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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장편소설
사랑과 혁명
1권 : 일용할 양식 / 2권 : 천당과 지옥 / 3권 : 나만의 십자가
지은이 : 김탁환
펴낸곳 : (주)해냄출판사
펴낸날 : 2023년 9월 20일
분야 : 한국소설
책의 형태 : 신국판변형(140×205)
책의 장정 : 무선본
권차 : 전 3권
면수 : 628쪽(1권), 488쪽(2권), 452쪽(3권)
각권 값 : 18,800원
ISBN 979-11-6714-069-2 04810(세트)
979-11-6714-066-1 04810(1권)
979-11-6714-067-8 04810(2권)
979-11-6714-068-5 04810(3권)
다만 우리는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압도적인 역사소설가 김탁환 4년 만의 귀환!
스스로 천주를 믿었던 유일한 나라, 조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대가가 대작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그 존엄의 범주를 살아 있는 모든 존재로 넓힌다.”
- 정세랑|소설가
출간의의
이 이야기만은 꼭 세상 밖으로 보내야 한다”
소설가 김탁환이 19세기 암흑기 조선에 일어난‘정해박해’를 통해 다시 묻는
사랑・믿음・희망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들
27년간 역사소설과 사회파소설을 오가며 치열하게 창작 활동을 펼쳐온 김탁환 작가가 4년 만에 역사소설로 돌아왔다. 신작 장편소설『사랑과 혁명』(전 3권)은 ‘조선의 암흑기’라 불리던 19세기 초 다른 세상을 꿈꾸며 천주를 믿었던 사람들의 사랑과 소망 그리고 기다림을 담고 있다. 김탁환 작가의 서른한 번째 장편소설인 이번 작품은 원고지 약 6,000매 분량으로 전 3권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겨 실제 소설 속 공간에서 구상하고 집필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조선 500년을 소설로 재구성하여 품격 있는 역사소설의 장르를 개척하고, 소외되고 억압받은 인물들에 주목했던 김탁환 작가. 18세기 실학파 중심으로 형성된 집단을 주인공으로 한 ‘백탑파’ 시리즈로 영조와 정조 시대를 훑고, 20세기 개화기를 다룬 소설을 집필한 후, 이번에는 19세기 초에 일어난 ‘정해박해’로 시선을 돌린다.
정해박해는 1827년 전라남도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 옥사로, 이로 인해 또다시 조선은 천주교 탄압으로 들끓게 된다. 당시 조정은 천주교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곡성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범위를 한양까지 확산하여 500여 명의 교인을 체포하였고, 지독하게 고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정해박해는 천주교사에서도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에 김탁환 작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치밀하고 정확한 고증, 방대한 자료 조사와 탁월한 상상력을 더해 19세기 조선에서 천주교인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 유례없이 스스로 천주를 믿었던 조선 시대 사람들
정조 승하 후 극소수 권세가의 폭정이 거세지며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지고,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균열이 일어나며 혁명의 기운이 꿈틀대었다. 18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천주교는 새로운 희망과 질서를 갈구하던 정약전, 정약용, 이벽과 같은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수용됐다. 조선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신부가 들어오기 전 스스로 천주를 받아들인 나라이기도 하다.
당시 봉건사회로 차별과 억압 속에 민중들 또한 살기 위해 스스로 천주를 믿었다. 그들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멀고 낯선 교우촌으로 들어가 신분, 이름, 가족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다른 삶을 시작한다. 그 마을에서는 계급에 차별을 두지 않고, 남녀가 아닌 능력에 따라 일을 나누고, 노인과 아이를 서로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었다. 19세기 조선에는 없던 세상이다.
