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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13
S#1. 병원 응급실 (밤)
침상에서 눈뜨는 신희. 벌떡 일어나 앉는데 어깨와 가슴 부위에 통증이 온다.
간호사 : 선생님, TA환자 깨어나셨어요.
의사 : (신희에게 다가와) 어떠세요?
신희 : ...
의사 : (챠트보며) 이신희씨 맞죠? 다행히 큰 부상은 없어보이지만 엑스레이랑 CT촬영은 해봐야겠는데요.
지금 불편한덴 없으십니까?
신희 : (정신없다) ...아뇨...
경찰, 신희에게 다가온다.
신희, 긴장하고.
경찰 : 이신희씨죠. 옆에 있던 운전자가 이자영씨 맞습니까?
신희 : ....
경찰 : 옆에 타셨던 분말예요. 운전한 분 이자영씨 맞죠?
신희 : ...네.
경찰 : (조서에 적고)
신희 : 현우오빠랑 자영인 어떻게 됐어요?
S#2. 중환자실 (밤)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있는 자영. 그 옆 침상의 현우.
신희, 자기가 저지른 엄청난 일에 두려움 느끼며 비틀하고 돌아선다.
S#3. 신희 병실 (밤)
두려움에 찬 얼굴로 어쩔줄 몰라 누워있는 신희.
신희모, 이의원, 정희, '신희야' '언니' 하며 황급하게 들어온다.
신희모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정희 : 언니 괜찮아?
이의원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디 많이 다쳤냐?
신희 : (눈물 주르르 흘리며 담요 끌어올리고)
신희모 : 어디 좀 봐. 괜찮은 거야?
정희 : 엄마, 언니 많이 놀랬나부다...
신희모 : 그러게 운전을 왜 자영일 시켜! 자영이가 운전했다며?
신희 : (말 못하고 어쩔줄 모르고)
신희모 : 현우랑 자영인 어때? 걔들 많이 다쳤니?
신희 : (왕 울음 터트리고)
이의원 : (신희 기색 이상한 듯 보고)
S#4. 중환자실 (밤)
산소호흡기를 쓴 자영을 보고 울부짖는 자영모.
자영모 : 아이구 자영아... 이게 웬일이냐, 식물인간이라니...이게 웬일이야... 자영아, 눈 좀 떠봐, 응?
영철 : (기막힌 듯 소매 끝으로 눈물 쓱 훔치며 자영모 부축하고)
자영모 : 자영아아...
간호사 : (다가와)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다른 환자도 있는데...
옆 쪽 현우 침상 옆에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눈물 흘리며 현우부 의지하고 서있는 현우모 보인다.
현우모 : (현우에게 다가가 흐느끼는) 현우야, 엄마야... 눈 좀 떠봐, 엄마야...
현우부 : (눈물 참으려 눈 꿈쩍이고)
현우모 : 여보, 우리 현우 어떡해요... (현우 얼굴 만지려하면)
현우부 : (참으며) 나갑시다. 절대 안정해야한다잖아. (현우모 끌고)
현우모 : (자영 쪽 돌아보며) 끝까지 반댈할걸 그랬어요. 저 애만 아니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끝까지 반대할걸...
현우모, 자영을 원망스럽게 본다.
자영모, 막 영철 부축 받고 나가려다 현우모와 시선 부딪힌다.
찔끔 기죽어서 고개 떨구는 자영모.
S#5. 신희 병실 (밤)
신희, 눈물 철철 흘리며 떠듬떠듬 얘기하고 있다.
불안하게 왔다갔다하는 신희의 눈동자.
신희모, 이의원, 정희, 경악해서 신희 보고 있다.
신희모 : (믿을수 없는) 그럼... 운전을 니가 했단 말야?
신희 : (떨며) 죽은줄 알았어. 자영이랑 현우오빠 둘 다 죽은줄 알구...
이의원 : ...그래서 자영이가 운전했다고 경찰에 말했냐?
신희 : ...경찰 오기 전에 자영일 운전석에 앉혔어요... (울며) 죽은 줄 알구...
엄마 아빠 얼굴이 막 떠오르는데... 나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이의원 : (의자에 털썩 앉으며) 너 저러다 현우나 자영이, 아니 차에 친 사람까지 셋 중에 누구 하나라도 죽으면
너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니가 무슨 짓 한건지 알아!
신희 : 지금이라도 말할래요. 운전 내가 했다고 지금이라도...
간호사 : (들어온다)
모두 : (화들짝 놀라 쳐다보고)
간호사 : 박사님이 보호자분 진료실로 오시래요.
S#6. 진료실 (밤)
View box에 걸려있는 X--RAY사진.
이의원, 현우부, 자영부,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영부와 영철, 죄인처럼 한 걸음 뒤에서 어깨 움츠러들어 서있다.
의사 : 정현우씨의 경우 차에서 튕겨져나와 떨어질때의 충격으로 경추부(목뼈)의 골절에 뇌출혈 증세가 있습니다.
다행히 사이즈가 작아 수술까진 안 가지 만 좀 더 지켜봐야 겠구요.
현우부 : 수술을 안해도 되는거면 괜찮다는 말씀인가요?
의사 : 글쎄요... 일단 의식이 돌아오길 먼저 기다려봐야죠...
혹시 깨어난다해도 사고전처럼 돌아올수 있을지는 저희도 자신이 없습니다.
현우부 : (절망스럽고) ...
의사 : 이신희씨는 경추부 염좌, 흉부좌상... 다행히 그리 심한 상처는 입지 않았습니다. 수일내로 퇴원이 가능하구요.
이의원 : (다행스럽고) 아, 예...
의사 : 운전을 한 이자영씨의 경우 뇌출혈, 오른쪽 쇄골(목 바로 밑의 빗장뼈) 골절, 오른쪽 두번째 아홉번째 갈비벼 골절...
현재로선 깨어날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자영부 : (비틀하고)
영철 : (얼른 부축한다)
의사 : 현재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자기 호흡이 약하게나마 남아있다는 겁니다.
자영부 : (간절한) 그럼 가망이 아주 없는건 아니지요? 예? 선생님...
의사 : 글쎄요... 장담은 못드리지만 최선을 다해봅시다.
S#7.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 (혹은 병원 일각, 밤)
자영부와 영철, 믿을수 없는 상황에 기력이 빠진 듯 멍하니 앉아있다.
영철 : ...믿어지지가 않아요, 아버지... 결혼 허락까지 받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 우리 자영이한테는 좋은 일만 있겠구나...
그랬는데... (눈물 울컥 솟고)
자영부 : (넋이 반 나간 듯) 식물인간이라니... 자영이가...
영철 : (답답한 듯) 아니, 연수 한두번 밖에 안한 애가 뭐하러 운전을 한다 그랬죠?
자영부 : ...그러게 말이다. 걔가 그렇게 가벼운 애가 아닌데...
영철 : 그렇죠, 아버지? 자영이가 그 밤에 신희차를 덥썩 몰 성격이 아니잖아요.
자영부 : 아무리 답답해도 어쩌겠냐, 자영이가 깨나야 말을 들어보지.
영철 : 피해자는 어떻대요?
자영부 : 그쪽도 중탠가 보던데... 내일 찾아가 봐야지.
S#8. 신희 병실 (밤-새벽)
이의원, 창가에 굳은 얼굴로 서있다.
