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했다. 축축한 공기가 싫다며 찡그린 얼굴로 우산을 썼고, 길가의 웅덩이를

[최지훈]

비가 내렸다. 창밖의 세상은 흐려졌고, 물웅덩이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지연은 책상 앞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화면 속엔 ‘읽지 않음’ 표시가 선명한 메시지가 떠 있었다.

“잘 지내?”

그에게 보낸 메시지는 이틀째 답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없을지도 몰랐다.

기억 속의 그는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축축한 공기가 싫다며 찡그린 얼굴로 우산을 썼고, 길가의 웅덩이를 피해 걸으면서도 투덜거렸다. 그런데도 그는 매번 지연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작은 우산 아래서 가까이 붙어 서 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그는 없다. 몇 개월 전, 비 오는 날이었다. 차가운 도로 위, 빗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