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불통즉통(不通則痛)
II. 사립학교법 개정안 반대자들의 반교육적 주장
III. 통즉불통(通則不痛)을 위하여
IV. 맺는 말
I. 불통즉통(不通則痛)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은 영양공급, 노폐물 방출 등 모든 신진대사가 기혈의 흐름과 관계가 있으므로 몸의 한 곳이 막히면 전체에 순환장애가 발생한다는 개념이다. 즉, 불통즉통은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된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인간의 몸을 이해하는 한의학의 한 개념이겠지만 이 말이 적용되는 곳이 어디 우리의 몸뿐이겠는가? 어떤 형태의 조직이나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견해와 주장이 막힘 없이 조정되고 수렴되면 그 조직이나 사회는 건강할 것이요, 제도상의 비민주적 장치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권위나 지위를 이용한 의도적 방해로 소통이 단절된다면 어느 조직이나 사회도 병들기 마련 아닌가. 즉, 한 집단을 움직이는 운영구조의 민주화 정도는 그 집단의 건강상태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자고 나면 새로운 사학분규가 발생할 정도로, 사학의 비리로 인한 분규가 이제는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왜 이렇게 사학의 비리와 그로 인한 분규가 끊이질 않는가? 필자는 그 원인이 사립학교운영의 비민주적·폐쇄적 구조에 있으며, 현 사립학교법이 그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즉, 현재의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를 '불통즉통'으로 만드는 장본인인 것이다.
지난 6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조직적인 방해로 국회의 교육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먼저, 그들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II. 사립학교법 개정안 반대자들의 반교육적 주장
가. 사유재산권 침해 ?
지난 봄 국회가 진행되고 있을 때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교원임면권을 재단이사장으로부터 교장(총장)에게로 환원하고
△비리 이사의 재단 복귀 제한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강화한다
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의 통과는 바로 설립자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의미한다고 사학재단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가 우리나라의 교육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유재산권' 운운하는 것은 법 개념의 측면뿐만 아니라 운영의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
첫째. 사립학교는 사회에 환원된 공공재산이다.
후세교육에 뜻을 둔 한 인사가 사립학교를 세우기 위해서는 학교를 관리·경영하게될 재단의 설립에 재산을 출연하게 된다. 재단이 설립되는 날부터 그 사립학교는 설립자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익적인 '학교법인'의 재산이 된다. 즉, 사립학교는 설립자가 사유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공공재산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는 설립자를 '후세교육에 큰 뜻을 둔 독지가'로 존경하며, 그 숭고한 뜻을 칭송한다. 또한, 국가는 사학운영에 관한 제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법인에 출연된 사유재산은 출연과 동시에 법인재산으로 전환되도록' 한 민법 제 48조와, 이에 입각하여 '사학이 해산될 경우 잔여재산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되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 35조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사립학교법 제 1조에는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그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학의 공공성이란 사학이 설립주체 면에서 국공립과 다를 뿐 그 목적과 운영은 철저하게 공교육의 정신을 구현해야함을 의미한다. '사유재산권 침해'란 표현은 설립자들이 사학을 설립한 진의를 드러내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해진다.
둘째. 재단 전입금이 거의 없다.
이번에는 사립학교 운영의 실제를 들여다보자.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사학의 비율이 5% 전후이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고등학교의 40%, 대학의 85%가 사립학교이다. 이와 같이 엄청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학교의 운영비 실태를 보면, 중·고등학교의 경우는 재단 부담금이 2%에 불과하고 대학의 경우는 6%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사립 중·고교의 경우는 학교운영비의 98%를, 사립대학의 경우는 94%를 국고보조금(국민의 세금)과 학생공납금(학부모의 자녀교육비)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립학교 운영의 실제가 이러한데 '사유재산권'을 주장한다면 분명 그것은 아름답지 못하다. 재산을 출연하여 재단을 설립하고 사립학교를 세우는 것이 하나의 투자이고 따라서 학교운영을 통해 영리를 보고자 한다면 그는 교육이 아니라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을 해야할 것이다.
나. 사학의 자주성 침해 ?
