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봄은 아름다운 변화의 시작이다. 나목도 새 생명으로 꽃을 피운다. 풀내음이 상큼한 꿈의 계절이다. 시골생활 스무 해 가까이 능력자 옆에서 보조 역할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평소 남편이 재주가 있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이라는 건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와 살면서 알게 되었다. 설비, 목수, 토공, 전기, 수도 등등 전문 일꾼을 능가하는데 이런 실력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평생 월급쟁이 하던 남편은 휴일이면 나들이, 아니면 하루 종일 TV 시청, 아니면 낮잠 자기 그것이 일상이었다. 맥가이버 뺨치는 능력이 잠재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일을 안 하면 무력해진다고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든다.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 할 때 마다 귀찮은 생각에 번번이 반대한다. 그렇지만 결과물을 완성하고 나서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희열을 느낀다.
작년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과하게 달렸지만 서리가 오는 바람에 방울토마토와 토마토, 상추가 곤죽이 되어 버렸다. 비닐하우스만 있었더라면 먹을 수 있을 터인데 하고 그때부터 남편은 비닐하우스 지을 궁리를 한다. 남편은 비닐하우스를 짓기위해 자재를 하나하나 구입하기 시작했다. 날씨가 봄으로 오는 길목에서 미니포크레인을 빌려와서 터를 닦고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남편과 나와의 신장과 힘이 조화롭지 못해 특히 파이프 공사는 어려웠다. 긴 파이프 무게도 그렇고 균형을 잡는데 죽을 힘을 다해야 했다 파이프 20개를 세우고 나니 보조역할 거의 이십년 만에 떡 실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자고 나면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 작업을 한다. 파이프를 균형 잡아 탄탄하게 세우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시행착오로 다시 고치는 과정은 지혜와 초인적이 힘이 필요하다. 늘 남편은 날일이 아닌 도급 일을 하니 보조인 나도 벅차다 며칠을 고생해서 대형 비닐하우스 한 동이 탄생했다. 일을 한다는 것이 귀찮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함께 일 할 때 행복하다는 마음도 들고 완성하고 나서의 성취감도 대단하다. 이 나이에 비닐하우스 한 동을 마감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남편이 아직 활발하게 활동 할 수 있는 체력에 감탄사가 절로난다. 꽃모종도 포토에 뿌리고 싱싱한 야채 모종을 심었다. 건강밥상을 통해 남편과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나이까지만 알콩달콩 재미지게 살았으면 좋겠다 젊었을 적에 남편은 마누라를 기절시킬 스캔들도 남들에게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나에게 다 말해준다. 우리는 첫사랑, 오로지 새 것이 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용하고 위로받고 참을 수 있었다 나라고 왜 가정을 쫑내고 싶을 때가 없었겠는가? 탤런트 보다 멋진 외모에 처녀, 돌싱, 유부녀 할 것 없이 줄줄 따라다녔다. 과연 그런 환경에서 내가 편하고 행복하기만 했겠는가? 내 남편은 나밖에 모른다고 생각하다면 정말 어리석은 착각이다. 그러나 마누라 다루는 재주가 특별해 살다보니 이제는 정말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구나 생각된다. 나이가들어갈 수록 충실한 일꾼으로 최고의 남편이 되었다. 내 서재 방도 한 칸 뚝딱 꾸며주고, 테라스공사, 데크, 바비큐 테이블도 만들고 정말 못하는 게 없다. 나이가 드니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여성화 된다고 한다. 메주 만드는 재주, 장 가르는 재주, 김장 50포기쯤은 눈결에 하는 재주가 있다. 남편은 정말 못하는 게 없다. 남편 사랑 1순위를 지금까지 지키는 걸 보면 남편은 팔방미인( 八方美人)이다. 남편은 힘든 일이 끝나면 언제나 고생했다고 나들이 삼아 외곽으로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한 끼 사주는 것에 힘들었던 것 다 잊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에 뼈빠지게 일한 마누라의 마음까지 기쁨으로 가득하다. 정말 내 남편은 천하의 재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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