『사랑과 혁명』은 땅만을 섬기던 농부 들녘이 하늘만을 믿던 아가다를 만나 세상이 금하는 신(神)을 믿어 가는 과정과, 그 신을 믿기 위해 목숨 건 교우들과 이들을 추적하고 탄압하는 무리들의 팽팽한 갈등을 담고 있다.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한 책인 ‘치명록’의 형식을 차용하여 액자식 구성을 띤 작품은 3권에 걸쳐 정해박해를 기점으로 전후에 일어난 천주교박해를 배경으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교인들의 시간을 따라간다. 1권에서는 곡성 교우촌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옹기를 만들며 사랑을 빚는 시간을, 2권에서는 천주교인과 첩자, 군관이 숨고 달아나고 쫓고 쫓는 추적의 시간을, 3권에서는 옥 안팎에서 다시 신부를 모셔오기 위한 움직임과 기다림의 시간을 담고 있다.
정해박해의 진원지, 곡성에서 구상하고 집필하다
작품 속 공간을 실제 방문하여 탄탄하게 고증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 작가는 이번에는 정해박해의 진원지인 곡성으로 집필실을 옮기고, 끌려온 교인들이 수감된 감옥터에 세워진 곡성 성당 근처에 거주하며 당시 천주교인들의 마음을 새기고 현장감을 더했다.
또한 조선에 유입되었던 한역서학서『천주실의』『직방외기』『칠극』등을 비롯한 방대한 자료와 논문을 참고하여 19세기 천주교인들의 삶을 생생히 재현하였다. 당시 사용했던 세례명과 ‘탁덕, 첨례’ 등의 천주교 용어는 물론, 조선 풍속부터 천주교인의 생활 모습, 옹기촌에서 옹기를 만들고 팔던 것부터 감옥에서 고문하는 방법까지 세밀하게 묘사하여 시대적 분위기를 살렸다. 이를 통해 천주를 믿던 이들의 고민과 생각을 따라가며 그들의 질문과 절박함을 단정한 문체로 풀어냈다.
작가는 각 권마다 시대를 교차하여 이야기를 들려주고, 중심인물을 달리하며 마치 독립된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1권은 정해박해 전 들녘과 아가다를 중심으로, 2권에서는 정해박해 당시 곡성 교우촌 교인들을 중심으로, 3권에서는 정해박해 후 11년간 옥에 갇힌 천주교인을 중심으로 전개해 간다.
그 신을 믿어 당신의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수많은 갈등이 터져 나오고 이로 인해 변화의 바람이 절실했던 19세기 조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를 짓밟고 억압하며 이기적인 세계관에 갇혀 있는 지배계층. 그러한 사회에서 깊은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자기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실력을 키우려는 민중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랑과 혁명』에 등장하는 교우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살아 있는 생명을 보호하고, 때로는 원수 같은 사람을 사랑하며 갈등을 평화롭게 극복하려 한다. 이처럼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며 나아간 그들의 태도는 특정 종교에만 갇히지 않고, 특정한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다.『사랑과 혁명』이 ‘종교소설이되 종교소설이 아니고 역사소설이되 역사소설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소외된 사회적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생태환경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 세계의 확장을 담고 있기도 하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날이 선 긴장감을 내려놓고, 미움과 사랑, 의심과 믿음, 절망과 희망을 갈라 편을 나누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어떤 신을 믿든 그 신을 믿어 우리 삶이 함께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은 천주를 믿든 믿지 않든 종교와 상관없이 억압된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묵묵한 수호자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지은이
김탁환
1968년 군항 진해에서 태어났다. 마산과 창원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시를 습작하다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박사과정을 수료할 때까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고전소설의 세계에 푹 빠져 지냈다.
진해로 돌아와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를 시작했고,『허균, 최후의 19일』『나, 황진이』『리심』『노서아 가비』등을 완성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끝으로, 2009년 여름 대학을 떠났다.
이후 많은 반향을 일으킨 사회파 소설『거짓말이다』『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살아야겠다』등을 발표하였다. 장편소설『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쓰며 판소리에 매혹되었고, 소리꾼 최용석과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결성하였다.
지금까지『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를 비롯 31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과 3편의 장편동화를 냈다.『김탁환의 섬진강 일기』『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엄마의 골목』등 다수의 에세이와 논픽션도 출간했다.
