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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끝나고 공언한대로 하워드는 처음부터 골밑을 계속해서 파고들었고 포틀랜드의 골밑은 초토화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정상적인 수비로는 로페즈가 1대1로 감당하기 어려운데 파울트러블을 의식하다보니 더더욱 막기가 어려웠죠. 하워드는 경기시작 5분만에 13점을 쓸어담았고 연이어 터지는 슬램덩크에 휴스턴 홈은 들끓었습니다. 3,4년전의 포틀랜드였다면 초전박살이 났을 겁니다. 실제로 2009년 휴스턴과의 1라운드 1차전에서 야오밍이 시작부터 초토화를 시켜버리자 팀 전체가 패닉에 빠졌고 근 30점차의 대패를 당하고 말았죠.
문제는.. 슈퍼스타의 슈퍼 퍼포먼스가 나왔음에도 포틀랜드가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고 버텨냈다는 겁니다. 알드리지가 '같은 2점이다'를 시전하며 맞불을 놓았습니다. 초반 하워드의 맹공, 하워드-아식 트윈타워를 통한 골밑 제압, 중간중간 턴오버와 나쁜 셀렉션으로 정체된 포틀랜드 오펜스 등 위기가 이어졌지만, 알드리지는 이 모든걸 씹어먹고 가라앉을뻔한 팀을 머리끄댕이 잡고 끌어올렸습니다. 전반이 끝났을때 양팀 스코어는 동점. 1차전과 마찬가지로 박빙의 결과였지만 뉘앙스는 전혀 달랐습니다. 1차전이 유리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박빙이었다면, 2차전은 훅 가버릴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빙이 된거였죠.
[토마스 로빈슨의 파워 블락]
3쿼터에도 일진일퇴의 공방은 이어졌습니다. 알드리지가 전반에 이어 3쿼터를 지배했지만, 휴스턴도 하워드와 하든이 부진한 와중에도 얼리 오펜스가 먹혀들면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포틀랜드의 벤치가 폭발하는 의외의 상황이 나타났습니다. 휴스턴이 추격에 시동을 걸려고 할때마다 도렐 라이트의 득점이 귀신같이 나왔고 4쿼터 초반 모윌과 라이트의 연속 3점은 추격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포틀랜드에게 상당한 쿠션을 만들어줬습니다.
흐름은 분명 포틀랜드에게 있었지만 결정타를 날리지는 못했습니다. 한방이면 쐐기를 박을수 있는 상황에서 나쁜 셀렉션과 턴오버로 카운터를 맞았고 그것이 여지를 남기고 말았죠.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휴스턴의 집중력이 좀더 떨어졌고 포틀랜드는 그대로 승리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33초를 남기고 나온 포틀랜드의 '속공']
1차전의 엄청난 퍼포먼스가 이어지기는 어려울거라는 예상이 무색하게도 알드리지는 또다시 40점을 넘기며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휴스턴은 싱글커버를 고수하는 가운데 골밑을 주지 않고 밖으로 최대한 밀어내겠다는 플랜을 들고 나왔는데요. 1차전에서 파울트러블로 많이 뛰지 못한 아식이 알드리지 수비를 많이 맡았고 결국 밖으로 밀어낸다는 목적 자체는 달성했으나 1차전에서 별로 좋지 않았던 알드리지의 미들이 마침 2차전에는 절정이었습니다(미드레인지 13-19). 앤서니 데이비스 외에는 거의 블락이 불가능한 높이의 타점이라 그런지 한번 영점이 잡히니까 샷 컨테스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전반에 알드리지의 엄청난 핫핸드를 봤다면 휴스턴으로서는 일단 일시적으로라도 공을 쥐지 못하게 하던가 하다못해 공 투입이라도 어렵게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3쿼터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던건 조금 의외였습니다. 또한 알드리지에게 정적인 포스트업만 시키는게 아니라 2대2 또는 3대3 이후 골밑으로 돌진한다던지 심지어는 가드처럼 컬을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움직임을 다양하게 가져간 스토츠 감독의 전술적 뒷받침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알드리지라는 화두에 대해 휴스턴은 2차전에도 해법을 찾는데 실패한 셈이 되었는데 과연 3차전에는 어떤 대책을 들고 나올지 궁금합니다.
