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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적하신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 필체로
‘큰법당’ 현판 주련 제작 10개월만에 회향
“부처님 성지 찾는 불자들에 깨달음 씨앗”
미래본부·분황사 공동, 해외 스님들도 동참
[영상] 분황사 경내 한글 표지석 제막하는 모습.
조계종 미래본부와 인도 분황사는 2월25일 분황사 경내에서 한글 '큰법당' 현판과 주련 제막식을 봉행했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과 분황사 주지 본원스님을 비롯한 내외빈들이 현판 제막식에 동참하는 모습.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신 성스러운 땅인 부다가야에 세워진 조계종 사찰 분황사가 한글 현판 제막식을 통해 불조의 혜명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법맥을 밝히고 세계인들에게 한국불교의 깊은 정신을 전하는 인연을 맺었다.
종단 발전과 불교 중흥을 위한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한 총무원장 직속 기관인 미래본부와 인도 분황사는 2월25일 분황사 경내에서 ‘분황사 한글 현판 제막식’을 봉행했다.
이번 제막식을 통해 ‘큰법당’ 한글 현판과 한글 주련이 세상에 그 뜻을 알렸다. 분황사에는 2022년 준공과 함께 전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의 친필 ‘大雄寶殿(대웅보전)’ 현판이 걸려있지만, 이번에 한글 현판과 주련을 추가로 설치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공고히 했다. 분황사 한글 현판과 주련 불사는 지난해 초 시작됐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 직접 분황사를 방문한 뒤 한글 글씨를 남겼으며, 이를 동방예술원 김쌍동 씨가 제작했다.
‘큰법당’ 현판과 더불어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 없으며’, ‘인연 따라 생긴 모든 것은’, ‘인연 따라 모두 사라진다’, ‘새벽별 보고 깨달으시니’, ‘나와 저 별이 둘이 아니다’ 등 6개의 주련이 약 10개월의 기간을 거쳐 제작·설치됐다. 또한 견고하고 습기에 강한 ‘티크나무’를 채택, 현지의 고온다습한 기후에도 변형이 없도록 했다.
당초 지난해 제작·설치를 마무리한 뒤 송광사 사부대중과 제막식을 봉행할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방장 현봉스님이 돌연 입적해 이날 제막식을 갖게 됐다.
큰법당 현판과 한글 주련이 분황사 대웅전에 걸려있다.
입적하신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스님의 필체가 구현된 한글 현판.
분황사 한글 현판 제막식이 진행 중이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이 총무원장 진우스님 치사를 대독하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이 대독한 치사를 통해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가르침을 드높이는 법연”이라며 “오랜 정성과 원력으로 이루어진 부다가야 분황사 건축 불사의 결실”이라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통과 수행의 맥을 잇는 현판과 주련이 부처님 성지를 찾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깨달음의 씨앗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며 “부처님 가르침의 근원인 부다가야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모든 중생과 함께하는 길을 찾자”고 당부했다.
이번 제막식에는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스님, 미래본부 사무국장 여해스님과 분황사 주지 본원(붓다팔라)스님이 참석했다. 또한 올인디언 비구상가 프라가딥 스님 등 부다가야 소재 사찰에서 방글라데시, 대만, 태국, 일본 미얀마 등 세계불교 스님들이 함께하면서 330여 사부대중이 자리해 한글 현판 제막을 축하했다.
인도 분황사 주지 본원(붓다팔라)스님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분황사 건립 불사를 지휘하고 현지 한국불교 위상 강화에 진력하고 있는 본원스님은 이날 환영사에서 “이곳 분황사는 조계종뿐만 아니라 한국불교를 대표하며 한국불교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최일선”이라며 “이제 한글로 쓰인 큰법당 현판식을 함으로써 세계만방에 분황사가 한국 사찰임을 당당히 선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지난해 인도 모디 수상이 발표한 붓다가야 성지 정비 계획을 언급하고, 마하보디 사원 인근 주거 구역 정비가 마무리 되면 분황사가 부다가야 최중심부에 위치하게 됨은 물론 공부하고 수행하기 좋은 도량으로 발돋움해 한국불교의 위상을 당당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은 “전 세계 불교사원이 밀집한 부다가야인 만큼 이번 한글 현판 제막은 분황사가 중국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소지를 줄임과 동시에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발전해온 한국불교의 정신을 알리는 계기”라며 “앞으로 세계 여러 불자들이 분황사를 방문해 간화선과 명상의 장점을 접목한 선명상 등 한국불교 수행 전통도 체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스님, 분황사 주지 붓다팔라 스님을 비롯한 동참 대중들이 대웅전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하고 있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성원스님, 불교사회연구소장 원철스님이 분황사 주지 붓다팔라 스님과 경내 도서관 및 강의실을 둘러보고 있다.
분황사 경내 보건소 상황을 점검하는 스님들.
경내 표지석 앞에서 한글 현판 제막을 기념하며
■ 인도 분황사는...
인도 분황사는 ‘깨달음의 성지’ 부다가야에 건립된 종단 최초 전통양식 사찰이다. 2019년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불사 중 하나로 인도 부다가야 사찰 건립이 논의됐다. 같은 해 12월 통도사 청하문도회가 2000평을 기증하고, 설매·연취 보살이 큰법당 건립기금을 보시했으며, 백천문화재단은 보건소 건립기금을 쾌척했다.
2021년 12월 상량식을 봉행하고, 2022년 5월 대웅보전(큰법당) 낙성식 및 보건소 기공식을 봉행했다. 2023년 2월 보건소가 개원했다.
주요시설로는 문경 봉암사 태고선원을 모티브로 한 회랑식 법당인 대웅보전, 한국 불자들과 성지순례객을 위한 숙소동, 지역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보건소와 수행자도자 양성을 위한 붓다가야 국제수행학교 등이 있다.
■ 인터뷰 / 인도 분황사 주지 본원스님
인도 분황사 주지 본원스님.
“인도불교 복원이 한국불교 중흥”
“인도불교 복원이 한국불교 중흥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생각입니다” 인도 분황사 주지 본원(붓다팔라)스님은 2월25일 분황사 한글 현판 제막식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자칫 문화 강요로 비쳐져 현지들에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불교를 복원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현지인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똑같은 말이지만 관점을 바꾸면 판이 더 커질 수 있는 겁니다.”
스님은 인도 현지 불심을 꽃피우기 위해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인재를 키워내 인도 불교 발전에 기여한다는 원력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수행학교에서 4년 기본 교육을 시킨 뒤, 2년 집중 수행을 거쳐 세상에 ‘법사’로 내보낼 만한 재목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스님은 이번 한글 현판 제막으로 분황사가 한국 조계종 사찰임을 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동시에 분황사를 찾는 한국 불자들이 자부심을 갖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본원스님은 “한국불교가 중심이 돼 인도인들이 잊고 있는 불교의 참된 가치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면 인도인들은 한국불교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