정희, 보호자 침대에 앉아있고 신희모, 신희 병상에 앉아 신희 보고 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눈감고 있는 신희.
<시간 경과>
희붐한 새벽빛 비치는 창가.
이의원, 여전히 창가에 굳은 얼굴로 서있다.
신희모, 신희 병상에 엎드려 자고 있고 정희, 보호자 침대에서 자고 있다.
신희, 누워서 고민에 빠진 아버지 뒷모습 보고 있다.
신희 : 아빠...
이의원 : (돌아본다)
신희 : ...저 자수하면 어떻게 돼요?
이의원 : ...너무 늦었다.
신희 : 예? (끙 일어나 앉는)
신희모 : (신희 기척에 벌떡 일어나고)
<시간경과>
이의원, 신희모, 신희, 정희, 모두 심각한 얼굴로 앉거나 서있다.
이의원 : 자영인 계속 저 상태라 하더라도 피해자나 현우가 워낙 중태라... 둘 중에 누구 하나라도 죽으면 신희는 과실치사야.
사람을 죽인거라구.
신희모 : 아이구...
이의원 : 내 정치 생활 20여년을 오직 시장선거를 위해 닦아왔다. 설사 죽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해도
니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 내고 운전자를 바꾼게 알려지면... 니 아버지 인생은 거기서 끝이야.
신희모 : 그럼 어떻게 하자구요.
이의원 : 이미 엎지러진 물이야.
신희모 : 그럼...
신희 : (두려운) 그러다 현우 오빠나 자영이 깨나면 어떡해요? 깨나서 말하면 끝이잖아요.
이의원 : 현우... 가망이 없댄다. 뇌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대.
신희모, 정희 : (깜짝 놀라고)
신희 : (얼어붙고)
이의원 : 지금 이 일을 다시 되돌릴순 없다. 이건 우리 네식구가 모두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이야.
마침 여기 병원장도 내 아는 분이고.. 경찰 조사나 다른 것들 내가 다 알아서 덮을테니 이 시간 이후로
절대 이 일에 대해서 얘기하지 마라... 운전은 자영이가 한거다.
S#9. 다른 병원 (다음날)
병원으로 들어가는 자영부와 영철.
S#10. 병실 복도
4,5세 가량된 아이와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 의자에 앉아 빵 먹고 있다.
자영부와 영철, 의자에 넋이 나간 듯 앉아있는 행인의 아내, 행인모 앞에 서있다.
아내 : 애 아빠 가스보일러 기술자예요. 요새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기저기 일이 밀려서...
그 날도 그 근처로 일 나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자영부 : 죄송합니다...
행인모 : 우리 아들 놈, 그 놈 하나 보고 사는 식구가 넷이야. 근데 그런 가장을 저렇게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태로 만들어 놓구...
(울며) 아이구 불쌍한 내 강아지들...
영철 : ...죄송합니다... 제 동생도 지금 식물인간 상탭니다...
아내 : 그렇다고 모른척할 생각 마세요. 아무리 차주 쪽에서 보상해준다 그러지만 우린 가해자한테 분명히 받아야겠어요.
자영부 : 보상이라뇨?
아내 : 아침 일찍 그 차주 쪽에서 사람이 왔다 갔어요. 전 잘 모르지만 차주인 쪽에서 보상을 해줘야하는 거라면서,
치료비 걱정말라는데, (울며) 지금 치료비가 문제가 아니예요... 사람이 죽을판인데...
영철 : (이상한 듯 자영부 돌아보면)
자영부 : (역시 이상하고)
갑자기 중환자실 쪽에서 간호사 달려나온다.
간호사 : 김상수씨 보호자 어디 계세요?
행인 아내와 행인모, 벌떡 일어나면.
간호사 : 빨리 들어오세요.
행인아내와 행인모, 정신없이 달려가고
영철과 자영부, 따라 들어간다.
S#11. 신희 병실
신희, 맥없이 누워있는데 전화벨.
신희모, 전화 받는다.
신희모 : 여보세요?... (놀라) 네? (신희 보고)
신희 : (불안해서 일어나 앉는다)
신희모 : 네, 알겠습니다.... (힘없이 수화기 놓고)
신희 : 엄마, 뭐야? 무슨 전화야?
신희모 : ...니가 친 사람... 죽었댄다, 좀전에.
신희 : (두려움에 두손에 얼굴 팍 묻는다)
신희모 : (멍하니 있다가 신희 손 잡아내리며) 너... 맘 굳게 먹어.
신희 : 응?
신희모 : 이제 정말 어쩔수 없어. 괜히 남들 눈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게 맘 단단히 먹어야 된다.
신희 : (떨며 신희모 보고)
신희모 : 현우네서도 지금 자영이가 운전한 줄 알고 자영이도 저렇게 됐으니까 암말 안하는 거지,
넌 줄 알아봐. 조용히 끝내시겠니? 우리 다 끝장이야... 엄마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신희 : 어...
신희모 : (울음 섞인) 알았어?
신희 :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고개 크게 끄덕이고)
S#12. 중환자실
자영모, 준엽, 은실, 자영 보고 있다.
준엽, 기막힌 표정이고 은실, 자꾸 비어져나오는 눈물 닦느라 정신없다.
준엽, 물끄러미 자영 본다.
<인서트>
12부 59씬에서 마지막 만났던 자영 모습.
자영(E) : 이별주는 헤어지는 사람이랑 마시는 거잖아요. 아저씨 미국으로 유학 오면 다시 만날건데 뭐.
S#13. 행인 병원 앞 버스정류장
자영부와 영철, 착잡한 표정으로 서있다.
영철 : 기운내세요, 아버지.
자영부 : (한숨만 푹 내쉬며) 어떻게든 살아주길 바랬는데...
영철 : 우리 자영이가 그랬을 리가 없어요.
자영부 : 뭐?
영철 : 어제부터 좀 이상하긴 했는데요... 전 아무래도 자영이가 운전했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요.
아무리 차 주인한테 보상 책임이 있다 그래도 오늘 벌써 사람 보내 보상이며 치료비 얘길 다 했다는게...
자영부 : (끄덕이고)
영철 : 만약 자영이가 억울하게 사람 죽였다는 누명쓰고 누워있는 거면 어떡해요. 아버지 먼저 들어가세요. 전 좀 알아보고 갈께요.
S#14. 경찰서 (낮)
자영이 운전석에 앉아있고 신희가 조수석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의 사진 여러장.
영철 뭔가 눈에 불을 켜고 사진을 샅샅이 본다.
경찰 : 이렇게 명확한 물증이 있는데 뭘 어쩌란 겁니까?
영철 : 현장에서 뭐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경찰 : 글세... 없었는데요. 뭐 이상한걸 찾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었죠.
여자 둘다 목숨은 붙어있는것 같아서 빨리 병원으로 옮기기 급급했죠.
영철 : 잘 좀 생각해 보세요. 제 동생요, 괜히 남의 차 운전할 애가 아니거든요.
경찰 : 어차피 동생분 깨나기 전엔 더 이상 조사고 뭐고 할 수도 없어요.
보니까 차주가 이신희씨던데 어차피 보상도 그쪽에서 다 할테고...
영철 : (갑갑하고)
경찰 : 뭐 정 이상하면 사고난 차를 한번 살펴보시던지.
S#15. 폐차장 (낮)
영철, 눈이 둥그래져서 직원에게 따지고 있다.
