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러시아 방문관련
* 이타르타스 일본지국장(바실리 골로브닌)의 금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추진과정, 방러 목적 및 향후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 전망에 관한 기고문
(김정일의 방러 추진과정)
ㅇ 일부에서는 러-북 정상회담 장소로 러 극동지역 최대도시(블라디보스톡 또는 하바롭스크)가 아닌 북한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울란우데로 정해졌는가에 의아해하나, 최대한의 보안과 비밀을 추구하는 북한정권의 습성에 따른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음.
- 일각에서는 6월말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하기로 되었던 김정일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러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안보상의 이유로 취소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음.
- 북한은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 사전에 정확한 정상회담 일자 및 장소에 관한 정보를 확보한데 대해 놀랐으며, 북한 내부에서는 비밀유지를 하지 못한 러시아 측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설도 있음.
ㅇ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금번 방러를 포함, 최근의 그의 외교적 행보는 2002.8월 러-북 정상회담 이후 멀어졌던 양국 관계를 복원하려는 열심을 보여주고 있음.
- 김 위원장은 금년 5월 북한을 전격 방문한 프라드코프 러 해외정보부장을 면담하였으며, 이때부터 러-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양국간 각계 접촉의 활성화 논의가 시작되었음.
(김정일의 건강 관련)
ㅇ 극동기자들이 찍은 동영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김정일 위원장은 보행시 어려움이 있음.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연해주 하산으로부터 울란우데까지의 장거리 열차여행(3,700km)과 자신의 메르세데스 자동차를 이용한 부레야 수력발전소, 바이칼호수 방문 등의 일정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줌.
- 전문가들은 69세의 김정일의 건강이 호전되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음.
(방러 목적)
ㅇ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식량지원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음. 얼마 전에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식량 무상원조를 요청하기도 함.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은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음.
- 이번 김 위원장의 방러에 앞서 러시아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으로는 대규모인 밀 5만 톤을 보낸바 있음. 북한은 비료, 중유, 전력 등 러시아로부터 가능한 모든 지원을 바라고 있음.
ㅇ 북-러간 통상 분야 전망은 아직 그리 밝지 않음을 감안할시 북한으로서는 자국의 산업시설 현대화와 광물자원 개발에 러시아가 투자하기를 희망할 것임. 북한은 나진항 개발에 러시아의 참여를 적극 유인하고 있으나, 인근지역에 자루비노항(연해주)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에 있어 나진항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음.
ㅇ 북한의 전략적 최대 과제 중 하나는 러시아의 힘을 이용하여 UN 안보리의 경제제재를 약화시키거나 해제하는 것이 될 것임. 한편으로 북한은 군사 분야의 양보를 약속하는 대신 한국, 미국, 일본으로부터 최대한의 경제지원을 받아내는 오래된 카드를 재차 사용코자 할 것이며, 이를 위한 과정에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할 것임.
ㅇ 이점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이해가 일치함. 굵직한 대외적 성과 달성이 필요한 러시아로서는 북한의 김정일로부터 핵 프로그램 폐기에 관한 중대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언급을 받아내는 것이 중요함.
(남-북-러 3각 경제프로젝트 관련)
ㅇ 지난세기부터 논의되어 왔던 철도, 전력, 가스 분야 남·북·러 3각 경제 프로젝트는 당사국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북한 영토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한반도내 평화조성 노력의 근간이 될 수 있는 사업임.
- 천연가스 분야의 경제적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유럽 일변도를 벗어나 한국이라는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입국을 확보하게 되며 동북아지역 내 유일한 러시아산 PNG 수입국인 중국에 대한 협상력도 제고할 수 있을 것임.
ㅇ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과 관련하여,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동 프로젝트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자금을 이용하여 핵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음. 따라서 한국은 북한이 군사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한 이후에야 가스관 건설 사업에 참여할 것임.
ㅇ 현재의 북한 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북한(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를 러시아로부터 더 얻어내고자 하는데 이용할 것으로 관측됨.
- 러시아 내부에서도 북한 영토 경유 가스관 프로젝트가 아직 현실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주류임. 또한, 일각에서는 동 프로젝트 논의 자체가 역내 유일의 PNG 수입국인 중국에 대해서는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