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청주교구 사제들이 국정원의 대통령 선거 불법 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을 요구했다. 청주교구 사제 119명은 29일 청주시 내덕동 주교좌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서 사제들은 “국정조사를 통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했지만 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이들에게서 반성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뢰배들의 모습을 보았을 뿐”이라고 비판하면서, “특검을 실시하여 국정조사 때 밝혀내지 못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제들은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하였고, 이를 수사해야 할 경찰은 “허위 수사결과”를 국민들에게 발표했으며, “새누리당은 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내용을 국정원에서 불법으로 제공받아 지난 대선에 부정한 방법으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18대 대선을 “공권력과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훼손된 부정한 선거”라고 공박했다. 이어 “이러한 거대한 사회악이 다시 국민들을 기만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사제들이 정의를 외면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지 않았고,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5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이날 시국미사를 주례한 김인국 신부(청주교구 옥천성당)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오늘은 경술국치 103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대한민국은 지금 안녕하시냐?”고 묻고, “슬프고 무서운 일이 발생했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한꺼번에 파괴하는 거짓말이 난무하고, 민주주의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기도를 청했다. 성가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를 부르면서 시작한 미사의 강론에서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인 김훈일 신부는 “국정원의 노골적인 선거운동은 새누리당 정권의 조직적인 헌정 중단의 범죄요 심각한 민주주의 파괴공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신부는 자유당에서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아래서 “우리 모든 국민들, 특히 가난한 서민들이 인격을 존중받고,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우리 한반도는 화해와 일치로 평화로웠는지” 물으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을 올바로 개혁하지 않고, 온갖 불법 선거 개입을 청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앞으로 우리 대다수 국민들은 더욱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불법 선거가 판을 쳐서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없다면, 5년 뒤에 대통령선거를 다시 치르더라도 무지막지한 정권에 의해 우리 사회는 다시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신부는 “민주주의는 한 마을의 공동 우물과 같은 것”이라며 “공동 우물에서 마을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 문제를 해결해 평화를 유지해 왔는데, 누가 와서 우물에 독을 풀고 먹지 못하게 하면, 그 사람을 쫓아내야 한다”며 공동 우물 같은 민주주의를 더럽히는 국정원장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이 수사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70년대 이후 계속된 공작정치와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정치가 부활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만일 이 사건이 국정원의 공작정치의 결과라면, 이 공작은 평범한 우리 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방송 언론 분야의 사회복음화’를 강조하며 “현 정권의 가장 큰 지지 세력인 조 · 중 · 동 신문들을 우리 자모이신 성교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언론이 죽어 있으면 그 나라도 그 백성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미사 후에 미사에 참석한 70여 명의 사제들이 제단 앞으로 나와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국선언을 낭독하고, 신자들과 함께 ‘광야에서’를 불렀다. 이날 미사 전후에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성당 입구에서 줄지어 서명을 했다. 천주교는 현재까지 13개 교구에서 사제 1,868명, 남녀 수도자 4,502명이 시국선언에 나섰으며,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도 추진 중에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