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알레르기..
개털 알레르기도..
복숭아 알레르기도...
그 어떤 알레르기도 아닌..
이런 이상한 알레르기 때문에..
그녀는 여태까지 고생해왔다...
by. 월영소녀
띠리링...세이클럽에 접속하고 있던
그녀에게 모르는 여자가 1:1 대화 신청을 해왔다.
그녀는 그냥 거부했다.
띠리링..조금 전의 그 여자가 또 1:1 대화 신청을 해왔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생각만 하고 거부했다.
띠리링..그녀는 또 거부했다.
띠리링..귀찮고 화가 좀 나기는 했지만
아무 말 않고 그녀는 거부만 했다.
띠리링...벌써 4번째다.
그녀는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1:1 대화에 응했다.
-저 지금 님 때문에 엄청 화가 난 거 아세요?
그녀가 먼저 타자를 쳐 올렸다.
-니가 그 유명한 그 년이냐?
여자 치고 상대방의 말투는 상당히 기분 나빴다.
-년이라뇨?!
그녀는 기분이 더욱 더 언짢아졌다.
-꼴에...근데..너 남자 알레르기 있다면서???
그녀는 그냥 종료를 해버릴까 했다.
하지만 상대방의 말이 그러지 못하게 했다.
-그게 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상관이야 없지..근데..너..괜히 그러는 거 아니냐?
-뭘?!
그녀도 이젠 막 나가기 시작했다.
-뭐긴...남자 알레르기...괜히 관심 끌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구..
-넌 평범하니까 몰라..그래..평범한 사람이라서 몰라..
그녀는 그런 말만 남기고 대화를 종료했다.
종종 이러는 경우가 있었다.
그녀의 남자 알레르기는 남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다.
그 남자 알레르기에 호기심을 가진 남자아이들이
가끔씩 그녀에게 대쉬를 해왔고, 여자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그녀가 일부러 남자 알레르기가 있는 척 하는 건 아닐까..생각했다.
그래서 자존심 강하고 쫌 논다는 애들은
그녀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그녀는 오늘도 그런 경우라 생각하며 대화에 응했었다.
그로부터 몇 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학예제가 있는 날이라 학교가 일찍 마쳐
그녀는 친구와 시내로 놀러 나갔다.
"우리 학교 너무 후지다고 생각 안 하냐?"
그녀의 친구가 버스를 타자마자 불평을 늘어놓았다.
"우리 학교 원래 그랬잖아. 단발인 것하며 가방에 구두까지..
난 이미 이런 것쯤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어..."
그녀가 다니는 학교는 소위 잘 나가는 명문고였다.
하지만 명문고의 명성답게 교칙이 엄청났고..
채 20년도 되지 않은 전통을 전통이라고 우겨댔다.
단발...부산 시내에서 같은 재단의 학교를 빼면 유일하다..
가방..손에 들고 다니는 가죽 가방이다..
들고 다니다 보면 손에 굳은살이 베길 정도로
가방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구두...구두 굽은 꼭 3cm를 유지해야 한다고 그런다.
이 학교는 무슨 명문고가 아니라 완전 청소년 수용소다.
"그래도 그렇지 축제라고 한다는 게 그거냐?
순전히 음악회지..애들이 뭐라 그러는지 알지?"
친구가 기막힌 웃음을 내뱉으며 물어왔다.
"당연히 알지..남화성 음악회...그래도 오늘 보니까
뭐 민속촌도 한다고 하고 모형 비행기도 전시한다 하고..
또 사격도 한다 그러고...이만하면 충분한 거 아니야?"
"얘가 미쳤지..우리 학교는 지극히도 협소한 거야..
우리 학교 학예제가 축제 축에 끼는 줄 알아?
축제라고 하면...외고 정도는 돼야지..전에 그 꺽기 예술이던데..
우리는 고작 합창부의 고함에..급조된 밴드의 립싱크에..참나.......
하다 못해 연극이라도 하던가...아니면 노래도 좀 쌈박하게 부르지..
이건 완전 어른들한테 맞췄잖아...나쁘게 말하면 노인네들 잔치고..
좋게 말하면 유치원 재롱 잔치야..알어? 참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아~ 2년에 1번뿐인 학예제가.....확 미국을 날러버릴까??"
친구는 학예제에 대한 한이 많은 모양이었다.
"대학에 가면 축제하잖아."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고..엉엉.."
그녀는 친구의 등을 살짝 토닥여줬다.
그러던 중 창밖을 내다보던 친구가 말했다.
"잠깐만...다음 번에 우리 내려야 돼..."
버스 안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가 앞장서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녀는 내리는 문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마침내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고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친구도 어떻게 사람들 틈에 섞여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문제는....그녀가 어떻게 하다가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다는 거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친구의 모습을 보아야 했다.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는 바로 내렸다.
그때서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수야.."
[야!!!!! 너 어디 있는 거야?????!!!!]
친구의 목소리는 참말로 컸다.
그녀 말고 다른 지나가는 사람에게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아니...그녀의 휴대폰이 꾸진 건가?? (글쩍글쩍)
"어쩌다가 한 정거장 더 와버렸어.."
