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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陶淵明)
도연명 (陶淵明, 365년 ~ 427년)은 중국 동진의 시인이다. 자는 원량(元亮), 본명을 잠(潛), 자를 연명(淵明)이라고도 한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심양 사람. 동진 초기의 군벌의 대인물 도간(陶侃)의 증손이라 하는데, 부조(父祖)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일찍 사망했다.
젊어서 면학에 전념하여 입신의 포부를 가졌으나 29세경에 비로소 주(州)의 관리로서 관직에 임했다. 그 후 13년간 지방 관계에 있었으나 입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팽택령(彭澤令)을 80일간 근무한 후 향리로 돌아갔다. “내 5두미(斗米)의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라고 한 말은 현(縣)을 시찰하러 온 군의 관리(郡 아래 縣이 있다)에게 절을 할 수 있겠느냐 하고 현령의 자리를 내동댕이쳤을 때의 명문구이다. 그때 전원으로 돌아갈 심경을 말한 것이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그 후에는 심양에서 은일(隱逸)의 선비로 처세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10년 후에는 조정으로부터 좌저작랑(佐著作郞=당시 隱士에게 주어진 관직)을 수여받았다.
그의 시는 현재 4언시(四言詩) 9수, 5언시 120수 정도가 남아 있다. 내용은 전원에서의 은사의 생활을 읊은 것, 자적(自適)의 심경을 토로한 것, 지방관리와의 증답시(贈答詩), 영사(詠史), 의고(擬古) 등이 주가 된다. 한아(閑雅)한 취향 속에도 때로는 격한 감정이 나타나 있으며, 소동파는 “그의 시는 소박하나 그 실(實)은 아름답고(綺), 파리하지만(苟) 실은 풍부(裕) 하다”라고 평하고 있다. 연명 시의 특색은 은자로서의 시인을 주장한 점이다. 종영(鐘嶸, ?~518)은 〈시품(詩品)〉에서, “고금을 통해 은일 시인의 종(宗)이다”라고 그를 칭찬했다. 즉 그는 은자의 처세를 훌륭한 감각으로 노래한 최초의 시인이었다. 은사의 눈으로 본 자연, 은사의 태도로 접한 세상을 시로 읊어서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시풍이 당시로서는 특이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시단의 주류에는 없고, 〈시품〉에도 중품(中品)에 있는 데 불과하다. 같은 시기의 사령운(謝靈運), 안연지(顔延之=남조 송의 시인, 384~456) 등의 수려한 시풍이 육조시의 본류로 대접받은 것에 비한다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 영향도 〈문선(文選)〉을 편찬한 양(梁)의 소명태자 등의 존숭을 받고는 있으나, 호사의 영역을 넘지 못하여 6조기에는 볼 수 없다. 당(唐)대에 들어서, 왕유, 맹호연, 위응물(韋應物, 737- ?), 유종원 등의 자연파 시인의 추앙을 받게 됨으로써 크게 위치를 높였고, 송나라 소동파의 상찬에 이르러서는, 6조 제일뿐 아니라 고금 독보의 시인이란 명성을 확립시켰다. 은일·전원시인으로서의 평가 이외에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의의 선비, 권력자에 저항하는 경골(硬骨)한 인간으로서의 평가도 예로부터 뿌리깊은 것이었다. 또한 리얼리즘의 입장에서의 평가도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재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연명의 작품은 시 이외에 부(<閑情賦> 등), 산문(<自祭文> <아들 儼 등에게 주는 疏> 등), 잡전(雜傳)(<五柳先生傳> <五孝傳> <四八目> 등)이 있다.
도연명이 41세 때의 가을, 팽택(彭澤=장시성 심양 부근)의 현령을 그만두고 향리(심양)로 돌아갔을 때의 작품이다. 13년간에 걸친 관리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드디어 향리로 돌아가서 이제부터 은자로서의 생활로 들어간다는 선언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지금까지의 관리생활은 마음이 형(形=육체)의 역(役=노예)으로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전원에 마음을 돌리고, 자연과 일체가 되는 생활 속에서만이 진정한 인생의 기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돌아가련다. 전원이 바로 거칠어지려는데 아니 돌아갈소냐. (歸去來兮 田園將蕪 胡不歸)”의 명구에서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영탄적 어조가 강하나, 그려진 자연은 선명하고 청아한 풍이 넘쳐 있다. 짧으면서도 구성·표현이 정연한 걸작이며 연명의 대표작으로서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위키백과>
도연명의 작품
도연명
귀거래사(歸去來辭)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논밭 장차 황폐해지거늘 어이 아니 돌아가리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지금껏 내 마음 몸의 부림 받았거니
奚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 어찌 홀로 근심에 슬퍼하고 있는가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일은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으니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이에 앞으로의 일은 올바로 할 수 있음을 알았도다
實迷途其未遠(실미도기미원) 실로 길 어긋났으나 멀어진 건 아니니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지난 것 잘못 되었음에 이제부터라도 바르게 하리라
舟遙遙以輕颺(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훨훨 불어 옷자락 날린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길 지나는 사람에게 갈 길 물어야 하니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 희미한 새벽빛에 한숨이 절로 난다
乃瞻衡宇(내첨형우) 저만치 집이 바라다 보이니
載欣載奔(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뛰듯이 집으로 간다
僮僕歡迎(동복환영) 어린 하인들 모두 나와 반가이 맞이하고
稚子候門(치자후문) 자식들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三徑就荒(삼경취황) 세 갈래 오솔길엔 잡초 우거졌어도
松菊猶存(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옛 그대로 남아 있다
携幼入室(휴유입실) 어린 아들 손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有酒盈樽(유주영준) 술통엔 술이 가득 나를 반긴다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술병과 술잔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 앞 나뭇가지 바라보며 지그시 미소 짓는다
倚南窗以寄傲(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대어 거리낌 없이 있노라니
審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 좁은 방이지만 편하기 그지없다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 정원은 매일 거닐어도 풍치가 있고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 문은 있으되 늘 닫아 두고 있다
策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지팡이 짚고 다니다가 앉아 쉬기도 하고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로는 고개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무심한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날다 지친 저 새는 둥지로 돌아온다
景翳翳以將入(경예예이장입)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무고송이반환) 외로운 소나무 쓰다듬으며 홀로 서성거린다
歸去來兮(귀거래혜) 돌아가자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 사귐도 어울림도 이젠 모두 끊으리라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어긋나기만 하니
復駕言兮焉求(복가언혜언) 다시 수레를 몰고나간들 무엇을 얻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척 이웃들과 기쁘게 이야기 나누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 거문고와 글 즐기니 근심은 사라진다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들 나에게 봄 왔음을 알려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서쪽 밭에 나가서 할 일이 생겼다
或命巾車(혹명건차) 때로는 천막 친 수레를 몰고
或棹孤舟(혹도고주) 때로는 외로운 조각배 노를 젓는다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 깊고 굽이져 있는 골짝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 험한 산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기도 한다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물오른 나무들 싱싱하게 자라나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샘물은 퐁퐁 솟아 졸졸 흘러내린다
善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 만물은 제 철을 만나 신명이 났건마는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 이제 나의 삶은 휴식 년을 절감한다
已矣乎(이의호) 아서라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복기시) 세상에 이 내몸 얼마나 머무를 수 있으리오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가고 머물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무엇위해 어디로 그리 서둘러 가려는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 부귀영화는 내 바라던 바 아니었고
帝鄕不可期(제향불가기) 신선 사는 곳도 기약할 수 없는 일
懷良辰以孤往(회양진이고왕) 좋은 시절 바라며 홀로 나서서
或植杖而耘耔(혹식장이운자) 지팡이 세워두고 김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어보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 앉아 시도 지어본다
聊乘化以歸盡(요승화이귀진) 이렇게 자연을 따르다 끝내 돌아갈 것인데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복해의) 천명을 즐겼거늘 다시 무엇을 의심하리
자, 돌아가련다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이제껏 자신의 존귀한 정신을 천한 육체의 노예로 삼았으나
어찌 슬퍼 탄식하여 홀로 서러워하리
지나간 인생은 후회해도 이미 쓸데 없음을 깨달아
장래 인생을 쫓아 갈 수 있음을 알았네
실상 내가 인생길을 갈팡질팡한 것은 오래지 않았나니
지금이 바른 삶이요, 어제까지 그릇됨을 알았네
고향가는 배는 흔들흔들 움직여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솔솔 옷깃에 불어 온다
길손에게 고향이 얼마나 머냐고 물어 보며
새벽빛 아직 희미하여 길 떠나지 못함을 한스러워한다
마침내 우리 집 대문과 지붕을 보고 기뻐서 뛰어갔네
머슴들도 기뻐 마중나왔고
꼬마들은 대문께서 기다리고 있네
집 마당의 세 줄기 오솔길은 황폐했으나
소나무와 국화는 나를 반기어
꼬마 손을 끌고 방에 들어가니
술이 가득 독에 담겨
항아리와 잔을 끌어당겨 혼자 마시며
마당의 나무 보고 웃음짓는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내키는대로 움직이고
무릅이나 들어갈 좁은 방이라도 편안히 있음을 알았네
동산은 날마다 취향있는 경치로 바뀌고
대문은 달았으나 언제나 닫힌 채로다
지팡이 짚어 늙은 몸 부축하여 걷다가는 쉬고
때때로 머리 들어 주위를 살핀다
구름은 산 굴속에서 나와서는 흘러가고
새는 날기가 싫어져 둥지로 들어가네
저녁 햇빛 그늘져 서산에 지려하고
나는 마당의 외솔을 쓰다듬으며 거니네
돌아가련다
세상 사람과 교유를 끊고
세상과 나는 서로 잊고 말지니
다시 한번 관리가 되어도 거기 무슨 구할 것이 있으리오
친척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며 기뻐하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시름을 지우련다
농부가 찾아와 내게 봄소식 알려 주니
이제는 서쪽 밭에 갈이를 시작하자
어떤 때에는 장식한 수레를 명하고
어떤 때는 한 척의 배를 노저으리니
작은 배 저어 깊은 시내 골짜기를 찾아가고
장식한 수레 타고 험한 언덕 나아가리라
길가의 나무는 생기있게 자라고
샘물은 졸졸 흘러 가네
모든 만물 봄을 기뻐 맞이하고
내 생은 곧 사라짐을 느끼네
아 그저 그런 것인가
육체가 이 세상에 깃드는 것이 얼마 동안이리오
어찌 마음이 명하는대로 생사를 운명에 맡겨 두지 않으며
어찌 이제 와 덤벙거리며 어디로 가려 하는가
돈도 지위도 내 바라는 바 아니요
신선의 세계도 기약할 수없네
따뜻한 봄볕을 그리워하여 홀로 산과 들 거닐고
또한 지팡이 세워 두고 발의 풀을 뽑는다
아님 동편 언덕 올라가 느긋한 시를 읊고
맑은 강물 흐르는 곳에서 시를 짓는다
하늘에 맡겨 죽으면 죽으리니
천명을 즐기며 살면 그뿐, 근심할 일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주해
1)추창: 슬퍼하다. 실심하다.
