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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들과 함께 캠핑을 다니면서 필요한 장비를 마련하였습니다. 텐트, 침대, 침랑, 의자, 매트리스를 마련했습니다. 장비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는 보관하는 주머니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것들은 주머니를 버리곤 하는데 캠핑 장비의 주머니는 꼭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주머니가 없으면 장비에 들어있는 부품들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품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머니는 너무 작으면 장비를 넣기가 힘이 들고, 너무 크면 부피를 많이 차지합니다. 그래서 주머니의 크기는 적당해야 합니다. 여행 때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도 꼭 전용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전용 가방이 없으면 노트북이 충격에 노출 될 수 있고, 고장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귀중한 보석은 보석함에 보관합니다. 아무데나 보관하면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몸은 피부, 뼈, 혈관, 장기로 이루어집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뇌는 단단한 뼈로 보호 받고 있습니다. 심장, 폐, 신장, 위, 간은 척추와 갈비뼈로 보호 받고 있습니다. 뼈와 혈관은 부드럽지만 탄력이 있는 근육과 피부로 보호 받고 있습니다. 피부와 뼈가 없다면 우리의 몸은 외부의 충격을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몸의 지체들은 모두가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교회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주교는 교구를 관리하고, 사제들이 직무에 충실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제는 주교로부터 파견 받아 성사를 집전하고, 말씀을 선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수도자는 정결, 청빈, 순명의 삶으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해야 합니다. 평신도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신앙에 충실하고,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지체가 소중하듯이, 교회의 지체도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두가 소중합니다.
교회는 성모님에게 특별한 공경을 드리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서의 말씀에 따라서 성모님을 공경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3장 15절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하와의 불순종으로 죽음이 왔지만, 마리아의 순종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날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사야서 7장 14절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하여 구세주를 보내 주시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미카서 5장 1절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 그의 뿌리는 옛날로, 아득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리아는 베들레헴에서 예수님을 낳았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서 성모님을 공경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제자에게도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성모님을 교회의 어머니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성모님에 대해서 특별한 신심을 가졌습니다. 성모님께서 죽음을 거치지 않고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다는 신심, 죽음을 거치지 않았기에 원죄 없이 태어났다는 신심,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다는 신심입니다. 교회는 성모님에 대한 신심을 축일로 정하였습니다. 8월 15일은 성모승천 대축일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12월 8일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1월 1월은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보석은 보석함이 있어야 하듯이,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서 성모님을 어머니로 공경하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교회와 함께 하셨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과 관계를 회복한 점에서 참된 신앙인의 모델이라고 하겠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뜻을 전하였고, 성모님은 어려움이 있지만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합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성모님의 응답은 배우자인 요셉과의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셉은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했지만 약혼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 들였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에서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였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하늘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이며,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이에게 평화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멀리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은 모두 하느님과의 관계회복을 체험하였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간구하였습니다.
우리는 성모님에 대해서 많은 영광을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평생 동정이셨고,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고 이야기 합니다. 구원자이신 예수님의 어머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영광과 칭송은 결과입니다. 성모님의 영광은 하느님께 대한 순명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누군가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의탁하였습니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면 우리들 또한 빛의 자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온 우주보다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조재형신부)
2020년 나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공경할 수 있을까?>
복음: 루카 1,26-38
성모님은 잉태되실 때부터 죄에 물들지 않으셨습니다. 오늘은 이 사실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죄에 물들지 않는다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죄가 없는 상태란 어떤 상태일까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기 이전의 상태를 말합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우선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꼬시는 뱀의 말을 듣기 이전의 상태일 것입니다.
뱀은 어떠한 욕구를 자아내어 선악과를 따먹게 했을까요? 선악과를 바치지 않은 것은 더 가지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을 ‘세속’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더 먹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육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욕심은 결국 자신이 하느님이 되고자 하는 ‘교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뱀은 하느님과 같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첫 조상들을 유혹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런 유혹이 없을까요? 우리 안에 뱀 한 마리씩 다 있습니다. 우리가 그 뱀을 뱀인 줄 모르고 인정하며 태어나는 것이 ‘원죄’입니다. 하와가 아무 생각 없이 뱀과 대화하는 것이 죄의 시작인 것처럼, 우리도 아무 생각 없이 나를 나로 인정하는 것이 원죄의 시작인 것입니다.
죄를 짓게 만드는 모든 욕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아기가 ‘나는 사람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면 비로소 두 발로 서고 싶고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발동합니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믿음이 욕구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정체성은 자기 혼자서는 가질 수 없습니다. 아기가 부모 없이 홀로 무인도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사람인 줄 깨닫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두 발로 걷는 일도 없습니다.
