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출신 고 주재현(52회) 작가 작고 3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기리는 전시가 최근 작가의 고향 홍천에 마련됐다.
홍천미술관은 4월 28일(일)까지 고 주재현(52회) 30주기 특별전 ‘재히어니, 나는 죽었다’를 개최한다. 고 주재현 화가의 대표작 회화 20여 점을 비롯해 생전 작가의 모습을 구현한 AI(인공지능) 활용 미디어 아트, 그의 생애를 조명한 다큐멘터리도 처음 공개한다.
고 주재현 화가는 29세였던 1990년 강원도청 앞 도로에서 연 전시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재현의 그림소풍’을 주제로 총 1795점에 달하는 8절 회화를 빨래줄에 걸어 전시했다. 같은 해 서울 종로구 안국동 로터리에서도 400여점의 그림행렬을 선보였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다작 활동을 하며 ‘천재 화가’로 불렸다. 작가 스스로 ‘화업 원년’으로 삼은 1981년부터 불의의 사고로 33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1994년까지 한 해도 쉬지 않고, 13년 동안 무려 2500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자연과 인체의 조화를 주제로 다루는 가운데 우연 효과를 활용한 먹그림을 비롯한 비정형적 회화를 주로 남겼다. 자유분방한 선들이 어우러진 해학적인 정경, 부적을 변형한 문자조형 등 독특한 화풍으로 주목 받았다.
이번 특별전은 작가 유가족과 지인들이 홍천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해 힘을 보태면서 마련됐다. 2022년 영월에서 활동하는 백중기 작가가 보관하고 있던 작품 등 원화 2491점이 미술관에 모두 기증됐다. 이후 미술관은 기증작들을 비슷한 주제 등에 따라 분류, 보존하는 작업을 거쳐 전시를 열었다.
작고 30주기를 맞아 마련된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를 조명한 전시 방식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주재현 작가를 벽면에 구현해 그가 전시장을 걸어다니는 듯 연출한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다. 작가가 실제 미술관에 방문해 함께 관람하는 듯한 연출로 몰입감을 높였다.
홍천미술관은 전시를 열 때마다 VR전시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특별전에도 적용했다. 미술관 공식 SNS 등 온라인에서도 특별전을 감상할 수 있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주 작가의 작품을 활용해 컬러링북도 제작했다. 전시 첫날 신영재 홍천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 심포지엄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주 작가 작품의 현대미술사적 가치와 지역예술 발전을 위한 콘텐츠 창출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미술관은 1차 기록 보존을 바탕으로 작가의 예술세계를 연구,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주 작가는 춘천고와 강원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생전 강릉·대구·부산·제주 등에서 그림일기 초대전을 가졌다. 춘천문화재단이 최근 구축한 아카이브 ‘춘천 미술 인물연구’에도 포함돼 그의 활동 연혁과 주요 작품, 기록 등이 정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