2)형우: 형문옥우(衡門屋宇). 초라하고 볼품없는 집.
3)삼경: 고사에 장후(蔣詡)라는 사람이 집 주위에 대나무를 심고 대밭 사이로 세 가닥 오솔길을 내고는 구중(求仲).양중(羊仲)이라는 두 사람과만 사귀면서 숨어 살았다 전해진다.
이런 고사이후 후세사람들은 은사(隱士)가 사는 곳을 일러 삼경(三徑)이라 부르게 되였다 전해진다.
4)기오: 오만한 마음을 기탁하다. 거리낌 없이 마음을 기탁하다.
5)용슬: 무릎을 용납하다. 살고 있는 방이 협소함을 형용한 말이다.
6)부로: 지팡이의 별명.
7)예예: 어둑어둑해지는 모양.
8)반환: 왔다 갔다 우물쭈물하는 모양.
9)가언: 수레타고 세상에 나가 활약하는 것. 언(言)은 어조사.
10)행휴: 휴식을 하다. 일종의 휴식 년이나 사가독서를 말한다.
11)우형: 육체를 기탁하다.
12)우내: 천지간. 이 세상.
13)거류: 떠나감과 머뭄. 삶과 죽음.
14)제향: 천국(天國).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선향(仙鄕).
15)운자: 김매고 북돋는 것.
16)서소: 휘파람을 길게 내부는 것.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두말의 소개가 필요 없는 대가 중 대가랄 수밖에 없는 도연명의 부시(賦詩)중 최고의 작품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시에 짝하는 시로 귀원전거(歸園田居)를 들 수 있는데, 도연명(陶淵明)은 시답잖은 시골 현령자리 박차고 나오면서 한 유명한 “쌀 다섯 말에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라는 말을 남기고 평소 그 스스로 꿈꾸던 전원생활로 돌아왔다.
이후의 그의 전원생활은 이 시에서 나타나 듯, 그대로 농사짓는 농사꾼으로 호구지책을 삼으면서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자연주의 전원시를 시작(詩作) 하면서 62세를 일기로 편안한 생애를 마쳤다.
하지만 그의 생전에 도연명의 시는 별로 크게 인정을 받진 못했다.
도연명이 죽고 100여년 후 양나라 소명태자(昭明太子)의 문선(文選) 30권 중에 9편에 달하는 도연명 전집을 엮으면서 도연명의 평담(平談)한 전원자연시가 인정을 받으면서 수와 당을 거치면서 그의 시와 부의 주석서가 쏟아졌다.
특히, 그의 자연주의 전원시는 성, 중당(盛,中唐)시 왕맹위유(왕유, 맹호연, 위응물, 유종원)로 이어지는 전원자연연파 시인그룹의 태두로 추앙되며 오늘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도연명의 귀거래사 풍의 부시(賦詩)인 산문시가 근래에 들어서는 더욱 각광을 받는 듯 도하다. <주말농부>
이 작품은 도연명이 진나라 심양도 팽택 현령으로 재직하던 41세 때 지은 작품이다. 다섯 말 쌀의 봉급을 위해 상급 기관의 관리들에게 굽신거려야 하는 벼슬을 사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결의를 술회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고향의 전원이 황폐해졌음을 걱정하여 거기에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집에 돌아간 그는 한적한 생활에 만족을 느끼고 마음 속으로 즐거워 한다. 앞으로의 생활에서도 자연의 추이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하면서 살겠다는 뜻을 말한다. 안심 입명의 경지에 도달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글은 진나라가 망한 다음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지조를 나타낸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글의 마지막에서 '자연의 조화에 따라 돌아가니 무릇 천명을 즐기되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한 대목에서는 도연명의 인생관이 나타나 있다.
중국 진(晉)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지은 운문(韻文). 405년(진나라 의회 1) 그가 41살 때 마지막 관직이었던 팽택현(彭澤縣)의 영(令)자리를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을 노래한 것이다.
초사체(楚辭體)를 따른 전문(全文) 240여 자(字)는 각운(脚韻)이 다른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귀거래혜(歸去來兮)>로 시작되는 제l장은 관리생활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읊었고, 제2장은 집에 도착한 기쁨을 노래했다. 제3장은 고향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 얻은 철학을 담았으며, 제4장은 자유를 누리면서 자연의 섭리에 몸을 맡겨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자신의 모습을 노래했다. 이 작품을 쓴 동기를 밝힌 서문에는 원래 성격에 맞지 않는 관직을 누이동생의 죽음을 구실로 그만둔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簫統)의 《도연명전(陶淵明傳)》에는, 감독관의 순시를 의관속대(衣冠束帶)하고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오두미(五斗米;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며 그 날로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도연명의 기개를 나타내는 이러한 일화와 함께, 은둔(隱遁)을 선언한 일생의 한 절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도연명의 대표작이며 전원생활에의 지향을 노래한 문학으로서 소명태자의 《문선(文選)》에도 실려 있다. 후한(後漢) 장충(張衝)의 《귀전부(歸田賦;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농삿일을 한다는 내용)》 등 그보다 앞선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나, 후세 문학에 끼친 영향면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며 또한 많은 그림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도연명(陶淵明) 의 음주시(飮酒詩) 20 수
음주시 서문
余閑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여한거과환 겸비야기장. 우유명주 무석불음.
내가 조용히 살다 보니 달리 즐거운 일도 없고 게다가 요즘 밤도 길어 졌는데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저녁마다 빼놓지 않고 마시게 되었다.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고영독진 홀언부취 기취지후 궤제수구자오.
등불에 비췬 내 그림자를 벗삼아 마시다 보니 혼자서 다 비우고 금방 취해 버렸다. 취하고 나면 자주 시 몇 구를 지어 보고 혼자서 흐뭇해하곤 했다.
紙墨遂多。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지무수다 사무전차 료명고인서지 이위환소이.
이렇게 짓다 보니 여러 수(首)가 되었지만 잘 정리해 놓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냥 친구더러 다시 정서해 달라고 했다. 그것은 다만 같이 기쁘게 웃을 거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 飮酒 1
衰榮無定在 쇠영무정재 영고 성쇠는 정해진게 아니며,
彼此更共之 피차갱공지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거늘,
邵生瓜田中 소생과전중 오이 밭을 가는 邵平이가,
寧似東陵時 녕사동릉시 동릉 후 였다고 누가 아는가 ?.
寒署有代射 한서유대사 춥고 더운 세월 바뀌는 계절 같이,
人道每如玆 인도매여자 인간의 삶도 그와 같으리라.
達人解其會 달인해기회 깊은 재주를 터득하고 도통한 사람에게,
逝將不復疑 서장불부의 두 번 다시는 이끌리지 않으리라.
忽與一樽酒 홀여일준주 홀연히 한 동이 술이 생기었으니,
日夕歡相持 일석환상지 저녁이면 기꺼이 술 마시며 즐기리라.
■ 註釋
邵生/ 소생은 邵平이다. 秦나라 사람으로 東陵候였다고 전한다. 瓜田中/ 소평이 오이 밭에 있는 모습의 뜻. 寧似/ 어찌 닮았겠느냐. 東陵時/ 東陵候를 지냈을 때. 有代謝/ 서로 바뀐다. 每如玆/ 늘 그와 같다. 達人/ 人道에 통달한 사람. 解其會/ 解는 이해한다. 會는 모든 법칙이나 도리가 모인 곳. 逝/ 발어조사로 아무 뜻도 없다. 不復疑/ 다시는 망설이지 않으리라. 歡相持/ 술과 더불어 즐기노라.
▶ 飮酒 2
積善云有報 적선운유보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했는데
夷叔在西山 이숙재서산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었네
善惡苟不應 선악구불응 선과 악이 닦은 대로 되지 않으니
何事立空言 하사입공언 어찌 빈 말 만을 앞세웠는가
九十行帶索 구십행대삭 구십 노인 허리띠 줄이며 가난하게 살았거늘
飢寒況當年 기한황당연 젊은 내가 이것을 못 참겠는가 ?
不賴固窮節 불뢰고궁절 청빈해도 선비된 나 곤궁의 절개 아니고서야
百世當誰傳 백세당수전 먼 후세에 어찌 이름 남기겠는가 ?
■ 註釋
西山/ 수양산. 사마천은 史記에 "하늘을 언제나 善한 사람을 편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백이, 숙제는 善人이 아니란 말인가? 덕을 쌓고 지조있게 행동했는데 그렇게 굶어 죽다니. 하늘이 착한 사람에게 보답한다 던 말을 무슨 뜻이란 말인가 ? 고 적었다. 九十行帶索/ 榮啓期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사슴 가죽을 몸에 걸치고 새끼띠를 매고 泰山 모퉁이에서 거문고를 타며 즐기고 있었다. 마침 수레를 타고 지나가던 공자가 물었다. "선생은 어찌 그리 즐거워 하시오?" 이에 노인이 대답했다. "즐겁고 말고! 우선 하늘이 낳은 만물 중 가장 위대한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즐겁고, 둘째로는 사람 중에서도 높은 자리에 설 남자로 태어났으니 즐겁고, 셋째로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어려서 죽는 수가 있는데 나는 이렇듯 나이 구십살까지 살 수 있었으니 즐거웁지 않겠는가? 가난은 선비의 상태(常態)이고 죽음은 인생의 종착이다. 常에 처하여 종착을 기다리고 있으니 이 또한 즐거웁지 않으랴!" 飢寒/ 도연명도 영계기같이 늘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가난뱅이었다. 況當年/ 그러나 도연명은 구십세가 아닌 한창 나이, 즉 장년이었다. 그러니 장년기에 어찌 가난을 겁내고 두려워하겠느냐는 뜻이다. 當年은 丁年과 같다. 不賴/ 원래가 가난하게 마련인 군자의 절개를 지키지 않는 다면의 뜻.