영철 : 벌써 폐차를 시켜요? 아니,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폐찰 시키는 법이 어딨어요!
직원 : 왜 우리한테 이러세요? 우린 차주쪽에서 해달란대로 한거예요.
영철 : (의혹 생기고)
S#16. 신희병실
신희, 누워서 멍하니 TV보고 있는데 노크소리.
정희 : 네.
영철 : (들어온다)
신희 : (긴장하고)
정희 : (찔리는) 어 오빠... 웬일이예요?
영철 : 신희 넌 좀 어떠니.
신희 : ...아직 여기저기 아프고 그렇지 뭐...
영철 : 나 너한테 뭐 좀 물어볼게 있는데.
신희 : 뭔데.
영철 : 자영이가 왜 운전을 하게 된건지... 니가 시켰니?
신희 : 아니... 나더러 음주운전 하지 말라고, 자영이가 자기가 한다구 우겨서... (짜증) 경찰한테 몇번씩 다 얘기한거야.
영철 : 홍대 앞 까페에서 만났었다며 그럼 거기부터 포천 국도까지 자영이가 운전한거야?
신희 : 아니... 중간까지는 내가 했지.
영철 : 너 술 마셨었다며?
신희 : 난 다 깼는데, 자영이가 차 별로 안 다니는 길이라구, 자기가 해보겠다구.
영철 : 그래서 자영이한테 운전하라 그랬어? 도로 연수도 제대로 안해본 앤데?
신희 : 지금 뭐하는 거야?
영철 : 운전... 정말 자영이가 했니?
신희 : 뭐?
정희 : (어쩔줄 모르고)
영철 : 자영이, 다 오른쪽을 다쳤어. 자영이가 운전했다면 핸들에 받쳐서 가슴하고 옆구리 부딪히고 목을 삐끗해야는거 아냐?
너처럼!
신희 : (갑자기 흥분 상태로 소리지르는) 지금 뭐라는 거야! 나가! 아악- 악-
가습기 들고 이의원 따라 들어오던 자영부, 무슨 일인가 놀라고.
이의원 : 무슨 일이냐!
영철 : 차 말입니다. 왜 폐차시키셨어요? 아직 조사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폐차시키셨어요!
이의원 : (뜨끔하지만 얼른 감추고) 이 사람아! 애들 이렇게 다쳤는데 뭐가 좋다고 그 찰 그냥 둬.
찜찜해서 당장 폐차시키라 그랬네.
영철 :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에 폐차시키면 안돼죠.
자영부 : 영철아...
이의원 : 지금 신희도 아직 충격에서 못 벗어난 상태야. 나가서 얘기하지.
S#17. 커피숍
앉아있는 자영부, 영철. 그 앞에 이의원.
이의원 : 자네 심정 모르는 바는 아냐. 평소 자영이 성격 생각하면 운전했다고 믿기 힘들겠지.
영철 : 네.
이의원 : 하지만 신희도 지금 충격이 큰 상태라 안정이 필요한데 증거도 없이 그렇게 몰아부치면 되나.
자영부 : (어렵게) 다른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죽었으니... 저희 입장에선 그저 좀 확실하게 조살해보고 싶어서요...
이의원 : 조사할게 뭐 있어? 어차피 자영이가 깨나면 모든게 밝혀질 거 아닌가.
영철 : (도전적으로 쳐다보고)
이의원 : (거슬리지만 참는) 우리도 지금 맘 편하지 않네. 어쨌든 우리 신희 차로 운전하다 생긴 사고고,
자네 집 형편 생각해서 보상 문제며 자영이 치료비 문젠 내가 다 알아서 해줄테니...
영철 : 솔직히 전 자영이가 운전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의원 : (노한) 이 사람... 이거 너무하는거 아닌가! 어디서 앞 뒤 분간 못하고 말야!
자영부 : (치밀어 오르는 감정 누르고)
S#18. 자영집 거실 (저녁)
자영모와 영철,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는 자영부 쳐다보고 있다.
자영모 : 할 얘기 있다면서요?
자영부 : 우리... 이사 가자.
자영모 : 예?
자영부 : 영철이 넌 당장 내일부터 어디 집 좀 알아봐.
자영모 : (아무것도 모르고) 이살 가다뇨?... 당신 의원님네한테 염치 없어서 그래요? 아 그렇다고 당장...
자영부 : (말 자르며 버럭) 이사 가!
자영모 : (찔끔) 왜 소린 지르고 그래요?
자영부 : (눈물 섞인) 딸자식 잡아놓고 이제야 떠나겠다는 못난 애비지만, 더는 여기서 안 살아.
자영모 : IMF라 집값도 팍 떨어져서 전세비 주고 나면 남는게 얼마나 되는줄 알아요? 거기다 영철이 가게도 날렸는데
무작정 나가면 뭐 먹고 살아요.
자영부 : 여긴 더 못 있어... 단칸방이라도 어디 비어있는 집 알아봐라... (울컥) 자영이한테 미안해서 여기 더 못있겠어...
자영모 : (이게 뭔 소린가? 쳐다보고)
영철 : ...알았어요, 아버지...
S#19. 중환자실
신희,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현우 보고 있다.
자영 쪽 본다.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 쓱 닦으며 어떤 결심한 얼굴로 자영 보는데 현우모, 들어온다.
S#20. 병원 복도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신희와 현우모.
신희, 고개 푹 떨구고 있다.
현우모 : 너두 충격이 컸다며. 안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안 보러 갔어.
신희 : ...
현우모 : 어떻게 된 거야? 왜 자영이가 운전을 하게 뒀어?
신희 : ...죄송해요... 제가 끝까지 말렸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현우모 : (한숨 푹 내쉬고)
신희 : 현우오빠... 어떻대요?
현우모 : 병원 옮기기로 했어. 서울 큰 병원으로.
신희 : (복잡한) 옮기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현우모 : 어떻게든 살려야지. 현우가 나한테 어떤 아들인데 쟬 저대로 보내니? 못 보내...
차라리 내가 죽으면 죽었지 우리 현운 못 보낸다... (흐느끼고)
신희 : (현우와 자기의 상반된 입장 때문에 굳어지고) ...
저만치서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이는 불안한 신희 모습.
S#21. 중환자실 (다음날)
현우 병상, 옮겨지고 있다.
자영, 아무 것도 모르고 누워있고.
S#22. 복도 창가
신희의 시선으로 병동 앞에 서있는 앰블런스 보인다.
막 뒷문 닫는 앰블런스. 현우부모, 옆에서 지켜보다가 차에 탄다.
이윽고 떠나는 앰블런스. 그 뒤따르는 현우부모 차.
마음 다지며 보고 있는 신희를 지켜보는 시선.
신희(E) : 오빠 미안해... 미안해... 근데 나 이제 정말 오빠 잊을거야. 잊고 살 거야...
신희, 한동안 보고 섰다가 돌아서 병실 쪽으로 비척대며 걸어간다.
그런 신희를 따라가는 시선.
S#23. 신희집 앞
신희네 집 앞에 서있는 트럭, 이삿짐 다 실려있다.
자영모, 손가방 들고 나오다 집 돌아보며 울음 터트린다.
영철, 자영모 다독거려 트럭에 태운다.
자영부모는 앞에 타고 영철은 담요를 두르고 뒤에 앉는다.
