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는 것은 기쁘고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좋은 책 못지 않게 몹쓸 책들도 많습니다.
그것을 살핀 적은 없지만
어쩌면 몹쓸 책이 좋은 책보다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나는 참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 책들 가운데서 골라 든 것은
거의가 좋은 책이었습니다.
대부분 읽을 때 즐거웠고
읽은 뒤에는 행복의 이유로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글낯 화려하고
차림도 아주 그럴싸한 책 하나를 읽는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책을 고를 때 꼼꼼하게 살핀 다음 집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살폈다고 하더라도 골라 들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읽고 났을 때 떠오르는 것은
근래에 내 관심 안에 있는 것들 중 비교적 무게가 큰
‘사실과 진실의 관계와 그 사이의 간격’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도
사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세상이고
그 ‘수많은 일들의 물결’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한다면
곳곳에 극복하기 어려운 여울이나 소용돌이
또는 늪과 같은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래서 복잡해진 세상을 더욱 복잡하게 하면서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놓고
자신들의 몫이나 목적을 이루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정치판,
예전에는 그 짓을 주로 장사꾼이 했는데
장사꾼은 어쨌든 무엇인가 물건을 내놓기는 하지만
정치꾼들은 실제로 주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 몫, 목적만 위해서 사람들을 동원하곤 합니다.
생명이라는 것, 생명현상, 생명세계라고 하는 주제 안에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과 그 안에서 다양해지면서 쌓인 복잡함으로
그 ‘사실’을 규명하는 일만도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생명현상 안에서 최소한도의 사실들을 추려
그것을 ‘생명의 진실’로 끌어낸 것이 바로 ‘진화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진화론 자체도 하나의 사실이지만
사실에 대한 해석이라는 과정이 작용하고
그것이 옳다는 결론이 내려진 뒤에 얻게 되는 ‘진실’을 놓고 볼 때
충분히 ‘진화론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놀랍게도 진화론에 부정적입니다.
진화론적으로 본다면 생물, 또는 생명현상이 너무도 허술한데
그것이 진화론의 약점이라는 것 같은 적지 않은 발언들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혼돈이론’ 가운데 ‘자기조직화’라는 개념이야말로
생명세계와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는 말인 것 같은데
그나마 선명하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냉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읽는 내내 답답했고
결국 내가 읽은 책들 가운데
‘나쁜 책 목록’도 하나 추가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참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