▶ 飮酒 3
道喪向千載 도상향천재 大道가 사라진지 어느덧 천년이구나
人人惜其情 인인석기정 사람들은 서로가 情 주기를 꺼린다
有酒不肯飮 유주불긍음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하지 않고
但顧世間名 단고세간명 오직 세속의 명리<돈과 명예>만 즐겨 찾네
所以貴我身 소이귀아신 출세해서 화려하게 살더라도
豈不在一生 기부재일생 짧은 한 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一生不能幾 일생부능기 그 한평생도 바람 앞에 등불이나
숙如流電驚 숙여유전경 한 순간의 번갯불 같은 것
鼎鼎百年內 정정백년내 길어야 백년도 못 사는 인생
持此欲何成 지차욕하성 부귀와 명리를 애써 얻어 무얼 하려나
▶ 飮酒 4
栖栖失群鳥 서서실군조 무리를 이탈한 새 한마리가 불안하게
日모猶獨飛 일모유독비 해가 저물어도 여전히 혼자 날고 있구나
徘徊無定止 배회무정지 둥지를 틀지 못하고 늘 배회하며
夜夜聲轉悲 야야성전비 밤마다 더욱 서글피 운다
여響思淸遠 여향사청원 그 울음 소리가 때로는 처량하고 아프다
去來何依依 거래하의의 머물 곳을 찾지 못하여 오락가락 하는구나
因値孤生松 인치고생송 그러다 홀로 자란 소나무를 찾아
염핵遙來歸 염핵요래귀 먼 길 날아온 날개 접고 쉬노라
勁風無榮木 경풍무영목 세찬 비 바람에 나무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此蔭獨不衰 차음독불쇠 우거진 덤불 속에 홀로 선 소나무
託身旣得所 탁신기득소 이제 나의 몸 의지 할 곳 찾았으니
千載不相違 천재불상위 천년토록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라
▶ 飮酒 5
結廬在人境 결려재인경 사람들 속에 농막을 짓고 산골에 사니
而無車馬喧 이무거마훤 마차 시끄럽게 찾아 오는 사람 없어서 좋구나
問君何能爾 문군하능이 서글픈 마음에 어찌, 그럴 수 있는가 생각하니
心遠地自偏 심원지자편 마음이 멀어지니 땅은 더욱 멀구나
采菊東籬下 채국동리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꺾어들고
悠然見南山 유연견남산 편하게 남산을 바라 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일석가 산 기운은 해 질녂이 더욱 아름답고
飛鳥相與還 비조상여환 떠돌던 새들도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오네
此間有眞意 차간유진의 여기에 자연의 참다운 뜻이 있으니
欲辯已忘言 욕변이망언 차마, 말하려 하다가 입을 다문다.
■ 註釋
結廬/ 농막을 짓는다. 廬는 농막 초가집. 在人境/ 사람들이 사는 고장에, 즉 깊은 산중에 농막을 짓고 은퇴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들 틈에 끼여 살면서 孤高하게 脫俗 한다는 뜻. 無車馬喧/ 정치나 벼슬 살이에서 벗어 났으므로 고관이나 관리가 수레를 타고 시꺼럽게 찾아 오는 일이 없다. 車馬는 관리가 타는 수레. 問君/ 직역으로는 그대에게 묻는 다는 뜻. 즉, 自問自答. 何能爾/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느냐 ? 爾는 然과 같다. 心遠地自偏/ 나의 마음이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한가하니까 즉, 몸은 세속에 있으나 마음이 한가 하다는 뜻. 悠然見南山/ 인간세상의 야심이나 욕심이 없이 바라본다. 南山은 廬山이다. 도연명이 그 아래 살았다. 相與還/ 서로 짝을 지어 돌아 온다. 已忘言/ 말로는 표현 할 도리가 없다는 뜻.
▶ 飮酒 6
行止千萬端 행지천만단 사람의 행동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誰止非與是 수지비여시 누가 잘 잘못 가리겠는가 ?
是非苟相形 시비구상형 저마다 멋대로 옳고 그름 정해 놓고
雷同共譽毁 뇌동공예훼 잘했다 못했다 부축이고 또는 헐뜯는다
三季多此事 삼계다차사 은,하,주 삼대 이후 더욱 더 하니
達士似不爾 달사사불이 도통한 선비만이 사람 두고 편가르지 않는다
돌돌俗中愚 돌돌속중우 참으로 가련한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且當從黃綺 차당종황기 나는 모두 버리고 상사의 사호를 따르고자 한다
황기/ 진시황의 무도한 정치를 피해 낙양근처에 있는 상산으로 은퇴한 다음의 네 사람을 商山四皓라 한다. 1. 東園公/ 2. 角理先生/ 3, 夏黃公/ 4. 綺里季
▶ 飮酒 7
秋菊有佳色 추국유가색 아름다운 가을 국화 꽃
읍露철其英 읍노철기영 이슬이 내려 앉은 꽃잎 따서
汎此忘憂物 범차망우물 근심 잊으려 술에 띄워서 마시니
遠我遺世情 원아유세정 속세와 멀어진 심정 더욱 간절하다
一觴雖獨進 일상수독진 잔 하나로 혼자 마시다 취하니
杯盡壺自傾 배진호자경 빈 술병과 더불어 쓸어지노라
日入群動息 일입군동식 날 저물어 만물이 쉬는 때
歸鳥趨林鳴 귀조추림명 날던 새도 둥치 찾아 돌아 온다
嘯傲東軒下 소오동헌하 동쪽 창 아래서 휘파람 부니
聊復得此生 요부득차생 이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어디 있는가 ?
▶ 飮酒 8
靑松在東園 청송재동원 동원에 홀로선 푸른 소나무
衆草沒其姿 중초몰기자 풀에 묻혀 안 보이더니
凝霜殄異類 응상진이류 서리에 초목이 시들자
卓然見高枝 탁연견고지 높은 키 우둑 솟아 보이는 구나
連林人不覺 연림인불각 잡초에 가려 사람들이 몰라 보았으나
獨樹衆乃奇 독수중내기 홀로 남으니 더욱 당당 하구나
提壺掛寒柯 제호괘한가 술 병을 솔가지에 걸고
遠望時復爲 원망시부위 멀리서 바라보니
吾生夢幻間 오생몽환간 삶은 한바탕 꿈과 허상 이거늘
何事설塵羈 하사설진귀 왜 쓸데없는 먼지 속을 헤매이랴
▶ 飮酒 9
淸晨聞叩門 청신문고문 아침 일찍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倒裳往自開 도상왕자개 서둘러 옷 입고 대문을 여니
問子爲誰歟 문자위수여 누군지 묻는 내 앞에
田父有好懷 전부유호회 착하게 생긴 농부가 서 있다
壺漿遠見侯 호장원견후 멀리서 술 들고 인사 왔다며
疑我與時乖 의아여시괴 세상과 떨어져 산다 나를 나무란다
襤縷茅詹下 남루모첨하 누차하게 초가집에 산다하여
未足爲高栖 미족위고서 고상하고 청허한 삶이라 할 수 없다 한다
一世皆相同 일세개상동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살 듯이
願君汨其泥 원군골기니 그대 또한 뒤섞여 함께 더불어 살라 하네
深感父老言 심감부로언 농부의 말에 마음 깊이 느끼는 바 있지만
稟氣寡所諧 품기과소해 본시 타고난 성품이 남들과 어울리길 싫어하니
紆비誠可學 우비성가학 험한 일이야 배울 수 있겠지만
違己거非迷 위기거비미 타고난 성격을 바꾸는 것도 바르지 못하리
且共歡此飮 차공환차음 속 뜻을 알았으니 가져온 술이나 마십시다
吾駕不可回 오가불가회 본래 타고난 나의 본성은 돌릴 수 없으리라.
▶ 飮酒10
在昔曾遠游 재석증원유 오래 전에 군대를 따라 멀리 갔는데
直至東海隅 직지동해우 바로 동해 입구까지 갔노라
道路逈且長 도로형차장 종군의 길은 험하고 위험했다
風波阻中塗 풍파조중도 비 바람이 심해 고생도 했다
此行誰使然 차행수사연 누구를 위해 그 고생을 했나 ?
以爲飢所驅 이위기소구 생각하니 가난에 못 이긴 듯 하다
傾身營一飽 경신영일포 하지만, 노력하면 배는 채울 수 있고
少許便有餘 소허변유여 젊은 나이면 먹고도 남을 것이지만
恐此非名計 공차비명계 그 길이 명예로운 계책이 아니니
息駕歸閒居 식가귀한거 가는 길 돌아서 전원으로 왔노라
▶ 飮酒 11
顔生稱爲仁 안생칭위인 안연은 주변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았고
榮公言有道 영공언유도 영계기는 도통했다고 이름이 높았으나
屢空不獲年 누공불획년 늘 삶에 허덕이다 일찍 죽었고
長肌至於老 장기지어노 늙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았다
雖留身後名 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 일생역고고 평생 굶주리며 누차하게 살았으니
死去何所知 사거하소지 죽은 후에는 어찌 알겠는가
稱心固爲好 칭심고위호 살면서 마음 편하면 되는 일
客養千金軀 객양천금구 천금이나 보배로 육신을 꾸며도
臨化消其寶 임화소기보 죽으면 모두 사라져 없어지리라
裸葬何必惡 나장하필악 맨 몸으로 흙 속에 묻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人當解意表 인당해의표 사람들아 속 깊은 참 뜻을 알아라
이 시문에서 客養千金軀 , 臨化消其寶는 구태여 설명이 불필요한 일상의 참으로 기가 막힌 구절이다
▶ 飮酒 12
長公曾一仕 장공증일사 장공은 한번 세상에 나갔으나
壯節忽失時 장절홀실시 젊은 나이에 바로 세상을 버리고
杜門不復出 두문불부출 두문불출하면서
終身與世辭 종신여세사 평생토록 속세와 멀어졌네
仲理歸大澤 중리귀대택 양중리도 물러나 큰 집에 돌아오자
高風始在玆 고풍시재자 고고한 인품을 비로소 깨달았네
一往便當已 일왕변당이 한번 결심하면 당연히 끝을 봐야지
何爲復狐疑 하위부호의 하는 듯 마는 듯 하지 않으리라
去去當奚道 거거당해도 지금 당장 물러나 어디로든 가야 하지만
世俗久相欺 세속구상기 세상은 언제나 속이기만 하니
擺落悠悠談 파락유유담 허튼 소리는 귀에 새기지 말고
請從余所之 청종여소지 오직 내 뜻 따라 살려고 하네
■ 註釋
長公/ 前漢의 長摯의 字가 장공이다. 張釋之의 아들로 벼슬은 大夫였다. 그러나 세상과 맞지 않아 물러난 후 종신토록 나가지 않았다. 仲理/ 後漢의 학자 楊倫, 字가 仲理이다. 군문학연이라는 벼슬을 지냈으나 뜻에 맞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大澤에서 글을 가르쳤다. 제자가 천여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세 번이나 불리웠으나 끝까지 나가지 않았다. 大澤/ 넓은 沼澤지방, 江湖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玆/ 그 곳, 또는 이에. 狐疑/ 결단성 없이 우물쭈물하다. 當奚道/ 마땅히 어디로 가야 하지만. 奚는 何와 같다. 道는 길로 간다는 뜻. 擺落/ 털어 없애다. 悠悠談/ 한가로운 사람들의 헛소리. 즉 자신이 농사를 지어 먹지 않고 허튼 소리나 하며 무위도식하는 위정자나 공리공담 철학자 같은 상류층과 함께 어울려 한담을 나누지 않겠다는 뜻.