현 사립학교법 제 1조에서 보듯이 사립학교는 자주성과 공공성을 두 축으로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학법 제 1조에 명시된 사학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사학재단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이러한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재단운영의 자율성과 사학의 자주성을 혼동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사학의 자주성이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교육의 자주성'과 다르지 않다. 이것은 외부세력으로부터의 지배나 간섭을 배제한다는 뜻이지 내부통제를 배제한 채 설립자 개인이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사학의 자주성이란 '학교자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에는 교육 3주체인 학부모·교사(교수)·학생 단체의 법적 기구화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사학의 자주성을 더욱 강화하는 주춧돌이 되어 줄 것이다. 사학의 자주성을 '사유재산권'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사학의 자주성 침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사학의 자주성과 동일한 선상에서 주장되고 있는 '건학이념의 실현'도 교육의 공공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건학이념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교육 3주체의 참여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볼 때, 사학의 자주성을 확보하여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에 관한 한 교육주체들의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민주적 의견수렴과 통제'를 위한 장치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다. 비리사학은 10% ?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10%정도의 일부 비리 사학 때문에 사학전체가 규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언뜻 보기에는 그럴 듯한 주장 같지만, 조금만 정신을 집중해서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다. 비리 사학이 전체 사학의 10%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사학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현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비리가 드러난 후 사후 처리를 위한 처리법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현 사학법으로는 비리 방지에 문제가 있으니 비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예방법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6월 14일자 신문에 자유시민연대, 자유시민연대교육살리기학부모모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그리고 대한민국건국회 라는 4개 단체는 공동명의로 「지금은 '인민위원회의 私學접수' 전야, 私學을 난장판으로 만들자는 건가!」라는 제하의 광고문을 실었다.이 단체들은 광고에서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주장을 옹호하는 입장을 넘어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관해 '인민위원회의 사학접수,' '부패사학 척결을 사학법 개정의 명분으로 삼는 것은 일부 사학의 문제를 들어 사학 전체를 범죄집단시하여 사학의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행위이다'는 등의 극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이들은 전교조로부터 피소된 상태임).
그러나, 몇 가지 통계만 봐도 '사학의 비리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름을 쉽게 알 수 있다.
* 최근 3년간 실시한 전국 사립 중·고등학교에 대한 시·도 교육청 감사에서 조사 대상학교 905개 전부(100%)가 재정비리를 저질렀음이 밝혀졌다.
* 최근 3년간 실시한 교육부 감사에서 2년 제 이상 사립대학 중 19개 대학에서 66건의 인사관련 비리가 적발됐다.
* 교육부는 지난 5월 21일부터 한 달간 덕성여대, 한세대 등 10개 대학의 교원임용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63건의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 이번 감사에서 교육부는 학내분규를 겪고있는 덕성여대에 대해 박원국 이사장 등 비리관련 34명을 무더기로 경고했다.
* 이번 감사에서 교육부는 무허가 목회학 석사과정을 5년 이상 운영해 1500여명으로부터 31억원 이상의 등록금을 부당하게 받아낸 한세대에 대해서는 전 총장 손아무개씨를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현 총장 김아무개씨 등 5명을 정직 이상의 중징계처분했다.
* 학교공금횡령 및 회계부정 : 서울 상문고, 한서고, 예일여고, 환일고, 서울 미술고, 인천 국제복음고, 인천 인명여고, 안양 성문고, 서광학교, 대구 협성재단, 대전 청란여중고, 울산 홍명고, 광주 예술대, 서남대, 한려대, 광양대, 청주대, 경원대, 단국대, 한국외대, 서원대, 동서대, 대구 미래대, 한성대, 동신전문대, 동남보건전문대, 상지대, 대구산업정보대, 경문대, 신정여상, 한광고, 구로여정산, 신정여중, 한동대, 경인여대 등
* 입시 및 편입학 부정 : 한국외대, 인하대, 서남대, 단국대, 관운대, 경원대, 경기대, 동덕여대, 동의대 등
* 재단전횡, 족벌체제 구축 및 학사행정 간여 : 성균관대, 덕성여대, 광주예술대, 서남대, 한려대, 서원대, 대구대, 계명대, 한성대, 경산대, 동강대, 동남보건전문대, 한국외대, 그리스도신학대, 경복대, 청강대, 안양 성문고, 한세대 등
* 총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 : 대구대, 계명대, 인하대, 성신여대 등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만 봐도 비리의 수와 규모 면에서 그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이들 중,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덕성여대 사태와 상문고 사태는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가능한 모든 유형의 비리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학의 비리는 그 운영이 상당부분 폐쇄적이므로 학내분규가 발생하거나 관계기관의 감사를 통해서만 드러나게 된다. 학내분규가 발생한 사립학교가 전체 사학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기관의 감사를 통해 드러나는 비리의 수와 규모를 보고서도, 비리 사학이 일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사학법 개정이 부패사학을 척결하는데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자유시민연대는 '교통사고가 많다고 차를 전부 없앨 수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한다. 사학법 개정을 '빈번한 자동차 사고(사학비리) 때문에 자동차(사학)를 모두 없애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백보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대로 자동차 사고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허술한 도로교통법(사립학교법) 때문에 자동차사고(사학비리)가 빈번히 발생한다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사고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사고(사학비리)는 문명의 이기로 우리 생활에 자리잡은 자동차 자체(사립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사학 설립자/재단)나 관련법규(사립학교법)의 문제가 아닌가?