트럭 출발한다. 점점 멀어지는 신희 집.
S#24. 변두리 주택가
달려오는 트럭.
트럭, 허름한 연립주택 앞에 멈춰선다.
자영부모와 영철 내린다.
집을 쳐다보는 표정들, 암담하고.
자영부 : 어쨌든 지하는 벗어났으니... 자영이가 돌아오면 좋아하겠군...
자영모 : 여기보다 더 거지같은 집이래두 자영이가 두발로 걸어들어올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요.
영철 : (일부러 분위기 밝게) 당연히 걸어 돌아올거예요. 아니다, 자영이 막 뛰어올거 같은데요?
자영부 : 어여 짐 내리자...
영철 : (다시 시무룩해지는) 예...
S#25. 신희집 마당
퇴원해서 들어오는 신희, 신희모 부축 받으며 들어온다.
가방들고 뒤따라 들어오는 정희.
신희, 계단 올라가다가 자영집 쪽 쳐다본다.
신희모 : 자영이네... 없으니까 신경쓰지 마.
신희 : ...
S#26. 자영네 거실
썰렁하게 비어있는 자영네 집으로 들어오는 신희. 낮이라도 어둡다.
신희, 불을 켜고 이리저리 둘러본다. 자영방 문 열어본다. 초라하게 텅 비어있는 방.
신희, 가책이 느껴지며 괴롭고...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엄습한다.
얼른 뛰어나가는 신희.
S#27. 신희방
신희, 막 들어오고 신희모, 약과 물컵 든 쟁반 들고 따라 들어온다.
신희모 : 누워있지 뭐하러 거긴 내려갔다 와?
신희 : ...어디루 갔어?
신희모 : 모르겠다. 어디로 간다고 얘기도 안하고 '그동안 잘 지냈습니다' 인사 한마디 딱 남기고 갔어...
신희 : ...
신희모 : 약 먹구 얼른 누워.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더 무서운 법이야.
신희 : (말없이 약 먹고 물 마시는데)
정희 : (꽃다발과 납작하게 포장된 상자 들고 들어온다) 언니 이게 뭐야?
신희 : (보면)
정희 : 언니한테 온 거야. 봐. (꽃다발에 묶인 리본 보이며) '퇴원을 축하합니다'
신희 : (무심코) 이리 줘봐.
신희, 상자 받아서 열어보다가 갑자기 굳어진다.
상자 안에 들어있는 사진 여러장. 신희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진.
신희가 자영을 운전석에 끌어다 앉히는 모습이 찍혀있는 또다른 사진 몇장과
'이신희. 운전자는 당신이야!' '21일 오후 5시. 파리호텔 커피숍' 라는 내용이 컴퓨터 프린트 글씨로 찍혀있다.
드디어... 더럭 겁나는 얼굴로 신희모 보면 신희모와 정희 역시 불안한 얼굴이다.
S#28. 신희집 거실 (밤)
모여 앉아있는 이의원, 신희모,
신희, 정희. 어두운 얼굴들이다.
신희모 : 이제 어떡해요?
이의원 : 나가서 무슨 얘길하는지 잘 듣고와.
신희 : 저 혼자서요?
이의원 : 내가 나갔다가 그 놈이 상대후보쪽 사람이면 어떡할래? 덜컥 기자라도 달고 나오는 함정일수도 있잖아.
신희 : (겁나고)
이의원 : 김기사 데리고 가.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는 거니까 별일은 없을거다. 그런 놈... 원하는게 뻔하니까... (하지만 불안하고)
S#29. 호텔 외경 (다른날, 낮)
S#30. 호텔 커피숍
들어오는 신희. 커피숍을 둘러본다.
혼자 앉아있는 사람 아무도 없다.
신희, 뒤이어 들어온 젊은 기사, 저만치 실내가 다 보이는 자리에 가서 앉는다.
웨이터(E) : 혼자 오셨습니까?
신희 : (화들짝 놀라 돌아보며) 네?... 네...
웨이터 : 그럼 이리 오시죠.
신희 : (웨이터 따라 창가 자리로 가 앉는다)
<시간 경과>
신희, 기다리고 앉아있다.
벨소리가 날때마다 긴장하며 네임보드 들고 다니는 웨이츄레스 쳐다본다.
시간 흐르고 신희, 시계 들여다보는데 앞에 와서 서는 남자 구두.
신희, 올려다보면 승재, 빙긋이 웃고 서있다.
승재 : (여유만만한) 참을성이 많이 느셨군요.
신희 : (깜짝 놀라고) !
승재 : (앉으며) 새로 온 기사가 경호원 노릇까지 하는 모양이지?
신희 : 박승재씨... 당신이었어?
승재 : 생각 보다 퇴원 빨리 하더라. 별로 안 다친 모양이지?
신희 : (약간 안심된다. 표정 다지며) 어떻게 된 거예요?
승재 : (미소) ...다 니 아버지 덕이야.
S#31. 승재 회상 몽타쥬
-공사장에서 얻어맞고 나오는 승재. 오기에 차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승재(E) : 니 아버지, 날 아주 우습게 알고 계시던데... 오기가 났지.
-가드맨 차 운전하며 방송국으로 가는 승재.
막 방송국 앞에 도착하는데 나오는 신희차 본다.
승재, 핸드폰 들어 전화하려다 핸드폰 옆좌석에 던진다.
승재(E) : 깡패 몇 명 동원한다 그래서 겁먹을 내가 아니란걸 너한테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니가 내 전화 받고 날 만날리도 없고, 그래서 무작정 쫓아갔지. 니 뒤를 쫓다보면 늘 볼만한 구경거리가 생기니까.
-1부에서 신희가 자영과 만났던 재즈바 앞.
신희, 차에서 내려 들어가고 승재, 막 그 앞에 차를 대는데 총총히 들어가는 자영.
승재(E) : 그런데, 아주 뜻밖에 사람을 만나더라. 뭔가가 있구나 싶었어... 이신희가 자영일 만난다... 뭔가 당기더라구.
그래서 기다렸다 쫓아갔지.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을 뻔한 신희 차를 보며 흥미로운 미소짓는 승재.
-사고 현장 저만치 앞에서 차에서 내려 현장 보는 승재.
S#32. 호텔 커피숍 (회상 끝나고)
승재, 여유있게 차 마시고 신희 본다.
승재 : 그렇게 큰 걸 건지게 될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말야.
신희 : (꼼짝없이 걸렸구나, 질려서 승재 보고)
승재 : 혹시 자수라도 하나... 지켜봤는데 역시 넌 대단해. 아니, 니 아버지가 더 대단한 거겠지?
신희 : ...원하는게 뭐예요?
승재 : (말없이 신희 보고)
신희 : (자신 있는) 알았어요. 마케팅부 팀장자리... 줄께요.
승재 : 니 아버지 시장자리가 걸린건데 그 정도로 되겠어?
신희 : (승재 보다가) 그럼 팀장 자리에다 얼마 더 주면 돼요?
승재 : (대답 않고 신희 빤히 보고) ...
신희 : (점점 불안한)
S#33. 고급 일식집
독립된 방. 회접시 놓여있다.
승재, 막 이의원 잔에 술 따르면
이의원, 병 받아 승재 잔에 말없이 따라준다.
공손히 받는 승재.
이의원 : 들게.
승재 : (의미 있는) 지난번 인사는 고맙게 받았습니다.