『불명의 이순신』『나, 황진이』『허균, 최후의 19일』이 드라마로 제작되었고,『열녀문의 비밀』『노서아 가비』『조선마술사』『대장 김창수』는 영화로 제작되었다.
몇 년 전 그는 곡성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겨, 마을소설가이자 농사꾼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글을 쓰고 논밭을 일구는 틈틈이 이야기학교부터 생태책방과 마을영화제까지 공동체 활동도 함께 꾸려가며 마을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사랑과 혁명』은 농촌에서 구상하고 집필하고 퇴고한 첫 장편소설이다.
줄거리
1권
“산도깨비 같은 그녀를 더 알고 싶었다.
그녀의 가시에 찔려 내가 다칠까 봐 머뭇거리진 않겠다.”
들녘은 장선마을에 사는 농사꾼이다. 열 살 때부터 박 진사의 논을 소작했던 들녘은 마름의 횡포로 큰 빚을 진다. 빚을 독촉하는 마름 봉식을 두들겨 팬 죄로 마을에서 살 수 없게 된 들녘은 산으로 들어가 나무꾼 곡곰 밑에서 나무하는 법을 배운다. 들녘은 곡곰과 장작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중 한 명인 아가다를 연모하게 된다.
어느 날 들녘은 아가다의 뒤를 쫓아 옹기촌이자 교우촌인 덕실마을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녀 곁에 머물고 싶어 그 마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옹기 만드는 일을 도우며 점점 신(神)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간다.
옹기촌 가마에 불을 때던 날, 뱀들의 급습으로 마을 회장이 혼수상태에 빠진다. 이를 기회로 차기 회장이 되려는 사람과 만류하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고, 덕실마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데……
2권
“죽을 만큼 맞았지만 죽은 이는 없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믿음의 불꽃이 흔들렸다.”
오래전, 세 친구가 있었다. 이오득, 소인정, 공원방은 한 사람이라도 붙잡히는 날엔 남은 두 사람의 은신처를 불어 한날한시에 치명하기를 약속했다. 신유년(1801년) 봄, 세 사람은 좌포도청에 끌려갔고, 모두 배교했다. 포도군관 금창배에게서 이오득과 소인정이 자신을 배신한 사실을 듣게 된 공원방은 그날부로 천주교인을 잡아들이는 첩자, 간자가 되었다. 사람 발길이 드문 산속으로 들어간 이오득과 소인정은 다시 마을을 꾸리고, 공원방의 딸 공설이를 맡아 키우게 된다.
2년 만에 덕실마을에 옹기를 내는 날, 한천겸은 술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난동을 부리고, 싸움이 번져 억울하게 맞은 주원은 관아에 고하여 교인 스물세 명이 옥에 잡혀 들어간다.
금창배는 옹기에 새겨진 문양을 토대로 교인을 색출한다. 군관 장비와 관우가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문초하자 열여덟 명이 배교하여 풀려나고, 굳게 입을 다문 다섯 사람만이 남는다. 교인들의 발설로 아기엄마 최언순, 화공 진목서, 소리꾼 월심, 상본을 새기는 명이덕, 어부 고덕출, 무녀 금단이 순서대로 잡혀 들어온다. 이들의 입을 열기 위해 다양한 심문이 반복될수록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진실과 거짓말을 뒤섞어 펼쳐놓는데…… 이들 중에 간자가 여럿 있다.
3권
“나만의 십자가를 지고 걷다가
그 십자가에 매달려 죽을 수 있을까”
1827년 곡성 옥에서 전라감영으로 끌려온 교인 중, 11년간 단 한 명의 치명자도 없었다. 죽기 직전에 옥에서 내보낸 까닭이다.
그동안 옥 밖에서 이오득은 살인을 금하는 ‘천주십계’를 지키기보다 직접 탐관오리들을 응징하며 새 길을 만들어나간다. 소인정은 옥에 갇혀 그의 스승 신태보를 비롯한 교인들을 살피며 치명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외방전교회에 보낼 옥중기를 적어달라는 은밀한 부탁을 건네받는다.
