서 책을 분류하며 꽂아 주었지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책을 꽂던 아이들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김상수 선생님께서는 준화씨와 냉장고와 무거운 책장을 옮겨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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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오기전 틈틈히 아이들이 점심으로 먹을 어묵탕을 만들었지요.
변성희 선생님께서 족발과 과일 사오셨습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썰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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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스해 마당에서 함께 먹었습니다.
따스한 추억으로 남겨질 날 입니다.
이사하고 몇시간 뒤 경주책모임 했습니다.
변성희 선생님께서는 지리산에서 선물받은 차를,
놀러와락 게스트하우 사장님께선 직접 구운 빵을,
이화명 선생님과 임현숙 선생님께서는 나눠먹을 딸기를 선물하셨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 하는 첫 모임이었지요.
옛날 내가 살던 집 같이 참 편안하다 하셨습니다.
어제 소리내어 책읽는 모임 식구분께서 함께 십시일반 모아 이사비용에 보태달라 하셨습니다.
김향순 선생님께서는 시루떡 맞춰주셨습니다. "이사떡인데 동네에 돌리라고 준비했어요."
덕분에 앞집 옆집 동네 아이들 부모님께 인사드리며 이사소식 전할수 있었습니다.
김필남 선생님께서는 선생님 댁에서 키우시는 닭의 달걀을 모아 전해주셨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 알 많이 낳으라고요." 하시면서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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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가 언젠가 저에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선생님, 이 책방 주인은 누구에요?"
"책방을 이용하는 아이들, 손님들이야."
"아니요, 이 공간을 여신건 선생님들이잖아요."
"여는건 선생님이 했지만, 이 공간을 이용하고 채워가는 건 예주와 같은 책방을 이용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기에 가능한거야. 선생님은 이 공간을 돌보는 사람이지."
짧은 대화가 지나가고 며칠 동안 예주의 질문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책방에 오고가는 손님들이 당신의 품을 나누어 주시던 모습이 겹쳐 졌습니다.
책방이 단순히 저희의 사유가 아닌 그 너머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흐릿한 경계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헤매이던 시간들.
명확하지 않는 지금 이상태가 좋습니다.
서점이라면, 가게라면 이래야 지란 기준에 맞추기보다,
동네 아이들과 손님이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오늘은 책방의 모습 아닐까요.
책방 이사는 마쳤지만, 조금 오래 쉬어가겠습니다.
하고싶은 일이 있는데 공부하고 준비해서 잘 해보고 싶습니다.
늘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주변에서 받은 마음의 빚이 많습니다.
첫댓글 아...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경주 지내며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아요.
이사 소식 고맙습니다. 세 번째 책방 이사가 궁금했는데...
글 읽는 동안 머리속으로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이준화 선생님, 원지윤 선생님 축복해요.
고마워 유나야. 언제 가족여행으로 놀러와. 마당에서 볕쬐고 앉아있으면 참 평화로워^_^
흐뭇합니다. 오늘은 책방 때문에 경주 여행 가고 싶네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언제든 놀러오세요!
축하드립니다. 경주여행가면 구경가도록하겠습니다~^^
조기찬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_^
준화오빠, 지윤이 응원합니다~~^^
고마워 고은아!
경주에 가고 싶습니다. ^^ 응원해요 ~~
명확하지 않는 지금 이상태가 좋습니다.
서점이라면, 가게라면 이래야 지란 기준에 맞추기보다,
동네 아이들과 손님이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오늘은 책방의 모습 아닐까요.
이 말이 참 와닿습니다. ^^
앞으로 천천히 다듬어가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준화 선생님 사랑해요~
얼른 뵙고싶어요^_^
태경 민서 예슬이가 그린 책방 이사 포스터 "동네 어린이 어른 분들 같이 책을 옮겨요."
중고책을 가지런히 모아서 노끈으로 정성껏 묶어 주신 이계형 선생님
예주 지효 지원이가 쓰고 그린 안내문 "여러분 덕에"
이사하는 날 책 옮겨 주신 어른, 책을 분류해서 책장에 꽂는 아이들
조금씩 준비해서 나눠먹는 점심과 간식
옛 고향집 처럼 편안한 책방
시루떡과 달걀 선물, 축복 말씀...
오늘은책방 이야기가 그대로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생애에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경주를 오늘은책방 덕분에 삼 세 번, 또 갈 것 같아요. 최소한 이전한 만큼은 방문하고 싶어요ㅎㅎ
지역 주민의 제안으로 주역 주민과 더불어 살림을 이어가시는 과정이 오늘은책방의 가치겠지요. 이준화, 원지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오늘은책방 소식에 귀기울이고 달려가서 응원해 주셔서 고마워요.
@김동찬 두 선생님께서 응원해주시니 참 든든해요. 고맙습니다.
멋진 일이 가득하네요!
오늘은 책방과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아이들이 밝습니다.
장소를 제공해주신 분이 말씀하신 책 처방, 그리고 두 분이 꿈꾸시는 활동,어떻게 이뤄갈지 기대됩니다!
신보경 선생님~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가끔 함께했던 함백산 비박이 생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