따라서 죄란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에 대한 잘못된 해답을 가짐으로써 시작됩니다. 우리가 원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나는 나야!’란 믿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라고 생각하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세속-육신-마귀의 모든 욕구가 정당화됩니다. 그러니 돈을 좋아하는 마음과 성욕과 남을 판단하는 마음이 절제되지 않습니다. ‘나는 나’라는 믿음은 자신이 하느님이란 뜻입니다. ‘나는 왜 이리 돈이 부족할까? 왜 이렇게 맛이 없어? 짜증나네. 저 인간은 나한테 왜 이래?’라는 생각들은 다 ‘내가 하느님인데!’라는 교만을 근저에 깔고 있습니다. 내가 뭔데 돈이 꼭 많아야 하고 내가 뭔데 꼭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며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남을 심판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우리는 내가 대단한 존재나 되는 것처럼 여기고 생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원죄입니다.
그렇다면 죄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나는 나’라는 믿음 => 불만족의 감정 => ‘선악과를 왜 바쳐야 하는가?’라는 생각 => 선악과를 자신이 먹고 아담에게도 권하는 행동
‘믿음(영) => 욕구 => 감정 => 생각(혼) => 행위(육체)’의 순서대로 우리가 작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변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재확립하는 것’입니다. “자기 정체성이 곧 욕구”입니다. 자기 정체성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내면에서 저절로 바뀌지 않습니다. 외부에서 육체를 통해 생각으로, 생각에서 감정으로, 그리고 그 감정이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키게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님이 나에게 음식을 주면 그것이 배를 불리고 그러면 사랑받는다고 생각이 들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좋아진 기분은 ‘내가 나’라기보다는 ‘부모의 자식’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내 맘대로 살지 않고 ‘부모의 뜻’에 따라주고 싶은 욕구가 생겨납니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마음이 만족스럽지 못하여 이 만족을 위해 생각이 작동하고 그 생각대로 몸이 움직입니다. 이것이 변화의 시스템이자 과정입니다.
하느님은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를 먹이시고 가르치십니다. 이 은총과 진리가 입과 귀를 통해 우리 안에 들어옵니다. 그리면 그것이 생각을 거치며 내 안에서 정리됩니다. 그 생각이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그 평화로움을 통해 우리는 내가 이 지상의 부모의 자녀를 넘어서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마음이 발동합니다. 이 욕구는 세속-육신-마귀의 욕구와 반대됩니다. 나를 죽여 그 살과 피를 내어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모든 것을 죄로 만들어버리는 이기적 욕구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을 갖는 것뿐입니다. 이것이 죄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성모 마리아께서 원죄가 없으셨다는 말은 처음부터 하느님과 하나라는 믿음을 가졌다는 뜻입니다. 뱀의 유혹에 절대로 물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원죄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성모 마리아처럼 원죄에서 벗어나려면 선악과를 먹기 이전의 상태로 가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이 십일조를 바치는 것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선악과를 바치면 세속적 욕구만이 아니라 그것을 먹는 육체적 욕구도 절제되고 하느님처럼 되려는 교만도 절제가 됩니다.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의 모습에 근접하기 위해 ‘십일조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급선무는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를 우리나라의 수호자로 모시면서도 우리는 십일조에 대해 전혀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냥 그분이 지켜주시기만을 청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누구든 그 사람의 뜻을 따라주고 있지 않다면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아집니다. 이는 성모님도 그렇고 하느님도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모님은 우리의 어머니시니까 우리를 사랑해 주실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잘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녀니까 사랑하는 것입니다”라고 반박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진짜 자녀를 자녀기 때문에 사랑합니까? 아닙니다. ‘자신의 뜻’이 들어있어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몸 안에서는 수정된 난자가 75%나 착상하지 못하고 그냥 빠져나갑니다. 어떤 엄마가 자신의 자녀가 될 가능성이 그렇게나 많지만 그렇게나 많이 빠져나가는 그 수정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까? 하지만 아기가 뱃속에서 커갈수록 더 사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잘 커달라는 엄마의 뜻이 아이 안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처럼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여 100명의 킬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시다. 이 무자비한 킬러들이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다닙니다. 부모들은 그저 자신들의 유전자를 100% 가지고 있다고 그 자식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못 사랑합니다. 성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뜻을 우리가 따라주고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지옥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하느님도 사랑 자체이시지만 당신의 뜻을 아주 조금이라도 따라주는 이들만 사랑하십니다.
성모님을 기리는 날이면 성모님께 기쁜 결심을 드려야 합니다. 성모님은 선악과를 절대로 먹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선악과는 주님께 당연히 바쳐야 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십일조로 굳어졌으며 예수님도 그 십일조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세속-육신-마귀에 집착하면서 그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공경한다면 그분은 기쁘지 않을 것입니다.