마침 전라감영 판관으로 부임한 공원방은 소인정에게 교우들이 즐겨 부르던 <옹기꾼의 노래>를 옮겨 적으라고 명한다. 옥에 갇힌 여섯 교인들은 노랫말을 옮기는 동시에 옥중기를 적고, 이를 옥 밖으로 내보낼 계획을 세운다. 옥에서 잔치가 열린 날, 소인정은 탈출에 성공하고 38년 만에 세 친구가 만나 설전을 벌이게 되는데…….
주요 등장인물
들녘(이시돌)
장선마을 세 바보 중 한 명이자 벼농사를 기도하듯 짓는 타고난 농사꾼. 7년간 소작농으로 살며 수확량도 월등했지만 계속 쌓이는 빚을 감당 못하고 나무꾼이 된다. 아가다를 연모하여 옹기촌 덕실마을로 들어가고 생질꾼으로 일하며 그녀와 함께하기를 꿈꾼다. 점점 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길치목(시몬)
장선마을 세 바보 중 한 명이자 산포수. 날쌔게 산을 오르고 짐승들을 모는 명사수의 실력을 갖췄다. 덕실마을의 한 여인을 연모하여 교인들과 교류하고 그들 곁을 맴돈다.
장구(귀도)
장선마을 세 바보 중 한 명이자 거지. 날 때부터 오른쪽 몸을 쓰지 못했다. 마을에서 동냥하며 다섯 마리 거위를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다 장애가 사라지는 기적을 체험한다.
공설이(아가다)
동정을 지키고자 맹세한 덕실마을 산도깨비 대장. 언제나 성경 말씀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살아 있는 성녀와도 같지만, 들녘으로 인해 크게 흔들린다.
이오득(야고버)
덕실마을 옹기 대장. 소인정과 공원방과 한때 순교를 약속한 사이였으나 좌포도청에 끌려가 배교하고 목숨을 건진 뒤 회두한다. 수십 년간 곳곳에 교우촌을 만들어 이끈다.
소인정(요안)
서학서를 번역하고 필사하는 교인들의 정신적인 스승. 이오득과 함께 배교한 후 회두한다. 조선에 신부를 다시 모셔오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공원방
좌포도청 간자. 한때 이오득과 소인정의 벗이었으나 두 사람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오해한 후 조선 제일의 간자가 된다. 십이 년 전 집을 나간 딸의 행방을 쫓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금창배
좌포도청 종사관. ‘징제비’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교인들을 악착같이 쫓고, 붙잡아 죽이지는 않고 죽을 만큼만 징글징글하게 고문한다. 그가 있는 한 순교는 없다. 배교만 있을 뿐.
차례
1권 : 일용할 양식
작가의 말
서_ 읽는 마음
1권
1부 신은 기르고 인간은 거둔다
1장 밖
십자가|먹보|은행나무 술통|성 이시돌|비 맞는 버드나무|책 읽는 남매|조각조각|바둑통과 바둑알|글자판|진달래|엄마|연가|고래|돌실이|붓통|확독
2장 안
달항아리|미꾸라지 통|쌍구유|병아리 물통|자라병|터줏단지|훈|호자|뚜껑|등종지|떡살|도침|배밀이|필세|배물항아리
3장 안팎
구정물독|사라|주기|약시루|장구통|종항아리|겹단지|독널|성모|불씨통|양념단지|투호|전독|밥통|탕아|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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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 천당과 지옥
2부 신은 숨고 인간은 찾는다
서_ 한날한시
1장 옥
재회|주막에서 생긴 일|입을 맞추다|기회|점을 찍다|十|화용도 타령|치도곤과 학춤|상상 고문
2장 지옥
길 위에서|울음에 대하여|괘씸한 다섯 사람|여자의 일생|예수를 그리는 남자|옥 중의 옥|그네|거짓말|또 다른 나|우리에게 지옥이 필요한 이유|사람 낚는 어부|이것은 기적일까|때늦은 사죄|종사관의 지름길|깨어 있으라|간자|다시, 괘씸한 사람들만 남아|첫 희생자|혀와 눈|어떤 부활|자정의 죽|그 봄의 등잔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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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 나만의 십자가
