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약관에 동의하고 복권번호 추천사이트에 가입한 후 제공받은 번호로 1등에 당첨됐다면 정말 기부금을 내야 할까요?
이 모씨는 복권번호 추천사이트에서 찍어준 번호로 로또를 사 1등에 당첨됐습니다. 해당 회차 1등 당첨금액은 20억원에 달했는데요. 사이트 측은 약관대로 당첨금액의 10%를 회사발전기금으로 납부하라며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복권번호 추천사이트의 주장대로 해당 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선 '로또 1·2등 당첨시 당첨금(세전)의 1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사이트 측에 납부한다'는 내용의 약관에 동의해야만 합니다. 이씨 역시 회원 가입 당시 이 약관에 동의했고 1등 당첨금액의 10%인 2억원을 사이트 측에 뺏겨야 할 상황이었죠.
그러나 법원은 "해당 사이트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모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7가단121852)
◇약관상 '중요 내용'은 설명 의무 다해야
약관에 '회원 가입 여부에 영향을 줄 만한 중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 이를 설명해줄 법적 의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관이란 여려 명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사업자가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일컫습니다. 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 때도 이런 약관에 동의해야 하는데요.
이때 사업자는 약관상 중요 내용에 대해 고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이란 사회통념에 비춰 고객이 계약체결의 여부나 대가를 결정할 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입니다. 쉽게 말해 회원 가입 여부가 달라질 정도로 중요한 내용의 약관이 있다면 이를 따로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약관 내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인데요. 이에 법원은 중요 약관에 대해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별도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1다69053).
문제가 된 약관은 “회사에서 제공받은 모든 조합으로 1등, 2등 당첨시 총당첨금액의 10%(세전) 수수료를 회사 발전기금으로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이트 측은 약관 내용을 이씨가 사전에 알았어도 사이트에 가입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이씨 측은 약관에 그런 내용이 있다는 걸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어렵고 고객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가입 여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맞섰습니다.
법원은 이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요. 해당 약관이 회원가입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판단한 거죠.
이 약관에 따르면 이용자는 1·2등 당첨시 당첨금액수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아울러 유사 사이트 기부금 조항이 가입약관에 포함된 곳도 많지 않았는데요. 법원은 해당 약관 내용이 일반적인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시'와 '설명'은 다르다
또한 법원은 해당 사이트가 중요 내용을 포함한 약관을 '명시'했을뿐 '설명'하진 않았다고 봤습니다.
사이트 측은 회원 가입 과정에서 약관 동의 안내 팝업창이 뜨도록 돼 있고 또 약관에 동의해야만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며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법원은 달리 봤습니다.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하더라도 이씨가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설명한 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이용자가 약관을 읽지 않고도 '동의함'에 체크해 손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고 해당 약관에 대한 별도 팝업이나 강조 표시도 없었기 때문이죠.
법원은 이처럼 중요한 내용이라면 해당 약관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스크롤바를 내려 해당 약관을 확인하도록 하거나 팝업 배너, 음성 프로그램, 중요사항 요약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약관 내용에 대한 이용자의 주의를 촉구할 수 있었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