[알드리지의 이번 시리즈 샷 차트]
벤치의 모윌과 도렐 또한 승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습니다. 득점 자체도 죄다 적시타였지만 알드리지 외에 다른 주전들의 득점이 1차전보다 저조했기에 순도가 더욱 높았습니다. 모윌이야 원래부터 벤치의 핵이었으니 그렇다쳐도 도렐은 문자 그대로 X-Factor였습니다;; 정규시즌 내내 9인 로테이션을 들락날락하던 도렐이 이 타이밍에 인생게임을 할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역시 큰경기에는 베테랑이 진가를 드러내는 걸까요. 물론 상수라고 보긴 어렵습니다만 애초에 기대치 자체가 별로 없던만큼 이렇게 이따금씩 한번만 터져줘도 엄청난 도움이 될겁니다.
포틀랜드가 막기 힘든 두가지 매치업 중에 하나가 2차전에서는 제대로 터졌습니다. 포틀랜드에서 하워드를 1대1로 누가 막겠습니까만 그나마 가장 사이즈가 되는 로페즈도 무력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역시 하워드가 작정하고 달려들면 못 막는다는걸 새삼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로페즈가 파울트러블에 걸리지 않아 이후에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었고, 섣부른 헬프 대신 외곽에 대한 견제를 놓지 않아 추가 데미지를 제어했죠. 초반에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닥쳤고 피해도 컸지만 밑천을 다 까먹지는 않았고 그것이 이후 경기를 치르는데 적잖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워드의 득점 페이스는 떨어졌고 결국 후반에는 7득점에 그쳤습니다. 게다가 바클리의 지적처럼 전반에 하워드 위주의 골밑공격 일변도로 간게 휴스턴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던거 같습니다. 하워드가 포틀랜드 골밑을 폭격하는 동안 느려진 템포 속에서 하든과 파슨스는 자기 리듬을 찾지 못했고, 하워드의 페이스가 떨어지자 휴스턴의 공격은 정체되었습니다. 휴스턴의 후반 야투율은 40%를 밑돌았고 그나마 메이드된 샷의 상당수는 속공에서 나온거였습니다.
물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든까지 폭발하면 감당이 안될텐데 하든이 현재까지는 전혀 제 페이스를 못찾고 있습니다. 돌파도 안되고 점퍼도 안되고 총체적 난국이네요. 이번 시리즈 2경기에서 야투가 13-46인데 플옵에서 이렇게까지 부진한건 2012년 파이널(시리즈 야투 18-48)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매튜스와 바툼이 돌아가며 잘 마크한 공도 있겠지만 그걸 고려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부진이긴 합니다. 선수 클라스가 있으니 시리즈가 끝나기 전에 살아나기야 하겠지만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데미지를 최소화하는게 포틀랜드의 과제가 되겠죠.
[4쿼터 막판 로페즈의 블락]
이로써 시리즈는 포틀랜드가 2-0으로 리드하게 되었습니다. 보유한 선수자원의 양과 질, 매치업의 상성에서 휴스턴이 더 좋은건 분명한데, 포틀랜드가 알드리지의 맹폭으로 먼저 선수를 친데다 가용 자원을 쥐어짜내는 면과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에서 조금 더 나았던거 같습니다. 약간의 운도 따라줬고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주도권을 잡고 시리즈를 이끌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대단하네요 정말..
1,2차전 원정을 잡은건 대단한 성과지만 승리에 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7전제 시리즈는 길고 포틀랜드는 목적지까지 이제 절반을 왔을 뿐입니다. 지금은 주도권을 뺐긴 채로 휘둘리고 있지만 휴스턴에게는 여전히 시리즈를 뒤집을 여력이 충분하며, 지금까지의 결과야 어찌됐건 언더독은 포틀랜드라는걸 잊어서는 안되겠죠. 1라운드가 시작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버티고 물고 늘어져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휴스턴이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서기 전에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차이를 벌려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3차전이 정말 중요하네요. 상황이 좋을때 굳히는게 서툰 포틀랜드라서 걱정은 되지만 반드시 잡아내길 바랍니다.
* 1차전 미니무비 by Pinwheel E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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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렐이 스몰 라인업에 큰 기여를 했네요. ㅎㅎ 지금의 리듬 유지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