이의원 : 흠... 알아듣게 얘기만 하라 그랬는데 자네한테 실례를 좀 한 모양이군.
승재 : (곱게 싼 테입 내민다) 제 답롑니다. 물론 원본은 아닙니다.
이의원 : (굳어지며 승재 본다)
승재 : 만약 제가 의문의 사고를 당하면 각 언론사와 야당 사무실로 전달될 테입은 따로 준비해 뒀습니다.
아, 제 어머니나 형한테 사고가 생길 경우에도요.
이의원 : 협박이 대단하군.
승재 : 협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의원 : 그 테입을 미끼로 신희하고 결혼을 시켜 달라... 자네 같으면 그 협박에 밀려서 딸을 주겠나?
승재 : 방법이 이렇게 돼서 저도 유감입니다만, 신희 사랑합니다.
이의원 : (이건 또 뭐야? 쳐다보고)
승재 : 저, 능력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횔 주는데가 없더군요, 그래서 신희를 도와주는 대가로 취직 부탁을 했던 겁니다.
기회가 주어져야 제 능력을 보여드릴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의원 : 원래부터 우리 신희한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수단방법을 안 가렸단 말인가?
승재 : (뼈있는) 아버님은 절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의원 : (꿈틀하지만 누르고) 실무 경험이 없는 자넬 당장 팀장 자리에 앉히는건 좀 무리고...
우선 마케팅 기획 부팀장 자릴 해줄테니까 거기서 실무를 좀 익힌 다음에 팀장으로 승진을 시켜주지. 어떤가.
승재 : (생각하다가) ...좋습니다.
이의원 : 하지만 결혼은 안돼.
승재 : (똑바로 보고)
이의원 : 자네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 그랬지. 그렇다면 자네 능력을 먼저 보여주게.
승재 : 네?
이의원 : 아무리 자네가 신희하고 내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해도, 무조건 들어줄순 없어. 자네가 내 사위가 될만한 재목인지,
그걸 먼저 증명해 보이게.
승재 : (이의원 뜻 탐색하듯 보고)
이의원 : (조금의 동요 없이 술잔 든다)
S#34. 신희집 거실
모여앉아있는 식구들. 모두 놀란 얼굴로 이의원 보고 있다.
이의원 : 우선 시간을 벌어놨으니까 신희 너두 당분간은 그 녀석 기분 맞춰줘. 웬만한 녀석이 아냐.
신희모 : 아니, 그러다가 끝까지 협박하면...
이의원 : 조급해하지 마. 조급해하는 쪽이 당하는 법이야.
신희 : (미치겠고) ...
정희 : 아빠 설마 정말 언니랑 결혼시키실건 아니죠?
이의원 : 아무리 못난 새끼라도 자기 자식 상하게 하는 부모는 없다. 다들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나머진 애비가 다 알아서 한다.
신희모 : 저렇게 협박하는 놈을 어쩌실려구요?
이의원 : 시장선거부터 끝내놓고 방법을 찾아야지...
S#35. 명수음료 마케팅실
깨끗한 양복차림으로 서있는 승재.
승재 :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된 부팀장 박승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직원들 박수쳐주고.
S#36. 명수음료 회의실
회의중인 승재와 마케팅실 직원들.
승재 의욕에 넘치는 모습으로 발표중이다.
승재 : 이제 승부는 건강마케팅에 중점을 둔 신제품 기획과 색다른 홍보전략에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기존제품의
매출신장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젠 발상을 달리해야 됩니다. 과연 저걸로 음료를 만들수있을까 하는 제품.
저게 음료 광고야 싶을정도로 관심을 끄는 광고와 홍보... 물론 베이스엔 철저한 소비자 분석이 선행되어야겠죠.
이제부터 매주 성별, 나이별, 주거지별 여러 분류의 소비자 조사및 분석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직원들, 열심히 받아적고...
자신감에 넘치는 승재의 모습.
S#37. 승재 오피스텔
넓고 깨끗한 오피스텔. 벌써 새 가구들로 정리되어있다.
옷가방 등 간단한 짐 들고 승재 따라 들어오던 용석, 얼이 빠진 모습으로 둘러본다.
용석 : 이게 다 어떻게 된거냐?
승재 : 뭐가?
용석 : 무슨 회사가 들어가자마자 부팀장에 차며 오피스텔까지 줘?
승재 : ...형 자리도 곧 마련해줄께.
용석 : (찜찜한) 됐어. 난 아침마다 물 데워서 세수 안하는 것만도 어딘지 모르겠다.
승재 : 아 참, 형 방은 저쪽이야. 침대도 벌써 들여놨으니까 가서 봐.
용석 : (걱정스런) 너 정말 어떻게 된 거야?
승재 : ...맡긴 물건이나 잘 갖고 있어.
용석 : 니 말대로 가게에 갖다 두긴 했는데, 대체 그게 뭐냐?
승재 : (자조적인 혼잣말) 만능키... 정도 되는 거지... (하다가) 형 뭐해? 방 안봐?
신희(E) : 나두 좀 봐두 될까요?
승재 : (뜻밖인 듯 놀라고)
용석 : (누군가? 어리둥절한데)
신희 : (성큼 들어와서 집을 둘러본다)
승재 : 웬일이야?
신희 : 웬일은? 장차 내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어떡하구 사는지는 알아야죠.
용석 : (더 놀라고)
승재 : (용석 눈치보며) 나가자.
S#38. 술집
승재와 마주앉아 있는 신희.
승재 : 정말 웬일로 온 거야?
신희 : (포장 케이스 탁 내놓는) 엄마가 갖다 주래요, 이사 기념으로.
승재, 열어보면 넥타이핀과 커프스 버튼 세트다.
금도금 된 넥타이핀 뒷면에 '박승재' 란 이름 새겨져있다.
승재 : (보며) 이걸 어머니가 주셨다구? (픽 웃는) 아버님이겠지. 어머닌 아직도 날 순 날강도 같은놈, 그러고 보시는데?
신희 : 아닌가요?
승재 : 너까지 그러면 곤란하지.
신희 : 처음부터 노린게 이거였죠? 마케팅부 취직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회사,명수음료 노리고 나한테 접근한거야.
승재 : 널 좋아한다고 아버님께도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얘기 안 하시디?
신희 : 말두 안돼. 그럼 왜 현우오빠하구 자영이 떼놓는건 도와줬어요? 왜 그렇게 악착같이 했는데?
승재 : ...자영이랑 헤어져도 정현우가 너한테 가지 않을거란 자신이 있었으니까.
신희 : 뭐?
승재 : 너하고 정반대인 자영일 좋아한 남자라면 널 좋아하는 일은 없어, 절대로.
신희 : (약오른) 당신 같이 비열하게 사람 협박하는 인간이나 나 같은걸 좋아한다? 아무리 그래봤자 내가 당신하구 결혼할 거 같애?
승재 : 협박이 아니라 거래야. 너 졸업때까지 매출 신장 200%... 그게 니 아버지가 내건 조건이야.
신희 : (할수 있겠어? 비웃듯 보고)
승재 : 내가 그걸 못할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신희 : (굳어지고)
승재 : 그때 가서 약속을 안 지키면 나두 더 이상 봐주지 않아.
신희 : 웃기지 마. 당신은 안 걸려들어갈줄 알아?
