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욱(44)은 동양화를 그리듯 사진 찍는 작가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수묵은 버렸다. 대신 우리의 산수(山水)를 한지에 프린트한다.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리듯 흑백으로 찍은 산과 물을 한지 위에 프린트한다. 한지는 표면에 보푸라기가 많아 프린터에서 걸리기 십상이고, 사이즈도 작아 인화지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지 전문업체와 머리 맞대고 인화용 특수한지를 만들어 냈다. 그래도 보통의 인화지처럼 매끈하지는 않아 종종 프린터에 걸린다. 그런데 이 한계가 그만의 작품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하루는 인왕산 바위 사진을 한지에 인화했는데 어김없이 프린터에 걸렸어요. 종이를 겨우 빼내 구겨서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가 그날따라 무심결에 펴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지에 생긴 굴곡 때문에 바위가 진짜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때부터 산 사진을 한지에 프린트해서 접고 주무르고 구겨서 조형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작업 방식이 작가가 스스로 '부조 사진'이라 명명한 작업이다. 부조 사진을 통해 설악산, 북한산, 인왕산 등 한국의 명산이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살아났다.
작가는 "붓으로 일필휘지하듯 한지를 한 번에 구겨 자연스러운 기개를 담는다"고 했다. 임채욱의 부조 사진 18점과 동양화 같은 한지 사진 6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다음 달 28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인사이드 마운틴즈(Inside Mountains)'전이다. (02)733-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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