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의 침실 방.
"동혁아 더 꽉 안아 줘. 뼈가 부서져도 좋아. 그러니까 더 꽉 안아달란 말이야."
"나도 알아. 내가 얼마나 바보였는지. 중학교때부터 네 뒷모습만 바라봤어. 사랑하면서도 등
신같이 엉뚱한 놈에게 뺐기기나 하고.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을 거야 널 어떤 놈에게도 뺐
기지 않을 거란 말이야."
"동혁아...내 사랑 동혁아... 내 이름을 불러 줘.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해 줘."
"재영아 사랑해. 정말로 사랑한다 재영아. 너 불행하게 하는 놈 어떤 놈이든 용서 못 해. 내
가 용서 안 해 !!"
중학교 시절 너무 어려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이제
는 사랑이 뭔지 안다. 사랑하는 방법도 정확히 안다. 그러나...
"삐리리리릭! 삐리리리릭!"
"동혁아 가정부가 온 거 같아. 우선 옷장 안으로 들어가 있어. 내가 적당히 핑계 대고 가정
부 다시 내보낼 테니까."
동혁이 옷장 안으로 들어간 후 재영이 누가 왔는지 확인한다.
대문 앞에 서 있는 것은 분명 가정부. 그러나 문제는 가정부 옆에 서 있는 사람.
바로 염상복의 아버지 염평달이었다.
"사모님. 어르신께서 오셨어요. 어서 문 열어 주세요."
재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돼지 염평달이 이 시간에 집을 방문할 줄이야.
문 밖에는 염평달이 거느리고 다니는 경호원만 해도 족히 열 명은 될 것이다.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어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까. 아
마 착각했을 것이다. 아들이 없다는 것을 알면 바로 돌아갈 것이다.
재영은 그것만을 바라며 염평달을 맞이한다.
"오셨습니까."
"허허허! 며느리가 시아버지 맞이하는 폼이 꼭 비서가 사장 맞이하는 것 같구나."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합니다."
"아범은 사업차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고?"
"오실 줄 알았다면 출발시간을 연기했을 텐 데요."
"아니다. 오늘은 아범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라 널 만나러 온 것이니까."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우선 좀 앉아라. 앉아서 얘기하자."
침실 옷장에 숨어있는 동혁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가득 자리잡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염평달의 목을 꺾어 그의 죄 값을 묻고 싶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재영에게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는 법. 신중에 또 신중을 더하고 있는 것이
었다.
"네 마음 속에는 아직도 나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겠지?"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사내란 자고로 포부가 커야하는 법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세상이야. 경쟁에서 밀리면 자
연 도태되는 거지."
" ........ "
"하루아침에 친구가 원수가 되고 다시 원수가 친구도 되는 그런 세상인 게야."
"구체적으로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속을 읽을 수 있지. 넌 아직 우리 집안의 며느리로서의 마음가
짐이 갖춰지질 않은 거 같구나."
" ..... "
"상복이는 내 맏아들이다. 내 대를 이을 아들이지. 그렇다면 그 다음엔 무엇이겠느냐. 왜 아
직까지 아이를 갖지 못 하는 거지?"
"결혼한 지 아직 일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집안에 들어왔으면 과거는 모두 잊고 앞으로의 계획을 잘 세워야하는 거야. 밖에 차 대
기해 놨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며느리라면 문제가 좀 심각한 것 아니겠니? 급한 마음에 이
렇게 달려왔으니 가서 정밀검사라도 한 번 받고 오도록 해라."
재영은 당장이라도 거부의 의사를 밝히려고 했다. 그런데.
침실 옷장 속에서 갑자기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가정부도 그 소리를 정확히 들었다.
"어? 어디서 울리는 소리야? 사모님 건 아닌 거 같은데."
동혁이 급히 핸드폰을 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분명 청룡파를 뿌리뽑기 위해 긴장하고 있는 조직원들에게서 온 연락일 것이다.
만약 일이 꼬이면 재영의 입장이 어찌 되겠는가.
그리고 염평달이 누구던가. 그는 눈치 백 단의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다.
재영은 할 수 없이 마지막 카드를 뽑아들었다.
"아줌마 됐어요. 지난번 외출 때 노래방에서 팬이 준 선물이에요. 그리고 지금 검사 받으러
가겠습니다. 며느리로서의 마음가짐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거 고요."
"잘 생각했다. 차 대기해 놨으니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거라."
재영이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가까이에서 자리잡고 있는 용서할 수 없는 비열한 적들.
그들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자신의 비참한 운명.
옷장 속에 그녀의 사랑 동혁을 남겨둔 채 그녀는 그렇게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한편 동혁은 가정부 몰래 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으며 무거운 마음을 가진 채
거사를 치루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다.
늦은 밤 선착장에는 청룡파 조직원들과 짐꾼들 그리고 선원들이 모여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
다. 해안경찰대의 삼엄한 경계가 있을지언데 감히 정품이 아닌 밀수품을 다루고 있는 듯 해
보였다. 실제로 일부 가전제품 중에는 밀수품 가격이 정품보다 20% 이상 싼 것도 있었다. 그
것을 노리고 그 차액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상관없다. 목표는 청룡파의 뿌리를 뽑는 것.
조직원들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고 있는 보스 서장원의 모습과 그의 곁에서 말없이 지켜보
고 있는 표범의 모습도 보인다.
