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태도는 똑같았다, 시위대의 울분이 왜 쌓였는지, 고공 농성자들을 보러 간 사람도 있었고 통화도 하고, 그 분들의 건강상태라든가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면서 300일 동안 고생하게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일체 쓰지 않았다. 경악스럽고 분노스러웠다. 1919년 3월 1일 일본 매체들의 보도태도를 보는 것 같았다. 당시 일본의 어용매체들이 불순한 조선인들의 폭력소요라고 불렀다. 진압자들의 100배, 천 배 만 배의 폭력을 잘라버리고, 그 뒤에 있는 정당한 독립요구는 하등의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 시위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폭력이 아니었다. 경찰과 용역에 비해 시위자들의 수는 훨씬 적었다. 시위자들은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그게 정당한 것은 300일 동안 지속되었던 고공농성을 마무리하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할 것이었다. 회사는 그것을 무시하고 분노와 처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착취의 대상이지 파트너가 아니었고, 무조건 진입을 막았다. 누구보다 시위자들이 많이 다쳤다. 급하게 차려진 의무실에 가서 소독 받고 끝났다. 울산 주민들의 경우 병원에 가서 이름을 남기기를 꺼렸다. 그런데도 많이 다쳤다. 머리가 깨지고 얼굴이 찢어지고, 이렇게 크고 작게 다친 사람이 100명에 이르렀다. 사측이 고용한 용역이 휘두른 쇠파이프와 소화기. 이런 건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것은 편파보도의 교과서다.
문제는 정규직을 고용해야 할 자리에 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냐다. 회사는 무권리한 노동자를 일회용 상품처럼 쓰고 버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게 문제의 근원이다. 이게 전 사회에 법이 지켜지고, 이렇게 부당한 방식으로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사회적으로 공익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파견이 인정된 것이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극히 현실적이고 작은 요구다. 법을 준수해달라는 것, 즉 준법을 요구하는 투쟁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강자에게 약자가 준법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가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야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이 회장 면담이었고, 300일이나 지속된 농성 문제도 해결하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회장을 면담할 권리가 있다고 한다. 쇠파이프를 본 적도 없고, 팬스를 뜯은 후에는 용역들이 소화기 발사하고 돌을 던지니까 깃대를 방어 수단으로 쓴 것이다. 충돌이 생긴 것인데 그에 대한 책임은 회사가 져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상생 정신으로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면 충돌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하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기자) 공장 진입을 하고 회장 면담을 요구했는데 거부했는데 들어가려는 의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충돌의 시작은 시위대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노자) 노동자도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다. 10년 동안 불법파견 당했고, 많은 이들이 해고자다. 가족이 갈기갈기 찢겨질 위기에 놓였고 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짓밟혀온 약자들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해본 사람 있을 것이다.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언젠가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피해자라는 것을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이 죄악이라고 본다.
기자) 언론에서도 그랬고, 정부, 재계가 구속수사를 하겠다고 하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노자) 자본을 위한 나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기회도 주지 않는 갑들만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속이 대화하겠다는 것이냐? 노동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구속하겠다, 이것은 파트너가 아니고 대화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장기적인 보수화의 증거인지, 아니면 권위주의 정권에서 써왔던 것을 복제하는 것인지...
기자) 국제적 시각에서 봤을 때 희망버스는 어떤가.
박노자) 희망버스는 사실 국제적인 일이다. 외국 사람들 많았고, 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돈 내고, 그들 주머니 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항공료를 내고 한국 노동자들과 연대하러 왔고, 자발적인 동아시아적 연대가 아닌가, 한중일 사이의 새로운 역사, 여태까지 아픈 역사를 상쇄할 수 있는 얘기를 하는데, 사실 희망버스가 그랬다. 나까마유니온이라고 비정규직노조인데 국제적으로 얘기하자면 제가 일본 분들하고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60년대 이후 고공농성이 많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만큼 비정규직의 장기투쟁, 재능교육이라든가 4년 5년 투쟁이 흔하게 됐는데 그런 것이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공농성 300일은 세계적 기록이다. 사실 산업화된 나라치고는 노동자를 굉장히 배척하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정치력이 없는 상황에서 극한투쟁, 목숨을 내놓는 극한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힘이 있고, 자본가를 적당히 압박을 해서 타협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싸우지 않는다. 그러니까 전태일적인 투쟁을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노동인구의 70%는 노동자다.
