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타는 것은.... 그리 심하게 힘들다고 느껴지지도 않거니와...
산을 탄다는 것 자체... 그러니까... 산 속에서 걷고 있다는 것 자체를 좋아하니까...
그게 오르막이 되었건 내리막이 되었건 말이지.
내가 산 안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거든...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움직이고 있다....이것은 더 좋고... ^^
음... 휴식하는 느낌과 운동하는 느낌을 동시에 가질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
나는... 어쩌면... 산 자체가 좋아서...
좀더 느끼기 위해서 오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타는 것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능선 종주가 아닐까 싶다.
국립 공원... 혹은 도립 공원으로 지정될 정도의 큰 산들은
봉우리를 여러개 가지고 있고
꽤 멀리 떨어진 봉우리 사이를 오가는 일을 흔히 종주라 하는데...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치악산, 소백산, 덕유산... 기타 등등...
이런 산들이 흔히 종주의 대상이 되지.
치악산이나 소백산의 경우는... 하루에 종주가 가능하고...
설악산, 오대산, 지리산, 덕유산... 등은...
코스에 따라서 일박을 하기도 한다.
설악산 종주는.... 아직 시도해 보지 못했고...
지리산 종주는... 매번 날씨 때문에.. 중도 하산...
항상 갈때마다 집중 호우 아님 태풍이더군...
나머지 산들은 다 종주를 해보았는데...
오대산의 경우는... 도중의 산자락이 도로로 끊겨 있는데다가
자연 휴식년제로 인해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일부 구간은 제대로 못탔고,
치악산과 소백산은 하루 동안 가능한 코스니까...
뭐... 그저 그렇고 말이지...
가장 기억에 남는건 덕유산 종주다.
덕유산을 종주할 수 있는건 여름 한때 뿐이야.
산불 예방을 위해서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정도가 막혀 있는 구간인걸로 알고 있다.
내가 덕유산에 올랐던 그 해, 그리고 그 날이...
마침... 아주 좋은 날이었던 탓도 있고...^^
오르기 전날 밤엔 비가 아주 많이 왔었다.
다행히 아침 나절에는 그쳐서...
남덕유봉을 향해서 올라갔지.
흔히 덕유산이고 말하는것은 향적봉이 있는 북쪽의 봉우리이지.
남쪽의 남덕유봉이 있는 곳까지를 전부 합쳐서 덕유산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남쪽은 남덕유산이라고 불리기도 해.
여전히 습해서 그랬는지...
아님... 항상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안개가 자욱했었다.
게다가... 꽤나 인적이 드문 험한 산답게...
대부분의 길들은... 암벽에 철제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었고...
계단이 아니라... 사다리...-_-;; 정확히 말하자면... 사다리에 가까운 계단.... 크크...
한참을 올라가서... 이 곳이 봉우리의 끝인가 싶어서 한숨을 돌리자면...
잠시 후 안개가 걷히면서 좀 더 높은 봉우리가 눈앞에 스르르 자태를 드러내는.... 핫핫....
그야말로... 수차례 맥빠지고 기막히는 상황이 반복되었었다.
그리고... 몇번의 허망함 끝에... 드디어 남덕유 봉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리고... 그 너머로... 우리가 가야 할 능선과 봉우리들이 눈앞에 나타났었다...^^
능선을 타는 것은.... 마치 구름 속을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지.
실제로... 구름 속을 걷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게 안개인지 구름인지... 구분이 안 될 경우도 있지만...
해발 1킬로미터 이상이면... 구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내가 산 타는 것의 백미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속세를 떠나 선계에서 산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야.
객관적인 견해로 말하자면...
능선 종주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산을 올라야만 하지.
완만한 능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규모의 봉우리가 양쪽에 존재해야만 하니까...
즉... 그 산을 충분히 올라간 후에만 능선을 탈 수 있고...
능선을 다 탄 후에는 산을 내려와야만 하니까 말이야.
결국... 등산의 풀코스라고나 할까....
능선 길은 꽤 경사가 완만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당시에 아마 1시간에 2킬로미터를 간다는 생각으로 다녔던 것 같다.
빈손이 아니라 등에 커다란 등산 가방을 매고 다니는 것을 감안할 때...
가장 가벼웠던 내 가방도... 양 옆에 1.5리터 물병이 꽂혀 있었으니까..
적어도 3리터 이상의 물을 지고 다니던 거였고..
다른 사람은... 텐트니... 코펠이니....이것저것 지고 있었으니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지도 모르겠다.
산행의 원칙은... 절대 까불지 않는다는 거다.
즉... 밤산행 같은 것은... 가급적 하지 않는것이지.
특히... 인적이 드문 산길은... 몹시 위험해.
