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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돌이 별자리처럼 빛날 때
김병호
금줄 친 대문이 어둠을 낳습니다 대문에서 토방으로 토방에서 사랑방으로 이어진 징검돌이 별자리처럼 빛납니다 환하고 평평한 징검돌 안에 담긴 어린 내가 별을 닮아가는 밤 할아버지는, 저녁보다 먼 길을 나섭니다
눈 깊어 황소 같던 할아버지 할머니를 맞던 해 봄날 강가의 둥글고 고운 돌만 골라 새색시 작은 걸음에도 마치맞게 자리 앉혔다는 징검돌 그 돌들이 오늘밤 별똥별 지는 소리로 울고 있습니다
별똥별 하나, 하늘을 가르자 어미 소의 울음소리가 금줄을 흔듭니다 미처 눈 못 뜬 송아지가 뒤척이자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줍니다 내 볼이 덩달아 따뜻해집니다
하늘은 오래 된 청동거울처럼 깊습니다 바람은 저녁을 다듬어 첫 별 뜨는 곳으로 기울고 내가 앉은 징검돌들이 지워진 별자리를 찾아 오릅니다
삼칠일도 안된 송아지의 순한 잠을 이제 할아버지가 대신 주무십니다
-약력 1971년 광주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달 안을 걷다』『밤새 이상을 읽다』『백 핸드 발리』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윤동주문학상 젊은작가상, 동천문학상 수상 현) 협성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시인수첩> 주간
사진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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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옛날 집집이 황토마당에 놓였던 징검돌, 옛 추억이 새롭습니다.
그 징검돌에 이처럼 정겨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아놓았군요.
잘 감상합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늘 격려해주심요~
낮에는 태양이 너무 밝은 탓에 보이지 않는다는
별들이 가득한 하늘..
언제나 나서지 않는 그림자로 목소리로 수고하는 이들의
순한 마음이 상처 받지 않는 나날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바이올렛님^^*
덕분에 내공이 많이 자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