III. 통즉불통(通則不痛)을 위하여
재정, 인사, 학사운영 등 모든 방면에서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사학의 현실에 눈을 감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공교육 정상화에 관한 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육 정상화의 핵심인 '공교육 살리기'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 생각을 바꾸자.
금년도 상반기에 설립자나 재단이 사립학교나 교육주체를 보는 시각이 어떠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사건이 있었다. 전주의 사립학교인 완주고등학교에서는 설립자 겸 교장인 사람이 교무회의 석상에서 '교장은 주인이고 교사는 종이다'라고 떠들었다고 한다. 마산의 제일여고 사건은 어떻습니까? 이 학교의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교원위원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임 모 교사에게 그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교육자로서는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여 학운위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사건이다.
다양한 형태로 터져 나오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보노라면 재단이사장이든 교장이든 간에 사립학교 설립자들이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전근대적인 사고는 완주고 교장의 발언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학교의 주인이고, 내가 너희 교사들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 학교운영비 회계를 재단 회계로 전출하건, 운영비를 유용하여 땅을 사건, 자격 미달자를 교수로 채용하건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시키는대로 하면 되지 왠 말이 그렇게 많으냐, 중학교로 전보발령을 내면 가면 되지 왠 군소리냐는 것이다.
지난 3월 초 사립학교법 개정문제로 국회가 한창 시끄러울 때 30년간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다 퇴직 뒤 수도권에 소재한 한 사학재단의 사무국장 겸 전문대학 사무처장으로 일한 적이 있는 이 모씨는 모 시사주간지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조목조목 재단의 비리 사실을 밝히면서 “... 기업생활 30년 동안에는 상상도 못할 부정과 비리가 너무나 손쉽게 저질러졌다 ... 돈 벌려고 마음먹으면 기업을 할게 아니라 학교를 세워야 한다는 걸 실감했다 ... 제가 근무한 사학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수많은 학교에서 비슷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교수와 직원은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채용하는 것을 비롯해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 구성을 제도화할 것 △이사 3분의 1 이상과 감사 1인은 교수협의회가 추천하는 공익이사(감사)로 할 것 △학장은 교수협의회에서 복수 추천해 이사회에서 결정할 것 △형사처벌 받은 이사는 영구히 복귀시키지 않을 것 △일정규모 이상의 사학재단에는 외부감사제도를 의무화할 것 등이다.
기업의 경우와는 달리 사학은 두세 명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공금횡령이나 유용이 가능하며 탈법적인 인사를 자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씨의 주장은 강한 설득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 멀리서 어둠을 헤치고, 쓰러져 가고 있는 교육을 일으켜 세울 서광도 보인다. 사학분규로 몸살을 앓아온 서울 신정여상·한광고 등 5개 중·고교로 구성된 학교법인 인권학원의 설립자 진 인권 씨는 2001년 7월 3일 재단 운영 비리 등에 대한 `참회선언'을 하고, `학교발전을 위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실천여부는 두고볼 일이겠지만, 사학재단 경영자가 공개적으로 반성의 뜻을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진씨는 이날 “재단의 불법운영, 부당한 교원인사 등 그 동안의 잘못에 대해 참회하고 아이들과 선생님, 부모님들께 사죄를 드린다”면서 “사리사욕을 버리고 인권학원을 새롭게 건학한다는 심정으로 학교의 올바른 운영과 발전을 위한 특단의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의 공립초등학교인 우전초등학교의 교장(문철웅)은 학교예산을 단독으로 운영하면서 재정비리를 저질렀음이 드러나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있다. 사립학교와는 달리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기구로 되어있는 공립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가!
