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금세공 기술의 부활, 요시 하라리(Yossi Harari)
요시 하라리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이스라엘과 터키 양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덕분에 풍요로운 전통 문화 예술의 환경 속에서 미적인 감각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었다.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공예품과 수많은 예술적 영감을 접하며 어느덧 창작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으니 그 첫 단추는 불과 11살 때 끼워졌다.
하라리는 어머니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리폼하면서 생애 첫 주얼리를 디자인했다. 창의적인 과정을 체험하면서 주얼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이후 미국 GIA에서 보석 감정과 주얼리 디자인을, 텔 아비브 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다. 1992년 이스탄불에 작업실을 내면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1998년에는 텔 아비브에 단독 주얼리 갤러리를 열었다.
브랜드를 탄생시킨 뮤즈를 묻는 질문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24K 골드를 꼽는다. 박물관 안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고대의 보물을 떠올리게 하는 순수한 골드의 짙고 풍부한 색상은 어느덧 그의 정체성이 됐다. 여기에 비잔틴과 에트루리아 시대에서 영감을 받은 이국적이면서 고풍적인 디자인과 현대적이고 재치 있는 스타일의 만남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선사한다.
무려 2천 여 년 전의 방식에 따라 진행되는 요시 하라리만의 세공작업은 장인의 정성과 땀의 시간이 바탕이 된 럭셔리 그 자체다. 이렇듯 그의 주얼리를 소유하고 착용하는 즐거움에는 세상 하나뿐인 주얼리를 소유한다는 뿌듯함과 감성을 충족시키는 스토리가 깔려있다.
한편, 하라리는 과거의 전통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만의 혁신적인 금속 합금을 통해 24k 골드와 실버를 섞은 Gilver(길버)라는 트레이드마크도 개발했다. 산화된 은을 24k 골드 위에 레이어드시켜 무광의 검정 캔버스 효과를 낸 후 그 위에 화려한 유색 보석과 다이아몬드로 예술적인 감각을 뽐낸 것이다.
이스탄불의 궁전 이름을 따서 토프카피(Topkapi)라 명명한 이 컬렉션은 마치 한밤중에 아름다운 정원을 찾아 어둠 속에서 수줍게 빛을 발하는 꽃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그는 빅토리아 스타일과 오토만 제국의 주얼리가 그랬듯이 보석과 세팅의 확실한 대비를 원했고, 산화시킨 은으로 그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유색석을 배치했으며, 보석을 감싼 베젤은 일일이 망치로 두들겼다. 이런 수작업의 과정에서는 소재의 금전적 가치보다 서로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따라서 그가 애용하는 터키석, 차보라이트, 파라이바 투어멀린 등의 유색 보석은 골드와 길버를 포용하며 모두의 가치를 최대치로 높이고 있다.
또한 로즈 컷 다이아몬드를 사용하면서부터 브랜드의 명성에는 한층 힘이 실렸다. 꽃봉오리처럼 패싯이 뾰족하게 솟은 로즈 컷은 16세기부터 사용된 커팅으로 보석이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보너스 효과가 있다. 그의 컬렉션에서 로즈 컷 다이아몬드는 강렬하기보다 부드러운 광채를 통해 순수한 24k 골드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주얼리는 Lace 컬렉션의 목걸이다. 21세기의 기술과 2천 년 전 수작업의 기법을 혼합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발표 당시 업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결국 이 컬렉션으로 2014년 쿠튀르쇼 디자인 시상식에서 골드 부문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라리는 24k 골드의 순수함으로 디자인을 시작했고, 조각을 했고, 그 안에서 꿈을 꾸었다. 그리고 텔 아비브와 이스탄불을 향한 애정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동안 잊혀졌던 고대의 금세공 기술을 부활시켰다. 그 고대의 전통은 오늘날 버그도프 굿맨, 니만 마커스 같은 미국 최고급 백화점의 가장 현대적인 쇼윈도 안에서 현대적인 혁신이라는 옷을 입고 빛나고 있다. 중동 금세공의 진정성과 유럽의 세련된 스타일의 결정체, 요시 하라리의 주얼리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