[이 바보!! 알았어..내가 갈테니까 꼼짝말고 기다려!!!!]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친구가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녀에게로 다가 왔다.
약간 어색한 모습의 여자였다.
"길을 잃어버렸어요?"
"누구세요??"
그녀는 일어서지 않고 물었다.
"제 이름은 이한나라고 해요. 누굴 기다리고 계시나요?"
"네. 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요."
"그럼 잠시 제 말상대가 되어 주시지 않겠나요?"
"뭐..그러죠. 저도 지금 약간 지루해지려 그랬거든요."
그 여자는 제법 예의를 아는 것 같았다.
거기다 호감이 가는 여자였다.
그래서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다.
"학생이에요?"
"네. 오늘 학예제 한다고 일찍 마쳐서 놀러 왔어요."
"그렇군요..."
한동안 여자가 묻고 그녀가 답하는 식이었다.
"혹시 남자 친구 있으세요?"
"왜요? 그럴 것처럼 보여요?"
"아닌가요?"
"네. 특별한 사정이 있거든요.."
"특별한...사정??"
"네..남자 알레르기라고 들어보셨어요?"
"남자 알레르기라...그런 알레르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그럴 거예요..남자 알레르기는 말이죠..
남자랑 사귀려고만 하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게 만들어요..
심할 경우엔요...남자 근처에만 가도 막 몸이 간지러워져요."
"정말요??"
순간 여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곤 대답했다.
"네..정말이에요..못 믿으시겠지만..."
때마침 그때 그녀의 친구가 왔다.
여자는 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자신의 연락처를 건네줬다.
"언젠가 제가 생각나면 여기로 전화 줘요.
말이 잘 통하는 상대를 또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자는 활짝 웃어 보였다.
그렇게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 그녀는 한 달이 넘게 여자를 잊고 지냈다.
그러다 해묵은 옷들을 정리하면서 나온 연락처와 이름을 보곤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여자가 생각났다.
"그동안 연락을 한 번도 하지 않다니...정말 섭섭하네요."
다시 만난 여자는 어딘가가 달라 보였다.
약간 보이시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완전히 잊고 지냈어요.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녀는 멋쩍어서 머리를 글쩍였다.
"그때 하다만 남자 알레르기에 대해 말해주실 순 없나요?"
"남자 알레르기요? 그런 거 몰라도 되요..정말 희귀한 알레르기니까.."
그녀는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녀는..뭔가를 마실 때 꼭 컵을 들고 마시는 버릇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컵을 들고 주스를 마셨다.
그리고 컵을 내려놓으려 하는데 컵이 그만 손에서 미끌어지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주스는 그녀가 아닌 여자 쪽으로 쪼르르 흘러갔다.
"어머, 죄송해요..."
여자의 치마가 흠뻑 젖었다.
"아..씹..."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자의 입에 흘러나온 목소리는 완전 남자 목소리였다.
"이거 누나 옷 쎄벼서 입은 건데..."
누나...남자 목소리....
그녀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당신 누구야??"
"이런..."
여자는...아니..남자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가발을 스르르 벗겨 내렸다.
그동안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왔던 계획이 다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당신...남자였어??"
"왜? 속은 게 기분 나빠??"
"............."
"나....왜 널 속였는지 궁금하지 않아?"
"........"
그녀는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니가 남자 알레르기라는 게 거짓말 같았어...
그래서 어디...진짜....진짜 남자 알레르기라면...내가 여장을 해도..
그 두드러기랑 간지럼 증상이 나타나나 시험해봤지...
아주 오래 전부터 준비했어. 근데...결과는 이렇게...당신은 멀쩡해.."
".................."
"....너...몸에 두드러기 났어? 아님 무진장 가려워? 아니지?? 큭..."
그녀는 자신이 남자 알레르기라고 알고 있었다.
근데 정작 남자와 함께 있으면서도
그녀는 아주 멀쩡했다...여장을 한 남자에게서 호감을 느꼈다.
그녀의 머리는 아주아주 혼란스러웠다..
지금 이 상황이 혹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야...이럴 순 없어..."
"뭐가 아니라는 거야? 넌...사실....남자 알레르기를 앓고 있었던 게 아니라..
니 자신이 남자를 두려워하고 있었어...그 두려움이 단지 알레르기
증상처럼 나타났을 뿐이고...너...니가 남자를 무지무지 좋아하는데
남자 알레르기 때문에 남자를 사귀지 못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지?
그건 아주 큰 착각이야. 넌...남자를 싫어하고 두려워해서..남자를
사귀지 못하고 있었던 것 뿐야...넌...남자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큭..."
남자는 치마에 흘린 주스를 대충 닦아내고 까페를 빠져나갔다.
그녀는 수많은 시간이 흘러갈 때까지 가만히 서있었다.
까페 안엔 평소처럼 잔잔하고 조용한 노래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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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소닷단편소설
[단편]
[월영소녀] 남자 공포증, 남자 알레르기
월영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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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2.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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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우,,,=ㅂ=;; 그런 궁금증이 심하디, 아주 심한 남자가 있다니,,,, ㅡ_ㅡ;;; 어쨌든, 너무 재미있었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