승재 : 물론 난 안 걸려들어가지.
신희 : ?
승재 : 익명으로 보낼 거거든. 한 사람 죽이고, 거기다 두 사람 완전히 눕혀놓은 너두 이렇게 활개치고 다니잖아. 증거가 없으니까.
신희 : (쏘아보면)
승재 : (작은 녹음 테입 꺼내 준다) 아버님께 전해드려.
S#39. 신희집 거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듣고 있는 이의원, 신희모, 신희.
승재(E) : 제가 그 테입을 드릴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의원(E) : 허, 이 사람... 내 말을 그렇게 못 믿나? 신희 졸업하면 결혼해도 좋다고 했잖나. 물론 자네가 일을 잘 해야겠지만.
승재(E) : 이택중 서울 시장이 되기 위해서 따님이 음주 운전으로 사고 내고, 거기 다 운전자까지 바꾼걸 아시고도 덮으신 분인데요.
이의원(E) : 그건 이미 어쩔수 없는 일이었네.
승재한테 더 단단히 덜미를 잡힌걸 알고 당혹스런 세사람.
S#40. 신희방 (밤)
신희, 잠 못들고 뒤척이고 있다.
떠오르는 현우의 모습들. 같이 영화 보고 피자 먹고...
신희, 괴로운 듯 벼개에 얼굴 푹 묻는다.
S#41. 신희집 거실 (아침)
외출 준비하고 내려오는 신희.
정희와 차마시던 신희모, 놀라 일어선다.
신희모 : 너 아침부터 어디 가?
신희 : 방송국.
신희모 : 얘 좀 봐. 한 두어달 푹 쉬랬는데 뭐하러 나가? 니가 하던거 딴 애들로 다 교체됐다며.
신희 : 딴 프로 뭐 할거 없나 알아볼려구. 일이라도 해야지 그냥 못 있겠어. (나가고)
신희모 : 쟤가 영 기운을 못 차리네...
정희 : 잠도 잘 못자는거 같든데.
S#42. 방송국 사무실
신희, 사무실에 있는 PD들에게 인사하고 다닌다.
미자, 옆에서 따라다니며 덩달아 꾸벅 인사하고.
PD : 어, 이 신희씨. 어디 아펐었다며 괜찮아?
신희 : 네. 이제 괜찮아져서 다시 일할수 있거든요...
PD : 그래?
신희 : 그래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감독님, 저 뭐 할만한 일 없을까요?
PD : 글세...
신희 : 나가요, 감독님. 점심 아직 안 드셨죠?
S#43. 학교 앞 거리 몽타쥬
교복입은 학생들이 오가는 거리.
가게 알아보고 다니는 영철, 은실, 자영부.
부동산에 들러 물어보고 문방구, 오락실 등을 기웃대며 구경한다.
분식집에 앉아 라면 먹는 세사람.
자영부, 먹다가 옆자리에서 재잘대며 음식 먹는 여학생들 물끄러미 본다.
눈물 맺히는 자영부, 냅킨으로 꿈쩍꿈쩍 눈물을 닦아낸다.
S#44. 중환자실
옆의 현우 병상 비어있고 혼자 누워있는 자영.
S#45. 자영이네 분식집 (저녁-밤)
신장 개업 리본 달린 화분 놓여있다.
'자영이네' 란 간판. 학생들로 바글바글한 가게.
벽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예쁘게 되어있고 크리스마스 캐롤 흘러나온다.
주방에는 영철과 자영모, 열심히 음식 만들고 있고 은실과 자영부, 서빙한다.
은실 : 자아... 맛있는 떡라면이 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시간 경과>
손님들 거의 없는 시간. 자영모는 없고
영철과 은실, 탁자 닦고 있는데 축하화분 든 준엽 들어온다.
준엽 : 여기가 그렇게 맛있는 집이라면서요?
영철 : 어? 형!
은실 : 안녕하세요?
준엽 : (앉으며) 요새 일이 많아서 이제야 왔다. 장사 다 끝났어?
영철 : 예, 열한시면 문 닫아요.
준엽 : 아저씨, 아주머닌?
영철 : 자영이 보러 가셨어요. 면회가 아무때나 안되잖아요.
준엽 : ...자영인 여전히 그러고 있니? 못 본지 한참됐다.
영철 : 속상해 죽겠어요. 억울하고 분하기도 하고... 힘없는 게 서럽기도 하고...
준엽 : ...기다려 보자.
영철 : 이의원은 계속 잘 나가죠?
준엽 : 그렇지 뭐... 힘들진 않구?
영철 : 벌써 힘들면 어떡해요? 어떻게든 자리 잡아서 자영이 병원비도 안 받을 거예요...
밖에서 바라보는 가게.
김이 낀 유리창 사이로 우울하게 앉아있는 세사람 보인다.
어둠 속에 점점 멀어지고...
S#46. 스튜디오 (낮)
'시네마 가이드' ('출발 비디오여행' 같은 프로그램) 녹화중이다.
남MC : 자!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초콜릿 같은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소개해 주실 분 순선데요.
여MC : 네,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추적! 캐릭터' 코너의 이신희씹니다.
신희 : 네, 안녕하세요! 이신희입니다. 오늘은 날도 날이니만큼 사랑한다는 고백을 했다가 채인 영화속의 여자들을 모아봤습니다.
남MC : 이신희씨는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신희 : 음... 그건 말할수 없습니다. (웃으며) 자! 추적 캐릭터. 사랑을 고백하는 영화속 주인공들, 그 애틋한 사연들을 만나보시죠.
코너 타이틀 음악 나오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극중의 애슐리에게 사랑 고백하는 장면 나온다.
그 장면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희.
S#47. 방송국 주차장 (밤)
기운 없이 미자와 걸어나오는 신희.
근사하게 차려입은 승재, 고급 차 앞에 서있다.
미자 : (김샌) 야, 난 오늘도 혼자 쓸쓸한 귀가를 해야겠다.
신희 : 잘가. 오늘 수고했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승재에게 가고)
승재 : 녹화 잘 했어?
신희 : 응.
겉보기엔 그저 연인같은 모습.
승재 차에 타는 신희. 차, 출발하고.
S#48. 레스토랑 (밤)
이의원, 신희모, 신희, 승재, 정희 식사중이다.
신희, 맥없이 깨작거리고 있다.
신희모, 정희, 승재를 꺼리는 기색 감추며 말없이 식사만 하고.
이의원 : 매출이 두달새 벌써 전년대비 30%가 늘었더군.
승재 : 예. 현미음료에 대한 신제품 기획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의원 : 현미 음료는 자네 아이디어였다면서.
승재 : 네. 광고대행사도 바꿀 생각입니다. 젊은 감각의 광고회사로...
신희모 : (듣기 싫은) 신희 넌 왜 그렇게 못 먹어?
신희 : 배 안 고파.
정희 : 언니가 입맛 나는 일이 뭐 있겠어?
승재 : 정희는 남자친구한테 초콜렛 줬어?
정희 : (쌀쌀) 유치하게... 박승재씬 여자친구한테 초콜렛 받았어요?
승재 : (굳어진다. 얼른 풀고) 언니가 있다 둘이 있을 때 주겠지.
신희모 : (비위 틀리는 듯 물컵 들어 벌컥벌컥 마시고)
승재 : (식구들 냉대가 느껴진다)
S#49. 술집 (밤)
스탠드에 나란히 앉아있는 승재와 신희.
