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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에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수도원의 장로가 주인공에게 하는 말인데 사람 내면의 번뜩이는 통찰을 담은 대사가 있어서 옮겨와봅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중략.... 무엇보닫도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기의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결코 자기 속에서도 또 다른 사람 가운데서도 이미 진실을 구별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그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서나 남에게서나 존중을 받지 못하고 맙니다. 아무도 존중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랑을 잃게되고 사랑이 없어지면 의지할 곳도 없어져서 자연히 음탕과 정욕에 매달리게 되어 나중에는 짐승같은 짓도 꺼리지 않게 되는 겁입니다. 이것은 모두 자기와 남들에게 항상 거짓말을 하는 데에 원인이 있습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은 하는 사람은 걸핏하면 화를 내는 법입니다. 딴은 그것도 유쾌한 일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 사람은 누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모욕을 생각해내는 것이며 또한 그런 생각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습니다. 실감을 내기 우해 그것을 과장하기도 하고 트집을 잡기도 하고 바늘만한 일을 크게 떠벌리기도 하지만 거짓은 역시 거짓입니다. 또 자기 자신이 거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 쪽에서 벌컥 화를 냅니다. 또한 화를 내는 것에 재미를 붙여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그러다가 상대방에게 진짜 적의를 품게까지 이르는 것입니다."
이 말은 정말 대단한 진리인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해서죠.
어떨때 자신에게 스스로 거짓말을 하십니까?
저는 예전에 자주 자기합리화를 하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던 이성이 다른 사람과 커플이 되는것을 지켜보았을때,
나는 "걔 사실 별로라고 생각했었어. 얼굴도 처음에 봤을때는 예뻤지만 자꾸 보니까 별로고, 성격도 알면 알수록 별로고..."
이런식으로 생각해버리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내면에는 내가 애정문제에서 패배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없었던 생각을 꾸며낸 것이죠.
마치 이솝우화의 여우와 포도밭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는군요.
하지만 이런식으로 자신을 속이면서 까지 자신의 단점을 숨기려고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태도가 아닌것 같습니다.
애정문제에서 원하는 이성과 짝을 이루지 못한것이 패배자 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인생의 여러 부분중 사랑이라는 부분 중에서도 어느 한 단면이 실패를 한 것이죠. 하지만 나는 인생의 일부분인 그 문제를 인생 전체로 확대시켜 나는 패배자라는 생각으로 연결지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자책이 두려워 어떻해서든 그것을 피하려고 한것이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함으로써 말이죠.
이런 나는 사소한 일에도 불만이 많고 화를 잘 냈습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주위 잘나가는 사람과 항상 나를 비교했었죠.
이 비교하기를 중단하지 못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다보니 항상 자신에게 이렇게 되뇌이며 스스로를 세뇌시키려 했습니다.
"나는 패배자가 아니다....나는 패배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세상의 낙오자 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는걸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저의 단점을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저의 단점들을 꽁꽁 숨기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죠.
그래서 주위에 누군가가 조금만 나의 단점을 건드리면 정도 이상으로 화를 내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적들도 주위에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완벽주의에도 빠지게 되더군요.
남들이 보기에 내가 단점이 없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 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에너지를 쏟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에 대해서 내가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혹 내가 낙오자가 되면 어쩌나 항상 불안해했습니다.
스스로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남의 평가에 민감했던 것이죠.
그래서 남들과 함께 있을때는 항상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며 살았습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신을 속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내가 문제였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해집시다.
자신의 단점도 포용하고 수용하는 용기를 가집시다.
자신의 단점을 외면하고 애써 부정하는 자신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애를 쓰면,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남의 반응에 지나치게 민감해지며
화도 잘 내게 됩니다. 누가 나의 거짓말을 건든다고 생각되면 말이죠.
제가 그동안 살아온 20여년간 별로 배운건 없어도,
자신을 속이면 안된다는 것은 긴 고통의 시간끝에 얻은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항상 머릿속으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최근 읽기 시작한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우연히 이와 관련한 날카로운 대사을 읽으니 나의 생각이 정리가 되는군요.
영어공부도 할겸 위키피디아에서 도스토에프스키를 검색해 보았더니 역시, 도스토ㅤㅇㅔㅍ프스키는 소설가 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꿰뚫은 위해한 심리학자로써도 추앙받고 있더군요.
고전에서 배운다는 것이 이러한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각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기를 원합니다.
-이미 아름다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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