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골프(?) 치다 놀러간 P일보 기자에 덜미 잡혔다"
철도파업은 뒷전이었다. 숭고한 3·1절 역시 안중에도 없었다. 국정운영의 제2인자 이해찬 국무총리는 부산 아시아드CC에 있었다. 지역 유력경제인들과 한가롭게 라운딩을 펼쳤던 것. 골프회동은 비밀스러웠다.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정도. 실제 그 누구도 이 총리 일행을 필드에서 봤다는 사람이 없다. 식당에서 마주친 게 고작이다. ‘황제골프(앞뒤 팀을 없앤 채 골프를 즐기는 것)’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 총리 일행은 극구 부인한다. ‘황제골프는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부산 아시아드CC를 찾은 일반인들은 더딘 라운드 진행 탓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왜 그렇게 밀리냐’면서 부산아시아드CC측과 옥신각신한 일반인도 여럿인 것으로 전해진다. ‘황제골프’ 탓에 라운딩이 지체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그들 사이엔 지역일간지 P일보 기자가 있었다. 라운딩이 밀려 심기가 불편해진 P일보 기자가 그 이유를 캐 묻는 과정에서 이 총리의 방문사실과 이 총리 일행의 면면을 확인했다는 게 지역 관계자의 귀띔이다. 결국 ‘3·1절 골프파문’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평소 보다 라운딩이 지체된 탓이다. 정황에 따르면 ‘황제골프’가 ‘화’를 부른 셈이다. ‘황제골프’의혹이 가득한 이 총리의 ‘3·1절 골프회동’의 전모를 취재했다.
이해찬 국무총리가 ‘남몰래’ 부산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지난 1일. 이 총리는 부산에 도착한 직후, 부산 아시아드CC로 향했다. 이 총리와 함께 이 곳을 찾은 인사는 총 7명. (관련기사 6~7면) 이 총리를 수행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을 제외하곤 대부분 부산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다. 이 총리와 한 조에 편성돼 라운딩을 갖은 것으로 알려진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은 전 부산상의 회장이다. 그는 총 세차례 연임(15·16·17대)에 성공했다. 부산상의 회장 임기가 3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강산이 한번 변하는 시간 만큼’ 부산상의 선장 노릇을 한 셈이다. 강 회장을 두고 ‘부산 지역의 최고 실력자’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신정택 세운철강 대표도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경제인 이긴 마찬가지. 신 대표는 부산상의 회장 내정자다. 또 다른 참석자인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이삼근 남청 대표 역시 부산상의 회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CC는 부산에서 손꼽히는 골프장 중 하나다. 2002년 8월 개장한 이 골프장의 최대주주는 부산시(48%). 이밖에 코오롱건설(30.6%), 국제종합토건(5%), GS건설(2.6%), 자유건설(1.7%), 경남기업(1.33%) 등 16개사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CC는 지역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골프장이다. 회원은 개인 및 법인 등 8백 구좌. 회원권의 가격은 2억원대라는 게 골프장 관계자의 귀띔이다. 그린피는 주 중 1인당 15만5천원, 주말휴일은 17만5천원선이다. 캐디비용은 팀당 8만원대라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 아시아드CC는 고급형 골프장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 총리의 골프파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산 아시아드CC 한 관계자는 “이 총리 일행이 남의 이목을 신경써야 할 만큼 거리낄게 없는 자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부산 외곽이나 경남 등 타지역 골프장을 이용하다 소문이 났다면 더 큰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실제 남의 이목을 피해야 할 경우에는 일부러 부산 아시아드CC를 피한다는 게 지역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도 있다. ‘나름대로 다른 사람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방책을 세워놓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중심에 이 총리 일행이 ‘황제골프’(앞뒤 팀을 없앤 채 골프를 즐기는 것)을 쳤다는 의혹이 있다. 이는 설득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당시 부산 아시아드CC를 찾은 일반인 중 이 총리 일행을 필드에서 봤다는 사람이 없다. 클럽하우스 2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봤다는 게 고작이다. 당시 부산 아시아드CC를 찾았던 A씨의 전언이다. “~이 총리 일행이 (부산 아시아드CC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접한 것은 오후 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을 본 사람이 없다. 식당에서 본 사람들은 있다. 그리고 그날 따라 라운딩이 밀렸다. 일부 사람들은 그래서 짜증을 냈다~” 또 다른 B씨도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 “~ 이 총리 일행을 필드에선 보지 못했다. 높은 사람이 왔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식당 주변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 부산 아시아드CC 클럽하우스 2층에는 방이 3개 있다. 골프를 치러 온 사람들은 운동복을 입기 마련인데, 그날 따라 정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기관원들 같았다. 높은 사람이 온 것으로 보였다~.”
이런 증언들은 이 총리 일행이 ‘황제골프’를 쳤다는 의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황제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필드에서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골프파문이 터진 계기를 봐도, 이 총리 일행이 ‘황제골프’를 즐겼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당시 부산 아시아드CC를 찾은 일반인들은 평소보다 더딘 라운딩 탓에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렇게 밀리냐’면서 부산 아시아드CC측 관계자와 옥신각신한 일반인도 여럿이라는 게 지역관계자의 전언. 그 사이에 공교롭게도(?) ‘3·1절 골프파문’을 최초 보도한 지역일간지 P일보 기자가 있었다. 그는 알아주는 골프 마니아인 것으로 전해진다.
P일보 기자도 평소 친분이 있는 부산 아시아드CC측 관계자에게 ‘라운딩이 밀리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이 총리의 방문사실과 이 총리 일행의 면면을 확인했다는 게 지역 관계자의 귀띔이다. 결국 ‘3·1절 골프파문’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평소 보다 라운딩이 지체된 탓이다. 정황에 따르면 ‘황제골프’가 ‘화’를 부른 셈이다.
이와 관련 이 차관은 ‘이 총리 일행이 황제골프를 친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부산 아시아드CC의 경기운영이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마지막팀으로 들어가 첫 9홀은 편하게 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의 시각은 완전 딴판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이 총리 일행을 필드에서 본 사람이 없다는 점, 지역일간지 P일보 기자가 없었다면 ‘골프파문’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종합해보면 이 총리 일행을 위해 뭔가 특별한 게 준비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충분해 보인다”면서 목청을 한껏 높였다.
이윤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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