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음식 장만이라고 늘 그렇듯
부침개 서너 가지 반찬 색다른 거
몇 가지가 다인데
이날 이때껏 해오던 거라 마음먹었다 하면
만사 척척 재료 손질서부터 튀기고 끓이고
어질러진 설거지까지 일사천리다
내 손이 내 어미 요라는 속담이 있다.
주부들의 손길은 길 잘든 기계장치다
머릿속은 내일모레 할 일까지 궁리하는 중에도
손으론 지지고 볶고 양념을 찾아 적절하게 섞고
사이사이 간을 보느라 뜨거운 것을 입에다 무는 것이다
평생을 뭐 했냐고
한 게 없다고?
부엌에서 보낸 세월은 생애 기록에도
오르지 못하니
그 음식을 먹고 살과 피로 몸을 키우고
정신을 차려 공부하고 벼슬하고 집안을 일으켰다면
당연히 최초 공은 부엌 임자에게 줘야 할 것이다
어머니 아내 누이로 이어지는
여자의 일생
튀김에 묻힐 계란 물을 올핸 흰자 빼고 노른자로만
빼서 깻잎 고추 대구포 산적 부쳤더니
색은 이쁘게 나는데 계란 양은 평소보다 두 배다
오늘 베란다에 모아 놓은 흰자를 보며
어찌할까 궁리하다가
쪽파 고추 당근 잔뜩 다져 넣고 우유 붓고
동생이 보내준 명란 한쪽 꺼내어 터뜨려 휘저어 구웠다
둘둘 롤처럼 감아 굽듯 지져 내는데
양이 엄청나기에 어쩌나 누굴 주지 싶기도
그냥 잔뜩 지져 바구니에 담아 내놨다.
옛말에
사위 돈은 서서 받고
아들 돈은 누워서 받는다고
아들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날 이때껏
날짜 거르지 않고 생활비를 내놨는데
난 그걸 당연하고도 편하게 받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들이고 맏이면 생활비를 내놔야지
아들이 장가를 갔다면 용돈 정도가 당연하지만
아직은 어미가 해준 밥상을 받고 있으니
생활비 전액을 내놔야지 암,
이에 아들도 기꺼이 가정 경제를 책임지려 하고
또 앞으로 장가를 갈지 말지 모호한 현실 앞에서
이젠 생활비뿐 아니라 자신의 노후 생활 계산까지
늙은 어미와 의논하는 실정에 이르렀으니
아들은
장가를 못가 어미를 기쁘게 못 해줄 뿐이지
그 외는 조용하고 사려 깊고 지적인 호기심으로
뭐든 읽고 알려고 노력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어미 입장도
그냥 저 편한 대로 한 세상 살다 가면 되었지
굳이 아니 되는 걸 억지로 애면글면할 힘도 없고
이제 아들이 주는 생활비로 알뜰히
저금과 살림을 해나가는 것으로 내 역할만 하는 것이다
아들 돈은 받기도 편하지만 받아서
맘대로 생각대로 쓰는 것 또 한 즐겁다?
명절 전날
돼지 다진 거에 소고기 섞어 퍽퍽 치대어
한 양푼 만들어 놓은 양념 앞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반으로 갈라 쌓아 놓은 고추와 깻잎
그 속에다 저 양념을 채워 넣어야 하는데
티스푼으로 어느 천년에 다 넣나 싶어서다.
방에 있는 아들에게 냅다 짜증 섞인 지청구를
쏟아냈다
“어째 이년의 팔자는 아직도 이런 걸 혼자 다 해야
하는고,
”이런 건 며느리와 같이해야지
며느리더러 하라고 하던가
“에휴!‘ 이년의 팔자는
이날 이때껏 부엌데기 신세 못 벗어나네
죽어야 안 하겠지 쯧쯧
컴퓨터 소리마저 조용해진 아들 방
아들의 불편한 마음이 손가락에 달라붙은 고기 양념처럼
어지러이 마음을 나무란다 그럼에도..