3부 신은 흐르고 인간은 멈춘다
1장 소망 1827~1838
주교와 탁덕|질문이 끊이지 않는 절벽 이야기|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이야기|검은 고양이 생쥐 이야기|꿈결 따라 소리하는 이야기|무녀가 맹인으로 돌아간 이야기|조동무의 마지막 항해 이야기|붓을 들지 않은 화인 이야기|잊고 잊고 또 잊는 이야기|한날한시에 금식하고 한날한시에 죽은 부부 이야기
2장 부활 1838~1843
주교와 탁덕|옥에서 글을 쓰고 옥 밖으로 전한 사람들의 이야기|주교와 탁덕|마지막 관문은 부활이라는 이야기|마을을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종_ 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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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에 등장하는 조선 천주교의 역사
∙ 감사의 글
책속으로
“기다려, 기다린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기다려”
다른 논보다 두세 배 더 수확해도 끼니를 잇기 어려웠다. 마름인 봉식은 내가 열 섬을 거두면 열 섬을, 스무 섬을 거두면 스무 섬을, 백 섬을 거두면 백 섬을 가져갈 근거를 꾸며댔다. 내가 진 빚은 해마다 늘었고 그 빚을 갚으려면 더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했다. 더욱더 열심히 농사를 짓더라도 빚이 줄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해결책은 내게도 농부들에게도 봉식에게도 박웅에게도 곡성 관아 아전이나 현감에게도 없었다. 한두 섬이라도 빼돌리고 수확량을 줄여 말하란 충고를 받았지만, 끼니를 잇기 위해 대부분 그런 속임수를 썼지만, 봉식도 소작농들이 그딴 짓을 하리라 여기고 모조리 빼앗으려 들었지만, 나는 줄이지도 빼돌리지도 않았다. 땅이 정직하듯 나도 정직하고 싶었다. 그 결과 찾아드는 굶주림은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1-1 ‘성 이시돌’> 중에서
“아가다예요. 제 이름.”
처음 그녀의 이름을 들었다. 아가다. 기이한 이름이었다.
“옛 이름은 아기랍니다. 이아기!”
이아기 아가다는 내 이름을 이미 알겠지만, 나는 그래도 또박또박 밝혔다.
“들녘입니다.”
<1-1‘확독’> 중에서
“이십사 년이나 탁덕을 보내달라 청하셨다면서요? 계속 거절당한 건가요?”
“거절은 아니오. 복된 말씀을 조선에 전하는 일을 거절하는 교화황이 어디 있겠소. 다만 우리나라에 들어올 탁덕을 고르는 과정이 하루 이틀에 뚝딱 되지는 않소.”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이십사 년 동안 단 한 명의 탁덕도 오지 않은 건…… 이상한 일 아닙니까? 회장님께서 직접 연경에 다녀오실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그냥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탁덕이 나설 때까지 버티며 기다리는 일이라면, 회장님이 적임자일 듯합니다만…….”
야고버 회장은 말을 아꼈다
“내겐 전라도에서만도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소. 연경을 다녀오라 해도 감당하기 어렵지. 해오던 사람들이 하는 게 낫소.”
“계속 기다릴 겁니까?”
“기다려야 하오. 탁덕을 보내고 아니 보내고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니까. 기다리긴 기다리는데,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되오. 기다리고 있으니 할 일은 다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진 말자는 겁니다. 교화황 성하와 청나라에 있는 주교와 탁덕 들이 자신들 형편을 살피듯, 우리도 우리 형편을 살펴가며 기다리자는 것이라오.”
