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5일
에비(Eve)가 문을 닫았다. 2주 전에 예고 포스트가 붙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앞으로 남은, 3개월의 코치생활에 불편이 적지 않게 발생하리라 생각된다.
에비는, 가히 나의 코치생활에서 중심이라 할까, 필수불가결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약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도 운동삼아서 다녔다. 바나나(3개 98엔), 물(천연수, 2리터 78엔) 등을 사곤했다. 우유곽이라든가, 재활용쓰레기도 에비에서 수거해 주곤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과 학교, 그리고 에비는 삼각형을 이룬다. 우리 집과는 좀 떨어져 있으나(도보 10분) 학교와 가까워서, 에비에 들러서 시장을 봐서 집에 와서 저녁을 해먹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비가 문을 닫으면, 시장 보는 것이 적지 않게 불편해 진다. 대안이 되는 슈퍼는 우리 집으로부터, 거리와 시간은 에비와 비슷하지만, 지역이 훨씬 왼쪽으로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집이 '6시' 방향이라면 학교는 '3시', 에비는 '12시'이다. 그렇다면 대안이 되는 슈퍼인 '썬 플라자'는? '9시에 있다.
집에서 썬플라자 다니는 것은, 거리와 위치로 보면 불편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시간적으로 좀 맞지 않는다. 아침 먹고 시장을 보러간다고 생각하면, 아직 그 시간에는 썬플라자는 문을 안 연다. 9시 30분은 되어야 하는데, 시장 보려고 1시간이나 1시간 30분을 집에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퇴근을 하고, 썬플라자를 들렀다 오려면 길이 멀다. 집쪽으로 와서도, 다시 더 가야 한다. 방법은, 제일 좋기로는 점심을 먹고 운동삼아서 썬프라자에 가서 시장을 봐서 집에 와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시 학교로 가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실제로 내가 더러더더러 이용한 스케쥴이다.
실제로 에비가 있을 때에도, 에비와 썬플라자 사이에는 서로 싸게 파는 상품들이 다르기 때문에, 이리저리 다니면서 싼 제품을 사면 되는 것이었다. 토마토와 우유, 요구르트(종균용)는모두 썬플라자가 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날씨가 더워져서 점심시가에 썬플라자까지 가서 시장보고, 집에 들렀다가 다시 학교로 가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칫 한낮에 더위를 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퇴근 이후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퇴근시간을 좀 조정해야 한다. 이리해서, 에비의 폐점은 내게는 적지 않은 불편을 초래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2주 전에 처음으로 페점의 안내문을 보고서는 비로소 이해되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포인트권을 안 주는 것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 천 엔 이상 구입하면, 20엔짜리 할인권을 6매 준다. 이를 다음 주 화요일에서 금요일 사이에 쓸 수 있다. 다만 1물건에 1장 밖에 못 쓴다는 제한이 있다. 즉 6개를 사면 6장을 다 쓸 수 있다. 그런 포인트권을 어느날 폐기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다. 우유 등을 진열하는 곳에 어느날부턴가 "냉장고가 안 된다. 고장이다"라고 하면서 진열품을 줄였던 것이다. 이제 보니, 이미 그때 폐점을 내부적으로 결론내렸던 모양이다.
에비는 대형슈퍼로 체인점이 여기저기 있다. 그 중, 우리 동네 아사쿠라(朝倉)의 에비가 폐점한 것이다.
이유는 결국, 장사가 안 되어서 일 것이다. 사람이 적어서이다. 일본에는 '셔터거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 아사쿠라 역시 절반은 '셔터거리'라고 볼 수도 있다. 옛날의 가게들이 간판은 그대로인 채 문을 닫은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식당이나 음식점이 많다. 이자까야(술집)만이 아직까지 살아남고 있다고 할까?
코치현의 전체 인구가 76만명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어제 아래, 국회(중의원)에서 통과된 선거구에 관한 법이 있는데 그 적용을 받는 곳에 코치현이 있다. 국회의원의 선거구가 3곳이었는데, 2개구로 줄어든 곳이다.
인구만이 아니라 평균소득도 그렇다. 일본의 43개 지자체 중에서, 코치가 꼴찌에서 둘째다. 2번째로 가난한 지역이다. 꼴찌는 오키나와라고 한다.
시코쿠의 4현 중에서 땅은 가장 넓은데 경제력은 꼴찌인 셈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정도 이유를 들 수 있을 것같다. 첫째, 공장 같은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연이나 공기는 좋지만, 사람들의 살이가 걱정이다. 둘째 혼슈(본주)지역과의 거리가 가장 멀다는 점이다. 도쿠시마는 오사카와 가깝고, 다카마츠는 오카야마와, 마츠야마는 히로시마와 가까워서 경제적인 관계가 밀접하지만, 코치는 어떤 혼슈의 지역과도 마주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태평양만을 면하고 있을 뿐이다.
코치대학에서 나오자 마자 노면전차를 따라서, 코치시내쪽으로 조금 더 가면 '야마자키'라는 편의점이 있다. 그 편의점에 손님이 있는 것을, 나는 아직 한번도 본 일이 없다. 문을 안 닫고 버티는 것이 용하게 생각된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가게가 그 '야마자키'였는데, 의외로 에비가 문을 닫은 것이다.
일본의 경제가 지금 그렇다. 한편에서는 아베노믹스라고 해서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떨어지고(엔 약세) --- 수출이 살아난다고 하면서 과소비가 일어나는 듯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데모가 늘어난다. 못 살겠다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심화될지도 모르겠다.
아베노믹스는 성장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말 그 시나리오대로, 성장이 경제활성화를 가져와서 그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미친다면 좋겠지만 ---,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그렇게 될지는 ---. 도쿄 도의회선거에서 자민당이 전원 당선으로 압승한 것을 보면, 일본 사람들은 기대가 클 것같다.
우리 동네, 아사쿠라에도 문을 다시 여는 가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때는 내가 살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