기자) 외부세력이라고 하는데 노사 당사자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폭력적이라고 해도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쪽 용어를 쓰자면 교수님도 외부세력인데
박노자) 저도 노동조합 조합원이고, 오슬로대학. 같은 버스 탄 사람도 노동조합 조합원이다. 저로서는 만국 노동자 단결의 차원에서도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걸 넘어서 학교 교정에서 왕따 가해자가 피해자를 모욕주고 때리잖아요. 근데 다른 아이들이 당사자 아니라고 개입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보통 자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얘기하지 않느냐, 폭력 생기면 약자는 절망적인, 몸을 죽여 가는 투쟁을 하는데 제 풀에 지치겠다고 그대로 놔두는, 알아서 내려오겠지, 이게 학교폭력과 같은 약자에 대한 폭력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개입하는 것이 한 사회의 시민으로 당연한 권리다. 에밀의 표현대로 아노미 사회다.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서로에 대한 관심조차 갖지 않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관심 사회다.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희망버스를 본보기처럼 하겠다는 것 아니냐와 집회 시위와의 자유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박노자)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 갑들의 정부임에도 을들이 갑질에 대한 을들의 분노가 커져가는 것에 대해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고, 을들에게도 당근을 던져야 하는 이중적인 상황이다. 이번에 초강경 상황인데, 정부가 자본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다. 정부는 갑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도 국민으로 포섭하려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데 한국 정부는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기자) 불매에 대한 의견이 있는 걸로 아는데
박노자) 현대차가 여태까지 비정규직에게 저질러온 폭력을 게시하고 현대차 구매를 보류하기를, 이 상태가 해결될 때가지, 현대차 자본이 이 상태를 원만히 해결할 때까지...
러시아 노동자 조직 중에 몇 개의 조직이 지금 불매운동 사유서를 웹페이지에 게시하고 영문,독문, 불문으로 게시하고 압력수단으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기자) 의도는 그랬는데 사회적으로 매도되고 있다. 계속 이렇게 가는 게 도움이 되냐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냐?
박노자) 비정규직 힘만으로는 어려울 때 우군이 필요하다. 정규직, 시민사회, 학생의 연대가 필요하다. 폭넓은 연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해당 자본을 압박하고 노동자의 가장 기초적인 요구를 들어주게끔 압박하는 게 필요 한 것 같다. 그게 노동계급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지역에서 강남, 서초구에 사는 사람에게는 계급의식이 분명한데 다른 곳에서는 계급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희망버스는 노동계급의 여러 계층들이 같이 뭉쳐진다. 대학생, 회사원, 노동운동가, 외국인 학생, 대학강사, 별의별 사람이 다 갔는데 현재의 노동자가 미래의 노동자이다. 그것을 통해 노동계급의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대자적 능력을 키워 대자적 힘을 키우는 것이다.
기자) 이번 같은 충돌이 또 벌어지고, 탄압하고, 다시 폭력이 덧씌워지고...
박노자) 방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전국 판매 대리점에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다. 자본에 대한 전 계급적 압박일 수 있다. 힘이 없는 노동자 입장에서 폭력은 굉장히 불리한 방식이다. 되도록 지배자들이 폭력을 쓸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 물리력에 있어서는 지배자들이 훨씬 세기 때문이다. 저만 해도 이런 상태가 벌어지면 노르웨이 현대차 판매 대리점에서 불매 1인 시위를 할 것이다. 국내외 동시다발 현대자동차 불매 공동 행동을 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러시아 등 곳곳에서 있다.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하는 말이 짐승처럼 취급되고, 처음 하는 말이 시발새끼다. 레닌그라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앞장설 것이다. 파견노동자, 비정규직, 6개월짜리 계약직이고 무엇보다 폭력과 폭언이 많다.
기자) 한국엔 또 어떤 일로 방문하셨나.
박노자)연구용역 때문에 논문자료 수집(군목, 군승) 13일 전에 왔다.
기자) 극단적이다, 폭력적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박노자) 서울에서 탑승 준비하는 과정, 타고 가는 과정, 시위하는 과정. 폭력이라고 하자면 우리는 균형감각이 있어야 한다. 해병대 캠프에서 사건이 있는데, 유사군사훈련에 몰고 가는 것이 폭력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같이 극기 훈련을 받아야 하는 폭력이다. 군인이 되기 싫은 사람에게 산업전사가 되게, 권력을 이용해 하는 최악의 권력자의 폭력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직원들에게는 해병대캠프, 비인간화 탈인간화 살인캠프를 폭력이라고 하지 않는다. 밟히고 밟힌 소수가 울분을 통하는 것을 폭력이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 끝으로 한 마디
박노자)한국 노동운동 발전에 있어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본다. 보수언론이 희망버스를 매도하고, 다른 대응하지 못하고 폭력으로 낙인찍히고 구속당하고 차후 운동이 어려워지고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의 신규채용을 수용하게 되고, 노동운동의 상당부분을 억누르게 될 것이다. 자본가 노동의 갈등에서 자본이 장기적으로 가지게 되고, 사회의 보수화 추세와 만나게 되고... 희망버스의 희망이 무엇이었는지 알리고 하면 된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