급변하는 세계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21세기를 시작하고 있는 지금, 어느 때보다 우리의 교육은 사학 경영자들의 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경영에 있어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나. 사립학교법을 개정하자.
관련법이 다소 허술해도 경영자가 정도 경영의 의지를 가지고 민주적·합리적 운영을 위해 노력한다면 사학은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공교육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비리와 관련하여 사립학교법의 헛점이 드러났으니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사립학교법은 1963년 제정된 이래 무려 38차례나 개정을 거듭했으며 1990년과 1999년의 개정은 현 사태를 몰고 온 대표적 개악이다. 1990년의 개정은 당시 민자당이 단독으로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으로 '△ 대학 설립자 직계 존·비속의 총·학장 임명 허용 △총장 권한이던 교수 및 직원 임면권의 이사회 이관 등'이 개정의 주요내용이었으며 1999년 개정은 '△ 비리사학에 파견되는 임시이사 임기를 2년으로 제한 △자문기구로서의 학교운영위원회 신설'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언뜻 보더라도 이러한 사학법 내용들은 앞서 언급한 사학의 비리와 유관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전교조를 비롯한 40여 개의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민운동본부」는 사학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5) 사학비리 당사자의 학교복귀 10년 이상 금지
(6) 문제 사학에 즉각 임시이사 파견
(7) 친인척 이사선임 1/5이하로 제한
(8) 사립학교 설립인가 기준 강화
IV. 맺는 말
학교법인이 사립학교를 사유재산으로 보고 경영을 통해 권위를 세우려 하거나 이윤을 추구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공공성의 앙양과 자주성의 확보'에 엄청난 장애가 될 것이다.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를 고유의 교육목적에 맞춰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 설립 취지가 아닌가? 사립학교가 대부분 맡고 있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학재단 관계자들의 사학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강력히 요청되며, 아울러 비리 예방을 위해 법개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소수 경영진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이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종업원들의 목소리를 상시적으로,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제도로서 종업원들의 경영참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요즘 같은 첨단기술시대, 정보화시대에 기업이 기존의 관료적이고 관리·통제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사기업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야. 사학경영에 있어서 민주적 의견수렴을 위한 틀과 재단의 황제적 경영을 통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장치를 교육주체와 정치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반드시 마련해 내어야 한다.
국민의 88.2%가 사립학교법개정을 찬성하고(한길 리서치 여론조사), 자녀가 교육을 마칠 때까지 사립학교를 거쳐갈 확률이 95%나 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사립학교법 개정은 하루빨리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제1 민생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법의 개정은 반대집단의 극심한 로비와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해 표류하고 있다.
현 사립학교법이 안고 있는 비민주적, 반교육적 요소들이 사학 부패의 근원적인 원인이 되고 있음을 만천하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국민적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사학재단의 학교경영에 관한 발상의 전환과, 9월 국회를 맞이하여 사학법 개정에 대한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사학의 한 교사로서 강력히 촉구한다.
사립학교법 개정하여 공교육을 살려내자!
2001. 9. 7. 영신중학교 박 남규
[ 참고한 글 ]
교육살리기 / 이현청(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돈벌려면 학교를 세워라 / 김소희(한겨레21기자)
덕성여대 뾰족한 해결책 / 정대화(상지대 교수)
대학총장들의 '실수' / 강만길(상지대 총장)
막히면 아프다 / 고은광순(한의사)
말은 바로해야 / 김선주(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사립대 자율과 공적 책임의 근거 / 박부권(동국대 교수)
사립학교법 개정 반드시 필요하다 / 한창국(부산시민)
우리는 진정한 리버럴리스트 / 김창석(한겨레21 기자)
중앙언론이 제기한 몇가지 교육쟁점에 대한 상식적 반론 / 이순철(전교조 정책기획국장)
지금은 '인민위원회의 私學접수' 전야, 私學을 난장판으로 만들자는 건가! / 자유시민연대 등
지지높은 사립학교법 개정 / 김종엽(한신대 교수)
학교가 원래 니꺼였니? / 한홍구(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