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역사가 담긴 보물창고,
국립경주박물관을 찾다.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환경부 활동과 시험 때문에 답사부 활동을 몇 주간 빠져서 그런지 이렇게 답사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일찍 온 건지 아직 모인 사람은 없다. 박물관도 9시 개장이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얼마 있으니 김홍열 선생님과 1학년 둘이 도착한다. 아무래도 시험이 직후라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강태희 선생님께서는 일이 있으셔서 못 오셨다. 인원도 적고 하여 다른 지역으로 갈까 하다가 일단 박물관을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입구.)
(박물관 초입.)
공교롭게도 고고관이 공사 중이라 주요유물은 특별전시관에 모두 옮겨 놓았다고 한다. 전시관을 보기 전에 잠시 야외전시장을 둘러본다. 경주 곳곳에서 출토된 귀중한 유물들이 햇빛을 받으며 서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겨울 때 낭산답사 중 갔던 곳인 중생사에서 나온 보살상이 있었다. 원래 통통하게 조각하는 여타 불상과 달리 길쭉하고 호리호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남산에서 발견된 두 석탑. 뒤엣것은 승소골 삼층석탑이다.)
(낭산 중생사 관음보살상.)
어린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온다. 어린이 박물관 입구 앞 야외전시장 끝자락, 사람들의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곳에는 특별한 유물이 하나 있다. 대부분 모르는 유물인데 바로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물, 척화비다. 흥선대원군이 병인, 신미양요 승리 후 통상수교거부정책(쇄국정책)의 하나로 전국에 세운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전시실 안에 있던데 여기서는 그저 야외전시장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척화비. 역사 교과서에 반드시 등장하는 익숙한 유물이다.)
고고관은 물을 닫고 그 유물은 특별전시실에 있다니 특별전시실로 들어간다. 안에는 고고관에서 보았던 유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중앙 쪽에는 왜 신라가 황금의 나라로 불리는지에 대한 답이 펼쳐진다. 금관, 금허리띠, 금사발, 금귀걸이, 금목걸이 등 온통 금이다. 금은 희소성도 희소성이지만, 다른 철보다 변색이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1,400년이 넘도록 아름다운 황금빛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학설에는 이 금유물들이 살아있을 때가 아닌 오직 죽어서만 착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기야 합치면 10kg에 육박하는 금덩어리를 항상 차고 다닐 수는 없으니.
(고대 이 땅에도 청동기문명을 말해주는 청동검과 청동거울.)
(여러 동물 모양의 토기.)
(빛을 발하는 금모와 은모.)
(고대 페르시아, 로마와 같은 서역과의 교류를 증명해주는 유리그릇.)
(평생 살면서 저런 금사발에 물을 담아 마셔볼 기회가 있을까?)
(전시실 일대. 멀리 금관이 보인다.)
(예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신라시대 짬짜면 그릇. 정말 저기에 뭘 담았던 것일까?)
(화려함과 섬세함을 보여주는 보검. 이국적인 문양은 역시 서역과의 교류를 증명한다.)
시간이 촉박해 미술실은 건너뛴다. 안압지관으로 향하는데 석가탑과 다보탑 실제 모형이 우뚝 서 있다. 박물관이 지어지기 전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혹시 모를 파괴를 대비해 세운 것이라 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복원해도 석가탑과 다보탑은 불국사 경내에 있어야 제 빛을 발휘한다.
(석가탑과 다보탑. 뒤로 안압지관이 보인다.)
안압지관은 이름 그대로 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따로 전시하는 관이다. 지금은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뀐 안압지는 신라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유적이다. 1970년대 안압지의 물을 빼면서 수많은 유물이 쏟아져 나와서 신라 역사를 연구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신라시대 놀이문화를 알게 해주는 유물인 주령구는 세간의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말린다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바람에 결국 진품은 타버렸다.)
안압지관은 관 전체가 하나의 전시실로 되어있어 무척 넓은 느낌을 준다. 특별전시관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안압지관.)
(안압지에서 출토된 목선. 여기에는 누가 탔을까?)
(안압지 모형. 원래대로 복원된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
(2층에서 바라본 안압지관.)
(안압지에서 나온 금동판불. 섬세한 조각솜씨를 보여준다.)
(불상의 일부분들. 금동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안압지관 옆에는 박물관 최고의 유물 중 하나인 성덕대왕신종이 종각에 고이 모셔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종이자 수많은 학자들이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 여기 국립경주박물관에 와서 이 종소리를 듣고 가지 않는다면 그 건 여기를 둘러보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이 소리는 안압지, 월성, 낭산 일대까지 들릴 정도다. 경덕왕이 성덕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주조한 종으로 완성을 보지 못하고 혜공왕 때 완성되었다. 신종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많고도 많다. 민가에서는 이 종의 쇳가루를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돌기도 해서 많은 아낙네가 종을 긁어 갔다. 그래서 지금도 종에 가면 긁어간 자국이 남아있다.
박물관에서는 시간이 되면 녹음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종은 치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매달려 있는 거대한 쇳덩어리에 불과한 것 같다. 이 종에 숨결을 불어넣으려면 적어도 연말 제야의 종 타종식 때라도 종을 쳐 줬으면 좋겠다. 마찬가지로 고택도 보존이 아닌 사람이 직접 들어가 살았으며 좋겠다. 종이든 고택이든 결국 사람이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사람이 써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성덕대왕신종 종각.)
(성덕대왕신종.)
(박물관 입구 쪽에 있는 숭복사비. 원래 최치원의 친필비석이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박물관 답사가 끝이 났다. 다른 지역 답사에는 시간이 애매해 근처에 있는 최부자집을 간다. 가는 길에 월정교가 보인다. 이제는 개방하지 않는다. 과연 문루는 복원할까?
(월정교. 뒤로 선도산이 우뚝 서 있다.)
최부자집은 자주 오는 곳이어서 정감이 가는 곳이다. 요즘은 꼬리 없는 개, '동경이'도 키우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귀하신 몸이다. 지금도 상당한 규모인데 원래는 지금보다 더 컸겠지?
(최부자집 입구.)
(최부자집 안.)
(꼬리 없는 개, 동경이.)
(시원해 보이는 마루.)
(안채로 보이는 곳. 굴뚝과 장독대가 정겹게 느껴진다.)
점심으로 선생님께서 교동김밥을 사 주신다. 경주대표 음식 중 하나인 교동김밥은 옛날 요석궁 요정들이 허기르 달래기 위해 줄을 서가며 먹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김밥 속 반이 계란지단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 고소하고 맛있다. 요즘은 방송에도 나와서 저번에 동리목월백일장 때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이 공중파의 힘?
(교동김밥.)
꽤 오랫동안 구경한 것 같은데 시간은 아직 12시다. 선생님 차르 얻어타고 차례로 해산한다. 오늘은 딱히 피곤하지 않다. 박물관에서 못 가본 미술관, 야외전시장 등은 나중에 자세히 답사해야겠다.
경주의 보물창고 국립경주박물관. 고고관 공사가 끝나는 대로 다시 가 봐야겠다.
-여정- (2013. 5. 11. 土)
국립경주박물관(입구→ 야외전시장→ 어린이 박물관→ 특별전시관→ 안압지관→ 성덕대왕신종)→ 최부자집→ 교동김밥집
새롭게 펼쳐라!
羅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