▶ 飮酒 13
有客常同止 유객상동지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取舍邈異境 취사막이경 생각은 서로 다르다
一士長獨醉 일사장독취 한 사람은 늘 취해 있고
一夫終年醒 일부종년성 다른 사람은 맨 정신이니
醒醉還相笑 성취환상소 두 사람이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發言各不領 발언각불령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구나
規規一何愚 규규일하우 그러나 고지식하게 깨어있는 자는 어리석고
兀傲差若穎 올오차약영 오히려 큰 소리치는 주정뱅이가 현명하다
寄言감中客 기언감중객 술 취한 사람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日沒燭當秉 일몰촉당병 날 저물면 촛불 켜고 밤새워 마시라고
▶ 飮酒 14
故人賞我趣 고인상아취 옛 친구들 나를 반기며
설壺相與至 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몰려 와서
班荊坐松下 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펴고
數斟已復醉 수짐이부취 연거푸 마신 술이 이내 취하네
父老雜亂言 부노잡난언 취기가 오르자 친구들 소란스럽고
觴酌失行次 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不覺知有我 불각지유아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는데,
安知物爲貴 안지물위귀 명리<부귀,명예>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
悠悠迷所留 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마시고 어울리니
酒中有深味 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생각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
▶ 飮酒 음주 -15
貧居乏人工 빈거핍인공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품 모자라서
灌木荒余宅 관목황여택 뜨락의 나무들이 거칠게 자랐네.
班班有翔鳥 반반유상조 오직 새들만이 날아올 뿐.
寂寂無行跡 적적무행적 사람 발자국 없이 적적하여라.
宇宙一何悠 우주일하유 우주는 참으로 크고 영원하거늘
人生少至百 인생소지백 사람 사는 건 백 년도 못 가며
歲月相催逼 세월상최핍 세월이 서로 독촉하고 밀어대듯
빈邊早已白 빈변조이백 어느덧 귀밑머리가 희여졌거늘
若不委窮達 약불위궁달 만약 곤궁과 영달을 도외시 않는다면
素抱深可惜 소포심가석 평생 지닌 정절 앞에 깊이 뉘우치리.
▶ 飮酒 16
少年罕人事 소년한인사 어려서부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고
遊好在六經 유호재육경 육경을 읽으며 친구를 삼았더니
行行向不惑 행행향불혹 세월 흘러 나이 사십 바라보니
淹留遂無成 엄류수무성 내가 이룬 일이 없구나
竟抱固窮節 경포고궁절 오직, 비굴하지 않은 굳은 절개만을 품은 채
飢寒飽所更 기한포소경 추위와 굶주림만 지겹도록 겪었구나
弊廬交悲風 폐려교비풍 초라한 오두막엔 차가운 바람만 드나들고
荒草沒前庭 황초몰전정 잡초는 집 주변을 황폐하게 만들었구나
披褐守長夜 피갈수장야 낡은 옷 걸치고 지새우는 긴긴 밤
晨鷄不肯鳴 신계불긍명 닭마저 새벽을 알리지 않는다
孟公不在玆 맹공부재자 선비를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終以예吾情 종이예오정 끝내 내 가슴이 답답하다.
▶ 飮酒17
幽蘭生前庭 유란생전정 그윽한 난꽂이 뜰 앞에 피었다
含薰待淸風 함훈대청풍 향기 품고 맑은 바람 기다리는 난
淸風脫然至 청풍탈연지 마침, 맑은 바람 불어오니
見別簫艾中 견별소애중 비로소 쑥풀과 다른 줄 알겠구나
行行失故路 행행실고로 길을 가다 내가 거닐던 옛 길을 잃었으니
任道或能通 임도혹능통 자연의 섭리 따라야 마음도 통달하리라
覺悟當念還 각오당염환 깨달으면 당연히 돌아가야지
鳥盡廢良弓 조진폐양궁 새를 잡으면 활은 버리나니
▶ 飮酒18
子雲性嗜酒 자운성기주 양자운은 날 때 부터 술을 좋아 했으나
家貧無由得 가빈무유득 집이 가난하여 마실 수가 없었다
時賴好事人 시뢰호사인 가끔, 글 좋아 하는 사람이 막걸리 들고와서
載료거所惑 재료거소혹 모르는 글 물으니
觴來爲之盡 상래위지진 잔 들어 홀짝 마시고
是諮無不塞 시자무불색 모르는 글을 쉽게 풀더라
有時不肯言 유시불긍언 다른 나라 침략에 대한 말은
豈不在伐國 기불재벌국 입 다물고 모르는 척 하노라
仁者用其心 인자용기심 인자가 정신을 바로 사용하면
何賞失顯默 하상실현묵 어찌 출사와 은퇴를 못하겠는가
▶ 飮酒19
주昔苦長飢 주석고장기 전에는 늘 배고픔에 시달려서
投뢰去學仕 투뢰거학사 쟁기 버리고 벼슬살이에 나섯다
將養不得節 장양부득절 그러나 가족들 부양 하기가 어려웠고
凍뇌固纏己 동뇌고전기 늘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다
是時向立年 시시향입년 그때가 내 나이 삼십이었으니
志意多所恥 지의다소치 내 의지와 마음이 부끄러워라
遂盡介然分 수진개연분 하지만 나의 성품을 지키려고
拂衣歸田里 불의귀전리 벼슬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 왔다
염염星氣流 염염성기류 하늘의 별 위치 따라 세월도 흘러
亭亭復一記 정정부일기 십이년이 지나갔네
世路廓悠悠 세로곽유유 세상살이는 길이 넓고도 멀어
楊朱所以止 양주소이지 양주같이 길 몰라 망설이네
雖無揮金事 수무휘금사 흥청망청 쓸 돈은 없으나
濁酒요可恃 탁주요가시 막걸리라도 마시며 내 마음을 위로해야지.
▶ 飮酒 20
羲農去我久 희농거아구 복희 신농이 오래 전에 죽은 후로
擧世少復眞 거세소복진 세상에 바르게 살려는 사람이 없다
汲汲魯中수 급급노중수 열심히 노력한 노나라 공자는
彌縫使其淳 미봉사기순 바른 나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鳳鳥雖不至 봉조수부지 봉황이 되어 날지는 못했노라
禮樂暫得新 예낙잠득신 잠시 나마 예악을 새로 만든다
洙泗輟微響 수사철미향 유학 자의 글 읽는 소리 사라지고
漂流逮狂秦 표류체광진 파도치는 물살이 마치, 미친 진나라 같다
詩書復何罪 시서복하죄 시경과 서경이 무슨 죄가 있다고
一朝成灰塵 일조성회진 불에 책을 태워 재를 만드나
區區諸老翁 구구제노옹 나라의 학자들은
爲事誠殷勤 위사성은근 정성드려 예의를 가르쳤으나
如何絶世下 여하절세하 오늘날 세상은 꺼꾸로 가는지
六籍無一親 육적무일친 아무도 육경을 공부하지 않는다
終日馳車走 종일치거주 하루종일 수레 몰고 다녀도
不見所問津 부견소문진 학문의 길 묻는 이 보지 못했네
若復不快飮 야복불쾌음 세상이 이르니 술 마시지 않는다면
空負頭上巾 공부두상건 머리에 쓴 갓에게 미안하리
但恨多謬誤 단한다류오 나의 이런 넑두리가 마음에 안들어도
君當恕醉人 군당서취인 취한 나를 너그럽게 용서하시게나
■ 이 음주시 20수는 도연명의 너무나도 유명한 대표적인 시이다. 쉽고 담담한 표현이면서 그의 정신세계를 알 수 있는 문장이다. 특이한 꾸밈없이 담담하게 자연의 정경과 자신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이 시는 도연명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글이다. 田園의 日常을 담담하게 표현한 이 詩는 도연명의田園시 중에서도 그 진수를 맛볼 수 있는 詩로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詩이다.
詠貧士(영빈사-가난한 선비를 읊다)
萬族各有託 만족각유탁 만물은 저마다 의탁할 곳 있으나
孤雲獨無依 고운독무의 외로운 구름은 홀로 의지할 데 없네
曖曖空中滅 애애공중멸 아득한 공중에서 사라져 없어지니
何時見餘暉 하시견여의 언제나 은택을 볼 수 있으리
朝霞開宿霧 조하개숙무 아침노을에 묵은 안개 걷히고
衆鳥相與飛 중조상여비 뭇 새들은 짝지어 날건만
遲遲出林鳥 지지출림조 미적미적 숲을 나선 늦발이 새는
未夕復來歸 미석부내귀 저녁도 되기 전에 되돌아 왔네
量力守故轍 양력수고철 분수 따라 옛길을 지킨 선비는
豈不寒與饑 개불한여기 어찌 추위에 떨고 굶주리지 않겠는가
知音苟不存 지음구불존 나를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
已矣何所悲 이의하소비 그만두자 슬퍼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乞食 (걸식)
飢來驅我去 [기내구아거] 배고픔에 서둘러 말 몰아 가다
不知竟何之 [부지경하지] 마침내는 어디로 갈 곳이 없어
行行至斯里 [행행지사리] 가다가다 이 곳 마을에 이르러
叩門拙言辭 [고문졸언사] 문 두드리고 구차한 말을 하니
主人解余意 [주인해여의] 주인이 나의 뜻과 처지를 알고
遺贈副虛期 [유증부허기] 맞아주니 헛걸음은 아니었구나
談話終日夕 [담화종일석] 오가는 얘기에 하루 저녁 가고
觴至輒傾치 [상지첩경치] 잔을 돌리니 연거푸 잔이 비네
情欣新知歡 [정흔신지환] 어느덧 정들어 새 기쁨을 알고
言詠遂賦詩 [언영수부시] 기쁨을 말로 읊으니 시가 되네
感子漂母惠 [감자표모혜] 내게 베푼 은혜 고맙기만 하고
괴我韓才非 [괴아한재비] 나의 재주 없음 마냥 부끄러워
銜집知何謝 [함집지하사] 몸둘데 없는 은혜 어찌 보답할지
冥報以相貽 [명보이상이] 죽어서라도 다시 만나 보답하리라
