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더럼에 있는 듀크 대학 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실(NICU)에서는 그동안 위독한 아기들을 살려내기 위해 여러 가지 응급처방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적갈색 피부에 머리카락이 얼마 남지 않은 아기가 입원했다.
4주전 인근 지역병원에서 여아였는데 임신 10개월(37주)의 정상 출산을 앞당겨 4주 일찍 출산한 조산아였다. 이 아기를 진단한 의사는 듀크 대학의 신생아학자인 레이텔 그린버그(Rachel Greenberg) 교수였다.
그녀는 이 아기의 진료 기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지역병원의 의사들이 감염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아기 항생제(baby antibiotics)를 투여한 것을 발견했다. 그린버그 교수는 무슨 이유로 이 아기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는지 의문을 품었다.
조산아에 대한 항생제 과다 투여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우려하기 시작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해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med.unc.edu
장내 미생물 파괴, 심하면 사망할 수도
전염병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아내기 위해 혈액배양검사를 실시했지만 어떤 세균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아기가 감염된 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몸 안에 남아 있는 항생제 성분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 아기를 위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미국에는 연간 약 50만 명의 아기들이 이 여아처럼 조기 출산하고 있으며 대다수는 감염 검사를 받지 않은 채 항생제를 투여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어떤 아기들은 혈액검사를 통해 세균으로부터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항생제가 투여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처방은 생존율이 낮은 조산아에 대한 항생제 투여가 최선의 방식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전부터 실시해 온 이런 식의 처방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플로리다 대학의 신생아학자 요세프 네우(Josef Neu) 교수는 “조산아에 대한 항생제 투입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한 연구보고서는 세균에 감염된 조산아에게 항생제를 투입했다 하더라도 아기 건강에 필수적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gut microbiome)을 제거하기 때문에 아기 건강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소화기관 내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말한다. 마치 종합비타민처럼 장내에 서식하면서 대사활동을 촉진하고,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금처럼 조산아 치료에 많은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이 성분이 아기 장내의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파괴하고, 향후 이 아기가 성장하더라도 천식과 소아비만과 같은 치료가 매우 힘든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할 경우 신생아괴상성장염으로 발전”
듀크 대학병원에서는 항생제가 투여된 아기 장 내에 많은 수의 항생제 제한 미생물(antibiotic-resistant microorganisms)을 발견했다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미생물을 방치할 경우 자신은 물론 심각한 감염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항생제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해왔다. 그러나 조산아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듀크대 NICU 보고서는 “그동안 많은 신생아학자들이 항생제 투여에 대한 지적을 망설여왔다.”고 말했다.
그린버그 교수 “그러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아기들이 죽을 수도 있으며, 생존하더라도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항생제를 통해 항상 아기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신 후 약 10개월이 지난 37주를 전후해 태어난 아기들은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기들이다. 그러나 정상 출산보다 9주 이른 28주에 태어나더라도 큰 무리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생존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24주에 태어날 경우 생존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생존하더라도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조산아들이 죽음을 맞거나 장애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항생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조산아를 돌보는 의사들은 그동안 아기에게서 패혈증과 수막염,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균 전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해왔다. 일부 항생제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효과가 입증돼 사용량이 계속 증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서 항생제 투여로 인한 부작용이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듀크대 마이클 코튼(Michael Cotten) 교수는 “항생제를 계속 투여할 경우 아기들이 신생아괴상성장염(necrotizing enterocolitis)으로 발전하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가 출생 전에 조성되는지, 아니면 출생 후에 조성되는지에 대해 그동안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가 언제이든 건강에 큰 도움을 주는 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파괴할 경우 최근 밝혀지고 있는 것처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밝혀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의 활동, 면역 시스템, 더 나아가 중추신경계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s)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항생 기능을 지니고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워싱톤 대학병원의 구어탐 다타스(Gautam Dantas) 박사는 “항생제 남용으로 불과 2~3세 어린 나이에 불안정안 건강상태가 고착될 수 있다.”며, 주의를 요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