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 오월이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 날 등이 들어 있는 가정의 달이자,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나 눈물로 얼룩진 인생의 길목을 지나게 된다. 비틀거릴 때, 넘어질 때, 그리고 다시 일어서야 할 때, 그 모든 순간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가족이다. 세상은 평가하지만, 가족은 안아준다. 세상이 등을 돌리고 삶이 팍팍할 때, 말없이 품을 내어주며 ‘괜찮다. 그럴 수도 있지.’라며 일어설 용기를 준다. 내가 거둔 작은 성취도 나보다 더 크게 기뻐하며 세상 가장 화한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다. 그 사랑과 감사를 당연하다고 여겨, 때론 그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 또한 가족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 본다.
가족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라틴어 Familia에 그 어원을 두고 있는데 가정, 세대, 자녀, 자식, 아이 등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가족 간의 관심과 사랑이 중요함을 강조해 볼 때, 가족(패밀리)이라는 영어 단어를 Family :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아빠 엄마 사랑해요)의 두문자의 조합으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유치원생 아이가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고사리손으로 카네이션꽃을 부모 가슴에 꽂아주며‘아빠 엄마 사랑해요’하는 행복한 모습을 상상하며 올해 아홉 꼭지째 칼럼으로 가족(家族)이라는 한자를 풀이해 보고자 한다.
집 가(家)는 집 면(宀)에 돼지 시(豕)를 어울린 한자이다. 집 면(宀)은‘집’,‘갓머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움집의 위를 덮어씌운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로 여러 가옥이나 그 부속물, 집 안의 상태 등을 뜻한다. 갑골문에 나온 宀자를 자세히 보면 지붕과 기둥이 함께 그려져 있다. 지금의 갓을 닮았다하여 갓머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일 뿐 본래는 집을 그렸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宀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집이나 건축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해 준다.
돼지 시(豕)는 돼지를 세로로 세워 놓은 모양을 본뜬 상형자로 인간이 사육하던 돼지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豕자를 보면 통통하게 살이 찐 돼지를 볼 수 있는데 돼지의 머리, 네 다리와 꼬리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돼지는 체질이 건강해서 어느 기후나 풍토에도 잘 적응하여 쉽게 키울 수 있는 가축이다. 또한 짧은 기간에 새끼를 많이 낳는 동물이어서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가축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는 고기 육(肉)자 만으로도 돼지고기를 뜻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이유로 한자에는 유달리 돼지와 관련된 글자가 많다. 豕자도 그러한 글자 중 하나로 다른 문자와 결합해서 돼지나 몸집이 큰 동물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고 있다.
2010년 허난성 자오쭤(焦作)시에서 서한 시기의 도제 부장품이 대량으로 출토 되었다. 그 출토물 중에는 아래층은 돼지우리이고 위층은 가정집인 복층 구조의 도기도 있었는데, 집안에 화장실이 있어 사람의 배설물이 돼지우리에 직접적으로 배출되었고 돼지의 배설물과 자연스럽게 섞여 좋은 비료가 되었다. 옛사람들에게 돼지는 경제 가치가 매우 큰 귀한 재산이었다. 갑골문과 금문은 돼지와 함께 생활한 옛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보여준다. 덧붙여 집 가(家)의 원뜻은 돼지의 집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는다는 데서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집을 나타내게 되었다. 가옥(家屋:사람이 살기 위하여 지은 집), 가계(家計:한 집안의 살림살이)가 좋은 용례이다.
겨레 족(族)은 깃발 나부낄 언(㫃)에 화살 시(矢)를 짝지은 글자다. 깃발 나부낄 언(㫃)은 모방(方)에 사람 인(人)으로 파자해 볼 수 있다. 풀이해 보면 방(方)은 모가 난 깃대에 해당하고 인(人)은 나부끼는 깃발을 형상화하여‘깃발이 나부끼다’를 뜻한다. 고대 국가나 민족은 모두 대표성을 가진 깃발이 존재했고, 지배자의 성씨, 색깔이나 그림을 상징으로 삼았다. 한자에서 깃발의 뜻이 포함된 한자는 모두 언(㫃)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旄(깃대 장식 모)는 소의 꼬리로 만든 깃발이고, 旌(기 정)은 깃털로 만든 깃발이며, 旐(기 조)는 거북이나 뱀의 그림을 그려 넣은 깃발이다. 덧붙여 旗(기 기)는 범과 곰을 넣은 붉은 깃발이고, 斿(깃발 유)는 깃발의 술이었다.
화살 시(矢)는 화살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화살이 곧게 날아감으로‘곧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궁시(弓矢:활과 화살), 효시(嚆矢:전쟁 때에 쓰던 화살의 하나, 끝에 속이 빈 깍지를 달아 붙인 것으로, 쏘면 공기에 부딪혀 소리가 난다)가 이에 알맞은 용례이다.
겨레 족(族)을 종합적으로 풀이 해보면 선사시대 때 펄럭이는 깃발은 그곳에 어느 민족이나 집단이 거주하는 것을 뜻했고, 그곳에는 민족을 방어하는 궁수들이 존재함으로 함부로 침략하지 말라는 경고의 뜻이 되었다. 족(族)은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를 뜻하고, 민족(民族), 종족(宗族)이 좋은 용례이다.
인생의 길목에서 비틀거릴 때 잡아주던 손이 기뻐서 춤을 출 때는 함께 맞잡는 흥겨운 손이 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먼 인생길을 지치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이유이고 희망이며 힘이다. 세상의 거친 바람을 막아주니 든든하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니 고맙고, 함께 울고 웃어주는 가족에게 쑥스러워 평소 전하지 못했던 말을 용기 내어 전해야겠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
| 家 | = | 宀 | + | 豕 |
| 집 가 |
| 집 면 |
| 돼지 시 |
| 族 | = | 㫃(方+人) | + | 矢 |
| 겨레 족 |
| 깃발 나부낄 언 (모 방, 사람 인) |
| 화살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