도연명의 사계(四季-4계절) 天高日月明 천고일월명 하늘은 높고 해와 달은 밝으며 秋凉菊黃發 추량국황발 서늘한 가을이 오니 국화가 만발하고 人心朝夕變 인심조석변 사람의 마음은 아침과 저녁으로 변하나 東西日月門 동서일월문 동과 서는 해와 달의 문이고 一日不讀書 일일부독서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春北秋南雁 춘북추남안 기러기는 봄에는 북쪽, 가을에는 남쪽으로 왕래하고 春水滿四澤 춘수만사택 봄이면 못에 물이 가득 차고 日暮鷄登시 일모계등시 날이 저물면 닭은 닭장에 들고 (훼시:닭이 앉는 곳) 松作迎客蓋 송작영객개 소나무 밑은 손님을 맞는 차일 구실을 하고 微雲過河漢 미운과하한 솜털구름은 황하를 유유히 지나가고 柳幕鶯爲客 유막앵위객 버드나무는 꾀꼬리를 손님으로 맞이하고 飮酒人顔赤 음주인안적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고 花笑聲未聽 화소성미청 꽃이 웃고 있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小園鶯歌歇 소원앵가헐 정원은 아름다운 꾀꼬리가 노래하며 쉬는 곳이고 白鷺千點雪 백로천점설 흰 백로는 흰 눈으로 몸을 치장한 것 같고 狗走梅花落 구주매화락 개가 달리니 매화 꽃이 떨어지고 白雲山上蓋 백운산상개 흰 구름은 남산 위를 덮고 있으며 耕田埋春色 경전매춘색 밭을 가니 봄을 묻는 것 같고 秋葉霜前落 추엽상전락 가을에 나뭇잎은 서리가 내리면 떨어지고 吹火女脣尖 취화녀순첨 불꽃을 부는 여자아이 입술은 뾰족하고 花有重開日 화유중개일 꽃은 피었다 지면 다시 피지 않고 山影推不出 산영추불출 산 그림자는 밀어도 더 나아가지 않고 風來水面嚬 풍래수면빈 바람이 불면 수면은 찰랑대고 高峯撑天立 고봉탱천립 산의 산봉우리는 하늘을 기둥으로 버틴 것 같고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연뭇가에 있는 나무에서 잠을 자고 棹穿波底月 도천파저월 배를 젓는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으며 西亭江上月 서정강상월 서쪽 정자에 강이 흐르고 달은 물 위에 떠 있으며 惜花愁夜雨 석화수야우 꽃을 아끼는 마음은 어젯밤 비를 원망하고 鳧耕蒼海去 부경창해거 물오리가 바다를 헤엄치는 것은 밭을 가는 것 같고 栗黃오來拾 율황오래습 밤이 익으면 박쥐들이 와서 주워 가고 雨脚尺天地 우각척천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것이 하늘과 땅을 재려는 것 같고 歲去人頭白 세거인두백 세월이 가니 사람의 머리가 희어지고 群星陣碧天 군성진벽천 하늘에 있는 많은 별은 푸른 하늘에 진을 친 것 같고 白酒紅人面 백주홍인면 술 빛깔은 희지만 사람이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家貧思賢妻 가빈사현처 집이 가난할수록 어진 아내를 생각하고 露凝千片玉 노응천편옥 이슬이 맺히니 천 가지 구슬 모양이고 自祭文 (자제문 - 스스로 쓴 제문) 이해와 감상 사람은 많은 부분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아서,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심성도 변화한다. 삶의 조건이 조악한 환경에서는 올곧게 살아가기가 어려운 법이다. 선생은 평생 곤궁한 생활 속에서도 궁한 기상이 보이지 않았으며, 가끔 어려운 현실을 한탄하기는 해도 조금도 운명을 원망하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에 살면서도 항상 고상(高尙)한 인격과 고매(高邁)한 생각을 지녀서 그의 시는 평이(平易)하지만 속되지 않았고 범속(凡俗)한듯하지만 고결(高潔)하였다. 항상 자신을 두고 글을 지었으나 자신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보면서 글을 지어 자신을 드러냈다. 그는 63세로 생을 마감했는데,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 초상 치를 일을 생각하고는 만사(輓詞)를 지었으며, 죽기 3일전에 자제문(自祭文)을 지었다. 자신이 죽은 것을 가정하고 자신의 제문을 지은이가 도공 외에 누가 또 있을까? 자제문은 선생의 자서전이다. 마음 한 구석에 티끌만한 자괴감도 없고 부족함이 없다. 생시에 하고 싶은 일도 없었고 가난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담담한 마음으로 이 세상 오기전의 고택(古宅)으로 돌아가는 심정이다. 그 누가 세상 버리고 저승여행 떠나면서 이처럼 또렷한 마음 지닐 수 있을까? 들 가운데 무덤 만들어 내 영혼을 안위해 주었지만 세월 지나면 무덤의 흔적마저 없어질 것이고, 세상에 이름 남기려 애쓰지 않았으니 누구에게도 곧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선생의 명성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맑게 회자(膾炙)되고 앞으로 수천 년이 지나도 더욱 빛날 것이다. 이름 남기는 일이야 악명 높은 진시황이나 공자 같은 성인도 모두 알려지지만, 악명으로 남겨지기보다는 선명으로 남겨지는 일이 낮지 않을까? 공자 말하기를 <새가 죽을 때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 죽을 때 그 말이 선하다(鳥之將死其鳴也哀 人之將死其言也善)> 라고 하였다. 도공의 자제문은 죽음을 앞에 두고 쓴 마지막 선언(善言)이다. <글: 벤쿠버문인협회/ckseo37>
도연명이 극찬했다는 중국 계림의 세외도원(世外桃源) 절경 도화원기(桃花源記)
晋太元中(진태원중) 진나라 태원 시절에 武陵人捕魚爲業(무릉인포어위업) 무릉 사는 어부가 있었는데 綠溪行(록계행) 시내를 따라 가다가 忘路之遠近(망로지원근) 멀고 가까움을 몰라 길을 잃어 버렸다 忽逢桃花林(홀봉도화림) 홀연히 복숭아 숲을 만났는데 夾岸數百步(협안수백보) 양쪽 언덕을 끼고 수백보를 걸어가도 中無雜樹(중무잡수) 그 곳에는 잡스런 나무는 하나 없었고 芳草鮮美(방초선미) 향기나는 풀들이 신선하고 아름다우며 落英繽紛(낙영빈분) 떨어지는 꽃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漁人甚異之(어인심이지) 어부가 심히 기이하게 여겨 復前行(부전행) 다시 앞으로 가면서 欲窮其林(욕궁기림) 그 숲을 끝까지 다 가보기로 했다 林盡水源(림진수원) 숲이 끝나는 곳에 수원(水源)이 있었고 便得一山(편득일산) 그 곳에 산이 하나 있었다. 山有小口(산유소구) 산에는 작은 동굴이 있어 髣髴若有光(방불약유광) 마치 빛을 발하고 있는 듯 하여 便捨船(편사선) 배에서 내려 從口入(종구입) 동굴입구로 들어갔다 初極狹(초극협) 들어갈 때는 입구가 아주 좁아 纔通人(재통인) 겨우 한사람 들어갈 만하더니, 復行數十步(부행수십보) 다시 수십 보를 나아가자 豁然開朗(활연개랑) 시야가 훤하게 트였다. 土地平曠(토지평광) 땅은 평평하고 넓으며, 屋舍儼然(옥사엄연) 집들은 질서 정연하였다. 有良田․美池․桑․竹之屬(유량전․미지․상․죽지속) 기름진 전답이며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 등속이 있고, 阡陌交通(천맥교통) 구획된 논밭이 사방으로 서로 통하고, 雞犬相聞(계견상문) 개와 닭들이 우짓는 소리가 들렸다. 其中往來種作(기중왕래종작) 그 곳에서 사람들이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男女衣著(남녀의저) 남녀가 옷이 悉如外人(실여외인) 모두가 이국풍이었다. 黃髮․垂髫(황발․수초) 기름도 바르지 않고 장식도 없는 머리를 하고, 並怡然自樂(병이연자락) 한결같이 기쁨과 즐거움에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見漁人(견어인) 어부를 보더니 乃大驚(내대경) 크게 놀라며 問所從來(문소종래)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具答之(구답지) 모두 답했더니 便要還家(편요환가) 집으로 돌아가 設酒․殺雞․作食(설주․살계․작식) 술을 내고 닭을 잡아 음식을 주었다. 村中聞有此人(촌중문유차인) 낯선 사람이 왔다는 소문이 마을에 돌아 咸來問訊(함래문신) 모두들 찾아와 이것저것 물었다 自云(자운) 스스로 말하기를 先世避秦時亂(선세피진시란) “옛적 선조들이 진(秦)나라 때 난리를 피해 率妻子邑人來此絶境(솔처자읍인래차절경) 처자와 마을사람들을 이끌고 이 절경에 왔는데, 不復出焉(불부출언) 그 이후 다시 밖으로 나가지 않아 遂與外人間隔(수여외인간격) 외부와 격절되고 말았다”고 했다. 問今是何世(문금시하세) 그들이 묻기를 “지금이 대체 어느 시대냐” 하니, 乃不知有漢無論魏․晉(내불지유한무논위․진) 진(秦) 이후 한(漢)이 선 것도, 한(漢) 이후 위진(魏晉)시대가 온 것도 알지 못했다. 此人一一爲具言所聞(차인일일위구언소문) 어부가 들은 바 대로 일일이 말해주자 皆歎惋(개탄완) 모두들 놀라며 탄식했다. 餘人各復延至其家(여인각복연지기가) 나머지 사람들이 돌아가며 그를 집으로 초대해 皆出酒食(개출주식) 술과 음식을 내었다. 停數日(정수일) 그렇게 며칠을 머문 후, 辭去(사거) 어부는 이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此中人語云(차중인어운)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말하기를 不足爲外人道也(불족위외인도야) “바깥 세상에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 旣出(기출) 어부는 동굴을 나와서 得其船(득기선) 배를 타고 便扶向路(편부향로) 이전의 길을 따라가며 處處誌之(처처지지) 여기 저기에 표시를 해 두었다. 及郡下(급군하) 고을로 돌아와 詣太守(예태수) 태수에게 나아가 說如此(설여차) 자초지종을 고했더니, 太守卽遣人隨其往(태수즉견인수기왕) 태수는 사람을 보내 갔던 길을 되짚어 尋向所誌(심향소지) 표식을 더듬어 찾아 향하게 했으나 遂迷不復得路(수미불부득로) 다시 그 길을 찾아내지 못했다. 南陽劉子驥(남양유자기) 남양 땅의 유자기는 高尙士也(고상사야) 뜻이 높은 은자이다. 聞之(문지) 이 이야기를 듣고 欣然規往(흔연규왕) 기뻐하며 찾아갈 계획을 세웠으나, 未果(미과) 결과를 이루지 못하고, 尋病終(심병종) 얼마 못되어 병들어 죽었다. 後遂無問津者(후수무문진자) 그 후에는 길을 묻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해와 감상 동진 태원연간(太元年間 : 376~395)에 무릉(武陵 : 지금의 후난 성[湖南省] 타오위안 현[桃源縣])에 살던 어느 어부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복사꽃이 피어 있는 수풀 속으로 잘못 들어갔는데 숲의 끝에 이르러 강물의 수원이 되는 깊은 동굴을 발견했다. 그 동굴을 빠져나오니 평화롭고 아름다운 별천지가 펼쳐졌다. 그곳의 사람들은 진대(秦代)의 전란을 피해 이곳으로 왔는데 그때 이후 수백 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왔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사상에 기초하여 고대의 자연주의적 유토피아를 묘사한 것으로, 당대(唐代) 전기소설(傳奇小說)의 원조가 되었다 <백과사전>
地厚草木生 지후초목생 땅은 두텁고 풀과 나무는 자란다.
春來梨花白 춘래이화백 봄이 오니 배나무 꽃은 하얗게 피고
夏至樹葉靑 하지수엽청 여름이 오니 나뭇잎이 푸르다.