당시 덕유산의 경우... 분명 등산로로 가고 있었지만..
뱀을... 한 서너번 이상 봤어.
혀를 낼름낼름 거리는데... 상당히 섬찟하지.
만약... 밤길을 가는 경우... 밟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없거든...-_-;;
반나절은 남덕유산을 올라가고...
반나절은 능선을 타서...
남덕유봉과 향적봉 사이의 중간 지점... 삿갓봉..에서 일박을 하는데...
나는... 그날밤에... 별이 쏟아지는걸 봤다.^^
다른 산행보다도.... 유난히 이 산행이 좀더 손에 잡힐듯이 기억이 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날밤에 쏟아진 별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린 단지... 별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텐트 밖으로 나와서 별구경을 했던 건데...
엄청나게 별똥별이 쏟아져 내렸거든...
어 저기다 하는 순간.... 어 저쪽도... 이쪽도...
개중에 어떤 것은 하늘의 절반을 가로지르면서 말이지..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글쎄... 그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내 인생에 있어서... 그만큼 선명한 순간은...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던 것 같다.
주위 상황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다만... 그 밤의 별들과.... 그 별들이 쏟아져 박혀왔던 내 눈만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지...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나서... 아마추어 천문 연구회에서 여는 전시회에 갔었는데.... 그해 여름에 페르세우스 유성군이 지나갔다더군...
바로 그 날이었던 거야.
환상의 시성운이랄까.... 크크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반나절은 종주, 반나절은 하산이었지.
그러고 보면 말이지...
산을 올라가기 전날도 밤새 비가 왔지만...
산위에 있었던 날만 비가 안 왔고
산을 내려왔던 그날도 밤새 비가 왔었던 것 같아.
아마.... 칠석이었을거야.
그야말로 천운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나는 덕유산을 좋아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갔던 산행이었거든..
날짜도, 날씨도, 컨디션도.... 다 좋았어.
지리산 같은 경우만 해도...
아직 종주를 못해본데다가...
어지간히 날씨 운이 안 좋거든..
첫번째는.... 태풍이 온다고 해서.... 후다닥 올라갔다가 내려왔고
두번째는.... 아마 눈 쌓여서 어지간히 고생했었고...
세번째는.... 집중호우 때문에... 종주하다가 도중에 하산해버렸던것 같다.
네번째는.... 사진 찍으러 올라갔는데... 크크... 날씨가 영 황이었던 듯... 하늘도 엄청 흐렸고... -_-;;
뭐... 소백산이나... 치악산 종주 때야...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
아침에 올라가서 저녁에 내려오는 산은....
우째.. 재미가 없어서 말이지... 크크...
아참.... 지연아 그거 아냐...
날씨가 좋으면 말이다...
관악산에서 서해를 볼 수 있어.
음... 사실... 서해가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물에 해가 비쳐서 반짝거리는 건데...
관악산에서 멀리 보일 정도면... 호수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고..
그렇다고 한강 방향은 아니니까 말이지.
서해가 아닐까 싶은데...^^
음... 글고...
관악산 등산로 중... 가장 완만한 길은 낙성대 코스다...
막판에 조금 고생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최단 코스는...
서울대 버들골 위쪽의 댐 뒤로 넘어가서 올라가는 건데...
2시간 안 걸려서 올라가지..
학교 다닐 때 종종 이용했었다.
흠... 3시간이면 왕복 가능했거든..
내려올 때는... 서울대쪽 등산로로....^^
왜냐면 댐으로 올라가는 길은...크크
도중에 길이 없어지거든... -_-;;
그래서 도중에 있는 능선까지 나무 잡고 그야말로 산 타야해... 크크
하지만.. 꽤 빠른 길이라서... 난 종종 애용했지.
1학년 때는 가끔씩 선배와...
이후로는.... 후배랑... 아님... 혼자서...
관악산 등반을 했었다.
마지막 등반이... 아마도 대학원 시절의 밤새고 새벽 등반이었을 거다.
그날 무슨 일인가로... 밤을 새웠고...
새벽에... 뭔 바람이 불었는지.... 그대로 산을 탔었다.
관악산의 새벽 공기는... 정말 환상이더군....^^
음... 등산하고 싶다.
요즘들어 내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은...
영남알프스다...
운문산... 비슬산.... 기타 등등이 있는 곳으로...
가벼운 종주 코스지...
옛날에 한번 가려다가... 휴식년제에 걸려서 못갔었다. 쩝
벌써 근 10년이 되어 가니... 다시 휴식년에 걸렸을지도... 커헉...-_-;;
걍... 오대산이나 재시도 해볼까...
지금쯤은... 등산로가 좀 제대로 나 있겠지...
첫댓글 그러자. 가뿐하게 관악산 정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