언제나 자동으로 움직이는 내 손이라지만
모체인 육신이 고되다 속닥이니 입이 참지 못해서다
사위 돈은 서서 받고
아들 돈은 누워서 받고
내일까지
내 손은 휴가다
첫댓글
지금 막
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장가든
형집에서 명절 밥상 받고 왔는데
며느리 둘이지만
시어머니(형수)가 요리는 물론
설거지까지 하는 걸 보고
시어머니의 권위는
흘러간 그리운 옛 얘기일 뿐
추억의 뒤안길로...
아마도
지금의 삶이
아주
행복할 것 같소이다
애 쓰셨습니다 운선님 ~~ !
제가 하루더 얹어서 모레까지 운선님 손 휴가 드릴께요 ㅎ
그럼요 당연히 휴가를 줘야지요
에고 얼른며느아가 나타나야 할낀데 참말러
운선 언니야~
언니가 설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싫어서
심기가 불편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요~
내가 언니의 자녀로 태어났다면
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저 멀리 달아나버릴 듯 합니다.
엄마의 의견과 소망을
따뜻한 마음을 담아서
아들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부들~
주방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까...하고 생각에 잠겨 봅니다.
늘 먹는 식사에~노고의 표도 안 나니 누가 알아 주는 이도 없고요.
모두 수고가 많습니다..
그래도 아드님이 착하신가 봅니다.
번 돈을 다 내 놓으니 말예요.
우리 애는 32살때 내쫓았습니다.
이제 36살이 되었는데 혼자 사는게 편하다고 합니다.
쭈~~~~욱~~~그리 살아라 하고 말해줍니다.
악담에 못내 속은 상하지만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아드님과 속닥하니 사시는 풍경이
아름답거든요
저는
명절증후군라나 뭐라나
삭신아프고 힘없고
좋은 것 없고
애 낳고 몸조리하는 산모처럼 붓고
한 사나흘 앓고나면
뽀시락뽀시락 일어납니다 ㆍ
운선님의 요리솜씨를 맛 보는
날이 있으려나 ᆢ 꿈을 꿔 봅니다ㆍ
막둥이 아내로 시집와
제사상 차림까지 고생시키니 ㅡ
울 마눌님
70십 까지만 제사 모시자 목메지 만 내게
들을 답은 아직 ㅡ
ㅠ ㅠ ㅠ
할머니
어머니
딸
누나
며느리
여자로 태어난것 때문인가 ㅎ ㅎ
뭇
여성님들에 그 온건한
정성으로 대한민국 만세 입니다 ㅉ ㅉ ㅉ
운선선배님..같은 말도
운선 선배님 거치면..옥구슬이..
돼서 나온답니다-멋져요
운선 선배님..명절 연휴..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네 단란한 가정 모습 보여요
내 손이 내 딸이고
재주가 좋으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이번 명절에도 자식을 위해 솜씨좋은 한 몸을 던지셨군요.
그 아들은 훗날 제가 엄마그리듯 지금의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의 떡국을 먹을 날 오겠지요.
사랑을 받을 엄마가 옆에 있는 아드님이 부럽습니다.
그저 별다른 양념이 안들어가도 맛있고 구미돌고
자꾸 자꾸 손이가는 엄마의 음식...ㅎㅎ
손맛이 가득한 엄마의 음식...
그 음식을 전수받을 며늘님.....어디계신가요?
이제 휴가 끝났나요?ㅎ
이제부터는 탁 내려놓고
좀 편히 하셔요
솜씨 좋아
자식들 잘 먹어주니
또 열심히 움직이게 되는 마음 이해는 합니다만
편해지셔요
저는 정말
나이롱 엄마라
부끄럽지만
그러련하니 편하게삽니다 히히
며느리 들어오면
며느리 먹을 음식까지 해놔야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