신희, 양주잔 들어 마시고 또 따른다.
승재 : (말리는) 그만 마셔.
신희 : 상관 마. 아직 박승재 마누라 아니니까.
승재 : 그렇게 불안하니?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왜 그렇게 불안해해?
신희 : 언제 깨나서 내 뒷덜밀 잡을지 모르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는데 당신 같음 속이 편하겠어?...
하긴, 들통나도 박승재씬 별 상관이 없겠지. 최소한 집한채는 건졌으니까.
승재 : (신희 물끄러미 본다)
신희 : (쳐다보지 않은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당신 상대로 얘기하고 있는 내가 그렇잖아도 한심하고 짜증나니까.
승재 : 정확히 뭐가 겁나는 건데? 정현우가 깨나는거, 그게 겁나니?
신희 : (자조적인) 현우오빠 죽으면 어떡하지, 또 살아나면 어떡하지? 그러다 자영이 깨나면 또 어떡하나... 미쳐버릴거 같아...
승재 : (신희 보는 눈길에 안쓰러움 비치고)
S#50. 신희집 거실 (밤)
비틀하며 들어오는 신희.
신희모와 정희, 안방 눈치 보며 얼른 신희 부축해서 2층으로 올라간다.
S#51. 신희방 (밤)
신희모와 정희, 신희 부축해서 들어온다.
신희, 침대로 팍 엎어진다.
신희모 : 자꾸 이러지마, 이것아. 엄마두 하루하루 사는게 사는게 아니야.
정희 : (심란한 듯 한숨 쉬고 나가고)
신희모 : 너 정말 왜 이러니, 응?
신희 : (벌떡 일어나 앉는) 엄마... 만약 자영이 깨나면 어떡해? 현우오빠 깨나면 어떡해?
신희모 : 아이구 그런 소리마. 심장 떨려.
신희 : (울며) 자꾸 현우오빠나 자영이가 깨나서 찾아올거 같애서 불안해 미치겠어. 처음엔 괜찮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두사람...
(말하기 두렵지만) 죽지도 않잖아.
신희모 : 아이구 이것아...
신희 : 아니, 죽을까봐도 겁나. 그러면 내가 죽인거잖아... 근데 또 살아날까봐 겁나...
그럼 내가 죽어야 되잖아. 내 인생 끝이잖아, 그러면...
신희모 : (어쩔줄 모르고)
신희 :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다) 이래두 저래두 다 겁나... 무서워...
S#52. 분장실 (신희의 꿈)
거울 옆의 백열등만 켜져 약간 어두운 분위기.
신희, 앉아서 '시네마 가이드' 대본 읽으며 연습중이다.
신희 : 오늘은 홍콩 느와르 특집입니다. 검은 바바리와 파란 필터의 화면, 요란한 총성이 떠오르는...
FD : 이신희씨. 누가 찾아왔는데요?
신희 : (누굴까하고 분장실 문 보면)
자영 : (사고날 때의 차림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온다)
신희 : (경악) !
자영 : (신희 똑바로 쳐다보고)
신희 : (너무 놀라고 떨려서 말도 안 나오는) 자, 자영아...
자영 : 진실을 밝혀.
신희 : 무슨... 소리야...
자영 : (강한 어조로) 운전자는 너잖아!
S#53. 신희방 (밤)
놀라 벌떡 깨어나는 신희, 얼굴과 온몸이 땀에 젖어있다.
숨을 몰아쉬며 주위 둘러보는 신희.
S#54. 자영네 분식집 앞 (아침)
영철, 막 셔터문 올리는데
은실, 저만치서 '오빠!' 하며 달려온다.
영철 : (돌아보는) 어, 은실아.
은실 : 철이 들긴 드셨군요. (시계 보며) 9시 5분... 좋았어.
영철 : (웃으며) 들어가자.
S#55. 자영네 분식집 안
영철, 주방에서 커피 두잔 타들고 나와서 탁자에 앉아있는 은실 앞에 놓아준다.
한쪽에 놓인 카세트에서 제법 분위기 좋은 음악 흘러나오고.
은실 : (좋아서 받아 한모금 마신다) 으, 좋다...
영철 : 너 솔직히 내가 타주는 커피 마시러 일찍 나오는 거지?
은실 : 오빤 솔직히 나 커피 타주고 싶어서 늦게 못 나오는 거지?
영철 : 자식...
은실 : (문 돌아보며) 어머니 오실때가 됐는데... 어머니 말야, 오빠. 그 보호자 대기실에서 주무시기 불편하시지 않나?
하루이틀도 아니구.
영철 : 자영이가 중환자실에 누워있으니 간병할 필요도 없고, 밤에라도 옆에서 지킨다고, 내가 잔다 그래도 싫으시대잖아.
은실 : 봄 되면 좋은 일이 있을래나...
영철 : 너야말로 언제까지 여기로 출근할래? 병원 안 알아봐?
은실 : 자영이 깨날때까지만 자영이 대신 있을 거라니까?
영철 : ...언제 깨날지 알구...
은실 : 오빤? 죽지 않고 있으면 언젠간 깨날거야. 아니, 억울해서 어떻게 평생 저러구 있어?
자영이, 언젠간 일어나니까 기다려 오빠.
영철 : (우울해지고)
은실 : (분위기 돌리려는) 그리구 나 없으면 오빠가 무슨 재미루 종일 장사하냐?
영철 : 뭐?
은실 : 솔직히 나 좋으면 좋다 그래. 무슨 남자가 말을 못해?
영철 : (기막힌 듯 허! 웃지만 부정하지도 않고)
S#56. 중환자실
자영모, 물수건으로 자영 손 닦아주고 있다.
자영부, 옆에서 안타깝게 보고 서있고
자영모 : 잘못하면 애 욕창 생기겠어요. 금세 봄되고 여름될텐데...
자영부 : 간호사한테 잘 좀 부탁한다 그래.
자영모 : (넋두리처럼) 다 내탓이다... 니가 그 집에서 나가자 그럴 때 니말 들었으면 니가 신희 차 탈일도 없었을 텐데...
내 욕심에 너 신희 대신 시험 보라고 윽박지르지만 않았어도... 엄마가 널 이렇게 만들었어...
세상에 너보다 더 귀한게 없는걸 모르고... (울컥) 돈이 다 무어냐... 거렁뱅이가 돼도 너만 일어나면 원이 없겠어...
자영부 : 그만해. 자영이 들으면 더 속상하지...
자영모 : 내 말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어요. 자영아, 벌떡 일어나서 엄마한테 따져라, 응? 엄마가 너한테 빌게 너무 많어...
자영부 : ...그 현우는 어떻대?
자영모 : 예?
자영부 : 재성그룹 아들말야...
자영모 : 몰라요, 병원 옮기고 통 소식 못들었어요. 무슨 염치가 있어야 들여다 보지...
자영부 : 그래두 한때 우리 자영이 신랑감으로 알고 있었는데...
S#57. 다른 병원 (낮)
급하게 들어와 서는 차.
현우모, 사색이 되어 뛰어내린다.
S#58. 중환자실 (낮)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현우. 간호사와 의사들 모여있고 바쁘게 상태 보고 있다.
낮아지는 맥박, 혈압 수치...
S#59. 진료실
의사 앞에 서있는 현우부모.
