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땅굴에서 나오지 않으려 할 때 그 옹골진 마음은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고슴도치만의 끙끙 앓는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다만 모를 뿐이고.
아무리 큰 소리로 불러도 꼼짝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어도 끙끙 앓는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터. 옹크린 마음을 쭉 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따스한 밥 한 그릇이다. 가끔 그게 라면으로 대치될 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그 힘은 가히 이불 땅굴조차도 무너뜨리는 힘을 지녔다. 거기다 말해 무엇하랴. 곱빼기의 등장이라니. 옹크린 마음을 쫙 펴고 녹진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다. 아무리 뾰족한 가시로 무장한 땅굴 속 고슴도치이지만 이쯤 되면 타협을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그만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