冬寒白雪來 동한백설래 추운 겨울이 오니 흰 눈이 내린다.
月出天開眼 월출천개안 달이 뜨니 하늘은 눈을 뜬 것 같고
山高地擧頭 산고지거두 산이 높으니 땅은 머리를 든 것 같다.
山色古今同 산색고금동 산의 색깔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日月千年鏡 일월천년경 해와 달은 천 년 동안 거울이요
江山萬古屛 강산만고병 강과 산은 만 년 동안 병풍이 되었다.
南北鴻雁路 남북홍안로 남과 북은 기러기 떼의 길이다.
十年燈下苦 십년등하고 십 년 동안 등잔 밑에서 공부를 하여
三日馬頭榮 삼일마두영 벼슬길에 올라 사흘간 말을 타고 축하를 받는다.
口中生荊棘 구중생형극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
江山萬古主 강산만고주 강과 산은 만고의 주인이지만
人物百年賓 인물백년빈 사람은 강산에 잠시 왔다 가는 손님이다.
朝西暮東虹 조서모동홍 무지개는 아침에는 서쪽, 저녁에는 동쪽에서 빛난다.
日月籠中鳥 일월롱중조 해와 달은 새장 속에 있는 새와 같고
乾坤水上萍 건곤수상평 하늘과 땅의 움직임은 부평초와 같다.
夏雲多奇峯 하운다기봉 여름의 구름은 기묘한 봉우리를 만든다.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에 뜨는 달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철에 산에 있는 소나무는 푸르게 보인다.
天寒鳥入簷 천한조입첨 날씨가 추워지면 새들은 처마에 든다.
細雨池中看 세우지중간 이슬비는 못 가운데서 형상을 볼 수 있고
微風木末知 미풍목말지 바람이 부는 것은 나뭇가지 끝을 보면 알 수 있다.
月爲讀書燈 월위독서등 달이 밝으니 글 읽는 데 등불 구실을 한다.
挑梨千機錦 도리천기금 복숭아 꽃과 배나무 꽃은 베틀에 있는 비단 같고
江山一畵屛 강산일화병 강과 산은 한 폭의 병풍 같다.
疎雨滴梧桐 소우적오동 소나기는 오동나무 잎을 적신다.
學文千載寶 학문천재보 글을 배워서 익히면 천 년의 보배가 되나
貪物一朝塵 탐물일조진 물질을 탐내면 하루 아침에 티끌로 사라진다.
花房蝶作郞 화방접작랑 꽃은 나비를 서방님으로 모신다.
山外山不盡 산외산부진 첩첩 산은 넘고 넘어도 끝이 없고
路中路無窮 노중로무궁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진다.
食草馬口靑 식초마구청 풀을 뜯는 말은 입가에 푸른 물이 마를 새가 없다.
雨後山如沐 우후산여목 비가 온 뒤의 산은 목욕을 한 것 같고
風前草似醉 풍전초사취 바람이 부니 초목은 술 취한 듯 흔들린다.
鳥啼淚難看 조제루난간 새는 울고 있지만 그 눈물을 볼 수가 없다.
風驅群飛雁 풍구군비안 바람이 불어 무리를 지어 날아간 기러기를 쫓고
月送獨去舟 월송독거주 달빛 아래 홀로 가는 배를 전송한다.
長門蝶舞多 장문접무다 대문마다 나비가 떼를 지어 춤을 춘다.
風窓燈易滅 풍창등이멸 바람이 부니 등잔불이 쉽게 꺼지고
月屋夢難成 월옥몽난성 달이 밝아 낮과 같으나 꿈을 이룰 수가 없다.
黃鸚一片金 황앵일편금 노란색 꾀꼬리는 황금 덩어리로 보인다.
東西幾萬里 동서기만리 동서는 몇 만 리인가 알 수 없고
南北不能尺 남북불능척 남북도 자로 잴 수 없이 멀다.
鷄行竹葉成 계행죽엽성 닭이 다니는 곳에는 대나무 잎이 무성하다.
竹筍黃犢角 죽순황독각 대나무 순은 송아지 뿔과 같고
蕨芽小兒拳 궐아소아권 고사리 순은 어린아이 주먹 같다.
明月水中珠 명월수중주 밝은 달은 우물 속에 있는 구슬 같다.
花紅黃蜂뇨 화홍황봉뇨 붉은 꽃이 만발하니 벌들은 노래하고 (시끄러울 뇨)
草綠白馬嘶 초록백마시 초원에 풀이 우거지니 백마가 뛰논다.
汲水斗月光 급수두월광 물을 떠오니 달빛도 함께 떠온 것 같다.
畵虎難畵骨 화호난화골 호랑이의 모습은 그릴 수 있지만 그 뼈는 그릴 수 없고
知人未知心 지인미지심 사람은 누구나 사귈 수 있지만 그 마음은 알 수 없다.
春花雨後紅 춘화우후홍 봄에 만발한 꽃은 비가 내린 후면 더욱 붉어진다.
雨滴沙顔縛 우적사안박 비가 내리니 백사장이 갑자기 얼룩지고
風來水先動 풍래수선동 바람이 부니 물이 먼저 움직인다.
脫弁僧頭圓 탈변승두원 모자를 벗은 중의 머리는 둥글다.
天傾西北邊 천경서북변 하늘은 서쪽과 북쪽으로 기울어지고
地卑東南界 지비동남계 땅은 동쪽과 남쪽의 경계로 낮게 이어진다.
人無更少年 인무갱소년 사람은 한 번 늙으면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다.
鳥逐花間蝶 조축화간접 새는 꽃 사이의 나비를 쫓아다니고
鷄爭草中蟲 계쟁초중충 닭은 풀 속의 벌레를 다투어 잡는다.
月光掃還生 월광소환생 달빛은 비로 쓸어도 다시 생긴다.
鳥헌蛇登樹 조헌사등수 새가 지저귀면 나무 위로 뱀이 기어오르고
犬吠客到門 견폐객도문): 개가 짖어댐은 손님이 문간에 왔음을 알리는 것이다.
雨霽雲始散 우제운시산 비가 그치면 구름이 흩어진다.
石준壯士拳 석준장사권 돌이 언덕 위에 있는 모양이 장사의 주먹 같고
峯尖文章筆 봉첨문장필 산봉우리가 뾰족하니 글을 쓸 때의 붓과 같다.
長江割地去 장강할지거 길고 긴 강은 땅을 베고 가는 것 같다.
野廣天低樹 야광천저수 땅은 넓어 하늘이 나무 아래 있는 것 같고
江淸月近人 강청월근인 강물이 맑고 푸르니 강 속의 달이 사람 가까이 있는 것 같다.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 절에 있는 스님은 달빛 아래서 북을 친다.
水鳥浮還沒 수조부환몰 물새는 물에 떴다가 다시 잠기는 놀이를 하고
山雲斷復連 산운단부련 산 위에 있는 구름은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다.
船壓水中天 선압수중천 물 위에 뜬 배는 물 속에 있는 하늘을 누른다.
世事琴三尺 세사금삼척 세상의 모든 일은 거문고 석 자로 뜻하고
生涯酒一盃 생애주일배 한평생을 술 한 잔으로 보낸다.
東閣雪中梅 동각설중매 동쪽 정자 앞뜰에는 눈 속에 매화 꽃이 피었다.
讀書爲貴人 독서위귀인 글을 배우고 익히면 위대한 사람을 만들고
不學作農夫 불학작농부 배우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
病酒怨春鶯 병주원춘앵 봄 꾀꼬리가 원망스러워 술병에 걸렸다.
五夜燈前晝 오야등전주 긴긴 밤이라도 등잔불 앞에는 낮과 같고
六月亭下秋 유월정하추 유월이지만 정자에 앉으니 가을 같이 시원하다.
鷺割靑山來 노할청산래 백로가 날아오는 모습은 청산을 베고 오는 것 같다.
怒虎誠難犯 노호성난범 성난 호랑이는 결코 범하면 안되고
飢狗走隣家 기구주린가 굶주린 개는 이웃집으로 달려간다.
枾紅兒上摘 시홍아상적 감이 빨갛게 익으면 아이들이 와서 따먹는다.
日暮蒼山遠 일모창산원 날이 저무니 푸른 산은 멀리 보이고
天寒白屋貧 천한백옥빈 날씨가 추우니 마을마다 집들이 쓸쓸하게 보인다.
雷聲叱江山 뇌성질강산 우뢰 소리는 강산을 호령하는 것 같다.
山雨夜鳴竹 산우야명죽 밤에 비가 오니 대나무가 우는 것 같고
草蟲秋入床 초충추입상 가을이 오니 벌레들은 마루 밑으로 모인다.
秋來樹葉黃 추래수엽황 가을이 오니 나뭇잎은 자연히 누렇게 변색된다.
洞深花意뢰 동심화의뢰 깊은 골짜기에 피는 꽃은 계절을 잘 모르고
山疊水聲幽 산첩수성유); 산이 깊으니 물소리는 잔잔하게 고요히 들린다.
落葉戰秋山 낙엽전추산 나뭇잎 떨어지니 가을 산에 병사들이 전쟁 하는 것 같다.
靜裡乾坤大 정리건곤대 고요할 때에 하늘과 땅이 거대한 우주인 것을 알고
閑中日月長 한중일월장 너무나 한가하니 세월은 무척 긴 것 같다.
黃金黑吏心 황금흑리심 황금은 관리의 마음을 검게 만들기 쉽다.
男奴負薪去 남노부신거 하인은 나무를 해서 지고 가며
女婢汲水來 여비급수래 하녀는 물을 길어 온다.
國亂思良相 국란사량상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어질고 양심 있는 재상을 생각한다.
碧海黃龍宅 벽해황룡택 푸른 바다는 황룡의 집이 되고
靑松白鶴樓 청송백학루 푸른 소나무는 흰 학이 집으로 삼는다.
菊散一叢金 국산일총금 국화가 만발하니 황금이 모여서 쌓인 것 같다.
水去不復回 수거불부회 물은 한 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言出難更收 언출난갱수 말은 한 번 하면 다시 거둘 수 없다.