<1-2‘뚜껑’> 중에서
“착각하지 마. 징제비의 문초가 하도 혹독해서, 지옥의 영원한 고통을 맛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는 변명들을 나도 꽤 들어왔지. 하지만 틈이 전혀 없는데도 내가 아무 데나 쑤셔대는 걸까? 아니지. 너희를 무너뜨린 건 저 형구들이 아니라 오만함이야. 너희가 조금만 더 겸손했다면,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봤다면, 그래도 결국 내가 너희를 골라냈겠지만, 좀더 고민을 했을 테고 시일이 걸렸을 거야. 사람이란 게 참 묘한 짐승이라서, 숨길 여유가 있더라도 전부 다 숨기지 않고 꼭 한두 개씩을 놔둬. 딴것들은 찾더라도 이건 못 찾을 거야, 이딴 오만을 품는 거지. 그런데 또 웃기는 사실은 옹기꾼 천주쟁이들이 지닌 그런 오만의 방식이 엇비슷해. 자, 그게 뭘까?”
<2-1‘十’> 중에서
“천주에 대한 믿음을 논파하려면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을 깨는 건, 이 잔을 부수는 것보다도 쉽고 간단합니다. 의심과 실망. 저는 주로 그 둘을 이용합니다. 신유 대군난 세 친구를 예로 들어볼까요. 처음에 세 사람은 천주에 대한 믿음과 친구에 대한 믿음 둘 다를 지키려 합니다. 둘 중에서 친구에 대한 믿음만 먼저 살짝 흔들어줍니다. 야고버에겐 베드루가 널 많이 걱정한다고 하고, 베드루에겐 요안이 널 많이 걱정한다고 하고, 요안에겐 야고버가 널 많이 걱정한다고 합니다. 친구가 자신을 걱정한다는 이야길 들으면 한편으론 고맙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 믿음이 훨씬 강한데 왜 그딴 걱정을 할까 하는 생각이 아주 조금은 생기는 법입니다.
그다음엔 베드루가 한 이야기를 야고버에게 들려주고, 야고버가 한 이야기를 요안에게 들려주고, 요안이 한 이야기를 베드루에게 들려줍니다. 그 말이 맞느냐 틀리냐 따지지 않고 그냥 들려만 주는 거예요. 세 친구는 각자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나랑 생각이 조금 다르네. 이건 내 기억엔 없는데, 왜 그렇게 말했을까. 틈이 만들어졌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아주 미세하지만, 틈이 전혀 없는 벽과 실금이라도 희미하게 있는 건 아주 큰 차이죠.” <2-2‘울음에 대하여’> 중에서
“차라리 제가 남을게요. 징제비도 그렇고 또 그 사람도 저를 원해요. 제가 붙들린다면 반나절 아니 하루 정도는 관심을 돌릴 수 있을 거예요. 두 분은 하실 일이 아직 많잖아요? 제가 남을게요. 남게 해주세요.”
소인정이 틈을 보이지 않고 잘랐다.
“내 말 똑똑히 들어. 넌 결코 잡혀선 안 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꼭 지키겠다고, 십이 년 전에 야고버와 나는 천주님께 맹세했단다. 들녘도 널 지키려고 목사동 골짜기에 남은 거야. 명심해.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모두 목숨을 잃는대도 너만은 살아남아야 해. 다쳐서도 안 되고 붙잡혀서도 안 돼.”
<3-1‘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이야기’> 중에서
“사학죄인들이 전라도를 아직도 어지럽히는가?”
“전라도만이 아닙니다. 한양에도 교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해 군난 후 잦아들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언제부터?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단 겐가?”
“이 년도 훨씬 지났습니다. 사학죄인들이 갑자기 늘었고 교우촌끼리 왕래하는 움직임도 잦아졌습니다. 아무래도 탁덕이 들어온 것 같습니다.”
“탁덕이 들어와? 당장 붙잡아야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조정에서도 사학죄인들을 비호하는 무리가 있는 것 같고…… 어설프게 덮쳤다간 탁덕도 못 잡고 낭패만 볼 수도 있습니다. 차근차근 물증을 확보해서 단숨에 숨통을 끊어야 합니다.”
<3-2‘옥에서 글을 쓰고 옥 밖으로 전한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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