원죄가 선악과 때문에 시작되었다면 성모 마리아에게 기쁨을 드리는 진정한 일은 우리도 그분처럼 봉헌을 배워나가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기가 사람임을 믿었다가 걸음마로 수천 번 넘어지면서도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을 보며 그 믿음을 견고하게 해나가듯, 우리도 우리가 바치는 십일조를 보며 우리가 하느님 자녀라는 믿음이 더욱 굳건해집니다. 하느님은 물론이요, 성모 마리아께 사랑받는 유일한 찬미의 길인 십일조를 봉헌하면 나머지 모든 것도 주님 것임을 믿으며 살겠다는 결심을 바쳐드리는 것입니다.
youtu.be/sfwMzaHRLCs
유튜브 묵상 동영상(전삼용신부)
2020년 12월 08일 화요일
[백]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대영광송신경
성모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신 순간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믿음은 초대 교회 때 생겨났다. 여러 차례의 성모님 발현으로 이러한 믿음은 더욱 깊어졌다. 1854년 비오 9세 교황은 ‘성모 마리아의 무죄한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1838년 교황청에 서한을 보내 조선교구의 수호자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로 정해 줄 것을 청하였고,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이러한 요청을 허락하였다.
오늘 전례
▦ 오늘은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동정 마리아를 성자의 맞갖은 어머니가 되게 하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또한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한국 교회가 이 땅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는 주님의 종이 되도록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입당송
이사 61,10
나는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고, 내 영혼은 나의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리라. 신부가 패물로 단장하듯, 그분이 나에게 구원의 옷을 입히시고 의로움의 겉옷을 둘러 주셨네.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녀를 통하여
성자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시고
성자의 죽음을 미리 내다보시어
동정 마리아를 어떤 죄에도 물들지 않게 하셨으니
동정녀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도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하느님께서는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라고 하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셨다고 한다(제2독서). 마리아는 천사에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말한다(복음).
제1독서
<나는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라.>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3,9-15.20
사람이 나무 열매를 먹은 뒤, 주 하느님께서 그를 9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20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98(97),1.2-3ㄱㄴ.3ㄷㄹ-4(◎ 1ㄱㄴ)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그분이 기적들을 일으키셨네. 그분의 오른손이, 거룩한 그 팔이, 승리를 가져오셨네. ◎
○ 주님은 당신 구원을 알리셨네. 민족들의 눈앞에, 당신 정의를 드러내셨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여, 당신 자애와 진실을 기억하셨네. ◎
○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온 세상 땅끝마다 모두 보았네. 주님께 환성 올려라, 온 세상아. 즐거워하며 환호하여라, 찬미 노래 불러라. ◎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1,3-6.11-12
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4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5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6 그리하여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11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의 의향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
12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루카 1,28 참조
◎ 알렐루야.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저희가 드리는 구원의 제사를 받아들이시어
주님의 은총으로 동정 마리아를 어떤 죄에도 물들지 않게 하셨듯이
그분의 전구로 저희도 모든 죄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우리 주 …….
감사송
<복되신 동정 마리아 감사송 3 : 마리아와 교회의 신비(12월 8일)>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주님께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원죄에 물들지 않게 지켜 주시고
은총으로 가득 차게 하시어
성자의 맞갖은 어머니가 되게 하셨나이다.
또한 성모님을 통하여
티 없고 흠 없이 아름다운
그리스도의 배필인 교회의 시작을 알려 주셨나이다.
지극히 깨끗하신 동정 마리아에게서
저희 죄를 없애시는, 죄 없으신 어린양 성자께서 나셨으니
주님께서는 동정 마리아를 모든 피조물 위에 들어 높이시고
주님의 백성을 위하여
은총의 전구자요 거룩한 삶의 모범으로 미리 정하셨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큰 소리로 노래하나이다.
영성체송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낳으셨으니, 마리아님, 저희가 모두 당신께 영광을 드리나이다.
영성체 후 묵상
▦ 하느님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고백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처럼,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하느님의 좋으신 뜻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깁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 하느님,
특별한 은총으로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원죄 없이 잉태되게 하셨으니
저희가 받아 모신 성체로 저희 죄의 상처를 낫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다는 것은, 마리아께서 세상에 존재하시는 순간부터 죄에 물들지 않는 특전을 지니셨다는 뜻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이시며 임금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열 달 동안 품고 계실 분이시기 때문에, 탄생은 물론이고 잉태되실 때에도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깨끗한 몸이셨다고 우리는 고백합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이를 깨우쳐 줍니다. 제1독서는 사람이 뱀의 유혹에 빠져 원죄를 지었다고 알려 주며, 복음은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구세주 잉태 소식을 전함으로써 인류에게 구원의 자비가 주어졌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구원 계획을 펼치시려고 천지 창조 이전에 미리 우리를 뽑으셨다는 말씀으로 이 모든 것을 찬미합니다.
히브리어에서 ‘자비’와 ‘모태’를 뜻하는 단어는 어원이 같습니다. 곧 구약 성경에서는 배 속의 아이를 품듯이 하느님께서 죄 많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행위를 ‘자비’라고 여깁니다. 따라서 오늘 제1독서 마지막에 ‘하와를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게 하였다.’라는 것과, 복음에서 성모 마리아께서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의 어머니가 되신다고 한 것은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한 우리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강론 마지막에 남기신 기도를 바치고 싶습니다. “우리의 온 삶이 하느님께 ‘예.’가 되게 하소서!”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