歲惟丁卯 (세유정묘) 정묘년
律中無射 (율중무사) 음력 구월
天寒夜長 (천한야장) 날씨는 차고 어두운 밤은 긴데
風氣蕭索 (풍기소삭) 쓸쓸하고 삭막한 바람만 불어오네
鴻雁于往 (홍안우왕) 기러기는 어디론가 날아가고
草木黃落 (초목황락) 초목은 누렇게 시들어 떨어지네
陶子將辭 (도자장사) 나는 이제
逆旅之館 (역려지관) 나그네길 잠시 머물던 곳을 떠나
永歸於本宅 (영귀어본택) 영원히 본 집으로 돌아간다네
故人悽其相悲 (고인처기상비) 정든 사람들은 애절히 슬퍼하며
祖行於今夕 (동조행어금석) 떠나는 나를 위해 제사 지내네
羞以嘉蔬 (수이가소) 제사상에 음식을 잘 차려 놓고
薦以淸酌 (천이청작) 맑은 술을 따라 올리네
候顔已冥 (후안이명) 그러나 나의 얼굴 이미 어둡고
聆音愈漠 (영음유막) 말을 들으려 해도 침묵만 더할 뿐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슬프다
茫茫大塊 (망망대괴) 넓고 넓은 대지와
悠悠高旻 (유유고민) 더없이 높은 하늘
是生萬物 (시생만물) 거기에서 세상 만물이 나오고
余得爲人 (여득위인) 나는 그 중에도 사람으로 태어나
自余爲人 (자여위인) 사람으로 내내 살아오는 동안
逢運之貧 (봉운지빈) 가난한 운을 만나게 되어
簞瓢屢罄 (단표누경) 그릇이며 곳간은 늘 비어 있고
絺綌冬陳 (치격동진) 갈포를 걸치고 겨울을 지냈으나
含歡谷汲 (함환곡급) 계곡 물을 마시며 기뻐하고
行歌負薪 (행가부신) 나뭇짐을 지고 가며 노래했네
翳翳柴門 (예예시문) 늘 사립문을 닫아걸고 지내기를
事我宵晨 (사아소신) 밤이나 낮이나 일삼았네
春秋代謝 (춘추대사) 봄과 가을이 바뀌도록
有務中園 (유무중원) 부지런히 들에 나가 일하였네
載耘載자 (재운재자) 때로는 김을 매고 때로는 북돋우며
迺育迺繁 (내육내번) 그렇게 키우고 늘려나갔네
欣以素牘 (흔이소독) 기쁜 마음으로 때론 글을 읽고
和以七絃 (화이칠현) 또한 때로는 거문고를 즐겼네
冬曝其日 (동포기일) 겨울에는 따스한 햇볕을 쬐고
夏濯其泉 (하탁기천) 여름에는 찬 샘물에 몸을 씻었네
勤靡餘勞 (근미여로) 온 힘을 기울여 고생스레 일을 해도
心有常閒 (심유상한) 마음은 늘 한가로웠네
樂天委分 (낙천위분) 즐거운 마음으로 분수에 맞게
以至百年 (이지백년) 그렇게 지난 평생을 살았네
惟此百年 (유차백년) 이러한 백년도 못되는 세월을
夫人愛之 (부인애지) 사람들은 애지중지하며
懼彼無成 (구피무성) 이룬 것이 없음을 염려하고
愒日惜時 (게일석시) 하루라도 더 살려고 시간을 아끼네
存爲世珍 (존위세진) 살아서는 세상에 귀히 되길 바라고
沒亦見思 (몰역견사) 죽어서도 역시 기억되길 생각하네
嗟我獨邁 (차아독매) 그러나 나만 홀로 고매하게
曾是異玆 (증시이자) 일찍이 남들과는 다르게 살았네
寵非己榮 (총비기영) 총애를 영광으로 여기지 않고
涅豈吾緇 (날기오치) 속세의 개흙에 물들지 않았네
捽兀窮廬 (졸올궁려) 나를 바로잡고 허름한 오두막에
酣飮賦詩 (감음부시) 술을 즐기고 시를 지었네
識運知命 (식운지명) 운명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
余今斯化 (여금사화) 이제 나는 운명을 따르려네
可以無恨 (가이무한) 이제 더 이상 여한이 없으니
壽涉百齡 (수섭백령) 백살 가까이 살만큼 살았네
身慕肥遁 (신모비돈) 여유로운 은둔을 좋아하여
從老得終 (종로득종) 살만큼 살고 늙어서 죽으니
奚所復慕 (해부소연) 어찌 다시 바랄 것이 있으리
寒署逾邁 (한서유매) 추위와 더위 지나가고
亡旣異存 (망기이존) 죽음은 이미 삶과 다르네
外姻晨來 (외인신래) 바깥 친척들은 새벽에 오고
良友宵奔 (양우소분) 친한 친구들은 밤에 달려오네
葬之中野 (장지중야) 들판 한가운데 장사지내어
以安其魂 (이안기혼) 넋을 편안하게 하여주네
窅窅我行 (요요아행) 깊 고도 먼 나의 갈길
蕭蕭墓門 (소소묘문) 무덤 속은 너무도 적막하고 쓸쓸하네
奢恥宋臣 (사치송신) 송신 한퇴의 사치는 부끄럽고
儉笑王孫 (검소왕손) 한나라 왕양손 검소함은 우습네
廓兮已滅 (곽혜이멸) 텅 빈 묘지에서 사라질 것이니
慨焉已遐 (개언이하) 멀리 떠나감을 어찌 탄식하리
不封不樹 (불봉불수) 내 무덤엔 봉분도 나무도 없이
日月遂過 (일월수과) 세월과 더불어 사라지리라
匪貴前譽 (비귀전예) 살아서 명예를 귀히 아니 여겼으니
孰重後歌 (숙중후가) 죽은 후에 누가 칭송하며 중시하리
人生寔難 (인생식난) 참으로 어럽게 살아온 인생
死如之何 (사여지하) 죽는다 한들 또한 어떠하리
嗚呼哀哉 (오호애재) 아 서글프고 애통하여라
勸學文 (권학문-학문을 권하다)
盛年不重來 성년은 부중래하고 젊은 날은 거듭 오지 아니하고
一日難再晨 일일은 난재신이라 하루에는 새벽이 두번 없나니
及時當勉勵 급시에 당면려하라 때가 되었을 때 열심히 공부하라
歲月不待人 세월은 부대인이니라 세월은 그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責子 (책자-아이를 꾸짖다)
白髮被兩鬢(백발피양빈) 양쪽 귀밑머리 백발로 변해있고,
肌膚不復實(기부불부실) 살결도 전처럼 실하질 못하다.
雖有五男兒(수유오남아) 비록 아들놈이 다섯이나 되지만,
總不好紙筆(총불호지필) 하나같이 글공부는 싫어하는구나.
阿舒已二八(아서이이팔) 서라는 놈 이미 열여섯이나 되었지만,
懶惰故無匹(나타고무필) 게으르기가 짝이 없는 놈이고,
阿宣行志學(아선행지학) 선이란 놈은 곧 열다섯이 되는데,
而不愛文術(이불애문술) 도무지 글 읽기에는 관심조차 없다.
雍端年十三(옹단년십삼) 옹과 단은 똑같이 열세 살인데,
不識六與七(불식육여칠) 여섯과 일곱조차도 구별 못하고,
通子垂九齡(통자수구령) 통이란 놈 아홉 살이 다 되었는데도,
但覓梨與栗(단멱이여율) 오직 찾는 거라곤 배와 밤뿐이다.
天運苟如此(천운구여차) 하늘이 내게 준 자식 운이 진실로 이러하니,
且進盃中物(차진배중물) 이 또한 술잔이나 기울일 밖에 별 도리 없다.
도연명의 만가(挽歌)
■ 挽歌1 <죽음에 이르러>
有生必有死 (유생필유사)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게 마련
早終非命促 (조종비명촉) 일찍 죽는 것도 타고난 팔자리라
昨暮同爲人 (작모동위인) 어제 저녁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今旦在鬼錄 (금단재귀록) 오늘 아침에 저승길 떠나네
魂氣散何之 (혼기산하지) 혼백은 흩어져 어디로 가는가
枯形寄空木 (고형기공목) 뼈 앙상한 육신만 관속에 눕네
嬌兒索父啼 (교아색부제) 자식들 아비 부르며 통곡하고
良友撫我哭 (양우무아곡) 친구들 죽은 나를 어루만지며 우네
得失不復知 (득실불복지) 죽은 나는 산 사람과 달라 이해득실 모르고
是非安能覺 (시비안능각) 옳고 그름 어찌 가리겠는가
千秋萬歲後 (천추만세후) 천 만년의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誰知榮與辱 (수지영여욕) 잘 살았다 못 살았다 그 누가 알 것인가
但恨在世時 (단한재세시) 다만, 살아 생전에 소원이 있다면
飮酒不得足 (음주부득족) 마음껏 술 마시지 못한 것이 한이네.
■ 挽歌 2 <죽고 나서>
在昔無酒飮 (재석무주음) 살아서는 마음껏 술 마시고 싶어도 못 마셨는데
今但澹空觴 (금단담공상) 오늘은 술과 안주가 상에 가득 넘친다
春료生浮蟻 (춘료생부의) 쌀로 만든 동동주와 안주가 가득하지만
何時更能嘗 (하시갱능상) 다시는 마실 수 없는 내 신세구나
肴案盈我前 (효안영아전) 산해진미로 가득한 상을 내 앞에 두고
親舊哭我傍 (친구곡아방) 친구들 울며 죽은 나를 위로하네
欲語口無音 (욕어구무음) 하지만, 죽은 나는 말도 못하고
欲視眼無光 (욕시안무광) 눈도 못 뜨고 사방이 어둡다
昔在高堂寢 (석재고당침) 살아서는 방에 누워 자던 몸이
今宿荒草향 (금숙황초향) 오늘 지나면 잡초 우거진 풀밭에 묻히리라
一朝出門去 (일조출문거) 아침에 집 떠나면
歸來夜未央 (귀래야미앙) 앞으로는 어두운 밤 제삿날 오리라
一朝出門去 / 歸來夜未央 아침에 죽어 상여 나가면, 이제 일년에 한 번씩 제삿날 밤에 온다는 듯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문장이다. 가슴 찡한 표현이다.
