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내려간 후
벗들과의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
저녁에 만나 고기와 소주를 먹던
‘뻔한 코스’는 벗어난 지 오래다.
대신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며
김씨네 농가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지역난방이 대부분인 도시와 달리 농촌에서는
난방비 지출이 생활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을 떠난 첫해 이들 부부는 아파트 살던 시절 습관대로
반팔을 입어도 후끈할 정도의 난방을 했다.
그나마 저렴하다는 심야전기 보일러를 설치했음에도
첫 달 난방비가 무려 25만원이나 나왔다.
깜짝 놀란 부부는 옷을 따뜻하게 껴입고
집안 온도는 낮추는 ‘농촌식 겨울나기’를 통해
난방비를 13만원까지 낮췄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 덕에 여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어
전기료가 5만원 정도로 뚝 떨어진다.
“농사 비용은 별로 들지 않아요. 배추 모종 200개가
1만2000원밖에 하지 않을 정도죠.
이웃과 친해지면 콩이나 옥수수 씨앗은
거저 주기도 하고요. 농촌서 살려면 돈보다는 부지런함이
최우선 덕목입니다. 조금만 게으르면 밭이 금세 망가져버려요.”
김씨 부부의 기상 시간은 오전 4시.
신문이 들어오지 않는 외진 곳이라 라디오로 세상 소식을 듣고
체조를 한 후 밭을 일구러 나간다.
작은 동네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친해지려는
마음가짐도 필수다. 백씨는 그래서 한동안 나가지 않던
반상회도 꼬박꼬박 참석하고
마을회관서 여는 각종 행사에도 얼굴을 자주 내비치려고 힘쓰고 있다.
“내가 처분하고 온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나,
다른 이들은 도시에서 어떤 생활을 누리며 사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머리만 복잡해져요.
맑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떠나온 곳을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은퇴 후 농촌 생활의 원칙입니다.”
-김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