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스트롯’이 끝났습니다. 2년 이상에 걸친 트롯 바람이 식상(食傷)할 만도 한데 여전히 높은 시청률입니다. 제주댁 양지은이 막판에 기적적인 역전 드라마를 만들며 ‘트롯여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각본 없이 출발한 드라마 ‘미스트롯’은 곳곳에 反轉의 장치가 만들어지고 사람 이야기가 섞여들면서 흥미로운 얘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시청자들이 공동집필자가 돼 마무리하면서 양지은이라는 신데렐라가 탄생했습니다.
◉眞善美를 정하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었습니다. 노래 실력과 삶의 이야기를 종합판단한 문자 투표의 결정에 높은 배점을 주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다만 주목받는 진선미 이외에도 인정 받을 만한 노래 실력과 나름의 이야기를 가진 출연자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미스트롯’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진선미 바깥에 있는 결승 진출자의 노래부터 다시 한번 들어 봅니다.
◉10살 김태연, 이번 미스트롯 참가자가운데 이 아이처럼 노래를 잘하는 출연자는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깊은 감성을 지닌 이 아이는 듣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김태연이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 부른 ‘바람길’도 그런 노래입니다. 이번 ‘미스 트롯2’에서 최고의 노래로 꼽아도 좋을만한 레전드 무대였습니다. 원곡을 부른 장윤정의 노래를 잊게 만드는 무대로 장윤정의 표정도 흐뭇합니다. 이 아이가 받은 점수는 981점, 송가인도 임영웅도 받지 못한 최고의 점수였습니다. 다시 들어 볼까요? https://youtu.be/OeZgPSK-F40
◉김태연이 결승 2라운드 마지막 노래로 택한 인생곡은 이태호의 ‘아버지의 강’입니다. 나이 많은 아버지를 싫어한 게 미안하다면서 지금은 아버지가 좋다는 김태연입니다. 역시 마스터들로부터 호평과 높은 점수를 받은 무대였습니다. 김태연이 4위에 그쳤지만 이 영상은 Naver TV에서 조회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https://youtu.be/hKQKhvf7QgA
◉장윤정은 천재적인 재능에 자신감까지 붙은 김태연은 호랑이에게 날개가 달린 격이라고 칭찬했습니다. 그룹 미션에서 ‘범 내려온다’를 멋지게 소화했던 ‘새끼 범’ 김태연이 진선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잘된 일 같습니다. 시청자들은 아마 아직 갈 길이 먼 아이에게 무거운 왕관을 씌워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노래 잘하는 아이의 등장 자체가 사람들에게는 선물인 셈입니다.
◉5위를 차지한 김의영은 시즌 1에 이어 다시 도전한 재수생입니다. 예뻐졌다는 마스터들의 얘기에 예쁘게 보이고 싶어 코끝을 올렸다고 당당하게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1차전에서 부른 그녀의 노래 ‘용두산 엘레지’는 파워풀한 고음과 기교로 듣는 사람을 놀라게 했습니다. 충분히 콧대를 세울만한 실력이었습니다. 1라운드 미까지 차지한 이 노래는 송가인이 부른 이 노래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는 평입니다. https://youtu.be/_akSyV3V538
◉김의영은 결승 2라운드에서는 나흔아의 ‘물레방아 도는데’를 불러 마스터들의 극찬과 함께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결승진출로 설 수 있는 무대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밝아진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별사랑은 현역 출신 가운데 유일하게 결승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녀는 본선 3라운드 팀미션 때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뽕가네’란 팀을 이끌며 무대를 흔들어 놓았습니다. 준결승에서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태진아의 ‘당신의 눈물’을 멋지게 소화했습니다. 중저음과 고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감성적인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듯이 부르는 그녀의 노래에는 오랜 무명 세월의 아픔이 묻어나는 듯 합니다. . https://youtu.be/U1e-dP66dbE
◉별사랑은 일대일 한 곡 대결에서 상대방에 압승을 거두면서 준결승 1위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 1라운드에서 7위로 떨어지는 등 시소를 탔습니다. 2라운드에서 나훈아의 ‘공(空)을 불러 최종 순위 6위로 마무리했습니다.
◉발라드 가수였던 은가은은 트롯 가수로 거듭났습니다. 은가은은 경선 초반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본선 3라운드 2차전 에이스 전에서 레전드 무대를 만들면서 단번에 우승 후보로 올라섰습니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가 그녀가 선택한 노래였습니다. 웬만한 가창력으로 소화하기 어려워 특히 경선무대에서는 기피하는 곡입니다. 하지만 은가은은 맑은 음색 위에 완벽한 고음을 실어 감동의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당장 마스터들이 새 다크호스의 등장으로 인정한 은가은의 무대입니다. https://youtu.be/TkK2YPGW-Uk
◉이 노래 작곡자인 김정욱은 트롯 경연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듣게 된 것이 놀랍다면서 원곡자와 또 다른 감동의 무대라는 감상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필 이후 최고의 무대라고 덧붙였습니다.
◉은가은은 결승 2라운드에서 어머니의 애창곡인 김수희의 ‘애모’를 불렀지만 마지막 순위인 7위로 마감했습니다. 은가은이 밝힌 7위 소감입니다. ‘7위라는 감사한 자리로 끝났습니다. 엄청나고 감사한 자리입니다.’
◉3월 둘째 주가 시작됐습니다. 아침 최저기온도 영상으로 옮겨간 이번 주부터는 남쪽에서부터 이른 봄꽃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강나무, 산수유. 매화. 목련, 벚꽃의 개화 소식이 차례로 전해질 겁니다. 진달래는 다음 달 초가 돼야 피겠지만 그 꽃이 피면 이번에 ‘트롯여제’가 된 제주댁을 떠올리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