■ 挽歌 3 <땅에 묻히다>
荒草何茫茫 (황초하망망) 거친 풀밭이 황량하게 우거져 있고
白楊亦蕭蕭 (백양역소소) 백양나무 외롭게 서 있다
嚴霜九月中 (엄상구월중) 서리 내리는 구월에
送我出遠郊 (송아출원교) 마을 사람들 동리 밖에서 나를 배웅하네
四面無人居 (사면무인거) 내 무덤 주변은 사방에 집 한 채 없고
高墳正초嶢 (고분정초요) 크고 작은 무덤들만 여기저기 솟아 있네
馬爲仰天鳴 (마위앙천명) 말도 하늘 보며 울고
風爲自蕭條 (풍위자소조) 찬 바람은 쓸쓸하게 불어온다
幽室一已閉 (유실일이폐) 무덤 한번 덮이고 나면
千年不復朝 (천년불복조) 두 번 다시 아침을 못 볼 것이니
賢達無奈何 (현달무내하) 현명하거나 도통해도 어찌할 수 없다
向來相送人 (향래상송인) 내 무덤을 만든 친지들도
各自還其家 (각자환기가) 하나 둘 각자 집으로 돌아가네
親戚或餘悲 (친척혹여비) 친인척들 간혹 슬퍼할 뿐
他人亦已歌 (타인역이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울음을 그쳤네
死去何所道 (사거하소도) 죽은 나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託體同山阿 (탁체동산아) 몸을 땅에 맡기고 흙으로 돌아가네
도연명의 擬古 (의고) 9수 - 옛일을 헤아려보는 시 9수
■ 擬古 1 <의고 1>
榮榮窓下蘭 영영창하란 창 밑에 무수이 피어 있는 난초
密密堂前柳 밀밀당전유 집 앞에는 무성한 버드나무
初與君別時 초여군별시 처음 그대와 헤어졌을 때
不謂行當久 부위행당구 갈 길이 오래 걸리리라고 생각지 않았다
出門萬里客 출문만리객 문을 나가 만리 길 나그네 되니
中道逢嘉友 중도봉가우 도중에 좋은 친구 만나게 되었다네
未言心先醉 미언심선취 말도 하기 전에 마음 먼저 취해
不在接杯酒 불재접배주 술잔을 같이 들어서가 아니었다
蘭枯柳亦衰 난고유역쇠 난초 말라 버리고, 버들 또한 쇠락하여서
遂令此言負 수령차언부 마침내 그 말을 저버리게 되었구나
多謝諸少年 다사제소년 여러 젊은이들에게 일러 주거니와
相知不忠厚 상지부충후 서로 생각함이 넉넉하지 못했다네
意氣傾人命 의기경인명 의기 드러내면 목숨도 기우는 터에
離隔不何有 이격불하유 떨어져 버린다 해도 무슨 상관 있으리오
■ 擬古 2 <의고 2>
辭家夙嚴駕 사가숙엄가 집을 떠나 일찍이 떠날 채비 서두는 것은
當往至無終 당왕지무종 끝이 없는 곳 향해서 가려는 거라
問君今何行 문군금하행 그대는 지금 무엇하러 가는 것인가
非商復非戎 비상복비융 宋나라도 아니고 서융 또한 아니다
聞有田子春 문유전자춘 들으니 전자춘이란 사람 있는데
節義爲士雄 절의위사웅 절의가 사나이 중의 으뜸이었소
斯人久已死 사인구이사 이 사람 오래 전에 죽어 버렸고
鄕里習其風 향리습기풍 그의 고향에서는 그의 기풍을 이어받았소
生有高世名 생유고세명 살아서는 세상에 뛰어난 이름이 나 있었고
旣沒傳無窮 기몰전무궁 죽고 나서는 무궁토록 전하여 지고 있구나
不學狂馳子 불학광치자 못 배워 미친 듯이 달리는 자들은
直在百年中 직재백년중 그냥 살아서 남아 있다
■ 擬古 3 <의고 3>
仲春구時雨 중춘구시우 한 봄에 때마침 내린 비 만나 (구)
始雷發東隅 시뢰발동우 첫 번개소리 동쪽 모퉁이에서 울린다
衆蟄各潛駭 중칩각잠해 뭇 벌레들 저마다 잠에서 깨어 놀라고
草木從橫舒 초목종횡서 草木은 여기 저기로 뻗어간다
翩翩新來燕 편편신래연 펄펄날아 갓 돌아온 제비들은
雙雙入我廬 쌍쌍입아려 쌍쌍이 내 움막집으로 날아든다
先巢故尙在 선소고상재 먼저 둥지는 물론 그대로 있고
相將還舊居 상장환구거 서로 이끌면서 옛 살던 데로 돌아온 거라
自從分別來 자종분별래 헤어지고 난 이래로
門庭日荒蕪 문정일황무 문 앞뜰은 날로 황폐해졌도다
我心固匪石 아심고비석 내 마음이 본래 돌이 아닌데
君情定何如 군정정하여 그대들의 심정은 진정 어떠하겠나
■ 擬古 4 <의고 4>
초초百尺樓 초초백척루 높디높게, 치솟은 백척의 누각에서는
分明望四荒 분명망사황 사방 끝까지 다 선명하게 보인다
暮作歸雲宅 모작귀운택 저녁에는 돌아가는 구름의 집이 되고
朝爲飛鳥堂 조위비조당 아침에는 나는 새들의 대청이 된다
山河滿目中 산하만목중 산천은 눈 속에 가득 차 오고
平原獨茫茫 평원독망망 平原은 유달리 아득하구나
古時功名士 고시공명사 옛날 공명 쫓던 사나이들
慷慨爭此場 강개쟁차장 강개에 차올라 이 싸움터에서 싸우다가
一旦百歲後 일단백세후 하루 아침에, 평생을 마친 후
相與還北邙 상여환북망 함께들 북망산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松柏爲人伐 송백위인벌 소나무와 전나무는 사람에게 베어져 버리고
高墳互低昻 고분호저앙 높은 무덤이 서로 울퉁불퉁하구나
頹基無遺主 퇴기무유주 무너진 무덤터에는 남아 있는 주인 없으니
游魂在何方 유혼재하방 떠도는 혼은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
榮華誠足貴 영화성족귀 영화는 참으로 귀하게 여길만 하나
亦復可憐傷 역복가련상 역시 또한 가련하고 슬프기도 하구나
■ 擬古 5 <의고 5>
東方有一士 동방유일사 동방에 한 선비가 있어
被服常不完 피복상불완 옷을 입는 게 노상 완전치 않고
三旬九遇食 삼순구우식 한달에 아홉 차례만 밥을 먹고
十年著一冠 십년저일관 冠 하나로 십년을 쓰고 지낸다
辛勤無此比 신근무차비 괴로움이 그 이상 더할 수 없어도
常有好容顔 상유호용안 언제나 좋은 얼굴 지니고 있었도다
我欲觀其人 아욕관기인 나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晨去越河關 신거월하관 새벽에 떠나 황하 관문을 넘어서 왔다
靑松夾路生 청송협로생 푸른 솔들은 길을 끼고 서 있고
白雲宿簷端 백운숙첨단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물러 있다
知我故來意 지아고래의 내가 찾아간 뜻을 알고
取琴爲我彈 취금위아탄 거문고 집어들고 나를 위해 타 주는구나
上絃驚別鶴 상현경별학 먼젓 가락은 이별하는 학을 놀라게 했고
下絃操孤鸞 하현조고란 뒤의 가락은 외로운 난새를 춤추게 했다
願留就君位 원류취군위 원컨대, 머물러 있으면서 그대 앞에 살고
從今至歲寒 종금지세한 지금부터 이 해의 추위가 올 때까지 지내고 싶다오
■ 擬古 6 <의고 6>
蒼蒼谷中樹 창창곡중수 푸르고 푸른 골짜기 속 나무
冬夏常如玆 동하상여자 겨울 여름 없이 언제나 이와 같다
年年見霜雪 년년견상설 해마다 이슬과 서리 보았는데
誰謂不知時 수위불지시 그 누가 때를 모른다 말하겠는가
厭聞世上語 염문세상어 세상에 나도는 말들 물리도록 들었으니
結友到臨淄 결우도임치 벗을 사귀려면 임치로 가라
稷下多談士 직하다담사 직하에는 이야기꾼 많으니
指彼決吾疑 지피결오의 그들을 만나 나의 의혹을 풀자
裝束旣有日 장속기유일 떠날 준비 한지가 이미 여러 날 되고
已與家人辭 이여가인사 이미 집안 사람들과 하직하였다
行行停出門 행행정출문 어정거리다 문 밖 나서기를 그만두고서
還坐更自思 환좌경자사 돌아와 앉아 다시 혼자 생각한다
不怨道里長 불원도리장 갈 길 멀다고 탓하는 것 아니고
但畏人我欺 단외인아기 다만 남이 나를 속일까 두려운 거라
萬一不合意 만일불합의 만에 하나 뜻이 맞지 않는다면
永爲世笑嗤 영위세소치 영영 세상의 웃음거리로 되는 것이다
伊懷難具道 이회난구도 이 마음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
爲君作此詩 위군작차시 그대를 위해 이 시를 지었도다
■ 擬古 7 <의고 7>
日暮天無雲 일모천무운 날이 저물어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春風扇微和 춘풍선미화 봄 바람은 솔솔 부드럽게 불어온다
佳人美淸夜 가인미청야 선인은 맑은 밤을 좋아하니
達曙감且歌 달서감차가 날 새도록 술마시고 노래 부른다네 (감)
歌竟長太息 가경장탄식 노래가 끝나 길게 탄식하니
持此感人多 지차감인다 이에 많은 사람들 감동 하는구나
皎皎雲間月 교교운간월 휘영청 밝은 구름사이 달은
灼灼葉中華 작작엽중화 밝고 환한 잎 속의 꽃이로다
豈無一時好 기무일시호 어찌 한때의 좋음이 없으리마는
不久當如何 부구당여하 오래가지 않았으니 어이 하랴
■ 擬古 8 <의고 8>
少時壯且爈 소시장차려 소시 적에는 힘이 넘치고 불같아서
撫劍獨行遊 무검독행유 劍 을 잡고 혼자서 나다녔다
誰言行遊近 수언행유근 늘 나다닌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張掖至幽州 장액지유주 張掖에서 幽州까지 갔는데
飢食首陽薇 기식수양미 주리면 首陽山 고사리를 먹었고
渴飮易水流 갈음역수류 목마르면 易水의 흐르는 물을 마셨다
不見相知人 불견상지인 서로 아는 사람은 보지 못했고
惟見古時丘 유견고시구 예적의 무덤을 봤을 뿐이다
路邊兩高墳 로변양고분 길 가에 있는 두 개의 높은 무덤은
伯牙與莊周 백아여장주 伯牙와 莊周 였다
此士難再得 차사난재득 이 선비들을 다시 얻기 어려운데
吾行欲何求 오행욕하구 나는 다가서 무엇을 찾으려 하는가
■ 擬古 9 <의고 9>
種桑長江邊 종상장강변 뽕나무를 長江 가에 심고서
三年望當採 삼년망당채 3년을 두고 당연히 따게 되기 바랐더니만
枝條始欲茂 지조시욕무 가지들이 비로소 무성해지려 하더니
忽値山河改 홀치산하개; 홀연히 산과 물이 바뀌는 꼴을 당했다
柯葉自최折 가엽자최절 가지와 잎은 쓰러지고 부러져 (최)
根株浮滄海 근주부창해 뿌리와 밑둥은 푸른 바다에 떠올랐다
春蠶旣無食 춘잠기무식 봄누에 이미 먹을 것 없어 졌으니
寒衣欲誰待 한의욕수대 겨울옷은 누구한테 얻어 입어야 하나
本不植高原 본불식고원 본래 높은 언덕에 심지를 않았으니
今日復何悔 금일복하회 오늘에 와서 다시 무엇을 후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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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좋아하는 시가 거의 다 실린듯 하네요. 붓글씨로 자주 쓰던 구절들이 있어 참 반갑습니다. 여기는 없지만 "귀원전거"도 참 좋아요. 만가.의고,걸식,음주를 읽으며 이십대 초반에 산을 헤매 다녀서 엄마를 엄청 괴롭혔습니다-_-::
굴원의 초사에 나오는 귀절이 도잠 시에 그대로 베껴져 있네요. 굴원이 휠씬 이전 사람이니 도잠이 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