의사 : ...오늘 밤 넘기기가... 자신이 없습니다.
현우모 : (무너지듯 주저앉고)
S#60. 방송국 스튜디오
녹화 끝난 스튜디오. 방청객들 일어나고
신희, MC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막 일어서다 뚝 굳어진다.
웅성거리며 일어나 나가는 방청객들 사이로 신희 보고 서있는 자영과 현우.
신희, 다시 자리에 털썩 앉는다.
남MC, 이상한 듯 막 신희 보는데 그대로 옆으로 쓰러지는 신희.
S#61. 승재 사무실
승재, 다른 자리에서 직원과 뭔가 얘기하고 있는데
승재 자리에서 전화벨 울린다.
승재 : (얼른 뛰어가 받는) 네, 부팀장 박승잽니다... (놀라는) 네?
S#62. 방송국 스튜디오 (혹은 방송국 로비)
사람들 다 빠져나간 썰렁한 스튜디오.
신희, 미자에게 기대서 식은땀 흘리고 있고 미자, 어쩔줄 모르며 전화하고 있다.
미자 : 신희네 집엔 아무도 없구요, 얘가 병원에 가자 그래도 영 꼼짝을 안하고 있거든요?
신희, 공포에 질려 미자 허리 꽉 끌어안고 있다.
S#63. 신희방
탈진한 듯 누워있는 신희.
승재, 침대가에 앉아있다.
승재 : (답답한 듯) 너 정말 왜 이러니?
신희 : ...자수할까봐...
승재 : 뭐?
신희 : (혼잣말처럼) 자꾸 보여...
승재 : 보이다니, 뭐가?
신희 : 낮에도 보이구, 밤에도 보이구, 꿈에서도 보이구... 자꾸 보여.
승재 : 글세 뭐가!
신희 : 자영이... 자꾸 찾아와요, 자영이가...
승재 : (깜짝 놀라는)
S#64. 승재 사무실 (밤)
텅빈 사무실. 창가에 서서 유리창에 비치는 자기 모습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승재.
전화벨 울리자 얼른 받는다.
승재 : 여보세요?... 아, 그래, 알아봤어?...
S#65. 현우 병원 앞 공중전화 (밤)
남1, 공중전화로 전화중이다.
남1 : 이자영이는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구요, 지금 정현우 병원에 들러서 알아봤는데 정현우는 아주 안좋은 상탭니다.
거의 가망없대요.
S#66. 승재 사무실 (밤)
승재 : 확실해? 뇌사로 가는거 확실하냐구... 그래?... 알았어. (끊는다)
전화 끊고 돌아서는 승재, 얼굴 서서히 굳어지며 생각에 잠기고.
<시간경과>
창가로 의자 돌려놓고 창턱에 다리 올려놓고 담배 피우며 고민하는 승재. 벌떡 일어나서 사무실 둘러본다.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부팀장' 이라는 명패. 세련되고 고급스런 자신의 차림...
S#67. 명수음료 앞 (밤)
승재, 건물 앞에 서서 '명수음료' 명패와 건물 올려다본다. 이걸 놓칠순 없다...
이윽고 결심한 듯 홱 몸 돌려서 차로 가는 승재.
S#68. 자영 병원 (늦은 밤)
굵은 뿔테 안경 쓴 승재, 들어간다.
S#69. 보호자 대기실 (늦은 밤)
새벽 2시를 가리키는 시계.
보호자들 사이에 누워서 자는 자영모, 부시시 일어나 나온다.
S#70. 중환자실 (늦은 밤)
의사 가운 입고 살며시 들어오는 승재. 살펴보면 저쪽에서 간호사, 졸고 있다.
승재, 살며시 자영에게 다가간다.
승재. 자영을 바라본다. 측은함이 느껴지지만...
승재,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 의식없이 누워있는 환자들.
승재, 자영의 산소호흡기가 연결된 벤틀레이터(Ventilator)로 손을 뻗는다.
아무것도 모른채 잠들어있는 자영.
승재, 벤틀레이터의 스위치를 끈다. (혹은 산소호흡기 호스와 삽관의 연결된 부위를 빼놓는다)
승재, 서둘러 나가는데 간호사, 기척 느끼고 퍼뜩 잠에서 깨서 보면 막 중환자실 빠져나가는 승재 뒷모습 보인다.
S#71. 병원 복도 (늦은 밤)
화장실에서 나오는 자영모, 중환자실 쪽으로 도는 코너에서 다급히 오던 승재와 부딪힌다.
그 바람에 뒤로 엉덩방아 찢는 자영모.
승재, 무심코 자영모와 시선 마주치자 얼른 뛰어간다.
자영모 : 아이구... 아 뭐 저런 경우가 있어? (큰소리로) 이봐... (하려다가 병원이란 생각에 얼른 입 다물고)
자영모, 투덜대며 막 일어서려다가 바닥에 떨어진 넥타이핀 본다.
집어들고 승재가 간 쪽 보다가 무심히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서 중환자실 쪽으로 가는데
'삑삑'하는 경보음 들리며 간호사들 중환자실로 뛰어가고 의사를 부르고 소란이 인다.
자영모, 왜 저러나? 의아해서 보는데.
간호사 : 이자영씨 보호자시죠? 빨리 오세요.
S#72. 중환자실 (늦은 밤)
자영모, 중환자실 들어오면
자영 옆에 몰려서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게 왜 꺼져있지...' 웅성웅성 소란스럽고
자영 옆의 벤틀레이터 꺼져있다. (또는 호스 연결이 끓어져 있다)
심장박동 모니터 불안정한 선을 그리고 있다.
심장이 뛰었다가 평행선이 되고 뛰었다가 평행선이 되고.
자영모 : (놀라) 아이구 자영아!
S#73. 자영집 거실
동시에 방에서 뛰어나오는 자영부와 영철. 정신없이 현관으로 나간다.
S#74. 중환자실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들. 자영의 가슴에 심장 맛사지를 한다.
의사 : (안되겠다는듯) 카디오버전! (Cardio version)
옆의 의사와 간호사들 전기충격기를 갖다준다.
의사, 충격기를 들고,
의사 : 200줄(joule) !
옆에서 전압을 200에 맞추고.
의사, 자영의 가슴에 전기충격을 준다.
자영, 눈감은채 누워있고.
자영모, 옆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손에 땀을 쥐고 서있다.
의사 : 300줄!... 360줄!
전압을 올려서 세게 해보지만 자영 몸만 전기충격으로 솟았다 꺼질뿐 힘없이 늘어진다.
땀으로 얼굴이 젖은 의사 가망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자영모, 가슴이 쿵 내려앉고.
의사, 흰 시트로 자영을 얼굴을 덮으려는데
자영모, 의사의 손을 붙들고 매달린다.
자영모 : 선생님. 한번만, 한번만 더 좀 해봐주세요... 내 딸 좀 살려주세요...
(울먹이는) 저대로 보내기엔 제가 에미로서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그럽니다 선생님... 선생님 제발, 예? 선생님...
의사, 기대 없이 다시 한번 시도한다.
전기충격을 주는 의사.
자영, 눈감은채 반응없고.
자영모, 눈물을 흘리며 두손을 모으고 제발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눈빛.
땀에 젖은 의사, 360줄로 다시 한번 전기충격을 시도한다.
이때 번쩍 두 눈을 뜨는 자영의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