그때 경찰차가 그들 앞에 들이닥친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그런데요 조사 좀 하겠습니다."
"우리 합법적인 일 하고 있는 겁니다. 나라 경제가 이토록 엉망인데 자유로운 무역까지 방해
하는 거냐고요. 이중 삼중으로 조사 받으면서 이거 피곤해서 일 해 먹겠습니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잠깐만 협조 부탁합니다."
물론 경찰차도 경찰도 모두 동혁과 용욱이 꾸민 일이다.
경찰복장으로 위장한 조직원들이 능숙한 솜씨로 청룡파 조직원들을 조사하고 있다.
물론 상자에 든 내용물에는 관심도 없다. 조직원들을 붙잡아 두려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조
직원 대부분이 배에 오른 상태였고 보스 서장원은 못 마땅한 듯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그때
였다.
"서장원. 삼거리파의 꼬봉 새끼."
"누구야! 어떤 새끼야."
"내가 누구냐고 네놈이 찾던 저승사자."
"하이에나?"
"그래 너 잡으려고 왔다."
"이야아아아! 퍽!...퍽! "
용욱이 민첩한 동작으로 서장원의 곁에 있던 조직원 두 명을 쓰러뜨린다.
"쿡! 으억! 서장원. 네놈이 시작한 일이다."
동혁의 칼을 맞고 쓰러지는 청룡파의 보스 서장원.
그와 동시에 배에 타고 있던 경찰복장의 조직원들이 총을 꺼내 조직원들에게 겨눈다.
"이런 쓰벌! 미치겄네 당신들 경찰이잖어. 시방 밑에서 벌어지는 거 안 보이는가? 저쪽부터
처리하란 말이여! "
배 위에 있는 녀석들을 묶어 놓은 상태로 아래에서는 동혁과 용욱이 현란한 싸움 실력을 과
시하고 있었다.
"퍽!... 툭.. 이야아! 퍽! "
"야이 병신 같은 새끼들아! 그 새끼들 경찰 아니야 총도 가짜고! "
그 말이 끝나자 배 위에서도 일대 격투가 시작된다.
"표범! 아직도 나에게 볼일이 남아있었나? 여기까지 기어왔게."
"하이에나 잘 만났다. 지난번에 진 빚 오늘 갚아주마. 이야아아아!"
"휘이익! 툭!... 이얍! 휙 투 툭! ..."
"표범 이 새끼야 빚은 이 강용욱 한테도 갚아야지."
"퍼 퍽!... 휘익! 툭! 퍽!... 이야압! 퍽!...으윽! "
동혁과 용욱의 환상 콤비를 어느 누가 감히 막을 수 있으랴.
표범이 온 몸을 던져 덤벼들었지만 정신 없이 날아오는 두 사람의 공격에 그만 무릎을 꿇고
만다.
"잘 가라 표범. 쿡!.. 크억!"
장수를 잃은 오합지졸이라고 했던가. 보스 서장원과 표범마저 쓰러지자 청룡파 조직원들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하고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놈들과 배에서 내린 놈들도 동혁
과 용욱의 현란한 솜씨에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와 같은 시간 청룡파의 아지트로 달수가 이끄는 서림파 조직원들이 들이닥쳤다.
남아있는 참모들과 조직원들 마저 죽거나 병신이 되는 신흥세력 청룡파의 몰락.
진짜 경찰이 출동하기 전 순식간에 모든 것을 끝마친 하이에나와 용욱은 그 자리를 피해 감
쪽같이 사라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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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2.
[ 장편 ]
폭파 1초전 시한폭탄 사랑 44
펠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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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2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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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영이 동혁과의 만남만을 그리는 수동적인 여인이 아닌, 염씨집의 정보도 수집하고 나름대로도 동혁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강인한 여인이였음하는 바람입니다. 단지 바램~ ㅎㅎ 주연의 술에 취한 척 상대를 편하게 고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센스도 좋네요. 역쉬 사랑은 위대한가봐요..^ ^
오렌지앤블루님의 마음이 저와 일치하는 군요. 기대하십시오 곧 한맺힌 여인의 처절한 복수극이 통쾌하게 펼쳐집니다. 앞으로도 좋은 감상평 자주 부탁드립니다.
오!!!!!댓글길다ㅠㅠ
아케보노킬러님 주말에도 역시 글 읽으셨군요. 관심 대단히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도장찍습니다.
요즘 도장이 안 찍히던데 바쁜일이 있었나봐요?
오랜지앤블루님 이글 사상 제일루 긴 꼬릿말이 였습니다...
검색님.. ㅎㅎ 제가 좀 말이 많습니다 흐흐흐~
누굴까 검색님도 감상평 길게 쓰면 좋겠습니다. 간단하게 써도 고맙고요.
남성의 정액
여성의 애액
시험공부 열심히 해야지
나루터님이 시험을? 최고의 성적 거두길 바랍니다.
완전 재밌어요 !! 오랜만인데 완전 굳 !!
언제 보아도 즐거운 감상평. 고맙습니다.
그 다음에 용육이랑 동혁이 어떻게 될까? 궁금 ㅋㅋ
그들의 운명을 결정해 주세요..
완전 굿~~~!!!
대단히 고맙습니다.
ㅎㅎ 너무 재밌어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