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티코스] 본문 (머리말; 1-5장)
에바그리우스로부터
머리말
[1] 친애하는 형제 아나톨리우스여, 최근에 당신은 거룩한 산에서 스케테에 거주하고 있는 나에게 편지를 써서 이집트 수도승들의 의복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사실 당신은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의복과 다른 것은 이유 없이 우연히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거룩한 교부들로부터 우리가 배운 모든 바를 당신에게 알려주고자 합니다.
[2] 꾸꿀라는 우리 구세주 하느님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그것은 언제나 때려서 상처를 입히려고 애쓰는 자들 때문에 영혼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관인 이성을 보호하고, 그리스도 안에 어린이를 따뜻하게 해줍니다. 그러므로 머리 위에 이것을 걸치는 사람들은 힘껏 이렇게 노래합니다. “야훼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집 짓는 자들의 수고가 헛되며, 야훼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일이다”(시편 127,1). 이러한 말들은 겸손을 낳고, 아침에 떠오르는 샛별(Lucifer)(이사 14,12 참조)을 땅에 떨어지게 한 근원적인 악인 교만을 뿌리 뽑습니다.
[3] 손의 노출은 그들 삶의 형태가 위선이 없음을 나타냅니다. 사실 헛된 영광은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오는 영광을 추구하고 신앙을 몰아내면서 덕들을 숨기고 그늘지게 하는데 있어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떻게 당신들이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서로 영광을 주고받으면서도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은 찾지 않으니 말입니다”(요한 5,44)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선은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분 자신을 위해서 선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선의 성취에로 우리를 움직이는 것이 행해진 선보다도 훨씬 더 소중한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는 어떤 것을 하느님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극단적인 경우에서 볼 수 있습니다.
[4] 십자가의 형태로 그들의 어께를 덮는 스카풀라레는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상징합니다. 그리스도는 온순한 이들을 일으켜주시고(시편 147,6a 참조), 방해하는 자들로부터 언제나 그들을 보호하시며, 방해받지 않는 일을 그들에게 마련해 주십니다.
[5] 그들의 허리를 감싸는 띠는 모든 불결함을 몰아내고, “남자는 여자와 아예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1고린 7,1)라고 선언합니다.
[6] 그들은 멜로테를 걸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언제나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2고린 4,10), 육체의 비이성적인 모든 욕정들에 부리망을 씌우고, 선에 참여함으로써 영혼의 악들을 제거하고, 가난을 사랑하며 우상숭배의 어머니인 탐욕(골로 3,5 참조)을 몰아내기 때문입니다.
[7] 지팡이는 그것을 붙잡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나무이며, 주님에게서와 같이 그것에 의지하는 사람들에게는 확고한 지주(잠언 3,18 참조)입니다.
[8] 이상은 수도복이 상징하는 바들입니다. 교부들은 이 수도복을 수여할 때마다 젊은 수도승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오 아들들이여, 신앙은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통해 강화되고, 고행은 이 두려움을 강화한다. 항구함과 희망을 통하여 고행은 흔들림이 없게 되고, 그것들로부터 ‘아파테이아’(apatheia)가 얻어지는데, ‘아파테이아’는 사랑(agape)이라 불리는 한 자녀를 갖고 있다. 사랑은 ‘자연학’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 다음 ‘신학’이 그 뒤를 잇고 마지막으로 ‘지복’(至福)이 온다.”
[9] 거룩한 수도복의 의미와 원로들의 가르침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해두고, 이제 수행생활과 관상생활에 관해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들은 모든 것들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도록 교부들로부터 전해들은 바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수행적인 가르침은 100개의 장으로, 그리고 영지적인 가르침은 50개의 장과 다시 6백 개의 장으로 짧게 나누어 요약하였습니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거나 또는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않기 위하여’(마태 7,6 참조) 우리는 어떤 것들은 감추었고, 다른 것들은 모호하게 하여 잘 드러나지 않게 하였습니다. 이것들은 같은 길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분명해질 것입니다.
수행에 관한 작품
100개의 장들
1. 그리스도교는 우리 구세주 그리스도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프락티케’와 ‘프쉬케’, 그리고 ‘테올로지케’로 구성된다.
2. 하늘나라는 실재들에 대한 참된 인식과 함께 영혼의 ‘아파테이아’이다.
3. 하느님 나라는 정신의 능력으로 확대되며, 부패하지 않는 탁월한 능력을 정신에 부여하는 성삼위에 대한 인식이다.
4. 인간은 그가 사랑하는 것을 반드시 추구한다. 그리고 그가 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또한 분투한다. 만일 모든 쾌락이 그 갈망을 통하여 시작한다면, 갈망은 감각으로부터 생겨난다. 왜냐하면 감각에 종속되지 않는 사람은 욕정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5. 독수도승들을 거슬러 악령들은 노골적으로 싸운다. 반면, 수도원들이나 공동체들 안에서 완덕에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거슬러서 그들은 형제들 가운데 가장 부주의한 이들을 무기로 이용한다. 두 번째 전투는 첫 번째 보다 훨씬 더 수월하다. 왜냐하면 지상에서 악령들보다 더 흉포한 사람들이나 혹은 그들의 모든 악한 행위를 동시에 지지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